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10
제10화
10화
지나가면서 마주치면 눈도 못 맞추던 녀석들이었다.
그런데 그사이에 이렇게 변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것은 인지도가 높아졌다는 것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았다.
도대체 뭐가 있기에 그러는 건가 하며 대표는 우진을 노려보았다.
그런데도 우진은 전혀 주눅 들지 않은 채 그저 웃기만 할 뿐이었다.
결국 대표가 먼저 그 자리를 떠났고 멤버들이 우진에게 다가왔다.
“속은 시원하다. 그런데 속만 시원하다. 앞으로 우리 완전히 꼬인 거야. 알지?”
재훈이 말했지만 그도 크게 걱정하는 얼굴은 아니었다.
“어차피 회사에서 해 주는 것도 없는데 이제 할 소리는 하면서 살자.”
우진의 말에 다른 멤버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연습실로 가는 동안 제이디 엔터의 적자(嫡子)라고 불리는 베니스가 지나가다 다가왔다.
“오오! 퍼펙트 올킬이다. 영광인데?”
퍼펙트 올킬은 그들에게 인사했고 베니스의 리더는 재훈을 바라보았다.
“주미나 작가하고는 잘 아는 사이야? 개인적으로 연락도 해 봤어? 우리 얘기 좀 잘 써 달라고 말 좀 해 줘. 주 작가라고는 하지만 너무 대놓고 주작을 하는 것 같아서 별로더라. 누구인지 다 추측이 가능하게 해 놓고 픽션이라고 빠져나가는 거 솔직히 너무 비겁하지 않나?”
“글쎄요. 저는 만나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에이. 거짓말하네.”
베니스의 리더도 ‘역주행’을 꽤 열심히 읽어 온 것 같았다.
“아이돌 대회에서 있었던 일을 거의 정확하게 썼다고 하던데. 그러려면 현장에 있었다는 거고 거기에서 만났겠지.”
“팬분 중에 한 분일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작가님이라면서 인사를 건네 오신 분은 없습니다.”
재훈은 베니스의 리더 앞에서도 별로 꿀리는 것 없이 말했다.
자신감은 전염이 되는 것 같았다.
우진이 겁날 것 없는 것처럼 굴자 재훈의 행동에도 자신감이 번졌다.
우진이 대표에게 막 나가는 걸 보고 나니 베니스의 리더쯤은 정말 하찮게 느껴졌다.
그들에게 특별히 안 좋은 감정이 있는 건 아니었다.
큰아들만 편애하는 부모 밑에서 자라는 작은아들 같은 기분.
그냥 작은아들도 아니고 아버지가 어디서 바람 피워 데려온 자식 같은 대우를 받기는 했지만 그게 베니스를 미워할 이유는 되지 않을 것이다.
부모의 차별을 보고 큰아들도 동생을 같이 괴롭히기는 했지만 이제는 그런 것도 전부 별 의미 없이 느껴졌다.
퍼펙트 올킬은 이제 그들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어서 베니스의 리더가 하는 말이 대수롭지 않게 들렸던 것이다.
“재계약은 할 거지?”
베니스 리더의 말에 퍼펙트 올킬 멤버들이 동시에 웃었다.
“설마요. 겪어 보지 않았으면 몰라도 이런 취급을 하는 곳이랑 무슨 재계약을 해요. 선배님들은 계약 기간 동안 선배님들이 저희 같은 취급을 받았으면 제이디 엔터랑 재계약하시겠어요?”
재훈이 웃으며 말했다.
“저희 먼저 가 보겠습니다. 방송 출연이 있어서 준비할 게 많거든요.”
재훈이 인사하자 다른 멤버들도 활짝 웃으면서 고개를 숙였다.
고개를 들고 돌아서는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통쾌하다.”
민이 중얼거리자 그들의 웃음이 더욱 커졌다.
* * *
음악 방송에 나온 게 얼마 만인지, 감회가 새로웠다.
아이돌 대회의 연출을 맡았던 손재범 PD가 프로그램의 연출을 맡고 있었는데 아이돌 대회에서 꼭 나와 달라고 사정사정을 해서 나온 거였지만 퍼펙트 올킬이야말로 꼭 출연하고 싶은 프로였다.
