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145
제145화
145화
강석희는 지금까지 그런 경험을 한 적이 거의 없었다.
화가 나면 화풀이를 했고 그 정도가 심해도 크게 야단맞지 않았다.
그랬기에 지금의 상황이 퍽이나 당황스러웠다.
그동안은 무슨 짓을 해도 전부 다 봐주는 것 같더니 왜 이번에만 유독 사사건건 꼬투리를 잡는 건지 화가 났다.
자기가 먼저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일을 해서 그런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런 것을 스스로 깨닫고 배워야 했을 시기에, 자기에게는 다른 잣대가 적용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탓이었다.
처음에는 전과 같은 방식이 통할 거라고 생각했다.
일을 사주받은 사람에게, 비밀을 안고 혼자 책임을 지면 돈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전이라면 통했을 방법이었다.
그렇게 한다고 해 봐야 그가 져야 할 책임이 크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강 회장이 직접 나서서 예전에 있었던 일까지 들쑤셔 버리는 바람에 잘못하면 이전 일까지 뒤집어쓰게 생긴 사람들이 강석희의 이름을 불어 버렸다.
그녀는 낯선 자리에 소환되었고 자신을 향해 쌀쌀맞은 눈빛을 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였다.
낯선 경험.
익숙하지 않은 세계.
강석희는 느닷없이 그런 것들을 경험하게 되었다.
모든 게 거짓말 같았다.
자기가 뭘 그렇게 잘못한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일을 그렇게까지 되게 만든 사람들에게 화가 났다.
강석희는 계속해서 아버지를 찾았다.
아버지가 아니면 자신을 건져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결국 강 회장이 강석희를 찾아오기는 했다.
“아버지!”
강석희는 반갑고 겁이 나고 불안해서 그를 불렀다.
강 회장은 구치소에 수감된 딸의 얼굴을 안타깝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내 잘못이다, 석희야.”
“아버지…….”
“너를 잘못 가르쳤어.”
“아버지, 왜 그런 말을 해요? 저를 꺼내 주세요. 아버지라면 할 수 있잖아요. 돈이 무슨 소용이에요? 여기에 있다가 건강을 망치면 어쩌려고 그러세요? 그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죠? 저는 지금도 아파요, 아버지. 저를 데리고 나가세요. 데려가 주세요, 아버지!”
처음에는 애원하는 듯한 말투이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짜증이 묻어났다.
강 회장의 말처럼, 자기가 그곳에 있는 게 그의 잘못이 맞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제가 잘못한 게 없다는 걸 아버지도 아시잖아요. 지금까지 항상 말씀해 오셨잖아요.”
“나는 내 잘못의 대가를 치를 거다. 너는 네가 한 행동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게 맞다. 그렇게 하는 게 맞아.”
“아버지!”
“너는 어린애가 아니다, 석희야. 더 어렸을 때 네가 깨달을 수 있도록 했어야 하는데. 너를 너무 아꼈던 걸 지금은 후회한다. 너를 아끼는 방식이 잘못됐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은 것도. 그것도 후회한다.”
“아버지,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그렇게 멍청한 소리 하지 말라고요! 뭘 후회해요! 다 포기한 것처럼 그런 소리 하지 말고 나를 데리고 나가요! 아버지라면 할 수 있잖아요. 보석을 신청해요. 돈을 내고 합의하고 필요하다는 건 전부 다 주고 나를 데리고 나가라고요!”
강 회장은 그곳에 오래 있지 못했다.
딸을 보는 게 그렇게 견디기 힘든 일이 될 거라는 것을 그는 미처 알지 못하고 있었다.
강석희가 갇힌 구치소를 나가면서 강 회장은 몇 번이나 자리에 멈췄다.
윤 실장이 그때마다 그의 곁에 나란히 서서 기다렸다.
강 회장의 입에서는 뭔가 말이 나올 듯했지만 끝내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차에 탄 윤 실장이 어디로 갈지 물으려는 듯 기다리자 강 회장이 말했다.
“퍼펙트 올킬은 지금 숙소에 있을까? 가서 사과해도 된다면 사과하고 싶은데.”
