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128
제128화
128화
“지금까지 고생한 사람이 누군데 아버지는 이제 와서 왜 석현 오빠를 가까이 두려고 그러시는 거야? 퀸스 워크는 대체 뭐였던 거야? 아버지가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 건지 모르겠어. 식장에서 퍼펙트 올킬인가 뭔가 하는 애들한테 하신 말은 또 뭐고? 아버지가 점점 판단이 흐려지는 것 같지 않아? 후계 구도도 정해지지 않은 마당에 아버지가 저런 식으로 나오면 안 되는 거잖아.”
막내인 강석희는 원래부터 말을 가려 가면서 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강 회장이 어려서부터 워낙 오냐오냐하며 전부 다 받아 준 이유가 컸다.
강 회장이 워낙 싸고돌아서 오빠들도 그녀를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명백히 강석희의 잘못이어도 그녀가 이르면 강 회장은 언제나 강석희의 편을 들어 주었고 혼나는 것은 오빠들이었다.
그렇게 되다 보니 이제는 그녀와 부딪치려고 하는 대신 그냥 처음부터 뜻을 굽히고 들어가는 게 습관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석희 네가 본가에 한번 찾아가 봐. 아버지가 너한테는 친절하게 잘 대해 주시잖아.”
“그렇기는 하지만…….”
강석희는 괜한 일을 자기가 떠안게 되는 건 아닌가 해서 썩 달갑지는 않았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아버지의 진의를 파악하기는 아무래도 어려울 듯해서 자기 말고는 대안이 없겠다는 생각도 했다.
“오빠들은 어떻게 할 거야? 만약에 아버지가 석현 오빠를 불러들이려고 하는 거라면.”
강석준은 쉽게 말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침묵의 가치를 어려서부터 무서울 정도로 배워 왔다.
“만약에 아버지가 석현 오빠를 불러들이거나 우리 회사를 정리하려고 한다거나 하면 그때는 오빠들도 다 같이 움직일 거지? 아버지가 그러는 걸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거잖아. 그렇지?”
강석희는 다짐을 받으려는 듯 말했지만 그들은 그때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래도 강석희는 일단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하고 본가에 찾아갔다.
찾아뵙겠다는 얘기는 따로 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언제나 환영받는 존재였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럴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강석희가 본가에 도착하자 사용인이 나와 그녀를 안으로 안내했다.
강석희는 안으로 가면서 주위를 돌아보았고 자신을 안내하는 사람에게 물었다.
“최근에 누가 드나들지?”
“죄송합니다만 이곳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절대적으로 함구해야 한다는 것을 아가씨도 이해해 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누가 그걸 모른대? 그러지 말고.”
그러면서 강석희는 백만 원짜리 수표 세 장을 그의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그러나 그것은 들어가자마자 즉시 다시 나왔다.
“죄송합니다, 아가씨. 저는 지금까지 회장님에 대한 신의를 지켰습니다. 제 자부심은 10억으로도 모자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와서 회장님을 실망시켜 드리는 일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단호하게 말하고 앞서 걸었다.
강석희는 기가 막혔지만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
본가에서 강 회장을 모시는 사람들은 VIV의 임원들도 함부로 하지 못했다.
아무리 강석희라고 하더라도 이런 일은 위험부담이 컸다.
“알았으니까 내가 이걸 물었다는 말은 아버지한테 하지 마.”
“저는 회장님께 모든 걸 말씀드리게 돼 있습니다.”
“한 번만. 이번 건만 그냥 지나가면 되잖아. 어차피 돈을 받지도 않았으면서!”
“어차피 사방에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습니다. 제가 누락하는 것도 회장님께서 알고 계십니다.”
그리고 그는 더 이상 강석희와 얘기를 나누지 않겠다는 듯이 아예 걸음을 빨리해서 들어가 버렸다.
그녀는 낭패라는 듯이 안으로 들어갔다.
“아버지, 저 왔어요.”
얼굴에는 화사한 웃음을 지은 채였지만 그녀는 안에 퍼펙트 올킬이 와 있는 것을 보고 그대로 얼굴이 굳어 버렸다.
