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100
제100화
100화
‘쪼끄만 게 까불고 있어.’
연리지의 머리 옆에 그런 말풍선이 떠오르는 게 보이는 것 같았다.
“너무 무리하지는 말고. 거기까지인가 보네. 원래 잘 안 쓰면 그렇게 되더라고.”
연리지는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우진을 위로했다.
저음은 전만큼 내려가는 것 같았는데 어차피 저음으로는 승부욕이 발동되지 않았기에 편안했다.
“너는 어느 정도야?”
우진이 묻자 연리지가 자신의 음역대를 알려 주었다.
우진은 자기가 알고 싶어서 그런 것보다는 시청자들에게 연리지를 자랑하고 싶어서 물어본 것 같았고 옆에서 리액션을 엄청나게 해주었다.
“우진 씨 사회생활 점점 느는 것 같아서 제가 다 흐뭇하네요.”
카메라 뒤에서 PD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잠시 화기애애한 시간이 지나가고 우진이 아이디어를 냈다.
“아까 하던 거 한 번 더 해보자. 1절 후렴에서 파트를 나눠 보면 괜찮을 것 같은데. 내가 기타 칠게. 노래 불러 봐.”
우진이 말하는 동안 연리지가 피아노 앞으로 가서 앉으려 하자 우진이 손을 저으며 말했다.
연리지는 왜 그러는지 알지 못한 채 노래 부를 준비를 했다.
“어? 키를 높여서?”
“응. 이렇게 해도 될 것 같아.”
연리지는 일단 우진이 하자고 하는 대로 키를 높여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면 우진의 파트에서 어려워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그건 일단 해보면 그도 알게 될 거라고 생각하며 우선 자기 파트의 노래를 해나갔다.
우진의 기타 연주에 맞춰 그때까지 완성된 멜로디를 부르던 연리지는 우진이 신호를 보내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러나 뭘 하라는지는 알지 못한 채 그를 보며 노래를 하는데 후렴의 일부가 반복되려는 곳에서 키가 올라갔다.
이 부분에서 키를 올려서 부르라는 건가 보구나 했지만 곧바로 부르지는 못했다.
처음부터 이미 키가 높아진 상태였기에 그대로 불렀다가는 음 이탈이 나올 것 같았다.
이번에는 그냥 흘려보내고 우진과 얘기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그 자리를 우진의 부드러운 가성이 채워 넣었다.
너무 자연스럽고 듣기 좋은 음색에 눈물이 차오를 것처럼 감격스러웠다.
그때는 승부욕 같은 것은 생각을 할 수도 없었다.
승부 같은 것은 이제 중요하지도 않았다.
그런 차우진과 함께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사실이 기대됐다.
우진은 한차례 가성으로 파트를 소화하더니 한 번 더 반복하며 그때는 진성으로 열창했다.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음역을 부르는데도 듣는 사람에게 그런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는 것은 언제 봐도 신기한 일이었다.
연리지는 멍한 눈으로 우진을 바라보았고 카메라는 오래오래 그 모습을 담았다.
PD는 이미 그 프로그램이 얼마나 큰 인기를 끌게 될지 알 것 같았다.
* * *
그들이 곡을 만들어 가며 엄청난 케미를 선보이는 동안 다른 멤버들은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누구와 팀을 만들어야 할지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도 우진과 연리지 외에 파트너를 정하는 멤버가 나오지 않자 특별 회의가 열렸다.
“이러다가는 방송에 우진 씨랑 연리지 씨 영상만 내보내야 할 수도 있어요.”
“그렇다고 아무나 구할 수는 없는 거니까 처음에는 그렇게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어차피 첫 방송이고 방송 포맷을 모르니까 계속 그런 식으로 진행될 줄 알겠죠. 오늘은 우진이 차례고 다음에는 재훈이 차례겠구나, 그런 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고요.”
PD와 강하정 사이에 그런 대화가 오고 갔다.
강하정도 멤버들이 그렇게까지 파트너를 못 구할 거라고 생각을 하지 못했기에 상당히 난처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에 떠밀려서 아무나 고르는 것은 절대로 동의할 수가 없었다.
