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13
제13화
13화
우진은 민에게 생활비에 보태면 좋겠다면서 돈을 주려고 했었지만 민은 한사코 그걸 마다했다.
그리고 이제 퀸스 워크와 계약하면 퍼펙트 올킬의 일도 잘 풀릴 테니까 걱정 없다며 우진의 걱정을 잠재워 주었다.
-그래도 비빌 언덕이 있어서 좋아요, 형.
민은 우진이 먼저 말을 해 준 것을 고마워하며 말했었다.
비빌 언덕.
멤버들에게 그런 존재가 돼 줄 수 있어서 우진도 진심으로 좋았다.
“나는 그런 거 필요 없으니까 그냥 원고만 미리 줘 봐. 다음 편이 필요하다, 우진아.”
재훈은 실리를 추구했다.
“그게 재미있어?”
우진은 원고를 직접 쓰는 입장에서 항상 그게 궁금했고 멤버들은 최고의 리액션으로 그에게 화답했다.
“정말 재미있어. 엄청나. 아쉬운 부분이 없는 건 아닌데 그래도 재미있어.”
아쉬운 부분이 뭐냐고 물을 필요는 없었다.
보나 마나 자기들이 많이 나오지 않아서 아쉽다는 말을 할 터였다.
“네가 작가라는 걸 몰랐을 때는 하루에 두세 편씩 써 주면 좋겠더니 이제 네가 작가라는 걸 아니까 그런 생각이 안 든다. 이제 연습할 시간도 빠듯해질 텐데 나중에는 연재가 중단될 수도 있겠다. 야, 이제부터 우진이한테는 아무것도 시키지 마. 방 청소도 우리끼리 나눠서 하고 식사 준비도 그렇게 해.”
재훈의 말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덕분에 우진만 편해졌다.
세 명의 까다로운 평론가를 집 안에 두고 그들의 의견을 듣는 게 벅찰 때도 있었지만 도움이 되는 게 훨씬 많았다.
그들은 우진이 잊고 있던 것을 알려 주기도 했고 가상의 에피소드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는데 가끔씩 우진의 상상을 뛰어넘는 것들이 튀어나왔다.
우진은 그때마다 환호하며 뚝딱 분량을 만들어 냈다.
“형, 형. 그레이 핑크 멤버들이 전부 저랑 사귀고 싶어 하는데 제가 차갑게 거절하는 에피소드를 넣으면 어떨까요?”
“응. 기각.”
“우리가 그래미 수상하는 건 언제 나와요? 그것도 쓸 거죠?”
민과 제레미가 차례대로 물었고 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까짓거.
그게 대수이겠는가.
“저는 연기하는 것도 써 주세요. 그리고 세계 3대 영화제의 남우 주연상을 전부 석권하는 걸로요.”
“저는 광고계의 블루칩이 돼서 1년에 100억씩 번다고 해 주세요. 그래서 대표님이 회사 이름을 제레미 엔터로 바꾼다고요. 제가 회사 사람들 다 먹여 살리고 막. 아, 재벌가 딸들이 막 저 좋다고 따라다니는 것도 좋겠네요. 맞다, 사생팬! 재벌가 딸들이 사생팬이 돼서 우리 숙소에 들어와 있는 거예요!”
민과 제레미는 쉬지도 않고 말을 했는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것도 있었지만 어떤 건 꽤 재미있게 나올 것도 같아서 우진은 열심히 메모를 하며 듣곤 했다.
“그러고 보니까 우리는 사생팬한테 시달린 일은 별로 없다. 그치? 솔직히 우리같이 생기고 그러기도 쉽지 않은데.”
재훈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한주미나는 정말 착하고 배려심이 깊어서. 좋은 팬을 만난 것도 우리 복인 것 같아. 생각해 보면 우리도 불행하기만 한 것도 아니었어. 멤버를 잘 만난 것도 그렇고. 다른 돌들 봐라. 멤버들이 학창 시절에 일으킨 문제 때문에 그룹이 공중분해되기도 하는데 너희는 그런 일도 없고.”
우진이 말하자 칭찬이 낯선 멤버들은 괜히 딴청을 피웠다.
