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143
제143화
143화
우희는 퍼펙트 올킬의 녹화가 길어지는 동안 밖으로 나갔다.
이미 퍼펙트 올킬의 출근길을 기다리고 있던 팬들은 거의 빠져나간 후였지만 홈마 서지현은 그 자리에서 우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희도 오랜만에 서지현과 이야기를 할 시간이 생길 것 같아 기다리고 있으라고 얘기를 해 놓은 상태였다.
시선이 마주치자 서지현이 우희에게 다가왔다.
“야, 요즘에 무슨 일 있는 거야? 왜 이렇게 경비가 삼엄해졌어? 우리 킬이들이 잘나가서 극성팬들이 많아진 건 아는데 혹시 내가 모르는 이유라도 있는 거야?”
서지현은 홈마였지만 퍼펙트 올킬을 좋아하고 걱정하는 만큼은 누구 못지않았다.
최근 퍼펙트 올킬의 스태프들이 그들을 과도하게 보호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고 그 때문에 전처럼 좋은 사진을 건지는 게 어려워지기는 했지만 그녀는 그런 사실에 불만을 품기보다는 퍼펙트 올킬에게 안 좋은 일이 있었던 건 아닌지 그게 먼저 걱정이 됐다.
그래서 우희에게 몇 번 연락을 했던 것이다.
우희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을 시키고 그녀와 마주 앉았다.
“퀸스 워크가 옮겼잖아.”
“역시 그 VIV 때문인 거야?”
“응. 특별히 무슨 낌새가 있는 건 아닌데. 이건 확실히 밝혀진 얘기가 아니라서 말을 하기가 곤란한 문제인데 혹시 몰라서 퍼펙트 올킬의 경호에 신경을 쓰고 있는 거야.”
“무슨 얘긴지 알 것 같아. 나도 퀸스 워크가 VIV 미디어에 편입됐다는 말 듣고 VIV 그룹에 대해서 좀 알아봤거든. 무슨 소설에서나 나올 것 같은 일이 많이도 일어났던데. 재벌이라서 비호받고 일을 덮은 건가 싶기도 하고. 이상하잖아. 총수의 여자들이 줄줄이 사고를 당했다는 거.”
“그렇지.”
서지현은 자기가 생각한 게 맞는 모양이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고생이 많다. 그런 이유라면 나도 운영진한테 조금 흘려 놓을게. 우리는 킬이들이 인기 좀 더 얻었다고 팬들 잊는 사람들 아니라는 거 알아. 단지 킬이들한테 무슨 일이 있는 건가 걱정이 돼서 그렇지.”
“알지.”
그것도 퍼펙트 올킬이 누리는 대단한 혜택 중 하나였다.
“참, 너는 그 쓰레기 잡았냐? 너한테 협박 편지 보내고 이상한 거 보낸다는 인간.”
“잡았는데 어린애더라고.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했더니 진짜 표독스럽게 노려보더라. 네가 뭔데 퍼펙트 올킬이랑 웃고 떠드냐고 하던데? 그래서 차우진 동생이다, 어쩔래, 그랬지.”
“……!”
그런 걸 가만히 놔뒀냐고 하려는 것 같던 서지현은 우희가 했다는 말을 듣고 설마 정말 그랬냐는 표정이 되었다.
“그랬더니?”
“말을 못 하더라고. 그러면서 부러워 죽겠다면서 울던데?”
“……정말이야? 내가 걱정할까 봐 거짓말하는 거 아니고?”
“요즘 애들 왜 그렇게 발육 상태가 좋은 거야? 초등학생이라는 애가 나랑 키 차이가 별로 나지도 않고. 다른 것도 다른 거였지만 초등학생이라는 말에 엄청 놀랐잖아.”
“그래서 선처해 주기로 했어?”
“선처해 주긴? 다음부터 그러지 말라고 했더니 걔도 내가 봐주겠다는 걸로 알아들었나 봐. 그런데 나는 애쉬 오빠가 당한 일도 봤잖아. 퀸스 워크는 그런 일 벌인 애들한테 무관용이야.”
“그래도 걔는 너무 어려서 처벌은 안 받겠다.”
“그렇더라도 자기가 얼마나 심각한 일을 저질렀는지는 깨달아야지.”
