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113
제113화
113화
퀸스 워크.
대한민국 원톱의 엔터 기업.
그곳에 소속된 연예인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입이 쩍 벌어질 수밖에 없는 견고한 제국이었지만 공격하기로 마음먹고 틈을 노린다면 틈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었다.
방송 출연과 광고는 대부분 이미지를 소비하는 일이었다.
거대한 조직이 마음을 먹고 개인의 이미지를 훼손하기로 하고 집요하게 공격을 해대면, 없던 일도 진실이 되기도 하는 세상이었다.
그러나 퍼펙트 올킬은 대표의 말을 듣고도 크게 겁을 먹는 대신 각자 생각에 잠겼다.
“그 작업에 가담할 만한 곳들을 먼저 알려 주실 수 있을까요, 대표님?”
우진이 침착한 소리로 묻자 대표가 그를 보았다.
“응?”
“제작사, 방송사, 퀸스 워크에 피해를 줄 수 있을 만한 사람들. VIV 그룹에서 동원할 수 있는 업체와 사람들을 미리 알 수 있으면 대비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싸움이 일방적으로만 일어나란 법은 없잖아요.”
대표는 우진을 바라보면서 무슨 뜻이냐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다른 멤버들은 그거야말로 퍼펙트 올킬의 방식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대표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까지 이런 일이 한두 번 있어 온 것도 아니잖아요. 지나고 보니까 별것 아니었다고 생각이 되는 거지 그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잖아요. 이 일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지금은 어려워 보이지만 지나고 나면 이것도 별것 아니었다고 생각하게 될 거예요. 그때도 지금처럼 와인을 마시면서 이렇게 회상할 수 있을 거예요.”
대표는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살아온 시간은 그에 비해 터무니없을 정도로 짧은 이들이었다.
그러나 퍼펙트 올킬은 어리고 젊다고 무시할 수가 없었다.
그들이 살아오고 버텨 온 시간들이 얼마나 처절했는지 대표는 알고 있었다.
“정말 그럴 생각인 거야? 이런 얘기를 들었으면 지금이라도 살 궁리를 하면서 다른 곳을 알아보는 게 정상 아니냐고. 너희는 어째 여기에서 그만큼 구르고도 달라지는 게 없냐? 그만큼 굴렀으면 배운 게 있어야지.”
“배워서 이러는 거예요. 여기 말고 다른 곳 중에 갈 만한 곳이 있었으면 벌써 갔죠. 그런데 방송하면서 사람들 만나고 얘기 들어 보니까 여기만 한 데가 없더라고요.”
“그럼 여기에 사람들이 갑자기 몰리기 시작한 것도 너희 때문인 거냐? 너희가 회사 자랑을 하고 다녀서 그런 거야?”
“그런 걸 수도 있죠?”
“이 녀석들이. 방송하라고 했지 누가 회사 PR하라고 했냐? 너희 때문에 이렇게 바빴었던 거잖아?”
대표도 이제 긴장감 같은 것은 잊은 채로 말했다.
멤버들은 대표의 얼굴에 그런 표정이 지어진 것이 좋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그저 그 자리에 굳건히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는 존재가 있기 마련이었고 그들에게는 대표가 그런 존재였던 것이다.
“정말…… 너희는 계산적이지 못해서 고생 좀 할 거다.”
대표가 걱정된다는 듯이 고개를 저어 대며 말했다.
미안했을 것이다.
떠밀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자기가 미울지도 모르고 자괴감에 괴로워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벌써 어느 정도 일이 구체적으로 진행된 것처럼 걱정하고 있다는 것도 신기한 일이기는 했다.
아마도 대표의 아버지가 그런 이야기를 미리 하면서 계속 주의를 주어서 그렇게 된 듯했다.
“대표님, 다른 회사 대표 같았으면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는 걸 알았으면 대충 회사를 다른 사람한테 넘기고 자기 혼자 호의호식할 방법을 찾았을 거예요. 지금의 퀸스 워크는 누구나 다 탐내는 곳이잖아요. 그런데 저희를 불러서 이런 말을 하고 있다는 자체가 대표님은.”
우진이 말을 하다 멈췄다.
