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111
제111화
111화
이제는 뭐라고 말을 해도 그 말을 계속 들을 마음이 없었다.
“언니, 내 얘기 마저 들어.”
사촌이 뒤에서 소리쳤지만 강하정은 그대로 나왔다.
불안한 마음이 스멀스멀 기어올랐다.
그들이 일단 뭔가를 하기로 마음먹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였다.
강하정은 우선 오빠와 얘기를 해봐야 한다고 생각하다가 먼저 퍼펙트 올킬을 만나 보기로 했다.
사촌이 갑자기 숙소에 나타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또 모르는 일이었다.
퀵 서비스나 택배 기사가 방문할 거라고 말을 해놓고 문을 열게 한 후에 무단으로 들어갈 수도 있었다.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차리고 한 가지씩 차근차근 해나가자고 생각하며 강하정은 우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희는 퍼펙트 올킬이 회사에 있다고 알려 주었고 강하정은 곧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퍼펙트 올킬의 연습실로 찾아간 강하정은 의자에 대충 앉아 그들이 연습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멤버들은 강하정이 평소와 달라 보인다는 것을 알고 연습을 멈춘 채 다가왔다.
“본부장님, 무슨 일 있으세요? 지쳐 보이세요.”
강하정은 재훈의 말에 웃음을 지었다.
“괜찮아.”
“괜찮아 보이지 않는데요? 무슨 일인지 말씀해 보세요. 저희가 도움이 될 수도 있잖아요.”
우진은 아예 강하정의 근처에서 자리를 잡고 앉은 채 물었다.
처음에는 이들이 이렇게 의지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
그래도 그들에게 걱정을 옮기고 싶지는 않아 그냥 사촌 얘기만 하고 끝낼 생각으로 우선 그 이야기만 했다.
“실은 내 사촌이 퍼펙트 올킬을, 그것도 우진이를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아. 그냥 좋아하기만 하는 거면 고마운 일인데 집착이 좀 과도해.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는데…….”
그러면서 강하정이 이야기를 끝냈지만 퍼펙트 올킬은 계속해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정작 중요한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강하정은 조금 더 머뭇거렸지만 결국 털어놓고 말았다.
“너희한테 이런 애기까지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는데……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게 정말 잘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그러면서 퍼펙트 올킬을 보자 그들은 그녀의 말이 계속되기를 기다리는 표정을 지었다.
“하…… 사실, 오빠랑 나는 아버지가 달라.”
이야기는 거기에서 시작되었다.
그래서 VIV 그룹에서는 퀸스 워크의 강준형 대표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이야기.
“본부장님은 어떻게 하고 싶으신데요?”
우진이 묻자 강하정이 말했다.
“퀸스 워크는 오빠가 일군 곳이야. 이제 와서 내가 차지할 수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어. 누구도 오빠한테서 퀸스 워크를 뺏을 권리는 없어.”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됐네요. 지금도 아직 못 갚은 돈이 있어요?”
우진의 말에 강하정은 멍한 얼굴로 그를 보았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닌 것 같았는데 우진은 괜히 그들에게 빌미를 제공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거의 다 갚았어. 조금만 있으면 완전히 다 갚을 수 있을 거고.”
“바로 갚죠. 돈을 빌려 드릴게요.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셔도 되고 다른 걸로 담보를 거셔도 돼요.”
우진의 말에 재훈과 다른 멤버들도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는 지금 말도 안 될 정도로 돈을 벌고 있고 현실성도 없어요. 급하게 그 돈이 쓰일 곳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솔직히 말해서 저희가 번 돈에 주위 사람들 관심이 너무 커지고 있어서 부담스러운 상황이에요. 퀸스 워크를 위해서 돈을 빌려 드릴 수 있으면 저는 정말 좋을 거예요.”
우진이 먼저 그렇게 말하자 멤버들도 맞장구를 쳤다.
“제가 가장 투자하고 싶은 회사가 있다면 거기는 바로 퀸스 워크예요. 퀸스 워크에 부채가 있다는 걸 알았으면 진작 빌려 드렸을 거예요.”
강하정은 이럴 때 뭐라고 말을 해야 하는 건지 알지 못했다.