그런 식으로 했다가는 시간 낭비밖에 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런 생각은 우진과 연리지를 보면서 더욱 강하게 들었다.
두 천재가 만나 서로에게 강력한 시너지를 내는 것을 보면서 강하정은 다른 멤버들도 그런 기회를 갖게 되기를 바랐던 것이다.
PD도 강하정의 뜻을 이해하고 있었기에 더 이상 재촉하지는 않았다.
다만 자기들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의 리스트를 주면서 그들 중에 고른다면 섭외와 촬영이 빨라질 거라고 말을 해주었다.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특별히 인성 문제도 없고 과거도 깨끗하고 해서 일단 방송을 같이하는 동안 문제가 생길 일은 없을 거예요.”
“알겠습니다. 얘기는 해보죠.”
그러나 강하정은 그게 무슨 도움이 될까 했다.
지금까지 멤버들이 파트너를 구하지 못한 것은 리스트가 없어서가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더 쓸모 있는 리스트를 퀸스 워크 차원에서 미리 준비를 해주었는데 지금까지 답을 찾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멤버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머릿속에 탑을 쌓았다가 그것을 허물기를 반복하는 것 같았다.
강하정은 일단 시간을 벌어 두기는 했지만 언제까지 계속 우진과 연리지의 방송만 내보낼 수는 없었다.
‘이 녀석들, 도대체 언제까지 생각만 하려고 이러는 거야?’
이제는 뭐가 됐건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생각에 강하정은 멤버들을 찾아갔다.
멤버들은 강하정이 무슨 말을 하려고 온 건지 다 알고 있었고 그렇지 않아도 초조해하던 중이었기에 표정이 좋지 않았다.
강하정이 멤버들을 모아 놓은 자리에는 하석과 A&R 팀이 같이 있었다.
“이렇게 결정하는 게 힘들면 우리가 정해 주는 사람으로 그냥 받아들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강하정이 말했지만 멤버들은 그 말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눈치였다.
평소에는 강하정과 하석의 말이라면 대부분 그냥 믿고 따르더니 이번에는 달랐다.
그것도 연리지 효과였다.
연리지와 함께 있으면서 우진이 얼마나 달라지고 있는지 그들도 보고 있었기에 자기들에게도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언제까지 팀을 구성해야 한대요?”
“이미 구성해야 했어. 그래도 얼마간은 겨우 시간을 벌어 놨고. 방송이 나가기로 한 날에는 우선 우진이랑 연리지 촬영분만 먼저 나갈 거야. 처음에는 너희가 다 함께 스튜디오에서 인사를 하고 그다음에는 VCR을 함께 보는 걸로 하겠지.”
“어느 정도는 머릿속에 보기가 있는 것 아니야? 그중에 결정만 남았다고 말해 줘.”
강하정의 간절한 시선을 모두가 외면하는 가운데 재훈이 입을 열었다.
“본부장님, 꼭 여자여야 하는 건 아니죠?”
“남자랑 하게? 그것도 상관은 없겠지. 하모니를 여자 가수하고만 이뤄야 하는 건 아니니까. 그런데 생각해 둔 사람 있어?”
“애쉬 선배님요.”
“애쉬?”
강하정이 묻고 하석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머릿속에서는 애쉬의 음색이 지나가는 것 같았다.
애쉬와 재훈.
두 사람의 퍼포먼스까지 대충 상상을 해보고 하석이 먼저 고개를 끄덕였다.
강하정도 크게 이견이 없었다.
애쉬와는 이전에 한번 얽힌 일이 있어서 그렇지 않아도 그 후에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시청자들이 많았다.
그러니 이 기회에 함께 출연한다면 호기심도 충족이 될 테고 여러모로 좋은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애쉬 생각하면서 곡 잡아 놓은 것도 있기는 한데 잘됐다.”
하석이 말하자 재훈이 정말이냐며 눈을 반짝거렸다.
그 생각을 꽤 오래전부터 해오다가 남남 듀엣은 안 된다고 할까 봐 말을 하지 못한 것 같았다.
그러자 민이 분위기를 슬쩍 보고 손을 들었다.
