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122
제122화
122화
“상관할 것 없을 것 같은데요. 볼일이 있어서 오셨으면 들어가서 볼일을 보시죠.”
그의 목소리가 날카로웠다.
“아저씨, 회사 분에게 왜 이 일을 시키세요? 일손이 부족하면 미리 사람을 따로 고용을 했어야죠.”
“그게…….”
“이렇게 될 거라는 게 예상 안 된 것도 아닐 텐데 남의 인력을 함부로 쓰지 마세요. 아버지 고집이야 그렇다 쳐도 아저씨가 잘 말할 수 있는 거잖아요. 이렇게 좋은 나무는 아저씨가 아니면 손을 댈 수 없다고 하시지 그러세요. 그 정도 자부심은 갖고 일하시는 것 아니에요?”
“…….”
젊은 남자의 얼굴에서 차차 핏기가 사라졌다.
이런 식으로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 없다는 생각을 하며 그의 머릿속에서 빈자리가 채워졌다.
강석현…….
그 사람이구나.
자기가 총수의 아들에게 무슨 짓을 한 건가 하며 깜짝 놀랐지만 강석현은 그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정장과 어울리지 않는 흙 묻은 운동화를 보더니 다시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
“들어가시죠. 이런 일 하려고 회사에 들어온 것 아니지 않습니까.”
“저…… 그래도…….”
그때 회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벨을 누르고 들어왔으면 곧바로 안으로 들어올 것이지 밖에서 뭐가 이리 시끄러워. 그리고 남의 집에 들어오자마자 무슨 상관을 그렇게 하는 거냐.”
회장은 강석현이 들어오기를 계속 기다리고 있었는지 직접 밖으로 나와서 볼멘소리를 했다.
“아버지도 상관이라면 저 못지않게 하시는 것 같아서요.”
강석현이 말하고 회장에게 다가갔다.
“퀸스 워크는 그냥 놔두시죠.”
“퀸스 워크를 건드리면 네놈이 여기에도 다 찾아오는 모양이구나. 그럴 줄 알았으면 미리 건드릴 걸 그랬다.”
“저를 보고 싶어 하신 줄은 몰랐는데요? 보고 싶으셨으면 그냥 전화를 해서 부르지 그러셨습니까.”
두 사람이 풍기는 분위기는 묘했다.
강석현은 화를 내고 있었고 회장은 재미있다는 표정이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회사 분들에게 집안일 시키는 거 그만두십시오. 계약 위반입니다.”
“남의 일에 상관하지 말래도 그러는구나.”
“언제 제가 아버지 말을 듣는 놈이었습니까?”
“어지간히 시끄럽게 해대는구나.”
회장은 젊은 남자를 보더니 고갯짓을 했고 그는 황송한 표정을 짓고 일을 멈추었다.
“들어가자.”
회장이 안으로 들어가자 강석현이 마지못해 따라가는 것처럼 그를 따라갔다.
화가 나서 왔는데 아버지는 대수롭지 않은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게 더 화가 났다.
다른 사람에게는 절박한 일인데 정작 아버지는 아무렇지 않은 것 같아서였다.
“퀸스 워크, 내가 키워 주겠다. 하정이에게 넘기게 해라.”
회장은 걸으면서 말했다.
툭 내뱉은 말이었지만 힘이 실려 있었다.
그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강한 음성이었다.
“퀸스 워크의 대표는 준형이입니다. 그건 하정이도 동의한 바이고 하정이가 동의하지 않았다고 해도 그건 처음부터 준형이가 세운 곳입니다. 아버지께서 관여하실 일이 아닙니다.”
“내가 관여할 일이 아니라니. 그건 네가 잘못 생각한 것 같구나.”
여전히 장난하는 것처럼 빙글빙글 웃는 아버지를 보며 그는 기가 질려 버렸다.
언제나 아버지가 두려웠다.
그러나 지금은 마냥 위축되고 물러설 수가 없었다.
제 뒤에 준형과 하정이 있어서 자기가 몸을 치우는 순간 곧바로 공격이 두 아이들에게 향할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강석현은 심약한 평소의 성격과 다르게 용기를 내고 버텼다.
회장은 강석현의 변화를 느끼고 있었다.
원래는 이런 성격이 아니었는데 가정을 꾸리고 지킨다고 꽤나 달라진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나쁘게 보이지는 않았다.
석현이 의절하고 떠나 버린 후 그의 곁에는 늘 비슷한 사람들만이 모여 있었다.
