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115
제115화
115화
“나한테 넘기라고 하는 건 내가 조종하기 쉬울 거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뿐이라는 거 오빠도 알잖아. 결국은 나한테서도 뺏을 거야. 그리고 퀸스 워크를 운영할 자격도 안 되고 애정도 없는 사람에게 포상처럼 내리겠지.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잖아. 퀸스 워크가 우리에게 어떤 곳인데. 할아버지건 큰아버지나 작은 아버지건, 사촌들이건. 아무도 안 돼.”
강하정의 말은 단호했고 강준형도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 알았어. 나도 정신 똑바로 차릴게.”
우진이 도착한 것은 두어 시간이 더 지난 후였고 그때는 자리에 강하정이 없었다.
강준형은 우진이 뭐라고 말할지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우진은 자기가 해명해야 할 건 없다고 생각한 듯 태평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허. 미안하다고 안 하냐?”
“죄송은 하죠.”
“죄송은 해? 하!”
강준형이 우진을 노려보자 우진이 웃었다.
“그런데 대표님 위해서 그런 거예요. 생각해 보시면 대표님도 아실 수 있잖아요. 그걸 미리 알았다고 생각해 보세요. 얼마나 살 떨리셨겠어요.”
“…….”
반박을 하고 싶었지만 할 말이 없었다.
그 말을 듣고 나서 정말 살이 떨렸고, 이 사실을 더 일찍 알았으면 정말 떨렸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는 결국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지 우진에게 물었다.
“아직 구체적으로 계획된 건 없어요. 대표님이 보내 주시는 자료가 도움이 되고는 있어요. 그런 식으로 퀸스 워크를 무력화시킬 거라는 걸 예상하면서 쓸 수 있었으니까요. 만약에 ‘역주행’이 없었다면 사람들은 VIV 그룹이 벌이는 일을 이해하지 못했겠죠. VIV 그룹은 다른 때처럼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동안 퀸스 워크를 장악할 수 있었을 거예요.”
그렇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우진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대표도 이제는 그것을 인정해야 했다.
“다른 방법으로는 뭐가 있을지 그런 걸 생각해 두는 게 중요해요. 그걸 알려면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이해할 필요가 있고요. 그건 대표님 전문이니까 저한테 알려 주세요.”
“그래. 알았다.”
강준형은 자기가 할 일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자 안도했다.
이제 뭘 해야 할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자신감도 생겼다.
“고맙다, 우진아. 처음에 너희를 발견했을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도움을 받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그때 너희를 못 만났으면 어떻게 됐을까?”
“일어나지 않을 일은 상상하려고 애쓸 필요도 없는 것 같아요. 퍼펙트 올킬과 퀸스 워크는 결국 만날 수밖에 없었을 것 같거든요.”
대표도 결국 웃음을 터뜨리며 인정했다.
운명.
그도 이제는 그것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 * *
강석준.
강준형의 아버지 강석현의 큰형인 그는 조용히 퀸스 워크를 접수하라는 명령을 받은 참이었다.
아버지는 무뚝뚝하고 고집이 센 사람이었다.
그는 자기가 마음먹은 대로 일이 되지 않으면 참지 못하는 사람이었고 원하는 일이 있으면 어떻게든 그 일이 이루어지는 것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다.
곧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장년처럼 정정했고 아마 100세까지는 충분히 살고도 남을 것 같았다.
직계나 방계 중에 그의 장수를 원하는 사람이 있기는 할까 하면서 강석준은 혼자 한숨을 쉬었다.
‘도대체 언제까지…….’
재계의 다른 경쟁 업체들을 보면 수장이 일찌감치 자리를 내주고 물러나 앉아 후계 구도를 일찍부터 확고히 한 곳이 많았는데 VIV 그룹은 그럴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버지가 죽도록 고사를 지낼 수도 없는 일이고 강석준은 속이 답답했다.
그러던 차에 퀸스 워크를 접수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이 나이에 그런 짓까지 해야 하는 건가 해서 그는 속이 좋지 않았다.
동생 놈들이 아닌 자기에게 그 일을 시킨 이유를 강석준은 알 수가 없었다.