문을 연 순간부터 안에서 들려오는 젊은 웃음소리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설마 그 웃음소리의 주인공이 퍼펙트 올킬일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 바였다.
강 회장은 퍼펙트 올킬과 마주 앉아서 얼굴 가득 웃음을 짓고 있다가 그 표정 그대로 강석희를 바라보았다.
“네가 여기에는 어쩐 일이냐. 올 거였으면 미리 연락을 하고 오지 그랬냐.”
“아버지를 찾아뵙는데 연락은 무슨요? 제가 언제 미리 연락하고 찾아뵈었다고요.”
“앞으로는 그렇게 하도록 해라.”
“……네?”
“미리 약속을 잡고 내가 오라고 하면 그때 오라는 말이다.”
“아버지.”
“네가 괜한 발걸음을 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그런다. 내가 집에 없을 수도 있지 않으냐.”
“그러면 기다리고 있으면 되지 뭘 걱정하세요?”
“내가 말한 대로 하거라. 처음에 말했을 때 알았다고 했으면 이렇게 오래 얘기를 할 필요도 없겠는데 참 귀찮게 구는구나.”
“아버지……!”
강석희는 강 회장에게 따지듯 말을 하려다가 퍼펙트 올킬이 있어서 참았다.
퍼펙트 올킬은 자리에서 일어나 있다가 두 사람의 대화가 잠시 주춤한 틈을 타 그녀에게 인사했다.
강 회장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사람이고 예식장에서도 본 일이 있었으니 그만하면 인사할 이유는 충분했다.
“안녕하십니까. 한재훈입니다.”
“차우진입니다.”
그러나 그녀는 두 사람의 인사를 받아 주지도 않고 시선을 주지도 않았다.
강석희가 차갑게 지나치며 강 회장의 옆으로 가서 앉자 다른 멤버들은 인사를 할 수도 없었던 것이다.
“드릴 말씀이 있어서 찾아왔어요. 오래 있지 못하는데 이 사람들은 그만 돌려보내시죠?”
강석희의 말에 강 회장이 웃었다.
“퍼펙트 올킬도 내가 할 말이 있어서 불렀다. 그러니 나는 네가 나가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만. 나가는 길은 저기다. 들어왔으니 잊지 않고 있겠지.”
“……아버지!”
강석희는 아버지로부터 그런 대우를 받아 본 적이 없었기에 화가 솟구쳤다.
그리고 아버지가 갑자기 그렇게 변한 것이 퍼펙트 올킬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인사를 했으면 적어도 인사는 받아 주는 것이 예의이다만. 너는 내가 초대한 손님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려고 찾아온 것 같구나.”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아버지?”
그러다 그녀는 아버지에게 그럴 게 아니라고 생각한 듯 고개를 휙 돌렸다.
“도대체 아버지를 어떻게 구워삶은 거지?”
퍼펙트 올킬은 그녀의 시선을 받으면서도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이미 강하정을 통해 들어 놓은 게 있어서 어느 정도 상상이 갔던 것이다.
“무례하게 굴지 마라, 강 사장. 사람들을 불러서 너를 끌어내게 하지 말고 그냥 나가는 게 어떻겠냐. 좋게 말하는 것은 여기까지다. 젊은 사람들 앞에서 나를 망신 주려고 작정을 하러 온 게 아니면 지금 당장 나가라.”
강 회장은 이제 화가 난 것을 숨기지 않은 채 말했다.
그동안 통제를 하려고 하지도 않고 통제하고 싶지도 않았던 딸이었지만 이제는 달랐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기가 얼마나 많은 실수를 해 온 건지 강 회장은 깨닫고 있었다.
자신이 준 권력이었다.
아무도 막내딸에게 손대지 못하게 하면서 괴물로 키워 냈던 것이다.
“아버지…… 정말…… 도대체 왜 이러세요? 저한테 이러실 수는 없잖아요!”
그녀가 이제 숫제 애원하듯이 말했다.
평소였다면 몇 마디 투덜거리듯 말하는 것으로 전부 끝이 났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시간이 갈수록 아버지와 어긋나고 있다는 생각이 점점 강하게 들면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화가 났지만 지금의 감정은 당혹스러움이었다.
어떻게 자기에게 그럴 수 있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고 서러웠다.