무슨 말을 하려고 한 건지는 아는데 정말 끝을 맺기가 곤란하겠다는 듯이 다른 멤버들이 그를 보았다.
“뭐지? 뭐라고 해야 되냐?”
우진이 물었지만 멤버들은 도와주지 않았다.
“그걸 왜 저희한테 물어요? 형이 끝맺으셔야죠.”
제레미가 웃으며 말하자 우진이 포기하고 대표를 보았다.
“그렇다고요. 저는 대표님 존경해요. 그리고 퍼펙트 올킬에게 어울리고 퍼펙트 올킬이 있을 곳은 퀸스 워크밖에 없다고 생각하고요. 영원히 같이해요, 대표님. 퍼펙트 올킬이 있는 동안은 계속요.”
대표는 결국 더 이상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와인은 대표 혼자 거의 다 마신 듯했다.
그의 얼굴에는 결국 환한 웃음이 지어졌고 퍼펙트 올킬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누군가 그들을 저격하기 위해 총구를 겨누고 있다는 것을 예상했지만 위축되지는 않았다.
대표는 갑자기 퍼펙트 올킬을 돌려보냈다.
“할 일이 생각났어. 알아볼 것도 있고. 그동안 VIV 그룹이 다른 중소기업을 먹어 들어갈 때 어떤 식으로 작업했는지 좀 더 자세히 살펴봐야겠다. 그래. 퍼펙트 올킬을 가진 퀸스 워크가 이렇게 쉽게 물러설 수는 없지. 이번에는 상대를 잘못 골랐다는 걸 알게 해줘야겠다. 그 사람들도, 그리고 그 사람들이 내민 손을 잡은 자들도 모두.”
대표의 말을 듣고 퍼펙트 올킬은 환한 웃음으로 그를 응원하고 그곳을 떠나왔다.
퍼펙트 올킬에게는 대표가 상상하지 못한 무기가 있었다.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비밀을 천천히 풀어낼 수 있는 채널.
모두의 눈을 속인 채 자기들의 제국을 확장해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VIV 그룹은, 어느 웹소설 플랫폼에서 시작된 누수가 제국에 어떤 균열을 가져올지 상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 * *
‘역주행’의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그동안은 리와쳐블의 방송 활동과 그들이 방송 활동을 통해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에 대해 집중을 해왔다면 어느 순간 그들이 소속된 기획사로 초점이 옮겨졌다.
작중의 기획사가 퀸스 워크라는 사실을 사람들은 쉽게 상상했고 거기에 나오는 인물들도 현실의 인물에 대입하며 재미있게 읽었다.
[퀸스 워크 대표랑 본부장은 정말 마음에 드는 캐릭터임. 이 사람들이 소설 속에만 머무는 환상의 생명체들이 아니라 실제로 퍼펙트 올킬을 도와주는 사람들이라는 게 정말 좋다. 강하정 본부장이랑 퍼펙트 올킬 케미 정말 좋아서 가끔 본부장이 카메라에 잡히면 반가워.] [퍼펙트 올킬이 복이지. 아니, 퀸스 워크 대표 복인가? 어쨌든 이 사람들은 정말 잘 만난 것 같아.]소설을 쓰는 우진의 시선이 따뜻했기에 사람들 역시 대표와 본부장에 대해 호감을 키워 나갔다.
[그런데 요즘 ‘역주행’ 분위기가 조금 이상하지 않아? 나만 느끼나? 유쾌한 얘기를 하고 있는데 음산한 기분이 느껴져. 안 좋은 일이 생길 것처럼.] [그건 그래. 뭔가 일이 일어날 건가? 이건 지금까지 픽션이라고 했지만 거의 논픽션에 가까웠는데 무슨 일이지? 퍼펙트 올킬이 은퇴를 마음먹고 있는 건 아니겠지? 분위기는 거의 그런 분위기인데.] [설마. 퍼펙트 올킬이 은퇴하면 나는 무슨 낙으로 살아? 그건 아닐 거야. 그런데 분위기가 이상한 건 맞는 것 같아.]사람들은 뭔가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다고 생각하며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 우진은 방송 활동을 잠정적으로 멈추고 ‘역주행’의 집필에만 몰두했다.