마음은 정말 고마웠지만 그들이 그렇게 말을 했다고 그걸 바로 받아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컸다.
그러자 퍼펙트 올킬은 집요할 정도로 설득에 나섰고 VIV 그룹이 퀸스 워크를 위태롭게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게 중요한 거잖아요. 뭐가 중요한 건지만 생각하면 뭘 해야 할지도 답이 나오고요.”
강하정은 멤버들을 하나하나 바라보았다.
“너희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데 어떻게 될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해.”
멤버들은 자기들도 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하정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겼다.
누구보다 퍼펙트 올킬을 믿어 주고 싶었고 그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
그들이 날아오르게 해주고 싶었고 그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들은 그럴 준비가 돼 있었고 그럴 자격이 있었다.
당당히 왕좌를 차지할 수 있는 자격이 그들에게는 있었다.
그런데 지금 이 결정으로 인해서 자기가 그들의 팔을 낚아채 바닥에 곤두박질치게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됐다.
그러면서도 강하정의 발걸음은 대표실에 이르도록 멈추지 않았다.
문을 두드리고 그를 만날 때까지 강하정은 계속 걸었다.
“하정아.”
무슨 일이냐는 듯,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오빠를 보며 그녀가 말했다.
“오빠. 우리, 부채 문제 먼저 해결하고 갈까?”
이상하기 짝이 없는 말이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돈이 어디 있어서? 갚고 싶지 않아서 안 갚은 건 아니잖아.”
“퍼펙트 올킬이 빌려주겠대.”
강준형은 동생을 바라보았다.
그는 퍼펙트 올킬의 이야기를 들었지만 머리로는 VIV 그룹을 떠올리고 있었다.
뭔가가 있으니까 동생이 퍼펙트 올킬에게 그 이야기를 한 거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나한테 할 말이 더 있지?”
“응.”
강하정은 마음을 굳히고 말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오빠 동생이고 오빠는 내 오빠야. 맞지?”
강준형은 잠시 동생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VIV 그룹이 퀸스 워크를 노려? 아니면 여기를 나한테서 뺏어서 너한테 주겠대?”
강하정은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웃었다.
“아직 그 사람들이 퀸스 워크를 모르네. 몰라도 너무 모르네.”
그러다가 그가 한층 더 크게 웃더니 말했다.
“퍼펙트 올킬이 돈을 빌려주겠대? 뭘 믿고 그러겠대, 그 녀석들?”
“대신 지분을 담보로 달래.”
그 말에 그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게 나을지도 몰라. 정말 VIV 그룹이 회사를 뺏으려고 작정하고 덤벼들면 지키지 못할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하자. 그 애들이라면 믿을 수 있잖아. 그리고 우리가 받은 것 이상으로 돌려주면 되잖아. 회사를 더 키워서.”
강하정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VIV 그룹과 전면 승부를 벌이는 일만큼은 생기지 않기를 바랐다.
그렇게 된다면 그때는 한 치 앞도 알 수 없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 * *
멤버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회사와 정한 비율은 7:3이었다.
한 해 동안 벌어들인 200억여 원 중 그들의 몫은 대략 140억.
세금으로 떼인 게 엄청나게 많았고 이것저것을 계산하면 각자에게 10억이 조금 넘게 돌아갔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케어받으면서 활동할 수 있다면 그게 훨씬 더 이득이지.”
재훈이 말하자 민이 자기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돈은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되는 것 같아요. 그걸 넘어서고 나니까 이렇게까지 많은 돈이 꼭 필요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제레미의 말에 다른 멤버들도 대부분 동의했다.
“솔직히 말해서 제가 돈을 많이 벌게 된 후에 저희 가족들이 좀 이상해졌어요. 아무도 일을 안 하더라고요. 다 시시하대요. 저희 형은, 자기 동생이 퍼펙트 올킬인데 자기가 왜 회사에서 같잖은 소리를 참으면서 일을 해야 하나 싶어서 사표를 썼대요. 그 말 듣고 너무 기가 막혔는데 막상 말을 못 했어요. 제가 번 돈을 왜 자기들 돈처럼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나도 그래. 어느 순간 가족들 부양이 내 몫이 돼 있더라. 아니, 다른 사람들도 열심히 일하면서 나한테 조금 도움을 바란다거나 기대는 건 뭐라고 안 해. 그것까지 뭐라고 하는 건 아니잖아. 그런데 이건 좀…… 이상하잖아. 호구가 돼 버린 것 같은 느낌이야.”