아버지는 퀸스 워크가 만만한 곳이 아니니 직접 나서라고 했다.
말은 그럴듯했지만 그는 그것이 실제 이유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아버지가 괜히 퀸스 워크에 꽂혔고 중국인 사업 파트너가 관심을 갖고 있는 퍼펙트 올킬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에 화가 나 그런 거라고만 생각했다.
강석준은 그 일에 직접 나설 생각이 없었지만 아버지가 수시로 불러 그 일을 확인하니 어쩔 수가 없었다.
퀸스 워크는 어떻게 됐냐.
왜 거기 소속 가수와 연기자들이 계속 TV에 나오는 거냐.
노인의 불평은 끝도 없었다.
아무리 VIV 그룹이 방송계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 정도로 큰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은 사람들을 갑자기 퇴출시키는 것은 어려웠다.
무리하게 그런 일을 강행했다가는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을 수도 있고 대중들의 외면을 받을 수도 있는데 노인은 그런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는 아직도 그들이 얼마든지 갑질을 해도 되는 세상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갑질.
해도 되었다.
걸리지만 않으면.
그러나 일단 걸리면 그 결과는 감당하기 어려웠다.
전 같으면 문제가 되지도 않을 일들이 불거져서 기업이 흔들리는 일이 이제는 비일비재했다.
강석준은 말이 통하지 않는 노인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었다.
요즘에는 그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면 위험하다고 말하면 노인은 그저 비웃을 뿐이었다.
그리고 싸늘한 얼굴을 한 채 한마디를 덧붙였다.
못 하겠거든 그만두라고.
그 정도 일도 해결하지 못하는 걸 보면 그 자리가 너에게는 벅찬 것 같다고.
강석준은 그 말이 떠올라서 깊은 한숨을 내쉬고 비서를 불러들였다.
“천천히 시작해.”
“예, 사장님.”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주의해서 해. 서두르다가 망치지 말고. 그러다가 다른 사업에까지 영향이 미치면 안 돼.”
그러면 끝장이었다.
지금 그는 형제들과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VIV는 각 계열사가 급성장을 거듭하며 그룹의 시가총액이 280조 원을 넘어서면서 재계에서의 서열을 높여 나가고 있었다.
그런 그룹의 총수가 된다는 것은 누구나 한 번쯤 꿈꿔 볼 만한 일이었지만 강석준에게는 그것이 단순한 꿈만은 아닐 터였다.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에 그것이 있었다.
왕좌를 얻기 위해 태어난 사람.
제국을 다스리도록 그에 걸맞은 교육을 받으며 지금까지 성장해 온 그였다.
노인이 변덕을 부려 내놓은 잡스러운 일에 발목이 잡혀 눈앞에서 그것을 모두 잃을 수는 없었다.
‘최대한 빨리 끝내 버리면 돼. 인정을 받아 버리면 그만이지. 이번 일을 확실하게 처리해 버리면 노인네도 더 이상 트집을 잡지 못하겠지. 거기다가 노인네가 병이라도 걸려서 확 쓰러져 버리면 금상첨화인데.’
강석준은 왜 자기에게 그런 작은 행운조차 따르지 않는 건가 하며 안타까운 한숨을 쉬었다.
* * *
VIV 산하의 몇몇 레이블이 조용히 움직였다.
그들은 퀸스 워크의 연기자와 가수들을 방송계와 광고계에서 퇴출할 방안을 알아보도록 했고 그 일이 잡음 없이 실행되도록 일선의 관계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방송계는 하나의 커다란 유기체처럼 움직였다.
그 흐름 중 한 부분에 영향력을 행사하면 기획사 하나의 목줄을 쥐는 것은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조용히.
그리고 은밀하게.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하라는 게 이 일의 핵심이었다.
새로 크랭크인이 예정된 영화와 드라마들은 많았고 좋은 배우를 찾기 위한 소리 없는 전쟁이 연일 벌어졌다.
청운의 꿈을 가진 사람들은 내일의 스타가 되기 위해 오디션 현장을 찾았다.