“왜? 민이도 생각한 사람 있어?”
강하정은 하나가 풀리자 나머지 일도 저절로 풀리는 것 같다고 생각한 듯 물었다.
“네. 제가 생각을 해봤는데요. 저희가 그동안 다섯 명이서 노래를 나눠서 불렀잖아요? 그런데 퍼펙트 올킬 멤버 중에서 파트너를 골라서 듀엣을 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발상의 전환이죠. 설마 저희끼리 듀엣을 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을 테니까요. 어떠……세요?”
더 이상 생각을 하는 게 귀찮아서 그냥 되는대로 질러 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 있었지만 ‘퍼펙트 하모니’에 퍼펙트 올킬의 멤버는 안 된다는 제약 같은 건 없었으니 우긴다고 해도 할 말은 없을 것 같기는 했다.
며칠 전에 그런 말을 들었다면 강하정은 아주 단호한 목소리로 안 된다고 말을 했겠지만 지금은 다른 멤버들만큼이나 강하정도 지친 상태였다.
그리고 재훈의 파트너가 결정되고 나자 파죽지세로 다 끝내 버리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 좋군.”
“네에?”
오히려 퍼펙트 올킬의 멤버들이 더 놀라며 그녀를 보았다.
“정말 괜찮아요?”
민이 몇 번이나 확인을 했지만 강하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안 될 게 뭐가 있겠어? 네 말대로 두 사람의 하모니를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야.”
갖다 붙이기 나름인데 강하정은 일단 그 생각을 밀어 주기로 한 것 같았다.
“그럼 누구랑 팀을 이룰 건데?”
남은 사람은 제레미와 이빈이었는데 강하정은 민이 제레미를 선택할 거라고 생각했다.
결성 초기부터 둘은 서로 음역대를 보완해 가며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유명했었다.
그러나 민은 주저하지도 않고 이빈을 말했다.
“이빈이? 왜?”
“시험적으로 해보고 싶은 게 있는데 이빈이랑 해야 색이 잘 살 것 같아서요.”
민이 얘기를 하는 동안 눈동자만 이리저리 도록도록 굴리는 이빈을 보고 있자니 사전에 이빈과 어떤 협의도 없이 민이 마음대로 정한 거라는 걸 알 것 같았다.
“쁨콩이는 어때? 괜찮겠어?”
“저는…… 조금 더 생각해 보고 싶은데요.”
순둥순둥한 막내라서 형이 그렇게 말하면 알았다고 냉큼 그 말을 따를 줄 알았더니 의외의 한 방이 있었다.
민이 깜짝 놀라 이빈을 보더니 형이 잘할 테니까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매달렸고, 이빈은 그것참 난처하게 됐다는 표정을 짓더니 한참 후에야 체념한 얼굴로 그럼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강하정과 하석은 서로를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 막내가 언제 이렇게 형을 쥐락펴락하게 된 건지 신기해서였다.
“잠깐만요. 그러면 순식간에 두 팀이 남남 커플이 돼버렸는데요? 렘아, 렘이는 여자 가수랑 해야 된다. 처음에는 남녀 다섯 커플의 무대를 볼 줄 알았는데 이게 갑자기 왜 이렇게 됐어?”
제레미는 갑자기 자기 이름이 호명되자 움찔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뭐야. 제레미 얼굴 보니까 제레미도 생각하는 사람이 있기는 한데 쉽게 말을 할 수가 없어서 빼고 있었던 것 같은데?”
강하정이 말하자 제레미는 이번에야 더 놀라면서 움찔했다.
“진짜야? 누군데?”
이제 자기들은 팀 결성이 끝났다고 마음이 편해진 다른 멤버들이 호기심 어린 표정을 하고 물었다.
“그게…… 그…… 꼭 프로하고만 해야 되는 건 아니지 않아요? 아마추어하고 해봐도 재미있지 않을……까요?”
제레미의 말에 모두의 관심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아마추어? 아마추어 누구?”
그러자 제레미의 얼굴이 새빨갛게 붉어졌다.
아마추어라는 말이 그렇게 얼굴을 붉힐 일은 아니지 않은가 하면서 사람들은 희한하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