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1
제1화
1화
[역주행의 신화 속에는 노래의 힘이 있었다. 그것이 ‘리와쳐블’을 4주 연속 음악 방송 1위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었다.]‘4주 연속?’
커서가 재빠르게 돌아가 4를 6으로 고쳤다.
‘그래. 6주 연속은 돼야지.’
어차피 자기 마음대로 쓰는 건데 그까짓 거 선심 좀 쓰자고 생각하면서 우진은 6주로 바꿨다.
그러나 몇 줄을 더 쓰다 다시 돌아가 숫자를 8로 바꿨다.
하는 김에 8주 연속 1위로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였다.
그러고는 혼자 흐뭇해하며, 1위 발표를 듣고 멤버들이 감격하는 장면을 썼다.
환호하는 멤버들.
눈물을 참느라 눈시울은 이미 붉어지고 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리는 장면을 쓰다 보니 잠시 뭉클해졌다.
[무대에는 그들을 축하해 주러 온 수많은 선후배 가수들이 있었다.리와쳐블의 멤버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한 채 팬들을 향해 힘껏 손을 흔들었다.
눈이 부셔 옆 사람의 얼굴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의 조명을 받으며 진우는 소감을 발표했다.]
‘내가? 내가 발표해도 되나? 재훈이가 리더니까 재훈이가 하는 거로 할까? 나도 발표하고 싶은데. 먼저 재훈이가 한 다음에 나도 한다고 할까? 아. 재훈이가 모든 공로를 내 덕으로 돌리는 거로 할까?’
우진의 손가락이 스마트폰 위를 열심히 날아다녔다.
글 속에서 재훈은 감격에 겨워하며 역주행 신화를 가능하게 해 준 모든 팬들에게 영광을 돌렸고 화제의 영상을 있게 해 준 우진에게 공을 돌렸다.
[-그런 의미에서 진우가 수상 소감을 발표하면 좋겠습니다.]나름대로 퍼펙트 올킬과 거리를 두겠다고 그룹 이름을 ‘리와쳐블’로 과감하게 바꾸었지만 자기들을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어서 우진은 소설에 등장하는 멤버들의 이름을 앞뒤만 바꾸거나 조금씩만 튜닝을 했다.
그 결과 재훈은 훈재(?!)가, 우진은 진우가, 외자인 민은 ‘인’이 되었으며 제레미는 제레니모가 되었다.
제레니모를 등장시킨 순간 이미 현실과 소설 속 두 그룹 간의 동일성이 빼박이었지만 그래도 우진은 굳건하게 밀고 나갔다.
소설을 보면서 사람들이 퍼펙트 올킬과 멤버들을 떠올려 주면 좋겠다고, 그리고 퍼펙트 올킬의 팬클럽 ‘한주미나’가 즐거워해 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그 긴 시간 동안 우직하게 무료 웹소설을 연재해 왔다.
[-안 그래도 진우 씨가 나오면 꼭 부탁해 보고 싶었는데 그 화제의 영상에 나오던 모습을 여기에서도 좀 보여 주시죠.]거기까지 쓰자 거침없이 움직이던 손가락이 문득 멈췄다.
가장 중요한 설정인데 그걸 아직 정하지 못한 것이다.
‘흠…… 뭐로 할까. 뭘 해서 화제가 되고 그걸로 역주행 신화가 이루어졌다고 할까? 내가 강도를 잡는 영상이 공개됐다고 할까? 세 명을 한꺼번에 때려잡은 거로 해? 덩치 큰 외국인들을 한 번에 제압했다고 할까?’
거기에서 꽉 막혔다.
‘일단은 여기까지 하자. 뇌야. 고생했어.’
우진은 잠시 고민을 하다가 그때까지 쓰던 소설을 저장했다.
그러고는 분량을 맞춰 편집하고 웹소설 사이트에 들어가 업로드했다.
그사이에 댓글도 스무 개가 넘게 달렸고 추천 수도 많았다.
주위를 둘러보고 아직 시간이 있겠다고 생각한 우진은 잽싸게 댓글을 확인했다.
[이 작가 진짜 찐이다. 연예계 사정도 잘 알고, 연예계물 쓴다고 뭘 알지도 못하면서 씨불이는 애들이랑 차원이 다름. 누가 봐도 퍼펙트 올킬 얘기인데 멤버들 이름 뒤집어 놓은 거 너무 웃김. 훈재 어쩔! 근데 작가님. 인기도 없는 퍼펙트 올킬 말고 그레이 핑크를 주인공으로 해서 좀 써 주면 안 돼요? 작가님이면 여주물도 잘 쓸 것 같은데.] [윗댓에 전적으로 찬성. 그레이 핑크 말고 우리 돌 주인공으로 좀 쪄 주면 좋겠다. 지나가던 롤랭이.] [이 작가님 퍼펙트 올킬 찐팬이겠지? 안 그러면 무료란에서 300편을 넘게 쓸 수 있을 리가. 퍼펙트 올킬도 이 작품 알려나? 알면 이 작가님에 대해서 언급해 줄 만도 한데.] [퍼펙트 올킬 활동 안 함. 회사가 관리를 안 해. 거지 같은 음반만 하나 발매해 주고 그때부터 행사만 돌림. 팬도 진짜 한 줌밖에 없을걸? 이 소설에 나오는 ‘한주미나’가 퍼펙트 올킬 팬클럽 이름임. 전에 거대 팬덤이랑 붙더니 마상 심하게 입었는지 그 후로는 활동도 거의 안 하는 것 같더라. 하긴 돌이 활동을 안 하는데 팬들이 뭘 하겠음?]한주미나 얘기가 나오자 우진은 입맛이 썼다.
