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120
제120화
120화
-연리지 씨를 차우진 씨가 섭외했다는 건 알고 있어요. 그렇다고 차우진 씨가 연리지 씨가 보호자도 아닐 거고 연리지 씨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자기 의사 표명도 못하는 사람도 아닌데 그런 식으로 하는 건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반감만 살 것 같아요. 솔직히 제 눈에도 좋게 보이지는 않았고요.
예지현이 차우진에게 했던 말이 녹음되어 복도에 울려 퍼졌다.
예지현은 PD가 뭘 보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녀의 눈이 커지고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PD가 영상을 보는 동안 주요 스태프들이 그의 곁으로 와서 영상을 같이 보았다.
“뭐야. 왜 갑자기 자기가 돌진해? 그러고는 우진 씨가 피하니까 혼자 넘어진 거잖아?”
같이 영상을 보던 사람들이 어이가 없다는 듯 말하고 예지현을 보았다.
“와…… 할 말이 없다. 할 말이 없어. 이 영상 아니었으면 우진 씨가 일방적으로 자기를 밀쳐 버렸다고 했겠네. 거짓말이 습관이고만? 아까 연리지 씨한테 이상한 거 시키고 그것도 다른 사람이 시키라고 해서 한 거라고 하더니. 어디에서 저런 애를 데려왔어? 예지현 누가 데려왔어!!”
PD는 점점 솟구치는 짜증을 참을 수가 없게 된 것 같았다.
기껏 퍼펙트 올킬에 연리지까지 섭외를 해놨더니 웬 신인이 깽판을 제대로 부려 버린 것이다.
“드라마 하나로 떴다고 눈에 뵈는 게 없었나? 아니, 와…… 진짜 말이 안 나오네?”
그러다 PD는 지금 자기가 보고 있는 영상이 어디에 올라가 있는 건가 하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게 만약 공개된 커뮤니티에 올라간 거라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퍼질 터였다.
단순히 예지현의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라 프로그램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가 있었다.
“이…… 이게 뭐야……!”
영상을 한 번 본 것뿐이고 딱 그 정도의 시간이 지난 것뿐이었는데 조회 수가 2천이 넘었다.
[퍼가욤.] [퍼가욤.] [개꿀잼. 팝콘 각.] [저 듣보잡은 또 뭐냐? 뭔데 우리 우진 님을 건방지게 차우진 씨라고 부르는 거야? 이 영상 없었으면 빼박 우리 우진님 매장당할 각이었네. 저 듣보가 코뿔소처럼 돌진해서 혼자 넘어진 거라고 누가 생각했겠냐? 이래서 현대인은 모든 장면을 녹화해야 돼.] [머리도 지지리도 안 돌아가는 애네. 세상 살아가는 데 필요한 첫 번째 주의할 점이 바로 퍼펙트 올킬은 피해 다녀라라는 걸 안 배웠나?] [이거 왜 이렇게 웃기냐? 쟤 예지현인데 쟤랑 같은 학교 나온 애들은 쟤 허언증 다 알걸? 입만 열면 거짓말인데 어떻게 좋은 배역 맡아서 한창 주가 올리는 것 같더니. 아이고. 제 분수를 알 것이지 거기에 퍼펙트 올킬을 끌어들여?] [나 진짜 웃겨 죽겠다. 예지현은 당연히 차우진이 자기 잡아 줄 거라고 생각하고 달려온 것 같은데 차우진이 몸을 피한 거잖아. 예지현 보니까 분명히 몸을 잡으려고 하다가 거기에 없으니까 허공을 두 손으로 더듬다가 혼자 넘어진 거잖아. 와, 진짜 개 쪽팔리겠다.] [단호박 차우진! 이게 바로 철벽 블로킹이네. 잘했다. 잡아 줬으면 어디든 만지기는 만져야 했을 텐데 잡아 준다고 만졌으면 성추행했다고 지랄했겠다.] [저런 것들 때문에 여자들이 다 같이 욕먹는다니까? 짜증 나. 진짜 피해 입은 사람들도 저런 거랑 같은 취급 당하고.] [이건 교본이다, 교본. 넘어지려는 사람 넘어지게 좀 놔두면 어때. 넘어져 봐야 무릎 좀 까지고 말겠지. 조심 안 한 책임은 자기가 지는 거야. 우리 우진이 형님 잘하셨네. 이건 영원히 박제 각이다.] [예지현 저거 저걸 폭행으로 몰고 가네? 우진신이 저를 밀어? 와, 이거 신고할 방법 없나? 공개 사과하고 연예계 은퇴 안 하면 그냥 못 넘어갈 듯.]분위기는 점점 살벌해졌다.
