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112
제112화
112화
다른 기획사에서는 조금 해보다가 아닌 것 같다고 생각이 되면 곧장 사업을 접듯이 그룹을 접어 버리거나 앨범 발매를 지연시키면서 행사를 돌려 비용을 회수하려고 하는데 퀸스 워크는 적어도 몇 번은 기회를 주었다.
기회를 준다는 것은 그 비용을 자기들이 떠안는다는 의미였고 겉으로 보기에는 돈을 긁어모으는 것 같아 보여도 실상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지출로 인해 재정 사정이 좋지 않았던 것이다.
“그나마 우리는 너희 때문에 이 정도로 버티고 있는 거야. 그리고 너희 때문에 기사회생한 그룹도 꽤 되고.”
퍼펙트 올킬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들이 처음에 퀸스 워크에 들어왔을 때 회사에 있던 아이돌 그룹은 이후에 수가 더 불어나 있었다.
뜨지 못한 가수들, 아직 데뷔하지 못한 연습생들.
다른 곳에서 퇴물 취급을 받다가 퀸스 워크의 품으로 들어온 이들이었다.
유기견, 유기묘와 같은 사람들.
제대로 된 주인을 만나지 못해 사랑받지 못하고 빛을 잃은 그들은 퀸스 워크의 집중적인 케어를 받으면서 조금씩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현실은 동화가 아니었고, 퀸스 워크의 도움으로 그들 모두가 성공해서 스타가 됐다는 이야기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영원히 얻을 수 없었을지도 모를 기회를 얻었고 그 자리에서 자기들의 가치를 드러내고 있었다.
퀸스 워크에서 사라진 돈은 새롭게 빛나는 별들, 빛나려고 준비하고 있는 별들이 되어 있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되자 퍼펙트 올킬은 더욱 흐뭇해졌다.
사업 수완이 없는 사람이라고 강준형에 대해 쉽게 말할 수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을 것이다.
강준형이 크게 걸어서 크게 딴 성공 사례가 바로 퍼펙트 올킬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오늘은 왜 부르셨어요, 대표님?”
집 안 구경을 하고 다니다 돌아온 민이 물었다.
“너희한테 한 번은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서. 그동안 서로 바빠서 너희랑 같이 술 마셔 본 기억도 없는 것 같고. 이빈이도 술 마실 수 있지?”
“그럼요, 대표님.”
“그럼 와인 한 잔씩 하자. 좋은 와인이 들어왔는데 나는 남들이 좋은 거라고 하니까 좋은 건 줄 알지 와인 맛을 아는 사람도 아니고……. 어쨌든 좋다고 해서 아껴 둔 거니까 오늘 진탕 한번 마셔 보자.”
멤버들은 싱글벙글하며 테이블 세팅을 도왔다.
“가장 좋은 와인은 좋은 사람들과 마시는 와인이래요.”
제레미가 어디서 들은 말을 하자 모두가 정말 그렇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 말이 맞겠네. 비싼 와인이면 뭐 해? 그 와인을 서러운 마음으로 마시면 그게 뭐가 맛있겠어?”
재훈은 그럴듯하다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고 민은 냉장고에서 치즈를 찾아내더니 그것도 꺼내도 되냐고 대표에게 물었다.
“그래. 먹고 싶은 건 다 가져와. 유통기한 지난 것도 있을지 모르니까 그건 잘 확인해라.”
“으윽. 이거 유통기한 지났어요, 대표님. 세상에. 두 달 된 우유는 도대체 왜 냉장고에 보관하고 계신 거예요? 헉! 이 요거트는 석 달 지났어. 대표님, 도대체 뭘 드시고 사시는 거예요?”
민은 이빈을 부르더니 그 자리에서 버릴 걸 바로 꺼내 주었고 이빈은 대표가 실수로라도 먹지 않도록 곧장 싱크대에 모두 부어 버렸다.
“으으윽……! 이건 우유가 아니에요.”
너무 오래돼서 덩어리져 나오는 우유를 보면서 이빈이 말하자 대표가 민망한 듯 딴청을 부렸다.
“이사 올 때 냉장고에 있던 거 그대로 가져오신 거예요? 새로 이사 왔으면서 냉장고에 어떻게 이런 게 들어 있어요? 신기하네.”