3군 아이돌.
자타가 공인하는 망돌인 퍼펙트 올킬의 멤버로 살면서 가장 안타까운 존재가 바로 한주미나였다.
퍼펙트 올킬의 팬이 ‘한 줌밖에’ 안 된다는 말을 듣고 발끈한 팬클럽 회장이 ‘한 줌이나’ 되는 거라면서 팬클럽 이름을 한주미나로 바꾸었을 때는 울컥하기도 했었다.
한주미나는 퍼펙트 올킬의 공식 팬클럽 카페이자 유일한 팬 카페였다.
댓글은 그 이후로 길게 이어졌는데 그 밑으로 한주미나를 놀리는 댓글들이 줄줄이 달렸고 그걸 본 우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가 쓰는 ‘역주행’은 자기들이 결코 보답할 수 없었던 팬들 ‘한주미나’를 위해 퍼펙트 올킬의 메인 댄서이자 서브 보컬인 우진이 써 내려가는 소설이었다.
지금은 회사에서 잡아 주는 스케줄이 소규모 행사밖에 없어 팬들을 만날 시간도, 소통할 시간도 없지만 혹시라도 소설을 쓰면 그걸 보고 잠깐이라도 웃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틈이 날 때마다 써 오던 게 벌써 300화를 넘어섰다.
‘한주미나를 욕해?’
돈이 벌리는 것도 아닌 글을 그렇게 열심히 쓴 건 오직 한주미나를 위해서였는데 소설을 즐겨 보는 독자들이 하나둘 붙더니 감히 한주미나를 건드렸다.
아마도 신규 유입된 독자들인 것 같았다.
그렇지 않다면 한주미나에 대해 그런 말을 할 때 작가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았을 것이다.
우진은 거침없이 그걸 캡처한 후 그들 전부를 불량 이웃으로 등록한 후 댓글을 삭제해 버렸다.
그리고 공지 글을 올리려다가 어차피 공지로 올리면 잘 안 본다는 생각에 최신 화에 자기가 캡처한 글 내용을 하나하나 공개 처형하듯이 올려놓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다른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며 자기는 정말 별말 안 했고 말도 공손하게 했는데 갑자기 작가 새끼가 미쳐 날뛰며 공개 처형했다고 유포하고 다니기 십상이었다.
그럴 경우에 작가만 욕을 먹고 끝나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소설의 특성상 퍼펙트 올킬과 한주미나가 같이 욕을 먹기에 우진은 매번 이런 방식을 써 왔다.
[한주미나 까는 사람은 독자 취급 안 하니까 하차하세요. 님들 돌은 님들이 파고요.]어지간하면 댓글에 반응을 하지 않는 편이지만 한주미나가 까이는 건 못 참는 우진이었다.
버럭 화를 내고 전의를 불태우고 있는데 소리도 없이 민이 다가왔다.
다른 멤버들이 회의실에서 기다리는 동안 소설을 쓰려고 옆방으로 오면서 매니저가 오면 말해 달라고 했는데, 민이 그림자처럼 와 버린 것이다.
“뭐 해, 형? 또 웹소설 봐?”
“응? 어, 어!”
심장이 내려앉는 줄 알았다.
아무리 망돌이라지만 그 돌의 멤버가 직접 자기 그룹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쓴다는 게 밝혀지면 같은 멤버라고 해도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우진은 그동안 그 일을 철저히 비밀로 해 왔다.
멤버들도 소설을 읽는 취미는 없는지 소설 사이트 한 귀퉁이에서 소소하게 영업을 하고 있는 우진의 ‘역주행’을 아직 모르는 듯했다.
“매니저 형 왔어?”
“아니. 그런데 그게 뭔데 그렇게 열심히 봐? 재미있는 거라도 있어? 재미있는 거 있으면 나도 알려 줘. 게임도 이제 지겹고 챙겨 보던 것들도 매일 거기서 거기라 나도 이제 다른 것 좀 하고 싶은데.”
“그건 네가 알아서 하고.”
다른 곳으로 가지 않는 민 때문에 할 수 없이 우진이 일어나서 자리를 옮겼다.
“에이. 왜 이렇게 매몰차? 우진이 형이 변했어. 전에는 잘 데리고 다니고 빵도 사 주고 그러더니.”
“그때는 귀여웠지. 근데 지금 네가 몇 살인데 그런 소리를 하냐?”
연습생 시절 3년, 데뷔하고 3년 차.
처음 봤을 때는 솜털이 보송보송해서 막냇동생을 데리고 다니는 것 같은 재미가 있었는데 그 민은 이제 없었다.
퍼펙트 올킬의 멤버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이루어 놓은 것 없이 몸만 커져 버린 존재들.
그것이 망돌의 현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