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149
제149화
149화
그들의 무대에는 처음부터 기대가 모아졌다.
더 이상 말이 필요가 없었는데 무대에 오른 우진과 연리지는 각각 피아노와 기타를 연주하며 넓은 음역을 자유롭게 오가면서 노래를 불렀다.
깊은 보컬은 서정적인 감성을 부족함 없이 표현해 냈고 적절하게 배분된 파트는 두 사람의 목소리가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를 보여 주었다.
악기의 소리는 최소로 하고 보컬의 매력을 돋보이게 했는데 따라 부르기에 쉬운 노래는 아니어도 중독성이 있었다.
공연을 지켜본 사람들은 수준 높은 공연에 만족감을 나타냈고 남아 있는 순서가 별로 없는 것에 아쉬움을 느꼈다.
그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그 방송이 왜 준비되었는지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제레미와 그녀의 파트너가 무대 위에 올라왔다.
사람들은 그녀가 여전히 가면을 쓰고 있는 것을 보며 한동안 잊고 있던 궁금증을 다시 자아냈다.
특별 방송이라서 기대하는 마음이 조금은 있었지만 그래도 정말 그녀가 정체를 밝힐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역시 음색이 좋고 노래를 잘 부른다고 생각하며 사람들이 노래에 더욱 몰입해 갈 즈음, 후렴이 끝나고 간주가 나오는 동안 제레미가 가면을 쓴 가수의 뒤로 갔다.
그리고 뒤에서 묶은 가면의 끈을 풀자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이 경악하며 그것을 바라보았다.
감히 어떤 상상도 허락되지 않는 순간.
제레미는 끈을 풀고 손으로 가면을 붙잡았다.
그러다 그가 그것을 놓자 여가수가 가면을 천천히 벗었다.
숨을 쉬는 것조차 잊은 사람들이 무대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동안 가면이 벗겨지고 그녀의 얼굴이 드러났다.
사람들이 그 사실을 깨닫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 듯했다.
차우희와 엄청 닮았다.
그들이 한 생각은 그 정도였지, 차우희다! 라는 것까지는 바로 이르지 못했다.
“안녕하세요. 한줌 여러분. 퍼펙트 올킬의 매니저 차우희입니다.”
우희가 그렇게 말하고 인사를 한 후 자신의 파트를 불렀을 때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볼 뿐이었다.
정말?
정말이라고?
정말 차우희라고?
그런 표정이 그들의 얼굴에 가득했다.
제레미는 행복한 표정을 하고 우희와 함께 노래를 불렀고 상황을 뒤늦게 받아들인 팬들 사이에서 엄청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지금까지 제대로 속았다는 생각과 함께 우희의 실력이 그 정도일 거라고 상상하지 못한 사람들이 경악하며 동시에 즐거워했다.
제레미와 우희가 마지막 무대를 꾸미는 동안 퍼펙트 올킬 멤버들이 무대 위로 나와 화음을 이루었다.
우진이 제레미의 곁으로 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자 팬들의 환호는 더해졌다.
제레미가 우진에게 예쁨받고 있다는 사실이 좋았던 듯했다.
노래를 마치고 우희가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여러분께 미리 알려 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그러나 팬들은 그 정도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했다.
속았다는 생각에 기분이 나쁜 게 아니라 유쾌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퍼펙트 하모니’가 방송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텐데 그사이에 비밀이 지켜질지 미지수였다.
그래도 퍼펙트 올킬은 일단 그 무대를 통해서 하려고 했던 말은 전부 전해 놓아서 마음이 편해진 상태였다.
“이제 후련하지?”
우진이 제레미에게 말하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게 있다는 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 새삼스럽게 깨닫게 된 시간이었다.
[님들아, 이거 비밀로 해 달라는 거였는데 내 손가락이 말을 안 들어. 판사님, 이건 제 고양이가 쓴 겁니다. 그러니 저는 죄가 없어요. 이거 아마 금방 삭제해야 할 것 같은데 볼 사람들만 보고 머릿속에서 지워. ‘퍼펙트 하모니’ 공개 녹화 보러 갔잖아? 그런데 제레미랑 같이 노래한 사람이 누구였는지 앎?]뜸을 들이려고 그렇게 글을 마쳐 놨더니 댓글이 달렸다.
누구냐는 게 아니었다.
