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119
제119화
119화
“모 프로그램에서 차우진 씨와 연리지 씨가 팀을 결성해서 보여 주신 곡이 그 후로도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예정에는 없었지만 이 자리에서 한번 부탁드려 봐도 될까요?”
남자 MC의 말에 연리지와 우진은 서로를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수도 없이 호흡을 맞춰 왔었기에 걱정이 없었다.
그 자리에서 반주 없이 두 사람이 화음을 이루어 내자 순식간에 사람들이 모두 조용해진 채 그들이 노래에 몰입했다.
천상의 하모니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노래가 흘러가자 곧 요란한 박수 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두 분을 직접 모시고 이렇게 가까이에서 노래를 들을 수 있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정말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난 것 같습니다.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요.”
MC들의 말에 연리지는 환하게 웃으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러나 우진은 못마땅한 표정을 하고 있는 예지현 때문에 계속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럼 예지현 씨, 이제 다음 순서를 진행해 주시죠.”
남자 MC가 말하자 예지현이 갑자기 말했다.
“저도 한 가지 부탁해도 될까요? 저는 연리지 씨 볼 때마다 만화영화 도리도리 바나나에 나오는 막내 바나나를 닮았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 바나나가 자꾸 혼자 돌아다니잖아요. 그러다가 사람들이 밟고 넘어지면 미안하다면서 굽신거리는 장면이 킬링 포인트인데. 연리지 씨, 그거 한 번만 해주시면 안 될까요?”
갑작스러운 말에 모두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도리도리 바나나는 아이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만화였고 거기에 나오는 바나나들은 모두 각각의 특색을 갖고 있었는데 그중에서 막내 바나나는 항상 문제를 일으키는 사고뭉치 캐릭터였다.
늘 실수하고 사과하는 게 일상이 된 바나나는 사과를 할 때마다 엉덩이를 뒤로 쭉 빼고 눈을 휜 채로 인사를 하곤 했는데 귀엽다기보다는 멍청해 보이고 밉상이었다.
막내가 사고를 치면 다른 바나나들이 막내를 찾아다니며 그 일을 수습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었는데 예지현이 연리지에게 그 바나나 역할을 시킨 것이다.
연리지는 당황한 것 같았지만 그래도 해보려는 듯 바나나 행동을 떠올리고 있었다.
우진은 그런 연리지를 보다가 그녀를 막았다.
“이건 예고에도 없었고 사전에 상의도 없던 일입니다. 제 생각에는 예지현 씨가 즉흥적으로 시킨 일인 것 같은데 맞습니까?”
우진이 갑자기 그런 말을 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지 예지현이 당황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도와 달라는 듯이 옆에 있던 MC들을 보았다.
“저는 해도 되는 줄 알았어요. 자연스럽게 진행하라고 하셔서……. 그리고 선배님도 시켜 보라고 하셨잖아요. 선배님이 시키셔서 제가 대신 말을 한 건데…….”
예지현의 말에 이번에는 옆에 앉아 있던 MC가 깜짝 놀라 그녀를 보았다.
카메라는 돌아가고 있었고 여기에서 정색을 하면 분위기가 이상해질 거라고 생각해서 말을 못 하는 것뿐이지 그런 말을 한 적은 없는 게 확실해 보였다.
우진은 대충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 건지 파악하고 말을 이었다.
“연리지 씨가 방송 출연을 잘 안 한다는 건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PD님도 직접 그 얘기를 하면서 저희 퍼펙트 올킬에게 연리지 씨를 섭외해 달라고 부탁하셨으니까요. 연리지 씨가 오늘 여기에 나온 건 저희가 부탁을 해서였습니다. 그렇게 어렵게 나왔는데 예지현 씨는 계획에도 없고 재미도 없는 걸 시켜서 난처하게 만드는군요.”
“아니. 그게 아니라…… 재미있겠잖아요. 얼굴도 닮았고…….”
예지현은 물러서려고 하지 않았고 사람들의 반응은 더욱 나빠졌다.
“어딜 보고 닮았다고 하는 건지 이해가 안 되네요. 그렇게 치면 예지현 씨가 둘째 바나나를 닮은 것 같은데 그 돌고래 톤으로 소리 지르는 걸 해보면 어떻습니까?”