PD는 제이디 엔터 대표가 퍼펙트 올킬의 출연을 중간에서 막고 있었다는 말을 우진에게 듣고 다른 PD들에게도 상황을 설명했다.
그리고 퍼펙트 올킬에게 좋은 기획사를 자기가 소개해 줄 수도 있다고 했다.
그것은 정말 파격적인 제안이었는데 지상파 음악 PD가 기획사를 소개해 주고 그곳과 계약을 한다면 앞으로 그의 프로에 자주 출연할 수 있게 될 것 같았다.
혹시 커미션을 받았거나 그 회사의 지분을 갖고 있는 건 아닌가 했지만 그동안 너무 오랫동안 방치만 당해 왔던 그들로서는 그렇다고 해도 상관이 없었다.
“소개해 주신다면 감사한 일이죠.”
우진이 말하자 PD도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 작가 말이야. ‘역주행’ 쓴 작가. 그 작가는 섭외가 안 되나? 그 작가도 같이 섭외할 수 있으면 정말 좋을 텐데.”
우진은 다시 한번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는데 PD는 그걸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할 말을 이어 나갔다.
“그 친구 굉장히 감각 있더라고. 특히 그 대사가 살아 있고 생생해. 재치가 넘치고. 내가 아는 드라마국 PD 중에 여러 명이 그 작가한테 관심이 있던데. 아무래도 드라마 대본은 못 쓰겠지만 판권을 사서 작업을 해 보고 싶은 모양이야. 퍼펙트 올킬 팬클럽 회원일 거라는 말이 많던데. 혹시 얘기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그 작가한테 메일 주소라도 공개해 달라고 해 봐.”
좋은 생각이었다.
우진은 왜 자기가 그동안 그 생각을 못 했을까 했다.
요즘 컨택 오는 숫자가 좀 뜸해지고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듣기로, 출판사에서 보내는 쪽지가 플랫폼에서 검열되어 삭제되기도 한다고 했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수익을 창출시키는 작품이 출간되어 다른 곳으로 가면 손해라 그런 것 같아 이해가 되기도 했는데 작가 입장에서는 작품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할 방법을 찾고 싶은 것이 대부분일 터였다.
순전히 취미로 시작했다고 해도 작품 하나로 인생 역전을 노려 볼 기회가 온다면 그 기회를 그냥 마다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했다.
있을 수도 있겠지만 우진 얘기는 아니었다.
“네. 얘기해 볼게요. 그런데 판권을 산다면 어떻게 되는 거예요?”
“아마 협의를 하겠지. 신인이어도 그 사람 입장에서는 조건이 나쁘지 않을걸? 그게 드라마로 제작되고 지금의 화제성과 웹소설의 인기가 드라마로 이어진다면 시청률도 어느 정도는 보장이 될 거고. 그사이에 드라마 대본 쓰는 법을 배워서 자기가 직접 대본을 쓰면 다음 작품부터는 고료가 엄청 뛸 거야.”
스타 작가의 경우 회당 1억이 넘는 원고료를 받으며 방송국 CP도 함부로 하지 못하는 영향력을 갖기도 한다고 들었다.
놀랄 일은 이미 다 겪었다고 생각했던 우진이었지만 그것도 착각이었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눈이 핑핑 돌아갔던 것이다.
24부작짜리 대본 하나만 써도 24억…….
회당 1억을 받는 작가는 한 손에 꼽을 정도지만 꿈을 꾸는 건 자유라고 생각하며 실컷 꿈을 꾸었다.
“그리고 데뷔곡 말인데, 어떻게 편곡이라도 안 되겠어? 나는 진짜 퍼펙트 올킬 밀어주고 싶은데 노래는 정말 아니야. 차라리 다른 곡을 커버해서 부르든가.”