“알아보겠습니다, 회장님.”
윤 실장은 전화를 걸었다.
이빈이었다.
윤 실장이 보기에 가장 착한 것 같아서 이빈의 전화번호를 알아 두었다.
다른 멤버와 통화를 하려면 좀 신경이 쓰였고 강석현은 더더욱 그랬다.
퀸스 워크의 강준형 대표나 강하정 본부장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였는데 강 회장이 퍼펙트 올킬과 가까이하면서 연락책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급하게 친해져 놓은 게 이빈이었다.
역시 이빈의 전화번호를 알아 놓은 게 잘한 거라고 생각하며 윤 실장이 강 회장에게 말했다.
“숙소에 있다고 합니다. 숙소로 가겠습니다.”
“그래.”
그들이 탄 차가 퍼펙트 올킬의 숙소 앞에 도착하자 윤 실장이 다시 이빈에게 전화를 걸었고 퍼펙트 올킬이 모두 나왔다.
강 회장은 자기가 그들을 불편하게 한 것 같다고 생각하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퍼펙트 올킬은 그가 그런 마음을 갖지 않기를 바랐다.
“식사 안 하셨으면 저희가 식사 대접하면 어떨지요, 회장님? 좀 멀어도 괜찮으시면 모시고 싶습니다.”
우진이 먼저 그렇게 말을 해 주자 강 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퍼펙트 올킬은 밴을 타고 이동했고 연 실장이 그들을 뒤따라갔다.
퍼펙트 올킬이 간 곳은 우희가 그들과 합류할 때까지 운영하던 곳이었다.
연락도 없이 온 그들을 보고, 식당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일제히 반겼다.
재훈은 우희가 원래 그곳의 사장이었다고 설명을 해 주었고 강 회장은 신기한 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다가 방으로 안내되어 들어간 후에 강 회장은 퍼펙트 올킬 모두에게 사과했다.
“이런 일이 생긴 것은 결국 내 책임이야. 미리 막았어야 하는 거였어.”
“아무도 다치지 않았으니 너무 크게 마음 쓰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회장님. 마음 쓰지 않으려고 해도 생각이 그리로 향할 수밖에 없을 것 같기는 합니다만 심력을 소모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는 정말 괜찮습니다.”
우희가 말하자 강 회장은 미안한 마음이 더욱 커졌다.
“나이가 든다는 게 그런 것 같아. 내 앞에서 권위를 가진 사람이 사라지지. 어렸을 때는 부모님이나 선생님이나 선배의 말을 들으면 됐는데 나중에는 내가 스스로 판단해야 하고…… 그리고 수많은 오판을 했지.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해 주는 사람도 없었고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고 해도 듣지 않았을 거야. 그 대가를 지금 치르고 있는 거겠지.”
퍼펙트 올킬은 위로하고 강 회장은 미안해하는 시간이 계속되었다.
괜찮다고 말해도 그는 선뜻 미안한 감정을 다 털어 내기가 어려울 터였다.
퍼펙트 올킬은 강 회장이 안타까웠지만 겪어야만 하는 시간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다.
* * *
그것은 강 회장에게 계기가 되어 주었다.
자기가 잘못 보내온 시간을 마주하게 될 계기이자 책임지지 않은 일을 돌아볼 계기였다.
그것을 깨닫게 해 준 사람은 강석현이었다.
석현은 자신의 아버지에게, 그의 잘못이 아닌 일에 죄책감을 느끼지 말고 그가 잘못한 일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게 어떠냐고 돌직구를 날렸다.
“그건 또 무슨 말이냐.”
그건 직접적인 효과를 낳았다.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위로를 하려고 해도 통하지 않고 피글피글 앓기만 하는 것 같던 사람이 강석현의 말에는 갑자기 화가 난 듯 따지고 들었던 것이다.
“VIV 그룹을 키운다고 중소기업의 인력과 기술을 빼 온 일이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인력과 기술을 뺏기고 주저앉은 회사가 얼마나 많았습니까. 저는 지금이라도 VIV가 그 일을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그건…….”
관행이라고 하기에는 무책임했다.
