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109
제109화
109화
“연락은 해봤나?”
강 회장에게서 드물게 재촉이 나왔다.
“연락을 했습니다만…….”
그를 오랫동안 지근거리에서 보필해 온 임지혁 실장의 얼굴에 난처한 기색이 완연했다.
“왜. 안 온대?”
“…….”
“뜸 들이지 말고 말해. 그렇다 아니다 그걸 전하는 게 어렵나?”
“죄송합니다, 회장님.”
“뭐가 문제라는데. 돈이 부족하대? 아니면 석현이 그놈이 못 가게 하기라도 했대?”
“그건 아닐 겁니다. 그거야 묻지 않아서 잘 모르기는 합니다만 그건…… 아닐 겁니다.”
강 회장도 정말 강석현이 그랬을 거라고 생각하고 한 말은 아니었다.
퀸스 워크의 대표라면 모를까 대표의 아버지가 퍼펙트 올킬에게 무슨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겠는가.
힘없는 연습생이나 인기 없는 가수라면 몰라도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하는 최정상급 아이돌이었다.
그것만 해도 대단한 권력일 텐데 광고주들의 사랑을 받고 있어서 돈을 긁어모으는 중이었다.
아마 퍼펙트 올킬이라는 그 아이돌이 자기 아들인 강석현보다 돈은 훨씬 더 많이 벌 것 같았다.
“세 배 더 주겠다고 말하고 다시 한번 말해 봐. 재주들이 좋던데. 좌중을 사로잡을 줄도 알고. 중국에서 오는 손님들 앞에 내보이면 아주 좋아할 것 같아.”
“그건 의심의 여지가 없이 그렇지만 퍼펙트 올킬은 개인적인 행사에 잘 나가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석현이 놈 생일에는 왔잖아.”
“그거야…….”
그건 대표의 아버지 생일이니까 그런 거라는 것을 회장이 모르는 것도 아닐 텐데 괜한 고집을 부리고 있었다.
“되게 해. 내가 지금 자네한테 부탁하고 있는 것 같나?”
“……아닙니다, 회장님.”
“나가 봐.”
임지혁은 근심이 커졌다.
퍼펙트 올킬은 강 회장의 뜻대로 움직일 사람들이 아니었다.
지난번 강석현의 환갑연에 온 것도 퀸스 워크 대표나 본부장이 불러서 온 게 아니라 어디서 자기들이 소문을 듣고 직접 찾아온 거라고 알고 있었다.
만약 대표나 본부장이 불렀다면 반감에 튕겨 났을지도 모를 사람들이라도 임지혁은 혼자 생각하고 있었다.
‘세 배가 아니라 열 배를 준다고 해도 안 올 것 같은데.’
차라리 회장의 앞에서 그 이야기를 했어야 했을까 하면서 임지혁은 뒤늦게 쓴맛을 삼켰다.
그러나 일단은 뭐라도 해보는 척을 하는 게 나았다.
해보지도 않고 안 된다고 하면 강 회장은 더욱 크게 화를 낼 터였다.
광고 촬영을 위해 미국에 머무는 동안 그곳의 영화계 거장이 특별히 퍼펙트 올킬을 위해 파티를 열고 그들을 불렀는데도 가지 않았다는 말을 언젠가 들은 기억이 있었는데 나중에 강 회장이 다시 채근하면 그때는 그 일화를 들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퍼펙트 올킬은 돈으로 움직이는 그룹이 아니라는 걸 제발 강 회장이 이해해 주기만을 바랐다.
그 일이 있은 후 퍼펙트 올킬은 한층 더 이미지가 좋아졌다.
자기들이 어려웠을 때 도와주고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을 때 그들의 진면목을 알아보고 아낌없는 투자를 해준 퀸스 워크에 그들이 보답하는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퍼펙트 올킬이 정말 믿을 수 있는 이들이라고 여겼다.
의리가 있다는 새로운 이미지가 덧씌워지면서 퍼펙트 올킬은 다시 한번 더 많은 팬층을 흡수했다.
거기에, 거액의 선물을 아무렇지 않게 하며 플렉스한다는 이미지도 덧씌워져 젊은 층은 퍼펙트 올킬을 어느 순간부터 자기들의 워너비로 삼고 있었다.