서지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한마디를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서운하기는 하겠지만 네가 엄청난 특혜를 누리고 있고 수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받고 있는 위치라는 건 너도 알고 이해를 해야 돼. 나도 너랑 친하지만 않았으면 너 엄청 싫어했을 거야. 네가 퍼펙트 올킬 지킨다고 꼴통 짓 하고 다닐 때부터 알았으니까 그랬지 안 그랬으면 네가 우리 킬이들 옆에 붙어 있는 거 눈꼴셨을 거야.”
두 사람은 갑자기 그때 일을 떠올리며 웃었다.
주문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나왔고 서지현은 이제 슬슬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퍼펙트 올킬이 녹화하는 동안 우희가 잠시 빠져나온 거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들어가라. 우리 킬이들 잘 챙겨 주고. 특히 우리 쁨콩이 잘 챙겨 줘. 이제 너무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서 내가 다 흐뭇하다.”
“고마워, 언니. 조심해서 들어가. 한줌들한테도 말 잘해 주고. 공식적으로 알려지면 안 되는 거니까 입단속되는 사람들한테만 말하고.”
“알지. 내가 이 장사 하루 이틀 하냐? 너는 킬이들만 신경 써. 커피는 잘 마실게.”
서지현이 붕붕 손을 흔들고 가는 것을 보고 우희도 돌아섰다.
* * *
녹화가 끝나자마자 우진은 스마트폰을 먼저 확인했다.
강석희에게 붙여 둔 사람들에게서 들어온 보고를 확인하려 했던 것이다.
‘……?’
김강현의 보고 내용은 매번 같았다.
[이상 무]그러나 그때는 달랐다.
[신원 미상의 남자와 미팅 중] [장소 이동 없이 계속 대화] [장소 이동 없이 계속 대화]같은 보고가 한 시간 동안 계속 이어졌다.
퍼펙트 올킬은 우진의 표정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보고 그에게 다가왔다.
“형.”
민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부르자 우진이 그들을 보았다.
“강석희 사장이 누군가를 만나고 있대. 별일 아닐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모두 주의해. 앞으로는 경호원 없이 다니지 말고 혼자 다니는 일 없게 조심해. 대표님한테도 따로 말씀드려 놓을 테니까.”
퍼펙트 올킬의 얼굴에 긴장의 빛이 서렸다.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실제로 일어나자 불안해진 듯했다.
“제레미는 어디에 있어?”
“우희 찾으러 간 모양인데요? 우희가 도중에 밖으로 나가는 것 같던데.”
이빈이 말하자 민이 제레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냥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우진은 먼저 밖으로 나갔다.
강석희가 아직 장소 이동 없이 대화를 나누는 중이라고 했으니 이렇게 서두를 필요는 없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우진은 나가면서 김강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녹화 중이라 전화를 못 받았습니다.”
-걱정하실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강석희 사장은 지금 자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아무래도 도청이 필요할 것 같은데 그건 저희가 알아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계속 수고해 주십시오.”
고맙다는 말을 할 수는 없었다.
김강현도 그 사실을 이해하고 있었고 우진은 전화를 끊은 후에 사람들 틈에서 우희를 찾았다.
어느새 그의 걸음이 빨라졌다.
엘리베이터에서 그는 우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순식간에 1층까지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였지만 그때는 마음이 급해서 그랬는지 그 시간이 몇 분이나 지속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우희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다른 때는 그런 일이 없었다.
원래도 전화는 바로바로 잘 받았지만 강석희로 인해 경호를 강화한 후에는 우진이 걱정이 많다는 걸 알고 오래 기다리게 하지도 않았었다.
그런 우희가 전화를 받지 않았던 것이다.
우희는 이런 상황에서 허튼짓을 할 아이가 아니었다.
그랬기에 우진은 더욱 걱정이 됐다.
그러는 동안 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제레미도 우희를 찾으려고 돌아다니다가 보이지 않아서 돌아왔다는 얘기가 전해졌다.
우진은 전화를 끊고 방송국 밖으로 달려 나갔다.
로비에서 그를 알아본 사람들 몇몇이 반가움에 비명을 지르고 달려왔지만 그는 그들에게 말을 할 틈도 없이 전력으로 달렸다.
자신의 신체 능력이 달라졌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 능력을 현실에서 다시 사용할 일은 자주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나 그 순간만큼은 달랐다.