멤버들의 잔소리는 쉽사리 끝이 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야, 렘아. 베란다도 한번 가봐. 이 정도면 베란다에 싹튼 감자랑 양파가 수북할 것 같은데.”
우진이 말하자 제레미가 당장 그리로 향했다.
“우진이 형, 신기 있어요? 어떻게 알았어요? 감자는 없는데 양파가 아주 그냥 산발한 귀신처럼 위로 막 뭐가 푸릇푸릇한 게 돋아나고 있던데요?”
제레미는 대표에게 묻지도 않고 쓰레기봉투가 있을 만한 곳을 뒤져 스스로 찾아내더니 결국 그것들을 치워 버렸다.
그러려고 부른 게 아니었는데 어째 갈수록 분위기가 이상해진다고 생각하면서 대표는 고개를 푹 숙이고 먹을 것들을 준비했다.
“대표님은 그냥 계시는 게 좋겠어요. 저희가 할게요. 일단 용기에서 꺼내면 그게 얼마나 지난 건지 모르잖아요. 저희는 소중한 사람들이니까 신선한 걸 먹어야 한다고요.”
재훈이 말하더니 대표가 하던 일을 뺏어서 했다.
이건 대표가 고생하는 게 안쓰러워서 그러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자기 보존 본능에서 하는 행동 같았다.
그렇게 몇십 분이 떠들썩하게 지나가고 나서야 그들은 자리에 앉아서 와인을 마셨다.
일을 하고 났더니 힘이 들어서 우아함과는 거리가 멀게 벌컥벌컥 들이마셨지만 좋은 와인은 좋은 사람과 함께 마시는 와인이라는 말만큼은 맞는 말인 것 같았다.
“웃기는 녀석들이네. 너희 때문에 내 냉장고가 텅텅 비었잖아.”
대표가 투덜거리자 멤버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대표님, 냉장고를 썩은 우유로 채워 놓으면 안 되는 거예요. 어휴. 본부장님한테라도 한 번씩 집 안을 들여다보시라고 해야겠네요.”
“하정이? 하정이 집은 나보다 더 심할걸? 그건 내가 장담한다.”
대표가 웃더니 강하정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러자 멤버들의 얼굴에 따뜻한 웃음이 감돌았다.
자기들이 아끼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게 되자 저절로 기분이 좋아졌던 것이다.
“하정이가 태어났을 때 얼마나 긴장이 됐는지. 그렇게 귀엽고 약하고 작은 건 처음 봤거든. 손을 대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냥 하정이 옆에서 하염없이 보고만 있었던 것 같아. 하정이랑 눈이 마주치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런데 어찌나 잠을 오래 자는지.”
멤버들은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었고 그런 말이 신기해서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어머니하고 둘이서만 살던 곳에 아버지가 오셨고 그 집에서 하정이가 태어났지. 아버지가 대단한 집안의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 건 한참이 지난 후였어. 돌아다니면서 쉽게 볼 수 있는 제품들을 만든 곳이 아버지의 집안이었지. VIV 그룹. 그곳 회장님의 아들이라는 걸 알게 된 건 우연이었어. 어머니는 조그만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셨고 아버지는 가죽 공방을 하셨거든. 그래서 그런 건 상상도 되지 않았었어.”
멤버들은 단란한 네 가족의 모습을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외곽에 있는 작은 집이었는데 조그만 마당도 딸려 있었어. 나랑 하정이가 각각 관리하는 화단이 있었는데 하정이 화단에서 자라는 건 잘 죽어서 내 화단에 있는 걸 자꾸 옮겨 심어 줘야 했고. 하정이는, 자기 꽃이 더 빨리 자랐으면 좋겠다면서 물을 너무 많이 줬어. 그러면 안 된다고 해도 소용이 없었어. 일단 우리가 볼 때는 물을 조금만 주고 우리가 방심하는 틈에 또 물을 줬거든.”
퍼펙트 올킬은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강하정을 떠올리자 그 모습이 자연스럽게 상상이 됐던 것이다.
“본부장님의 지나친 사랑이 꽃들을 숨 막히게 한 거네요?”
“그렇지. 불쌍한 꽃들.”
대표가 웃더니 멤버들을 바라보았다.