예지현이 멀쩡히 서 있다가 우진을 향해 돌진해 온 것도 영상을 통해서 보니 확실하게 보였다.
영상을 본 사람들은, 만약 그 영상이 없었다면 우진이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됐을 거라는 사실에 더욱 분개했고 그 일은 들불처럼 번졌다.
영상을 잘게 쪼갠 클립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번져 나가더니 결국에는 뉴스에까지 나왔고 예지현은 공분을 일으켰다.
출연하고 있는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게 해야 한다며 항의가 빗발쳤고 예지현을 모델로 쓴 광고주들은 더욱 발 빠르게 움직였다.
버틴다고 잠잠해질 사안이 아니라는 것을 감을 잡았던 것이다.
PD는 예지현이 나온 분량을 사용할 수 없었고 어차피 퍼펙트 올킬과 연리지가 도중에 돌아가는 바람에 정상적으로 촬영도 하지 못해 결국 해당 영상을 편집 없이, 비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공개했다.
사람들은 예지현이 대본에도 없는 우스꽝스러운 짓을 연리지에게 시키고 우진이 그걸 막는 것을 모두 볼 수 있었다.
[와. 예지현 저거 뭐임? 완전히 연리지에게 물먹이려고 작정한 거네. 막내 바나나 흉내를 왜 내게 해? 막내 바나나 캐릭터 안 그래도 징징거리고 민페 캐릭터인데. 귀엽기나 하면 몰라. 내가 차우진이라도 자기 때문에 억지로 나온 동료가 그런 거 하면서 이미지 망가지는 거 두고 못 보지.] [예지현이 연리지 보는 시선 진짜 소름 돋지 않음? 연리지 볼 때마다 째려봄. 애가 아직 예능 방송 녹화 경험이 없어서 그런가 저런 것도 다 찍힌다는 걸 몰랐나 보네.] [와…… 연리지는 그래도 분위기 안 좋아질까 봐 어떻게든 하려고 한다. 그거 끝까지 막는 차우진 진짜 멋있네. 전에도 차우진 좋았는데 호감도 급상승이다.] [그 와중에 퍼펙트 올킬, 비글들처럼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우진이 말리는 거 개 귀여움. 이거 공개하길 잘했다. 안 그랬으면 예지현 싸고돈다고 제작진도 같이 욕먹었을 텐데. 지금 시점에서는 손절만이 답이다.]자칫 반감을 살 수도 있었을 우진의 행동은 오히려 더 큰 지지를 이끌어 냈다.
예지현이 혼자 넘어지고 우진이 자기를 밀었다고 소리치는 영상이 먼저 공개돼서 효과가 더욱 컸다.
[우진이는 이미 알고 있었던 거네. 우진이 안목 대단하다. 저 상황에서 저러기 쉽지 않았을 텐데. 차스트라다무스가 따로 없네.] [리지 언니 너무 부러움. 우진 오빠 같은 사람이 저렇게 철벽 치고 보호해 주고……. 언니 왜 저렇게 사랑스럽냐. 그런 언니를 감히 예지현 따위가 콱, 씨!]예지현이 벌인 일은 ‘예지현 사태’라고까지 불리며 며칠이 지나도록 사그라들지 않았다.
클립이 퍼져 돌아다니는 통에 당분간은 그 일이 잠잠해질 가능성이 없을 듯했다.
* * *
“오빠.”
어쩌다가 숙소에는 우희와 제레미, 그리고 우진만이 있었다.
재훈이 다른 녀석들과 함께 편의점에 다녀오겠다며 나간 탓이었다.
우진은 소파에 길게 누운 채 음악을 듣고 있다가 우희를 보았다.
“나?”
“응. 오빠, 혹시 리지 언니 좋아해?”
“리지? 리지 좋지? 왜? 너는 싫어?”
“아니. 그런 식으로 말고. 리지 언니를 이성으로 좋아하냐고.”
“이성으로? 그건 아닌데? 왜? 기사 떴어?”
“그게 아니라…….”
우희가 한숨을 쉬다가 우진의 가까이로 가서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오빠. 여자 입장에서는, 아니, 여자를 떠나 인간 입장에서 누군가 자기를 계속 챙겨 주고 지켜 주고 도와주면 저 사람이 나한테 호감이 있나? 하고 생각하는 건 당연한 거거든. 안 그렇겠어?”