민이 먼저 말을 하고 나자 재훈도 용기를 얻은 듯 솔직하게 말했다.
“우리가 고생하는 건 우리만 아는 것 같아. 멤버들, 그리고 회사.”
어쩌다 보니 가족들보다 오히려 그들이 더 가까워져 있었다.
대표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에 멤버들은 모두 의견의 합치를 보았고 조금도 미련이 없었다.
강하정과 강준형은 모두 퍼펙트 올킬의 결정에 놀라며 그 돈을 정말 받아도 되는 건지 오랫동안 고심했지만 결국은 그들의 마음을 받기로 했다.
그 대신 거기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렀다.
퀸스 워크 지분을 퍼펙트 올킬과 나누었던 것이다.
퍼펙트 올킬의 다섯 멤버와 강준형.
이제 그들이 실질적인 퀸스 워크의 주인이 되었다.
퍼펙트 올킬은 그렇게까지 해주기를 바라지는 않았고 그렇게 되면 오히려 그들이 더 많은 것을 받은 게 되었지만 강준형은 조금도 아쉬워하지 않았다.
퍼펙트 올킬의 마음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그에게는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던 것이다.
퍼펙트 올킬이 퀸스 워크의 채무를 갚아 주었다는 소식은 업계에 파다하게 퍼져 나갔다.
그것은 굳이 숨길 이유가 없었다.
퀸스 워크에 대한 퍼펙트 올킬의 충성도를 볼 수 있는 대목이었고 퍼펙트 올킬이 퀸스 워크의 지분을 갖게 된 이상 향후 몇 년 동안 그들이 갑자기 퀸스 워크를 떠나는 일은 없을 거라는 것이 어느 정도 예상되었다.
그것은 퀸스 워크의 매력도를 한층 더 높였고 업계의 이름 있는 스타들이 더욱 그곳으로 향하게 만드는 촉진제가 되었다.
강 회장이 강준형을 압박하려고 썼던 카드가 결과적으로는 퀸스 워크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 * *
강준형의 부름을 받고 퍼펙트 올킬의 멤버들은 오랜만에 그를 찾았다.
이번에는 대표실이 아닌 강준형의 새로운 아파트였다.
아파트는 전에 살던 곳보다 소박해 보였다.
퍼펙트 올킬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듯 강준형이 웃었다.
“혼자 사는데 크기만 한 아파트가 꼭 필요한가 싶기도 하고. 그리고 나는 일단 돈이 있으면 그걸 불릴 수 있는 재능이 있는 사람이잖아. 그러니까 돈을 깔고 앉아 있는 것보다는 이렇게 활용하는 편이 낫겠더라고.”
그러나 퍼펙트 올킬은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아직 퀸스 워크의 자금 사정이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대표님, 채무가 아직 남아 있나요?”
“아니야. 그건 금방 해결돼. 그리고 VIV에서 빌린 것도 아니고. 지금처럼 하면 석 달 안에는 갚을 수 있어. 너희가 힘들게 번 돈을 빌려주는데 내가 꼭 필요하지도 않은 호화로운 아파트에서 살겠다고 그 돈을 낭비할 이유가 있나 해서 옮긴 것뿐이야.”
멤버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대표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아 걱정을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퀸스 워크에 왜 그렇게 빚이 많아요? 저는 되게 돈이 많은 줄 알았어요.”
우진이 말하자 대표가 웃음을 터뜨렸다.
“아이돌 그룹 하나를 키우는 데 얼마나 돈이 많이 들어가는데. 겉으로 흉내만 내는 게 아니라 정말 그룹다운 그룹으로 키우려면 수십억이 우습지 않게 들어가지. 너희만 봐도 그렇잖아. 너희는 기적적으로 빠르게 회수됐지만 그런 그룹은 사실상 몇 개 되지 않아. 아이돌 대회에서 만나는 사람들만 봐도 알 수 있잖아.”
멤버들은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