* * *
‘퍼펙트 하모니’도 이제 어느덧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 프로그램의 가장 큰 수혜자는 누가 뭐래도 제레미와 우희인 듯했다.
이제 그들은 퍼펙트 올킬과 퀸스 워크의 몇몇 사람들 사이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연인 관계가 되어 있었다.
연리지의 노력이 빛나 우희는 웬만한 프로 정도의 실력을 갖추었다.
혹독한 과정이었는데 우희가 특유의 근성으로 잘 버텨 주었고 원래 갖고 있던 소리의 본판이 나쁘지 않았다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었다.
제레미와 우희는 꼴찌만 면하자는 목표를 세워 둔 채 딱 거기에 맞춰서 노력했다.
민과 이빈은 이제 될 대로 되라는 식인 것 같았고 재훈과 애쉬는 아직 자기들이 우승을 노려 볼 만하다고 생각하며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우진과 연리지는 압도적으로 우승하는 게 좋을지, 극적인 재미를 보여 주며 우승하는 게 좋을지 그것만 결정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PD는 잘나가는 프로그램을 예정대로 끝내는 게 아쉬운 듯 몇 번이나 연장 방송에 대해 얘기를 해왔지만 퍼펙트 올킬은 흔들리지 않았다.
해보고 싶은 시도를 했고 그 정도 해봤으면 충분하다고 느끼는 참이었다.
살아갈 시간은 정해져 있는데 이미 충분히 재미를 느낀 일을 계속하고 싶지는 않았다.
자칫 지루해지기 전에 떠나기에 딱 알맞은 시간이었다.
제작진은 퍼펙트 올킬이 너무 시원해하는 것 같아서 서운함을 느끼기까지 했다.
그들은 수시로 퍼펙트 올킬 멤버들에게 인터뷰를 땄다.
“우승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고 보세요?”
질문을 받은 애쉬는 크게 웃었다.
“우승요? 우승은 리지랑 우진이 거죠. 저희는 누가 2위를 할 건지 그걸 두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어요. 그런데 2위는 저희가 무난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맞아요. 2위는 저희죠. 2위까지는 양보 못 해요.”
재훈도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지나가던 민이 헛웃음을 쳤다.
“뭐라고요? 제가 방금 희한한 말을 들은 것 같네요? 2위가 형들 거라니요? 저는 이미 2위가 저희 거라는 말을 듣고 왔습니다.”
“누구한테서?”
재훈이 웃기지도 않다는 듯이 말하자 민은 신탁을 받았다며 되지도 않는 말을 했다.
1위는 이미 따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하면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그들이었다.
시청자들은 제작진만큼이나 ‘퍼펙트 하모니’가 끝나는 것을 아쉬워했고 퍼펙트 올킬에게 제발 몇 번이라도 더 해주면 안 되냐고 간청을 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퍼펙트 올킬은 단호하게 말했다.
-여러분은 아직 저희가 보여 드린 새로운 모습을 보지 않아서 이게 전부인 줄 알지만 저희에겐 아직 보여 드릴 게 많이 남았어요.
시청자들은 자기들이 퍼펙트 올킬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을 거라는 것을 일찌감치 간파했고 그들의 다음 행보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퍼펙트 하모니’가 드디어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있었다.
“원 없이 해봤어. 해보고 싶은 건 해본 것 같아.”
경연을 준비하며 우진이 연리지에게 말했다.
그날은 스튜디오에 앉아 VCR을 보는 대신 퍼펙트 올킬의 멤버들이 자기들이 꾸린 팀과 함께 나와서 무대를 꾸미게 될 터였다.
그러면 방송을 보는 사람들이 문자 투표를 해서 승자를 가리게 되어 있었다.
그날만큼은 생방송으로 진행되었고 수많은 방청객의 앞에서 공연을 펼치게 되어 있었다.
연리지는 이제 우진과 스스럼없이 연락하고 그를 찾아가고 그와 자연스럽게 만날 일이 없겠다고 생각하며 가벼운 우울감까지 느꼈다.
“끝나고도 계속 연락해도 돼?”
연리지가 묻자 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얼마나 고마운데. 그리고 오랜만에 사귄 친구고. 우희한테 노래를 가르쳐 준 것도 고마워.”
그런 의미로 한 말이 아니었지만 우진은 딱 그 정도의 감정인 것 같았다.