여럿이 있어도 한 사람의 복제품 여러 개가 서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가 싫어할 만한 말은 하지 않고 강 회장의 비위를 맞추며 그의 기분을 좋게 할 말들만 하는 사람들.
그러나 그건 결코 그가 불평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만든 장본인이 바로 강 회장 그 자신이었던 것이다.
“급한 일 없으면 함께 식사나 하자. 오랜만에 사람이 오니까 좋구나.”
“그런 얘기 듣자고 온 것 아닙니다.”
“그놈 참. 네가 하는 말은 들어줄 테니 그렇게 시끄럽게 굴지 않아도 된다.”
“아버지!”
“귀 안 먹었다!!”
두 사람의 대화는 집 안에서 강석현을 기다리고 있던 사용인들이 다가와 강석현을 보고 애틋하고 반가운 시선을 보내면서 일단락되었다.
강 회장은 잘됐다고 생각한 듯 냉큼 식당으로 들어가 버렸다.
“저놈이 갑자기 찾아와서 귀찮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집에 온 놈인데 굶겨서 보낼 수는 없잖아. 있는 것 대충 해서 먹여서 보내게 음식 준비 좀 해봐.”
강 회장이 뒷짐을 지고 주방을 향해 말하자 안에 있던 두 사람이 웃음을 지은 채 이미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도련님이 제가 해드리는 갈비찜을 얼마나 좋아하시는데요. 갈비찜이랑 갈비탕 둘 다 준비하고 있습니다, 회장님.”
“하는 김에 많이 해. 전에 들어온 거 아직 많이 남았잖아. 나는 갈비를 좋아하지도 않는데 뭐 하는 놈들인지……. 선물은 갈비 말고는 모르나. 먹지도 않는 걸 뭘 그리 많이 사와서. 저놈 처가 아무리 솜씨가 좋다고 해도 만경댁만은 못할 테니까 다 해서 보내 버려.”
“그럼요. 제 실력을 누가 따라오겠어요? 아마 오늘 오신 것도 갈비찜 생각나서 오신 걸걸요?”
“그런 거면 지금까지는 왜 안 온 거지?”
“그거야 지금까지는……. 그러게요. 그건 잘 모르겠네요, 회장님.”
함께 지내 온 시간이 길어서 그런지 주방의 만경 아주머니는 회장과도 허물없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강석현은 주방으로 들어가 만경 아주머니에게 인사하고 푸짐한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러자 그녀가 강석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럴 나이는 서로 지났지만 강석현은 그녀가 여전히 건강하게 그 자리를 지켜 주고 있는 것이 내심 고마웠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로도 계속 굳건히 자리를 지키며 이 커다란 저택 살림을 도맡아 온 것이다.
“환갑 때 나도 가고 싶었는데 병원 예약이 돼 있어서 가질 못했어. 의사 얼굴 보기가 뭐가 그렇게 힘든지. 그래도 그 사람이 계속 나를 봐줘서 그 사람한테 진료를 받아야 마음이 편한데 어떡해.”
“잘하셨어요, 아주머니. 제가 찾아뵈었어야 하는데 죄송해요.”
“그러면 앞으로 자주 찾아와. 내가 있을 때 찾아와야 얼굴 보고 웃기라도 하지. 나도 이제 얼마나 여기에서 일할 수 있을지 모르고. 나중에 갈비찜 해달라고 왔는데 내가 없으면 어쩔 거야? 있을 때 자주 와.”
그녀의 말에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는 것을 강석현도 알고 있었다.
“회장님 많이 적적해하셔. 한 번 져드려도 되잖아.”
“…….”
강석현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주머니에게 안 좋은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를 이해시킨다고 해도 아버지와의 관계가 풀리지도 않을 거였다.
“그래. 나같이 무식한 늙은이가 뭘 알겠어. 그래도 다 생각하는 게 있겠지. 우리 석현이는 항상 그랬으니까.”
강석현이 웃다가 문득 그녀의 팔을 보았다.
그러고는 놀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가죽 공예에 빠져 만들어 주었던 가죽 팔찌가 여전히 그녀의 손목에 걸려 있었던 것이다.
“아주머니, 이걸 아직도 하고 계시네요?”
“그럼. 이게 아주 좋아. 다른 건 요리하다 보면 열 때문에 뜨거워지는데 이 녀석은 그런 것도 없고. 가끔 석현이가 보고 싶으면 이거 만지작거리면서 생각하지. 언제쯤 올까 하고. 내가 죽기 전에 오기는 올까 생각도 하고.”