우진은 우희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건가 하며 집중했다.
“야, 렘아. 쉽게 통역 좀 해봐.”
“형은 그런 마음이 아니라고 해도 리지 누나는 형이 누나를 좋아한다고 생각할 수 있을 거라는 거죠.”
“…….”
우진은 멍하니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냐?”
“네. 리지 누나가 형 좋아하는 것 같아요. 형은 누나를 그냥 여자 사람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지만 누나한테는 그렇게 안 보일 것 같고요. 사람들 눈에도 그렇고요.”
“내가…… 리지를 좋아한다고 생각할 거라는 뜻이야?”
“저희는 형을 아니까 형이 인류애로 누나를 대한다는 거 알아요. 형은 일단 형이 인정한 사람만큼은 어떻게든 끝까지 지켜 주고 잘해 주려고 하잖아요. 본부장님에게 하는 것처럼 리지 누나를 대한다는 걸 저희는 알죠. 그런데 사실 본부장님도 형이랑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만 않았으면 형 행동을 오해할 수도 있었을 거예요. 형은 가끔 상대방이 오해하게 행동해요.”
“……!!”
우진은 그 말을 듣고 진심으로 충격을 받았다.
“아닐……걸?”
그러면서 우진은 퍼펙트 올킬의 다른 멤버들이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를 떠올렸다.
그들도 웃고 친절하게 굴었는데.
뭐가 다르다는 걸까 했다.
따지려는 게 아니라, 그게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일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나는 달라?”
“응. 오빠는…… 뭐랄까. 아무튼 달라. 말로 표현하려니까 잘 모르겠네. 아무튼 달라.”
우희가 말하고 혼자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우희한테 하는 행동을 다른 여자들한테 한다면 형은 어떻게 생각하시겠어요?”
“저 자식이 바람피우나 하겠지?”
“그렇죠? 그 얘기예요. 형은 만인의 연인처럼 굴어요. 그게 사람들을 오해하게 만들고요.”
“그래?”
우희에게서 말을 들었을 때에 비해 이해는 좀 더 잘되었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조심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형은 그런 뜻으로 한 게 아니어도 리지 누나는 오해하고 형을 좋아할 테니까요. 형도 리지 누나를 좋게 생각하고 있고 관계를 진지하게 발전시킬 생각이 있다면 모르지만 그게 아니면…….”
리지가 상처받겠구나.
우진도 그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그래. 말해 줘서 고맙다. 나는 생각 못 하고 있었는데. 앞으로는 신경 쓸게.”
두 사람은 우진이 그러는 게 어색했는지 난처한 표정을 짓다가 슬그머니 다른 곳으로 갔다.
‘그렇겠구나. 내가 어떤 생각인가 하는 것보다 어떻게 보이는가 하는 게 중요하겠어.’
그는 혼자서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하고 신경 쓸 게 정말 너무 많았다.
연리지에게 전화를 걸어서 별일 없는지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 전화도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만두었다.
그러나 그 생각은 몇 분도 되지 않아 바뀌었고 그는 연리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래도 연리지는 그가 오랜만에 새로 사귄 친구인데 남들의 시선이 무섭다고, 그리고 연리지가 상처받을지 모른다고 이대로 뒷걸음질을 치면 오히려 더 상처받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어. 무슨 일?
연리지가 활기찬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만두 사갈까?”
-좋지. 내가 좋은 뮤지션도 알아냈는데 같이 듣자.
“그래. 좋아.”
얼마 후에 우진은 연리지와 함께 있었다.
만두를 먹으며, 연리지가 찾아낸 뮤지션의 음악을 들으면서.
가끔씩 생각나는 것들을 얘기하는 것뿐인데도 편했다.
“우진아, 나는 너랑 이런 식으로 음악 얘기 하는 거 좋아. 그러니까 스캔들이 나거나 루머가 퍼져도 우리 우정은 오래 이어 가면 좋겠어.”
우진은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연리지가 먼저 말했다.
“왜 그런 말을 해? 혹시 너도 주위에서 나하고 관계를 조심하라고 해?”
“너도 그런 말 들었어?”
연리지가 말하고 웃었다.
생각해 보니 우진의 주위에만 극성스러운 사람들이 있는 게 아니었다.
연리지의 주변 사람들이야말로 그녀를 걱정했겠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