“그러고 보니까 쓸 게 정말 많다. 학폭 문제로 데뷔가 무산되는 그룹 얘기도 쓰고. 이러면 회차를 넉넉히 풀어도 되겠는데? 오늘은 두 편 올릴까?”
“무슨 소리야? 아껴!”
이제는 우진이 연참(연달아 여러 화를 연재하는 것)을 하고 싶어 해도 다른 사람들이 말렸다.
촬영에 들어가면 글을 쓸 시간이 안정적으로 확보되지 않을 수도 있고 스태프들과 함께 있다 보면 몰래 올리는 게 어려울 테니 가능하면 비축분을 쌓아서 최대한 많이 예약을 걸어 놓고 가는 게 좋다고 의견을 모았던 것이다.
든든한 공범들과 함께, ‘역주행’은 계속되었다.
* * *
마침내 아이돌 대회가 방영되었다.
촬영한 지 거의 한 달이 지나고 나서 방영되는 거였지만 그사이에 기대감이 식지는 않았다.
그리고 아이돌 대회에서 있었던 수많은 일에 대해 이미 얘기를 듣고 기다린 사람들 덕분에 16%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인터넷에 회자되던 장면을 직접 확인하려는 ‘역주행’ 독자들의 공이 컸다.
부상 때문에 아이돌을 걱정하는 팬들은 차라리 아이돌 대회의 시청률이 낮게 나와서 프로그램이 폐지되기를 바라기도 했는데 어쩌다 보니 우진과 퍼펙트 올킬이 역적이 되어 버린 것 같았다.
그러나 보지 않을 방법이 없었다.
퍼펙트 올킬에 대한 갈증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는 상태였다.
‘역주행’의 인기로 퍼펙트 올킬에 대한 관심이 그렇게 높아졌는데도 어떻게 된 게 소속사는 이렇다 할 것을 보여 주지 않았다.
방송에 나와도 토크를 하다가 끝나는 게 전부였고 어쩌다가 기존에 발표했던 노래를 부르는 게 끝이었는데 팬이 아닌 사람들도 소속사가 이 그룹을 완전히 놔 버렸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퍼펙트 올킬이 입을 여는 순간 핵폭탄급 폭로가 연달아 터질 것 같아서 방송 출연도 최대한 자제하는 걸 거라는 이야기가 팬들 사이에서 오갔다.
그런 걸 생각하자면 아이돌 대회의 출연이 퍼펙트 올킬에게는 신의 한 수였다.
방송사가 기획사에 갑질해서 억지로 아이돌을 출연하게 만드는 프로그램.
그게 퍼펙트 올킬 입장에서는 득이 된 것이다.
지금 퍼펙트 올킬에게 최대의 적은 기획사인데 그 기획사를 가볍게 압도해 주는 방송사가 나타났으니.
제작진이 퍼펙트 올킬을 편애한다는 것은 아이돌 대회의 편집 영상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퍼펙트 올킬은 아이돌 대회 내내 날아다녔다.
우진은 경기장에서, 우진을 제외한 멤버들은 방청석에서.
방청석에서 퍼펙트 올킬과 한주미나가 만나는 걸 본 시청자들은 그 장면을 보면서 가슴 벅찬 기분을 느꼈다.
그걸 보려고 일부러 아이돌 대회를 시청한 사람들도 있을 정도였다.
그들은 그냥 한낱 아이돌과 팬이 아니라 소설 ‘역주행’에서 봐 온 생생한 캐릭터들이었다.
300화, 이제는 350화가 넘어가니 권수로 따지면 14권 분량이었다.
14권의 소설을 쭉 따라온 사람치고 책 속의 인물들이 실제로 만나는 장면을 궁금해하지 않을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들은 ‘역주행’의 작가가 팬들에게 조공을 바치기로 했다는 것을 공지를 통해 이미 알고 있었고 어쩌면 방청 온 팬 중에 작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
도시락을 먹는 모습은 한주미나가 가장 오래 잡혔다.
아이돌 팬덤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역주행’을 통해서 그동안 아이돌 대회를 통해 일어났던 크고 작은 일들을 알게 되었고 그게 아이돌과 팬들에게는 중요한 연례행사이자 애증의 행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아이돌이 팬들에게 역조공을 하는 풍습이 생기면서 팬들끼리 자기들이 받은 도시락을 자랑하며 거기에서 상처받는 사람들도 생겨난다는 것 역시 알게 됐다.