우진이 말하자 퍼펙트 올킬이 슬슬 그를 말리려 했다.
우진이 연리지를 싸고도는 모습을 보여 봐야 좋을 게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아이돌 팬들은 자기들이 좋아하는 아이돌이 다른 여자를 감싸는 걸 좋아하지 않고 그런 경우에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었다.
연리지를 도와주려고 한 일이 오히려 연리지를 난처하게 만들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우진은 멈추지 않았다.
“연예인은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그것으로 먹고사는 직업입니다. 이미지가 고착화되면 이미지 변신이 힘들어지기도 한다는 걸 모르지 않을 텐데 이상하군요.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재미로 한 일 같지는 않아서 말입니다.”
그러자 예지현은 방향을 바꾼 듯 울먹이기 시작했다.
“처음이고 잘해 보려는 욕심에……. 그리고 저는 막내 바나나가 귀여워서 연리지 씨랑 잘 어울릴 것 같았고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네. 저도 둘째 바나나가 귀여워서 예지현 씨랑 잘 어울릴 것 같았고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부탁합니다.”
처음에는 예지현이 황당한 짓을 한다고 생각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예지현이 좀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우진이 표정도 바꾸지 않고 계속 몰아세워서였다.
“그만해. 별것도 아닌 일 가지고 왜 열을 내고 그래. 나도 막내 바나나 귀엽던데.”
연리지가 말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서 막내 바나나의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흉내 내고 사과하는 모습을 해 보였다.
게스트들은 손뼉을 치면서 웃으며 리액션을 해주었다.
그러나 재미있어서 웃은 사람은 아무도 없는 듯했고 분위기가 굉장히 어색해졌다.
결국 녹화가 중단되고 잠시 쉬어 가기로 결정이 났다.
“우진아, 너는 그냥 조용히 있어. 너 때문에 리지가 더 난처해지잖아.”
재훈이 우진의 팔을 잡고 말하자 우진이 한숨을 쉬고 연리지를 바라보았다.
연리지의 주위에는 어느새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서 정말 재미있었다는 말을 하거나 괜찮냐고 위로를 해주었다.
연리지는 당황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크게 놀란 얼굴은 아니었다.
우진은 그 자리에 있다가 괜히 일을 크게 만들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화장실에나 다녀올 생각이었다.
퍼펙트 올킬도 연리지의 옆으로 가서 같이 얘기를 나누고 있었기에 연리지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재훈의 말대로, 자기가 계속 신경 쓰고 도와주는 것이 오히려 연리지에게 해가 될지도 모른다고 여기며 화장실에 가서 손을 씻고 나올 때였다.
맞은편에서 예지현이 걸어오고 있었다.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우연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차우진 씨.”
우진은 다가오는 예지현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뭐죠?”
“연리지 씨를 차우진 씨가 섭외했다는 건 알고 있어요. 그렇다고 차우진 씨가 연리지 씨가 보호자도 아닐 거고 연리지 씨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자기 의사 표명도 못하는 사람도 아닌데 그런 식으로 하는 건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반감만 살 것 같아요. 솔직히 제 눈에도 좋게 보이지는 않았고요.”
새로 들어온 MC가 그렇게 말을 잘하는 줄은 알지 못했다.
우진은 그녀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사과를 하려는 걸 거라고 생각했고 예지현이 사과하면 적당히 받아 주고 넘어가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그러다가 생각지도 않았던 말들이 나오자 기가 막혔다.
“나는 여기에 있는 두 사람 중에 그나마 앞가림을 잘하는 사람은 나인 것 같은데 이런 말을 들으니 황당하군요. 예지현 씨는 예지현 씨 일이나 신경 쓰지 그럽니까? 큐시트에 적혀 있는 거나 보고 그대로 진행이나 하세요. 진행도 제대로 못하고 버벅거리면서 다른 사람들 시간 낭비하게 하지 말고 말입니다.”
“……!”
예지현의 눈썹이 분노로 꿈틀거렸다.
우진은 자기가 더 이상 그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가 지나가려고 했을 때 예지현이 갑자기 휘청이더니 우진이 있는 쪽으로 비틀거렸다.