그러자 강 회장이 거실에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뭐 하는 놈이 주방에서 나오질 않아?!”
그러자 아주머니가 웃으면서 강석현을 밀었다.
“어서 가, 어서 가. 회장님 또 심통 내신다. 나는 회장님이 무서워. 나한테 화 못 내시게 빨리 가서 달래 드려.”
그러면서도 여유 있게 웃는 그녀였다.
“정말 많이 뵙고 싶었어요, 아주머니.”
너무 많이 늙어 버린 아주머니의 얼굴을 보며 회한이 담긴 모습으로 강석현이 말하자 그녀가 활짝 웃었다.
“다음에 올 때는 퍼펙트 올킬도 데려오면 안 되나? 퍼펙트 올킬. 이름 맞게 잘 말했지? 내가 이 이름을 외우느라고 그냥. 우리 석현이 아들이 키운 아이들인데 이름은 잘 알아야지 하면서 내가 하루에 그 이름을 몇 번씩 읽으면서 외웠는지 몰라. 회장님이 타박을 하시면서도 그때마다 잘 가르쳐 주시기는 했는데. 맞게 가르쳐 주신 거 맞지? 퍼펙트 올킬이지?”
“네, 아주머니. 맞아요. 퍼펙트 올킬요.”
“그런데 퍼펙트 올킬이 퍼펙트 올킬 했다는 건 무슨 말이야? 퍼펙트 올킬 나오는 기사는 내가 다 챙겨 봤는데 그건 무슨 말인지 아무리 다시 읽어도 이해가 안 되더라고. 회장님도 그게 무슨 말인지 아셨으면 설명을 해주셨을 텐데 회장님도 잘 모르시는 눈치고. 다른 사람한테는 물어봤자 귀찮아하기만 하고 말도 못 섞게 하고.”
아주머니가 많이 서운했던 것처럼 말하자 강석현이 설명을 해주었다.
“국내 중요한 사이트에서 전부 다 1위를 했다고요. 그걸 퍼펙트 올킬이라고 해요. 순위를 정하는 곳에서 전부 1위를 한 거예요.”
“아아. 그 이름이 그럼 처음부터 그 뜻이었던 거야? 말하자면 ‘내가 1등’ 그런 거네?”
“네. 맞아요, 아주머니. 내가 1등이에요. 이름이 처음부터 그거였는데 그때까지는 계속 1등을 못하다가 준형이 회사에 들어와서 1등 한 거예요. 그래서 퍼펙트 올킬이 퍼펙트 올킬 했다고들 말을 한 거고요.”
“아이고, 잘했네. 한 군데에서 1등 하는 것도 어려울 텐데. 여기저기서 다 1등을 했다니. 전부 다 백점 맞은 거나 다름이 없네. 그렇지?”
아주머니의 말은 거실에서 들려온 회장의 소리에 가로막혔다.
“안 나오냐고!!”
회장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아주머니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리며 강석현을 밀었다.
“어서 가, 어서 가. 나도 솜씨를 발휘해 봐야지. 그 댁은 뭘 좋아해? 나물 좋아하나? 그 댁도 밖에서 일하지? 그러면 반찬 많이 못 할 텐데. 김치 담가 놓은 것 있는데 그것도 싸줄게, 가져가.”
“안 그러셔도 되는데…….”
괜찮다고 똑 부러지게 말을 하지는 못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입에 침이 고이고 아주머니가 담가 주던 김치 맛이 떠올라서였다.
그녀는 그걸 전부 알아본 듯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강석현이 밖으로 나가자 강 회장이 기다리고 있다가 그를 힐끔 쳐다보았다.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다고. 그렇게 보고 싶었으면 와서 보지 그랬냐. 만경댁도 얼마나 살지 모르는데.”
“아직 창창하시잖아요. 아직 100세도 아니시고요.”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다. 내 친구들 중에 죽은 놈들이 얼마나 많은데. 언제 어떻게 죽을지 정말 모르는 거야. 너도 이놈아, 네 애비 살아 있을 때 한 번이라도 더 와. 내가 네놈 보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나 죽고 네놈이 후회할 게 뻔히 보여서 그런다, 이놈아. 무덤에 와서 눈물바람 하면 내가 살아올 줄 아냐?”
강석현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런 말을 한 적 없던 분이 갑자기 왜 그러는 걸까 싶기도 했다.
갑자기 전의를 잃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