살면서 다른 사람으로 인해 이렇게 설렌 적이 몇 번이나 있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한 시간이었는데 아무래도 그 감정은 오직 자신만의 것 같았다.
연리지는 그런 마음을 내색하지 않은 채 우진을 보고 웃었다.
순서를 정하기 위해 뽑기를 했는데 그들은 가장 늦은 순서에 당첨됐다.
처음은 재훈과 애쉬의 무대로 꾸며졌는데 그들만의 보컬 스타일이 새로운 장르에 접목되며 흔하게 볼 수 없는 무대가 만들어졌다.
새로운 시도이자 도전이라서 긴장이 되기는 했겠지만 준비한 것을 모두 무대 위에서 쏟아 냈다.
무대를 마쳤을 때는 모두 드디어 끝냈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방청석에서는 열화와 같은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안정적인 길을 두고 모험을 떠나는 것처럼, 새 도전을 한 두 사람에게 보내는 응원이었다.
다음은 제레미와 우희의 무대였는데 사람들은 그 무대에서 가면을 쓴 출연자가 마침내 정체를 밝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한껏 드러냈다.
그러면서 이제나저제나 가면을 벗을까 하며 기다리느라 본의 아니게 무대에 엄청나게 집중을 했지만 끝까지 제레미의 파트너는 정체를 밝히지 않았다.
무대가 끝나고 두 사람이 인사하자 방청석에서는 누구인지 얼굴을 보여 달라는 소리가 쏟아져 나왔지만 제레미는 미안하다는 말을 계속하며 그 청을 거절했다.
“제 파트너는 일반인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음색과 소리의 결을 갖고 있어서 함께 노래를 불러 보고 싶었어요. 이 프로그램이 끝나면 다시 사회로 돌아가야 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아마도 얼굴을 보여 드리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방청객들은 아쉬워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듯 받아들였다.
그것 말고 다른 선택지도 없었다.
민과 이빈의 무대는 폭발적이고 파워풀했지만 높은 점수를 얻지는 못했다.
그들이 잘한다는 거야 이미 알고 있었기에 특별한 감동을 선사하는 데는 실패한 듯했다.
그렇게 우진과 연리지의 차례가 돌아왔다.
멤버들 사이에서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점쳐졌고 시청자들 역시 그들의 무대를 가장 기대하고 있었기에 압박감은 실로 대단했다.
우진은 긴장한 듯한 연리지를 보고 웃어 주었다.
“실수 안 하고 잘하면 내가 펜 한 자루 더 줄게.”
그 말에 연리지는 자기도 모르게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거기에서 펜 얘기가 나올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연리지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준 선물들 다 좋더라. 다 잘 쓰고 있어. 너도 실수 안 하고 잘하면 내가 던 모이스트의 앨범 선물로 줄게.”
“괜찮아. 안 받을래.”
우진의 말에 연리지는 괜히 속이 상했다.
그렇게나 바라는 게 없는 건가 하는 생각에 괜히 서러웠던 것이다.
그때 우진의 말이 이어졌다.
“너희 집에 있어야 그거 들으러 왔다고 가끔씩 찾아가지.”
우진은 별것 아니라는 투로 말하고 연리지를 한번 바라보았다.
준비됐으면 이제 나가자는 거였는데 연리지는 정신이 멍해져서 우진을 바라보다가 급히 정신을 차렸다.
‘진짜 이렇게 무신경한 사람이 또 있을까?’
연리지는 혼자서 피식 웃어 버렸다.
그리고 언젠가 우진의 앞에, 우진만큼이나 무신경한 여자가 나타나서 자기가 당한 것처럼 우진도 똑같이 당하게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무대에 나오자 기대감으로 한껏 고양된 사람들이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냈다.
퍼펙트 올킬의 멤버들도 기대를 감추지 않은 채 그들의 무대를 지켜보았다.
도입부에서부터 강렬하게 퍼지는 호소력 짙은 목소리는, 그것으로 경연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소울 가득한 음색은 다른 이의 견제를 무력하게 만들었고 악기들의 세련된 향연 속에 서로 완벽하게 화음을 맞추는 우진과 연리지의 목소리는 듣는 이들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퍼펙트 하모니.
프로그램의 제목답게 그들은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 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