말이 나온 김에 한 번은 손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약이 끝날 때까지 멍하니 시간만 보낼 게 아니라 대중에게 적극적으로 자기들의 실력을 어필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내가 새 프로그램 하나 들어갈 건데 거기에 나오는 건 어때? 연차 좀 오래된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같이 음악 여행을 가서 이색적인 장소에서 노래를 하는 프로그램인데 자기 노래만 불러야 하는 건 아니니까 기회 좋지 않겠어?”
그건 복이 저절로 굴러 들어온 거였다.
“정말요?”
“저희가요?”
멤버들은 표정 관리도 포기한 채 물었다.
PD 입장에서도 나쁜 안이 아니었다.
최고의 화제몰이를 하면서도 이미지 소모가 많지 않았던 그룹.
그 그룹을 잡아서 자기 프로에 출연시키고 최대한 많은 것을 뽑아낼 수 있다면 기회가 좋았던 것이다.
“혹시 그 여행을 저희끼리만 하나요?”
조용하던 제레미가 물었다.
“같이 가고 싶은 사람들이라도 있어? 혹시 걸 그룹?”
PD가 웃으며 묻자 제레미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저희가 연차만 쌓였지 그동안 배운 것도, 할 줄 아는 것도 별로 없거든요. 요즘은 아이돌도 자기들이 작곡도 하고 작사도 하는 게 대세인 것 같던데 저희는 그걸 못해요. 특별히 다룰 줄 아는 악기도 많지 않고요. 저는 피아노도 기타도 못 쳐요. 그래서 멘토처럼 그걸 가르쳐 줄 수 있는 분들이 같이 가시면 어떨까 해서요.”
그러자 PD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기간을 조금 넉넉히 해 볼까? 음악 여행을 하는 기간 말이야. 캠핑카를 타고 전국 곳곳을 다니면서 좋은 곳을 찾아서 거기에서 편곡도 배우고 악기도 배우고 즉흥적으로 퍼펙트 올킬만의 콘서트를 하는 거야. 힐링 콘서트.”
그 말을 듣는 순간 멤버들의 얼굴에 복잡한 표정이 떠올랐다.
“아…… 눈물 날 것 같아요.”
“저도요.”
퍼펙트 올킬에게 힐링이 필요하다는 것.
그들이 얼마나 상처를 많이 받은 아이돌인가 하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었다.
힐링을 위해 떠나는 이유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던 것이다.
PD는 그들의 얼굴을 보면서 생각했다.
사람들은 퍼펙트 올킬의 멤버들이 창밖을 가만히 내다보는 장면만 봐도 스스로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상상할 수 있을 터였다.
‘역주행’ 덕분이었다.
작가는 독자들이 퍼펙트 올킬의 멤버 하나하나를 이해하게 만들었고 독자들은 그들을 열렬히 응원하고 있었다.
그 프로그램은 잘될 수밖에 없었다.
첫 회가 아이돌 대회 방영 이후에 바로 방송되도록 편성을 받는다면 이건 될 것이다.
절대적으로 터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PD의 머릿속에는 이미 많은 것이 지나가고 있었다.
* * *
우진은 멍하니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다.
멤버들이 함께 있는 자리에는 무거운 적막감만이 흐르고 있었다.
신이 나서 새 분량을 써 예약을 걸고 잠이 들었고 민이 자기를 깨울 때까지 그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재훈도 아니고 민이 깨우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민이 깨웠을 때 우진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혹시 민이 더 이상 못 버티고 탈퇴하겠다는 말을 하려는 건가 하는 거였다.
“민아…….”
그러나 민은 그런 기색이 아니었다.
“형. 잠깐 밖으로 나오실래요?”
그제야 우진은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렸다.
“지금 몇 시야?”
다음 날은 그렇게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었는데 창밖으로 아직 어둠이 깔린 게 보였다.
“한 시 조금 넘었어요.”
“한 시? 새벽 한 시?”
“네.”
“그런데 왜?”
우진은 뭔가 일이 벌어졌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게 무슨 일인지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무슨 일인데 그래?”
“나와 보셔야 할 것 같아요. 중요한 일이에요. 그리고 급하고요.”
그러고 보니 민이 존대를 하고 있었다.
긴장하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