[우희잖아. 다른 데에 이미 다 퍼졌어. 너님이 양심과 싸우는 동안 양심 따위 애초에 가지고 있지도 않은 애들이 다 퍼뜨렸어.] [뭐야…… 정말 다들 아는 거야?]역시나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다.
[제레미가 모든 게 완벽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가면 벗겨 주는데 손가락 엄청 길고 예쁜 거 있지. 신은 제레미를 빚는 동안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신 걸까? 이게 마지막 작품이라고 생각했거나 얘까지만 빚고 이제 일 안 하겠다고 생각했는지도 몰라. 어떻게 하나하나에 그렇게 지극정성을 들였나 몰라.] [제레미 손 보고 심쿵한 거 나만이 아니었군. 촉촉하고 부드러운 게 육안으로 보이더라. 오늘 방송의 주인공은 렘이의 손이었어. 렘이 손 한 번만 만져 봤으면. 렘이랑 악수 한 번만 해 봤으면.]이야기가 그렇게 중구난방으로 흩어지는데도 결국에는 다시 주제로 돌아온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렘이랑 우희랑 서로 바라보면서 노래하는데 왜 그렇게 좋은지. 우희는 어색해하고, 한줌들한테 미안해하는 게 느껴지고 렘이는 그런 건 상관없는 것처럼 세상에 자기랑 우희만 있다는 듯이 눈에 꿀을 떨어뜨리면서 우희를 보는데 와, 진짜 장난 없더라. 우희가 부럽지만 질투가 나지는 않았어. 그냥 내가 우희라고 생각하면 그만이니까.] [옴모. 나랑 생각이 같군! 나도 렘이가 나를 보면서 노래를 하는 거라고 상상하니까 충분히 만족스러웠어. 우희 앞으로도 그렇게 종종 렘이랑 같이 노래 부르면 좋겠어.] [나중에 우진이가 렘이 어깨에 팔 올리고 흐뭇하게 보는 거 본 사람 있음? 우리 매제! 하는 눈이더라. 그렇게 좋을까.] [님들, 우리 쁨콩이 봤음? 쁨콩이 왜 이렇게 예뻐? 전보다 더 예뻐진 듯. 퍼펙트 올킬 정기적으로 성형 시술 받는다더니 그거 정말인가? 아니면 볼 때마다 그렇게 잘생겨지는 게 말이 안 되잖아.] [이건 또 어디서 굴러먹던 타돌 팬이냐? 퍼펙트 올킬이 정기적으로 시술을 받아? 퍼펙트 올킬은 그럴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야. 카메라 마사지는 좀 받았겠지. 어디서 우리 킬이들을 성괴 취급을 하려고.]퍼펙트 올킬 멤버들은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을 보면서 반응을 살피다가, 부정적인 여론이 없는 것에 안심했다.
그 기대감이 유지돼 ‘퍼펙트 하모니’의 시청률은 다시 한번 TNBC 예능의 지붕을 뚫었고 TNBC는 그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고군분투했다.
퍼펙트 올킬은 지상에 내려온 신들처럼 사람들을 환호하게 만든 후에 다시 사라졌고 그 여운은 오래오래 계속되었다.
* * *
실로 오랜만에 주어진 휴가였다.
도대체 언제부터 활동이 계속된 건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였다.
“우리 진짜 쉬지 않고 활동을 했더라고? 방송 활동에 콘서트에 광고 촬영에, 인터뷰랑 화보 촬영까지 합하면 이야…… 말도 못 하게 혹사당했던 것 같아.”
재훈이 말하는 동안 동생들은 함께 갈 휴가 계획을 세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야, 그런데 우리는 왜 휴가도 같이 가는 거야? 휴가라는 게 원래 그런 거잖아. 그동안 고생했던 지긋지긋한 곳을 떠나서 새로운 사람도 만나고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만남을 기대하면서 떠나는 거.”
“아닌데요? 형이 잘못 알고 계시네. 휴가는 가족이랑 친구랑 오순도순 정답게 손잡고 가는 거예요. 모르는 곳에 가서 무슨 일을 당할지도 모르는데 겁도 없으셔!”
민이 우진의 말을 단칼에 차단하고 나서며 말했다.
“나는 휴가 기간만이라도 좀 조용히 다니고 싶다고. 새로운 사람도 많이 만나고 싶고.”
“우리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되죠, 형.”
이빈은 말을 해 놓고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신선하게 말했다고 내심 좋아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애쉬 형도 같이 가자고 할까? 너 애쉬 형 잘 모르잖아, 우진아.”
