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12
제12화
12화
자신이 주미나 작가라는 걸 밝힌 이후 우진은 생각지도 못한 난관에 봉착했다.
멤버들이 수시로 자기들의 매력을 어필했던 것이다.
“형. 제가요, 사람들이 잘 모르는데 굉장히 잘생겼거든요. 속 쌍꺼풀도 있고 제가 씩 웃으면 보조개도 들어가요. 여기요. 한쪽만. 그리고 자세히 보면 제가 쇄골 미남이거든요. 보실래요?”
“넣어 둬라.”
제레미는 막 쇄골을 보여 주려다가 제지당했다.
“형, 제가 알려지지 않은 짐승돌이거든요. 사람들은 그걸 알 필요가 있어요. 제 돌벅지 한번 보실래요? 벽돌을 콱콱 박아 놓은 것 같은 제 근육을 보시면 앞으로 저에 대해 묘사하실 때 더 사실적으로 묘사하실 수 있을 거예요.”
“아니. 그건 그냥 알려지지 않은 상태로 놔두자, 민아. 우리만 아는 걸로 하면 좋잖아.”
“형, 그러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아요?”
“아까워도 형이 참을게. 그보다 너 탈모 증상 있다는 거 쓸까? 너 머리 감고 나오면 수채에 머리카락이 수북하던! 웁!”
민이 갑자기 입을 틀어막는 바람에 우진은 퉤퉤거리며 침을 뱉었다.
그들만 그러는 게 아니었다.
손재범 PD는 미팅 자리에서 자꾸만 우진에게 웃으며 주 작가랑 다시 연락할 일이 생기거든 자기에 대해 느낀 걸 솔직히 말해 주면 좋겠다고 했다.
우진 자신은 글을 쓰는 입장이라 독자의 입장을 간과하고 있었고 한번 캐릭터가 친근하게 묘사되면 사람들이 얼마나 그 캐릭터에 대해 호감을 갖게 되는지 깨닫지 못했다.
그러나 우진의 소설을 읽는 사람들은 그것을 아주 잘 알았다.
묘사 한 문장, 대사 한마디에 따라 자기들이 얼마나 다르게 인식되는지 정확하게 알았던 것이다.
“네. 말은 해 볼게요.”
“그래. 고마워.”
우진은 PD가 아직 주 작가의 정체를 몰라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멤버들에게 시달리는 것도 괴로운데 손 PD까지 가세한 모습은 상상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퍼펙트 올킬의 멤버들은 자기들과 함께 여행을 하게 될 전문가를 알지 못했고 무척이나 궁금해했지만 손 PD는 현장에서 처음 만나는 게 그림 따기에 좋을 것 같다면서 알려 주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때까지는 따로 뭘 배우려고 하지 말고 음악만 많이 들어 두라고 했다.
“아 참, 퀸스 워크에 대해 혹시 들어 본 적 있나? 거기 대표를 소개해 줄까 하는데.”
퀸스 워크는 미디어 재벌이라 불리는 그룹 산하의 기획사로 대한민국 엔터테인먼트 업계 3대장 중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대형 기획사였다.
퍼펙트 올킬의 멤버들은 눈이 동그래진 채 서로를 바라보았다.
자기가 지금 제대로 들은 게 맞냐는 얼굴이었다.
“얼굴 보니까 들어는 본 것 같은데. 어떻게들 생각해?”
“거기 A&R 팀은 정말 최고라고 들었습니다. 브라운 스톤즈 선배님들 6집 앨범 레벌루션을 그분들이 기획했다고 들었습니다. 그거 보고 정말 숨이 멎는 줄 알았어요. 퀸스 워크는 제가 가장 가고 싶은 곳입니다.”
우진은 홀린 듯이 말했다.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였고 그 대답이 손 PD의 마음에 꼭 든 듯했다.
“다행이네. 퀸스 워크 대표도 퍼펙트 올킬을 아주 좋아해. 가장 마음에 드는 건, 거지 같은 데뷔 앨범을 냈다는 거래. 아무리 망해도 2집은 1집보다 나을 거라는 건 완전히 특혜라면서 기대가 커. 네 사람 모두 음색이 독특하고 매력적인데 그걸 지금까지 썩혀 두기만 했다고 제이디 엔터 대표 욕을 엄청나게 해 대고 있지. 이건 비밀인데 벌써 2집 곡 모집하고 있어.”