균형을 잃는 것 같았지만 잡아 줄 생각은 없었고 그는 몸을 피했다.
걸어오는 중이었다면 잘못해서 넘어질 뻔했나 보다고 억지로라도 이해를 했겠지만 이건 그런 것도 아니었다.
평평하기만 한 바닥.
게다가 장애물도 없었다.
아무리 봐도 의심스럽기 짝이 없는 동작으로 기대 오는 예지현을 보자마자 본능적으로 몸을 내빼 버렸던 것이다.
예지현은 설마하니 우진이 그럴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듯했고 추진력을 감당하지 못한 몸으로 비틀거리다가 그대로 넘어졌다.
우진은 예지현이 뭘 하자는 건지 알지 못했고 그때 사람들 몇이 그쪽으로 오는 것을 보았다.
혼자 바닥에 넘어진 예지현은 창피하고 화가 났는지 갑자기 소리를 버럭 질렀다.
“지금 나를 밀친 거예요?! 내가 처음 MC를 맡았다고 우스운가요?”
우진은 이럴 때 뭐라고 말을 해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다가온 사람들도 예지현이 하는 말만 믿지는 않고 우진을 바라보았다.
녹화 도중에 이미 무리수를 두어 진행을 했고 자기가 불리한 상황이 되자 다른 MC가 시켰다며 거짓말까지 한 예지현이었다.
게스트로 함께 출연한 그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우진에게 이해하라는 듯이 말하고 지나갔다.
우진이 그냥 지나가려는데 이제는 스태프 몇 명이 그쪽으로 왔다.
그들은 예지현이 넘어져 있는 걸 보고 우진과 그녀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난처하고 당황한 기색이었다.
예지현은 우진이 자기에게 화를 내고 밀어 넘어뜨렸다고 말했고 스태프들은 난감한 표정을 지은 채 자기들이 왔던 길을 돌아가 다른 사람들을 불러왔다.
예지현은 그 자리에 사람들이 더 모여들자 자기가 했던 거짓말을 점점 부풀렸다.
“우진 씨, 예지현 씨 말이 사실입니까?”
PD는 어느 정도 예지현의 말을 믿는 것 같았고 그녀는 그때까지 바닥에서 일어나려 하지도 않은 채 버티고 소리를 질렀다.
스태프 몇 명이 다가가서 일으켜 주려고 했지만 일어나지도 않고 버텼다.
나중에는 퍼펙트 올킬도 왔고 연리지도 그 사이에 끼어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우진을 보았다.
그러나 우진은 태연이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차우진 씨, 예지현 씨를 밀어서 넘어뜨렸으면 그건 폭행입니다. 이곳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 해명을 해야 할 겁니다.”
PD가 말하자 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링크 하나 보내 드릴 건데 거기 들어가서 보세요. 예지현 씨가 한 행동이 전부 찍혔고 그게 지금 거기에 올라가 있으니까요. 예지현 씨도 같이 보세요. 예지현 씨 연기자죠? 연기를 그렇게 해서 먹고살 수는 있겠어요? 그리고 PD님, 녹화 더 이상 못 할 것 같으니 저는 돌아갑니다. 녹화가 중단된 이유에 대해서도 제가 다 해명해 놨으니까 다른 말 하실 생각은 마시고요.”
우진이 말하더니 퍼펙트 올킬을 보았다.
“너희는 어떻게 할래? 나는 갈 건데.”
“완전체잖아, 완전체. 오랜만에 완전체로 움직였는데 퇴근을 너만 하는 게 말이 되냐?”
재훈이 말하고는 연리지를 보았다.
“같이 갈 거야?”
연리지는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했지만 퍼펙트 올킬과 우진이 없다면 그 재미없는 자리에 버티고 있을 이유도 없었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고 순식간에 퍼펙트 올킬과 함께 사라지자 PD는 멍하니 서서 그 모습을 황당하게 보고 있다가 우진이 보내 준 링크를 타고 들어가 영상을 보았다.
이 사람은 도대체 언제 이걸 찍은 걸까 할 정도로 절묘한 각도와 선명한 화질로 예지현의 모습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