금슬이 남달랐던 강 회장이었고 아내를 꼭 닮은 강석희를 보석처럼 아꼈다.
그래서 강석희가 선을 넘는 짓을 하고 강석현의 아내와 아들에게 패악한 짓을 했을 때도 모른 척 눈을 감아 버렸다.
사업 수완은 특출 나지 않았지만 생존 능력은 누구보다 강한 아이였다.
강 회장이 누군가를 총애하는 것 같으면 그것을 누구보다 빠르게 감지하고 그 관계를 망친 사람이기도 했다.
마흔 중반에 혼자 된 후 재혼을 원했었지만 강 회장이 지금까지 재혼을 하지 못한 채 혼자 살고 있는 것도 강석희의 영향이 컸다.
아버지에게 배우자가 생겨 재산을 상속받는 것을 원치 않아 강석희가 매번 무서울 정도의 집착과 광기로 그 관계를 엉망으로 박살 내 왔던 것이다.
강석희의 오빠들은 그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것 때문에 강석희를 인정해 오고 있었다.
그런 짓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고 그런 짓을 하고도 계속 집안에 남아 있을 수 있는 사람은 그녀뿐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앞으로도 그런 식으로 계속 가치를 발휘해 줘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그녀를 챙겨 온 것이다.
“윤 실장, 밖에 있으면 강 사장을 대문까지 데려다주었으면 좋겠군.”
강 회장의 인내심은 크지 않았다.
더군다나 손님이 와 있는 자리에서 그런 꼴을 계속 보이고 싶지가 않았다.
강 회장이 문밖에 대고 말하자 곧 문이 열리고 윤 실장이 들어왔다.
“가시지요, 사장님.”
윤 실장은 30대 후반에 거구의 사나이로 무표정한 얼굴로 하는 말이 상당히 위압적이었다.
충견처럼 오직 강 회장의 말만 듣는 그는 강석희의 무서운 표정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아버지, 대체…… 대체 무슨 일이에요, 네? 무슨 일이 있었는데 갑자기 이렇게 변하신 거예요? 석현 오빠예요? 아니면 이 딴따라들요?”
강 회장이 윤 실장에게 다시 말을 할 필요도 없었다.
윤 실장은 거의 강석희를 들어 올리듯 데리고 나가 버렸다.
“놔, 안 놔? 건방지게 지금 누굴!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내가 널 가만히 놔둘 것 같냐고!!”
“윤 실장에게 손을 대기만 한다면 너는 앞으로 이곳에 발을 들이지도 못할 테고 VIV에서 사장님 놀이를 하지도 못할 거다.”
뒤에서 강 회장의 냉랭한 목소리가 들리자 서슬 퍼렇게 소리 지르던 강석희가 결국 잠잠해졌다.
지금은 소란을 부릴 때가 아니라 무슨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알아내야 할 때라는 걸 깨달았던 것이다.
그녀가 나가고 나자 강 회장이 퍼펙트 올킬을 바라보았다.
“하던 얘기를 마저 하도록 하지. 이것 참 면목 없구만.”
멤버들은 감히 괜찮다는 말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다.
한바탕 폭풍이 지나간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들었던 얘기가 그 자리에서 일어난 일로 한 방에 확 와서 닿은 느낌도 들었다.
“나는 석현이를 본사로 불러들일 생각이야. 그리고 계열사를 정리할 거고. 반격은 만만치 않을 거다. 퀸스 워크가 지금까지의 일들을 버텨 내지 못했다면 나는 애초에 이 일을 시작하려고 생각도 하지 않았을 거야. VIV는 변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도태하고 말겠지. 과거의 습관을 답습할 필요는 없다고 보네. 지금은 변화가 필요해.”
퍼펙트 올킬은 강 회장의 뜻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그런 말을 좋게 하실 수도 있었을 텐데요……. 퀸스 워크를 공격하는 대신에요, 회장님.”
재훈이 말하자 강 회장이 웃었다.
“시간이 없었어. 그리고 내가 직접 확인해 보지 않으면 결정할 수 없는 일이었고. 미안하기는 해. 하지만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것이 그의 스타일일 거라는 생각을 하며 멤버들은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