한주미나에게 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던 퍼펙트 올킬로서는 정말 최고의 도시락을 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제작비도 회수하지 못해 행사만 돌고 있는 입장에서 그들도 평소에 제대로 된 도시락을 먹지 못할 것 같은 의심이 물씬 드는 상황에 그건 꿈도 꾸기 어려운 일일 터였다.
그때 나타난 ‘역주행’의 작가가 한주미나와 퍼펙트 올킬에게 최고급 도시락을 선물하기로 하는 것을 보며 독자들은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었다.
연예인 팬덤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퍼펙트 올킬과 한주미나는 관찰할 대상이었지 감정을 이입할 상대는 아니었다.
그런 그들이 드디어 만나 아무 걱정도 없는 얼굴을 한 채 서로를 걱정하고 반가워하며 함께 식사를 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힐링이 됐다.
아이돌과 팬으로 만난 그들이 서로를 얼마나 위하고 오랫동안 걱정해 왔는지는 옆에서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었다.
퍼펙트 올킬과 한주미나는 확실히 다른 사람들과 비교가 됐다.
자연스럽게 눈길이 갔고 저절로 응원을 하게 됐다.
저 사람들은 정말 잘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게 하는 완벽한 구성이었던 것이다.
그걸 의식한 것처럼 여러 대의 카메라가 그들에게 붙었고 서로의 표정을 잘 담아 주었다.
“천천히 먹어요. 많이 있으니까 더 먹어요. 누구 완두콩 좋아하는 분?”
완두콩을 골라 남에게 양보하는 잔망스러운 재훈의 모습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광대가 승천하는 것을 느꼈다.
제레미는 팬클럽에서 자기가 기억하는 닉네임을 부르며 혹시 그분도 왔냐고 물었고 그런 식으로 몇 사람과 만나서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팬과 스타가 서로를 알아보고 놀라는 모습은 정말 재미있었다.
“와아아아!! 제가 생각한 거랑 똑같이 생기셨어요!”
“이상하게 생겼어요?”
“아뇨. 너무 예뻐요. 세상에서 한주미나가 제일 예뻐요. 그리고 똑똑하고 자상하고. 그때 했던 말 기억하는데.”
퍼펙트 올킬은 한주미나가 팬 카페에서 한 말들을 알고 있었고 그들을 기억해 주었다.
그러나 킬링 포인트는 그게 아니었다.
원래는 그게 되는 게 맞았을 텐데 갑자기 나타난 우진의 활약으로 인해 많은 것이 바뀌었다.
우진은 아이돌 대회의 원 톱이었다.
아이돌만 백 명 넘게 몰려든 것 같은 그곳에서 그는 단연 군계일학이었다.
[차우진 뭔데 저렇게 잘해? 선수 출신 아님? 나는 세계 육상 선수권 대회 중계방송 보고 있는 줄 알았잖아?] [원래 저렇게 잘했나? 그런데 님들, ‘역주행’이 무료 소설이었을 때부터 차우진 분량은 그렇게 많지 않았던 거 앎? 작가가 차우진은 별로 안 좋아하나? 작가 최애는 딱 표시가 안 나고 다른 세 멤버 분량은 비슷한데 유독 차우진은 분량이 적어서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다른 멤버 같았으면 운동을 이렇게 잘하면 그렇다고 언급이라도 했을 것 같은데.] [정말 그런가? 듣고 보니까 그런 것 같기도 하네? 맞다. 다른 멤버들 외모 묘사는 열심히 해 놓고 차우진은 그냥 지나가고, 팬 반응이나 다른 반응 쓸 때도 차우진은 그 자리에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많았던 것 같아.] [불쌍한 우진이. 그래도 우리가 좋아해 주고 있으니까 너무 실망하지 마. 작가한테 뭘 잘못 보였는지 모르겠지만 작가님이 우진이도 좋아해 주면 좋겠다.] [아아! 그러고 보니 퍼펙트 올킬 다른 멤버들은 댓글 달고 가고 그랬는데 차우진만 안 달았던 것 같아. 작가님이 그거 보고 빈정 상했나?]방송이 끝나고 시청자 게시판에 모여든 ‘역주행’ 독자들은 가장 먼저 그 이야기를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