외부에는, 연습 도중 가벼운 부상을 당해 며칠 동안 쉬어야 한다는 정도로 설명을 해둔 상태였다.
퍼펙트 올킬의 다른 멤버들이 바쁘게 스케줄을 소화해 냈고 우진에 대해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말을 해주어 팬들은 우진이 복귀하기를 기다렸다.
우진은 ‘역주행’의 집필에 시간을 오래 투자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하며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분량을 써냈다.
소설을 쓰는 동안 대표가 보내 주는 자료는 큰 도움이 되었다.
대표는 ‘역주행’의 작가가 우진이라는 사실을 아직까지 모르고 있었고 그가 가져온 자료를 그대로 사용할 수는 없어서 우진은 각색을 거쳤다.
지금 소설을 본 사람들은 소설에 언급된 재벌이 VIV 그룹이라는 걸 알 수 없었고 갑자기 왜 그 이야기가 들어오는지도 이해하지 못했다.
소설 속에서는 VIV 그룹과 기획사 대표의 관계에 대해서도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 사실을 언급하면 쉽게 VIV 그룹을 추측해 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에 의도적으로 그 둘을 연결하는 고리를 감춰 두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언젠가 때가 되면 사람들의 눈앞에 드러나게 될 것이고 그때가 되면 왜 작가가 이런 이야기를 한 건지도 이해하게 될 터였다.
지금은 ‘역주행’ 속 리와쳐블이 지인을 통해 듣게 된 이야기 정도로만 가볍게 지나갔는데 그동안 ‘역주행’에 나왔던 이야기들 중에 아무 의미 없이 지나간 것이 없었다는 점에서 몇몇 감 좋은 독자들이 특별하게 주목하고 있을 뿐이었다.
안정적으로 순위권에 안착한 후에는 거의 연참이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는 작가가 이번에는 무슨 일인지 연참까지 했다.
새로운 회차가 올라올 때가 아직 안 됐는데 한 편이 더 올라왔을 때 사람들은 이게 무슨 일이냐면서 신나게 소설을 읽었고 저녁쯤에 한 편이 더 올라왔을 때는 의심의 눈초리를 했다.
독자들이 불안하게 ‘역주행’을 읽으며 글을 남기는 동안 우진은 계속해서 소설을 썼다.
대표가 보내 준 자료는 상상 이상이었다.
VIV 그룹이 중소기업의 아이디어와 사업 아이템을 착취한 사례는,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이 평생을 들여 연구와 실험을 통해 내놓은 역작을 무료로 풀어 버려 시장성을 한순간에 사라지게 만든 일도 다반사였다.
우진은 그것을 VIV 그룹과 연결되지 않도록 최대한 각색했고, 새로 쓴 회차를 그대로 올렸다.
독자들은 이제 작가가 왜 그렇게 많은 회차를 한꺼번에 올리는지 거기에 대한 걱정은 잠시 뒤로 미루고 작품의 내용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이런 양아치 같은 것들이 있다고? 실제로 일어나는 일은 아니겠지?] [이런 일 현실에서도 비일비재함. 나 아는 분도 이런 식으로 평생의 업적을 뺏기고 정신 질환으로 입원하셨어.] [나 같아도 이런 일 당하면 제정신 유지 못하겠다. 아직도 세상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게 비참할 따름이야.] [‘역주행’에서 이런 사건들을 다뤄 주는 것도 좋기는 한데…… 그런데 어떻게 연결이 될지 몰라서 여전히 좀 불안하기는 하네. 그래도 지금까지 잘 풀어 왔으니까 작가님 믿고 기다려야지.] [그래. 우리가 설레발치면 작가님도 불안해서 급전개할 수도 있어. 생각하신 게 있을 테니까 그대로 잘 풀어 가기를 기다리면 될 것 같아.]우진은 그 반응을 지켜보면서 이제부터 쓰게 되는 내용들은 비축분으로 남겨 두었다.
이제부터는 전처럼 다시 매일 한 편씩을 올리면서 VIV 그룹이 하는 것을 보며 풀어 나갈 예정이었다.
그는 VIV 그룹이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예상하고 그 사건들을 미리 구성해서 소설을 써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