우진은 멍한 얼굴로 멤버들을 보다가 손 PD를 바라보았다.
“혹시…… 저희 2집요?”
“당연하지. 내가 지금 누구 얘기를 하는데.”
민이 우진의 팔을 잡았다.
“형, 저 지금 기절할 것 같아요.”
“짐승돌이?”
“네? 아아.”
민이 뒤늦게 알아듣고 피식 웃었다.
일이 술술 풀렸다.
악연일 줄 알았던 손 PD는 기연이나 다름없었다.
“시간은 언제가 괜찮아?”
“저희는 아무 때나요.”
“그래? 그럼 우리 미팅 끝나고 같이 볼까?”
그 말에 아니라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혹시 퀸스 워크 대표도 제이디 엔터 대표와 비슷한 과이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사랑에 실패했다고 다시 사랑하는 걸 포기할 수 없는 것처럼 도전은 계속돼야 했다.
* * *
퀸스 워크 대표는 자리에 먼저 나와 있었다.
30대 후반의 젊은 나이였는데 그는 기다리면서 우진의 소설 ‘역주행’을 정주행하고 있었다.
“아, 어서 와요. 강준형입니다. 세상에. 내가 지금 퍼펙트 올킬을 보고 있다니. 나랑 사진 좀 찍어 줘요. 제 오빠를 하찮게 여기는 내 동생한테 자랑 좀 하게요.”
그러더니 우진 일행에게 성큼성큼 다가와 셀카를 찍었다.
전혀 허물없는 모습에 멤버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팬이에요. 어우, 심장이 터질 것 같아요. 잠깐만요. 사진 좀 보내고요. 자랑해야지.”
이렇게 잔망스러운 대표라니.
여동생을 놀리는 것에 진심인 것 같았다.
그가 몇 장의 사진을 보내고 나서 본격적으로 인사를 나누는데 아마도 여동생이 보내는 것으로 추정되는 톡 소리가 계속 들려왔고 퀸스 워크의 대표는 의기양양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톡을 씹었다.
“음악 여행에 우리 A&R 팀이 가야 한다고 해서 믿을 만한 사람들인지 보려고 만나자고 했어요.”
강 대표의 말에 손 PD의 얼굴이 썩어 들어가는 것 같았다.
손 PD가 애써 비밀로 하려고 했던 이야기가 강 대표의 입에서 튀어나왔던 것이다.
“세상에! 정말요? 정말 퀸스 워크 팀이 저희랑 함께 가요?!!”
퍼펙트 올킬의 멤버들은 광분한 채 강 대표를 보았다.
손 PD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일부러 그런 거지?”
“뭐가?”
“내가 아직 말하지 말라고 했지?”
“언제? 나한테 말한 거 확실해? 잘 생각해 봐. 나는 들은 기억이 없는데 말이야.”
“아이고. 이 화상아!”
둘이 투덕거리는 걸 보면서 퍼펙트 올킬의 멤버들은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도저히 믿기지 않았던 것이다.
“나도 같이 갈 거예요. 내가 악기를 굉장히 잘 다루거든요. 그래서 악기를 가르쳐 주려고요.”
“얼씨구. 누구 마음대로? 그것까지는 아무리 나라고 해도 커버 못 해. 제이디 엔터에서 가만히 있겠어? 그때는 제이디 엔터 대표가 내 멱살을 잡는다고 해도 말을 할 수가 없다고.”
“정말 안 되겠어?”
강 대표가 불쌍한 표정을 지었지만 손 PD는 어림도 없다는 얼굴을 했다.
“알았어. 어쩔 수 없지. 참, 우진 씨가 작가님이랑 안다면서요? 작가님한테 손 PD에 대해서 낱낱이 알려 주고 잘 쓰시라고 해 주세요.”