자기가 원하는 배역을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노고를 마다하지 않는지, 업계의 관계자들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거기에 사나운 입김이 작용했다.
퀸스 워크 출신 배우에 대한 보이콧.
그것은 실제로 아주 은밀하게 진행되었다.
오디션 현장에서 심사를 맡은 이들에게 비밀스럽게 전달되었고 그들은 퀸스 워크 출신의 연기자들에게 아주 박한 점수를 주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한 사람도 있었다.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캐스팅 권한을 정당하게 행사하는 것을 가지고 왜 다른 사람의 눈치를 봐야 하는 건가 했던 것이다.
그래도 투자자의 당부를 거스를 수는 없어 일단 조심하는 척은 하면서 요구를 따랐다.
며칠 사이로 열린 오디션 결과가 발표됐고 예정된 대로 퀸스 워크의 모든 연기자들이 고배를 마셨다.
그것은 사소하다면 사소한 일이었다.
원래대로라면 사람들의 관심을 크게 끌 일도 아니었다.
‘역주행’을 통해 그 일을 미리 학습하지 않았다면 사람들은 어느 건물에서 조용히 진행된 오디션 결과에 관심을 갖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하필 ‘역주행’에 그런 내용이 나온 후였고 몇몇 사람이 그 내용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 작은 공을 쏘아 올렸다.
[대박! 나 지금 완전 소름 돋음. ‘역주행’ 읽고 요즘 이상하게 여운이 남고 기분도 우울하고 그랬는데 요즘 오디션 보는 곳이 많더라고? 영화 크랭크인 소식도 들리고 해서 내가 한번 찾아봤잖아? 결과가 발표된 곳들만 찾아서 긁어 온 건데 거짓말처럼 퀸스 위크 배우들이 없어. 정말 단 한 명도 없는 거야. 혹시 퀸스 워크에서는 지원을 안 한 건가 했거든? 나님이 그런 쪽으로 집요하거든. 그래서 알아봤다고. 그런데 오디션 본 사람들이 전부 떨어졌대. 이게 확률적으로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 퀸스 워크 배우군 누군지 앎?]게시자는 친히 퀸스 워크에 소속된 연기자들의 명단을 필모그래피와 함께 따로 작성했다.
그리고 오디션에 합격한 사람들의 명단과 필모그래피를 비교할 수 있도록 모아 올렸다.
대단한 열정이었다.
그 글을 본 사람들은 평소 같았다면 대단한 관심을 보이지 않은 채 그냥 지나갔겠지만 석연치 않은 ‘역주행’의 글을 본 이후 그 게시 글을 보자 의혹이 증폭되었다.
한 사람의 수집 능력은 여러 사람이 동시에 달라붙었을 때의 폭발적인 힘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뭔가 있다고 생각하며 냄새를 맡은 네티즌 수사대가 즉각 그 일에 붙었고 재미있는 일이 있다는 소식을 들은 이들이 그곳으로 집결했다.
[무선 129. 무선 129. 퀸스 워크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누가 퀸스 워크에 악의적으로 영업 방해를 하고 있는 건가?]단순히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 의문을 품는 사람도 있었지만 발 빠르게 취재를 해서 사실 관계를 파악하는 이도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모아진 정보는 기사화되기도 했다.
[웹소설 ‘역주행’의 예언 실현되나. 특정 기획사 소속의 연기자들, 불투명한 이유로 배역에서 제외돼] [경력과 연기력. 어떤 것도 소용이 없었다. 퀸스 워크의 주홍 글씨가 찍힌 이상] [퀸스 워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자극적인 제목은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자칫 음지에서 아무도 모르게 벌어지고 묻힐 수 있었던 일들은 폭발적인 관심을 받으며 커다란 이슈가 되었다.
오디션을 주최하고 퀸스 워크의 배우들을 떨어뜨린 제작사에 문의가 빗발쳐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
사람들은 그것을 단순히 퀸스 워크의 배우들이 당한 불행한 일로 치부하지 않았고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부당한 행태에 크게 분노했다.
무슨 일로 배제된 건지도 알지 못한 채, 오랜 노력을 무시당한 연기자들에게 쉽게 자신들을 이입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