그가 있던 자리가 텅 비고 정체불명의 바람이 이는 것에 사람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채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
“설마 지금 차우진이…….”
남겨진 사람들이 경악에 차 있는 동안 우진은 건물 밖으로 달려 나갔다.
그런 그의 눈에 이해되지 않는 장면이 들어왔다.
수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저마다 자신의 속도로 방향성을 가지고 걷는 모습이었다.
우희를 발견하기 전에 그가 먼저 발견한 것은 경직된 모습으로 돌진하듯 걸어가는 한 남자였다.
뭐라고 명확하게 말하기 어려운 부자연스러움.
우진은 그것을 느낀 순간 그를 향해 전력으로 달렸다.
우진이 다가온다는 것을 알아챈 것 같지는 않았는데 그의 속도가 빨라졌다.
달리는 동안 우진은 우희를 발견했다.
우희는 음료수를 담은 여러 개의 캐리어를 들고 있었다.
서지현을 만나고 나오다가 멤버들에게 줄 생각으로 다시 돌아가 사 온 것을 우진은 알 리가 없었다.
우희의 그 느닷없는 행동으로 인해 강석희의 사주를 받은 남자가 그 주위를 한참이나 배회하며 찾아야 했다는 것도, 우희가 우진의 전화를 받지 않은 게 그 때문이었던 것도 우진은 몰랐다.
두 손이 그런 상태라 전화를 받기가 힘들었고 어차피 지금 녹화 현장으로 돌아가는 중이니 얼굴을 보고 얘기를 들으면 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우희는 수많은 인파 속에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남자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가 서두르거나 뛰기라도 했다면 시선이 갔겠지만 최대한 조심스럽게 다가오고 있었기에 그의 목표가 자신이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사주를 받은 허영만은 주머니에서 칼 손잡이를 잡았다.
전해 들은 대로라면 눈앞의 여자가 퍼펙트 올킬의 매니저고 멤버인 차우진의 여동생이라고 했다.
퍼펙트 올킬과 떨어져 있는 시간이 거의 없고 요즘 들어 경호가 심해져서 기회를 노리기가 어려울 거라고 했는데 그 말대로라면 이건 천운이나 다름없었다.
먹이가 무리와 떨어져 방황하고 있었고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주머니에서 칼끝을 몸에 대고 조용히 걸어가라고 하면 차우희는 그 말대로 할 터였다.
사람들은 그 말을 들은 후에 어떤 일이 생길지 알지 못한 채 눈앞의 공포에 굴복하고 말을 듣곤 한다.
허영만에게는 그런 일이 익숙했고 이곳에서도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수십 번도 더 해 온 일.
지금껏 실패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납치와 특수 폭행, 상해는 그의 전문이었다.
이렇게 갑자기 일을 받게 된 건 처음이었지만 마침 모든 게 맞아떨어졌다.
맡고 있는 다른 일이 없었고 이 일에 바로 투입될 수 있었다.
해 보겠냐는 말을 듣자마자 그러겠다고 하고 목표의 사진과 정보를 받은 후 곧장 이곳으로 왔는데 방송국에서 차우희를 찾아 헤맨 것을 제외하면 시간도 오래 허비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고 생각하며 그는 차우희에게 다가갔다.
그냥 그 옆으로 지나가려고 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지만 거리는 비정상적으로 가까워졌다.
날카로운 칼끝이 정확히 방향을 겨누고 차우희와의 간격이 불과 몇 십 센티도 남지 않게 됐을 때 허영만은 실수를 가장해 차우희 쪽으로 몸을 기울이려 했다.
‘……?’
희한한 일이었다.
어깨에 느껴지는 둔중한 감촉과 함께 그의 몸이 뒤로 당겨졌다.
189센티에 100킬로그램이 넘는 거구.
게다가 인상도 험악해서 사는 동안 누구에게도 도전을 받아 본 적이 없었다.
자신의 몸에 허락 없이 손을 대는 인간도 만나 본 적이 없던 그였다.
그런데 지금 이 상황은 뭔지.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아 뒤를 돌아보려 했지만 그것도 마땅치 않았다.
종아리에 느껴진 둔탁한 통증과 함께 그의 몸이 떠올랐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