그래도 이대로 넘어간다고 해서 갑자기 그 일을 가지고 VIV를 비난할 사람도 없을 텐데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은 들었다.
VIV 미디어를 중심으로 경영 실적이 좋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들이 잘못을 시인하면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벌 떼처럼 들고일어날 터였다.
그래서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하는 일이 그렇게나 어려운 것인데 강석현은 아직도 너무 이상만 앞선 것 같아 걱정이었다.
“너는 그 일에 얼마가 들 거라고 생각하냐.”
“얼마가 들더라도 그건 우리가 떠안고 가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래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 문제는 아버지가 해결해 주십시오. 금전적인 보상도 위로가 되겠지만 아버지가 나서서 사과해 주면 평생의 한이 풀릴 수도 있을 겁니다. 손해 본다고 생각하실 이유는 없습니다. 그때 보상했어야 하는 걸 하지 않고 버텨 오신 것뿐이니까요. 다른 사람도 다 그렇게 해 왔다고 하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다른 사람은 제 아버지가 아니지 않습니까.”
강 회장은 난감했다.
퍼펙트 올킬도 옆에 있는데.
일부러 이때를 노려서 말한 것 같기도 했다.
그들은 자기가 그런 일을 했다는 걸 모를 텐데…….
그건 회사를 위한 결단이었고 관행이었다고, 강 회장은 퍼펙트 올킬에게 설명했다.
퍼펙트 올킬은 별다른 코멘트를 하지 않았다.
그들도 왜 자기들이 있는 자리에서 강석현 사장이 그 말을 한 건지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알았다. 하여간. 일을 쉽게 하다가 죽은 귀신이 들러붙은 건지. 나는 너를 이해할 수가 없다!”
강 회장의 말에 강석현이 웃었다.
“제가 수행하겠습니다. 어디로 가셔야 하는지, 누구를 만나셔야 하는지 리스트도 전부 다 뽑았습니다.”
“아주 작정을 했구나. 내가 불러들였을 때 순순히 들어온 게 이때를 위해서 그런 거였냐.”
강 회장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노려보자 강석현이 웃었다.
아니라고는 하지 않는 것을 보니 그 이유도 아주 없던 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희한한 놈. 제 애미를 닮았는지. 어디서 저런 놈이 나온 것인지…….”
쯧 하고 혀를 찼지만 강 회장은 그리 기분이 나쁜 것 같지는 않았다.
“얼마나 들 것 같으냐. 그건 알아야지.”
“아버지 재산의 10분의 1도 안 들 겁니다.”
“고얀 놈.”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버지. 전 재산이 다 들어도 하셔야 할 일입니다. 그렇게 해서 전 재산을 탕진하게 되면 제가 부양하겠습니다. 저는 능력이 별로지만 준형이랑 하정이 능력이 출중하니까 애들한테 기대 보시지요.”
“그걸 왜 내 사재를 털어서 해? 회삿돈으로 해야지.”
“그렇게 하셔도 되고 저는 상관없습니다.”
강석현은 싱글벙글하고 있었다.
퍼펙트 올킬의 멤버들은 그 모습을 보면서 진심으로 경탄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강석희에 대한 죄책감, 그동안 잘못 살아온 것에 대한 회한으로 다 죽어 가는 것 같던 강 회장의 표정이 변해 있었던 것이다.
혹시 무력감을 느끼는 아버지가 걱정돼서 그 카드를 일부러 꺼내 든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만한 지출이 이루어지면 회사가 힘들어질 겁니다. 아버지도 힘껏 도와주십시오. 인맥은 아버지를 따라갈 사람이 없지 않습니까. 아버지가 사람들만 몇 번 만나 주셔도 훨씬 수월하게 진행될 일이 많습니다.”
“고얀 놈.”
강 회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지만 처음에 비해 훨씬 풀어진 모습이었다.
눈에는 다시 집념이 타올랐다.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집념이었다.
* * *
“이야. 본부장님 아버님 말이야. 진짜 장난 아니시다.”
기사를 보던 재훈이 고개를 저어 대며 말했다.
숙소에서 각자 휴식을 취하며 다른 일을 하던 멤버들이 그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