“아버지는 웬만하면 VIV 그룹과 다시는 연결되고 싶지 않으셨던 것 같은데 내가 머리가 크고 어른이 되고 엔터 사업을 하고 싶어 하니까 그때는 힘을 보태 줘야 한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 아버지는 그동안 관계를 거의 끊다시피 했던 사람들을 찾아가서 돈을 빌리셨고 나는 그걸로 회사를 차렸어. 아버지는 그때부터 VIV 그룹의 일원으로 살려고 노력을 하신 것 같아.”
“VIV 그룹 회장님 손자라고 하면 사람들이 대표님을 함부로 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요?”
재훈이 묻자 대표가 웃음 지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가 한 말에서 그 뜻을 떠올린 것이 신기한 듯했다.
“아버지는 우리가 아니었으면 당신의 집안과 다시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았을 거야. 그런데 우리 때문에 그렇게 하셨지. 내가 처음부터 도약에 성공하고 자리를 잡았으면 좋았을 텐데 안타깝게도 그러지 못했고…….”
대표에게서는 이야기가 길게 이어졌다.
VIV 그룹에 대해서 특별히 나쁘게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그들을 본 적이 있던 퍼펙트 올킬은 쉽게 그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
대표의 아버지는 그들과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었고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지도 못했던 듯했다.
그들이 만들어 놓은 기준과 가치관.
그런 것들로는 대표의 아버지를 평가할 수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자유로운 사람이었고 자신의 사랑을 지켜 냈으며 퀸스 워크의 대표와 본부장을 훌륭하게 키워 낸 사람이었다.
그 삶이 의미 없다고 함부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이번에 너희가 아버지 집안 어른들의 눈에 든 것 같아. 그럴 수밖에 없겠지. 이제는 어딜 가나 너희 얘기를 쉽게 들을 수 있고 너희가 찍은 광고 사진을 볼 수 있잖아.”
대표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퍼펙트 올킬은 돌아가는 사정이 생각보다 더 심각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때 느꼈다.
“너희는 VIV 그룹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거야. 겉으로 꾸며진 좋은 이미지. 그런 것 정도나 알까……. VIV 그룹이 지금까지 이름을 알리고 있는 것 중에 대부분은 중소기업 사장과 직원들이 자기들의 인생을 바쳐서 이루어 낸 것들이 많아. VIV 그룹은 정당한 대가를 치르지 않고 시장에 침투해서 기술과 아이디어를 뺏었지. 그게 지금까지 VIV 그룹이 해온 방식이야.”
“…….”
“아버지는 그런 게 싫어서 그곳을 나오셨고. 그런 일을 겪은 분들 중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신 분도 계시고 몸져누우신 분도 계신데 아버지가 그분들 가족을 도와 온 것 같더라. 피해를 전적으로 보상하지는 못하겠지만 아버지가 하실 수 있는 선에서 조금씩 돈을 보내면서 조금이라도 힘이 되기를 바라셨을 거야. 그런데 나는, 퀸스 워크가 그다음 타깃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이야기를 들을 때부터 그 결말이 이렇게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막연하게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퍼펙트 올킬은 크게 놀라지 않았다.
“그게 가능할까요?”
민은 조금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가능하지. 퀸스 워크 소속 연예인들의 활동을 어렵게 만들 수도 있으니까. 제작사에 투자하면서 퀸스 워크 소속 배우들은 쓰지 말라고 압박할 수도 있고, 우리 가수들이 설 공연장 대여를 안 되게 만들 수도 있어. VIV 그룹이 갖고 있는 시설도 많고 인맥은 무서울 정도지. 작정하고 일을 틀어막으려면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이야.”
“그 사람들이 요구하는 게 뭔데요?”
“하정이를 대표로 앉히라는 건데 그건 충격을 완화하려고 하는 말뿐인 것 같고 일단 하정이가 대표가 되면 퀸스 워크를 인수할 방법을 생각할 거야. 하정이는 쉬운 애가 아니지만 조직적으로 압박해 오고 여러 압력이 강해지면 하정이도 버티는 게 쉽지 않을 거야.”
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표가 그 문제를 자기들에게 솔직하게 말해 줘서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일이 한참 진행된 후에야 상황이 심각해진 것을 알았을 테고 그때는 해결 방법을 찾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재훈이 묻자 대표가 다시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는 와인을 마셨다.
답을 갖고 있다면 좋을 텐데 시원하게 해줄 말이 없어서 안타까울 것이다.
그 답은 이제부터 그들이 같이 찾아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