그가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우진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강 대표는 우진뿐만 아니라 퍼펙트 올킬의 모두를 알고 있었다.
“와. 실제로 보니까 다들 정말 잘생기고 우리가 이렇게 만났다는 게 신기하다. 주 작가님 지인을 만나고 있는 거잖아요. 이제 ‘역주행’에 내 얘기도 나올까요?”
말할 것도 없었다.
“네!”
우진이 씩씩하게 답하자 옆에서 재훈이 우진의 팔을 툭 쳤다.
우진이 텐션이 높아졌을 때 실수를 하곤 한다는 것을 이미 여러 차례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어서였다.
우진도 지금은 그냥 입을 다물고 있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면서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싱글벙글 웃기만 했고 강 대표는 그 와중에 멤버들을 매의 눈으로 살펴보고 있었다.
“4인 4색이네. 각자 가진 개성이 뚜렷하고. 내 입장에서는 내 손으로 원석을 만지고 보석으로 다듬을 수 있어서 좋지만 우리가 더 빨리 만났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가 없군요. 뭐, 의미 없는 후회야 해서 뭐 하겠나요. 앞으로는 좋은 일만 있기를 바라면서 같이 힘내 봅시다.”
그의 말에 정말 힘이 나서 퍼펙트 올킬의 멤버들은 감격한 얼굴로 환하게 웃었다.
“그런데 나도 주 작가님을 만나 뵐 수 있을까요? 특이한 에너지를 갖고 계신 분 같아서 꼭 뵙고 싶은데.”
끝난 줄 알았던 주 작가의 이야기가 다시 시작되었다.
“그건…… 아마 어려울 것 같아요. 메일을 주고받으면서 얘기를 나눠 봤는데 낯가림이 굉장히 심하고 사람들이 관심 갖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았어요.”
“그럴 수 있죠. 원래 예술 하는 사람 중에 그런 사람이 많잖아요. 우진 씨도 메일만 주고받고 직접 만나 본 건 아니죠? 아이돌 대회 때는 안 왔었대요?”
“아…… 그건 잘…….”
우진은 거짓말을 하는 게 마음에 걸렸다.
나중에 밝혀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웬만하면 그냥 말을 많이 하지 않기로 했다.
“원래 다른 회사 아티스트를 뒤에서 만나는 일은 잘 안 하는데 퍼펙트 올킬은 너무 탐이 나서 손 PD에게 직접 말을 했어요. 나 대신 말을 해 달라고요. 우리 꼭 함께해요. 그리고 나를 이용해요. 그래도 됩니다.”
그 말이 정말 고마워서 멤버들은 그 말을 계속 되뇌었다.
* * *
숙소로 돌아온 멤버들은 당당하게 우진에게 요구했다.
“다음 회차 보여줘요, 형. 형은 못 믿겠어요. 또 저번처럼 실수할 수도 있으니까 어서 줘 봐요. 그리고 형이 쓴 거 은근히 오타도 많고 비문도 많던데 그거 제가 고쳐 드리면 어떨까요? 교정을 봐주는 사람이 한 사람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봐요.”
민이 말했지만 우진은 왠지 민의 말에서 사심을 느꼈다.
민에게 원고를 맡기고 나면 민 분량이 크게 늘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제레미도 툭 치고 들어왔다.
“야, 어디서 네가 들이미냐? 어딜 봐도 너보다는 내가 낫지. 안 그래요, 형? 저한테 한번 맡겨 보세요. 댓글 보면 오타 지적하는 것도 많던데 우리 퍼펙트 올킬이 그런 소리 들으면 한주미나가 얼마나 부끄럽겠어요? 제가 책임지고 교정을 완수하도록 하겠습니다.”
“퍼펙트 올킬이 그런 소리 듣는다고 생각하는 사람 없을 텐데? 주 작가가 나인 걸 아는 사람은 여기에 있는 우리뿐이야. 그리고 너희 왜 갑자기 나한테 말을 높이냐?”
“형이 버는 돈을 생각하니까 저절로 존경심이 싹터서요. 그리고 작가님이잖아요. 미래에는 드라마 작가님이 될 수도 있고요.”
민의 말에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