재훈은 그런 말이나 하고 있었고 거기에 더해 연리지도 부르자는 말까지 하고 있었다.
그렇게 사람들을 하나둘 더 붙이다 보면 우진이 안 간다고는 말을 못 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냥 혼자 떠나고 싶다고. 나를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랑하고 싶어. 내가 가 본 적 없는 곳에서 그렇게 자유를 느끼고 싶다고.”
“그거 위험하다고요. 그리고 요즘에는 그런 여행이 완전히 불가능해요. 지금이 옛날 같은 때인 줄 아세요? 곳곳에 인터넷이 들어가 있어서 형 얼굴 모르는 사람들 찾으려면 오지에 가야 되는데 오지에 가면 위험한 모기도 있고 안 돼요, 안 돼.”
민은 그런 거 먹는 거 아니라고 잔소리하는 어머니처럼 쉬지도 않고 쏘아 댔다.
“우희야, 우진이 형 다른 곳으로 새지 않게 네가 잘 막아야 된다.”
“네, 오빠. 우리 오빠 원래 말만 이러지 혼자 여행 다녀 본 적도 없어요.”
우희는 걱정할 것 없다는 듯이 말했고 우진은 기가 막혔다.
“왜 이러셔? 그동안은 바쁘고 기회가 없었으니까 그렇지.”
그러자 멤버들이 그를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정말 그렇게나 혼자 가고 싶은 건가 하는 것 같았다.
그러자 우진이 좀 미안해져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아니…… 너희랑 같이 가는 게 싫다는 건 아니야. 그냥 나한테도 혼자만의 시간이 좀 필요하지 않은가 하는 것뿐이지. 그동안 정말 솔직히 우리는 너무 붙어 있었잖아. 생활도 숙소에서 같이하고 방송도 같이하고. 너희는 안 지겹냐?”
“응.”
“네. 전혀요.”
“왜 지겨워요?”
“세상에, 지겹다니요?”
재훈과 세 동생들이 일제히 말했다.
우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 멤버들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 정말 가기 싫어요?”
민이 계획을 세우다가 그래도 우진의 의견을 듣기는 해야 한다는 듯이 물었다.
우진은 지체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민도 고개를 끄덕였다.
“뭐야…… 그래도 되는 거야?”
우진이 활짝 편 얼굴로 묻자 민이 계획을 적어 넣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냥 물어본 거죠. 우리 휴가에는 형이 있어야 돼요. 형이 안 보이면 어디에서 무슨 실수를 할지 몰라서 걱정된다고요. 그리고 우리가 있어야 형이 글 올리기 전에 봐 주죠. 잊어버리셨어요? 저희가 안 봐 줬을 때 형이 실수할 뻔한 거.”
“그거야 그렇지만 그건 오래전 일이고 이제는 실수 없이 잘해.”
그러자 재훈이 인상을 팍 썼다.
“거참. 어지간히 엥엥거리네. 그런다고 해 봐야 달라질 것도 없는데.”
우진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그 정도로 말을 하면 자존심 상해서라도 그럼 따로 가라고 말을 할 것 같은데 퍼펙트 올킬은 전혀 그런 전개는 보이지 않았다.
우진도 나중에는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기왕 가는 거라면 기분 좋게 다녀오자고 생각하며 마음을 비웠다.
“좋은 곡도 엄청 많이 만들어 와요, 우리.”
제레미는 이미 들떠서 자기가 평소에 가고 싶었던 곳들을 우희에게 보여 주었고 우희는 그때마다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도 여름 노래 하나 만들기는 해야 되는데. 그러면 그게 연금곡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재훈이 소파에서 뒹굴거리며 묻자 이빈이 좋은 생각이라며 기타를 가져다 재훈에게 안겨 주었다.
“아니, 그냥 해 본 말이지. 쁨콩아, 형은 말도 못 해 봐?”
“그래도 치다 보면 뭔가 나올 수도 있으니까요.”
우진은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평화롭다고 생각했다.
가만 보면 휴식을 취할 때도 멤버들은 이런 식으로 함께 모여 있을 때가 많았다.
녹화 때가 아니면 같이 있지도 않고 대기실도 각자 따로 준비해 달라고 한다는 그룹도 있던데 퍼펙트 올킬은 지겨울 정도로 함께 지냈는데도 그런 불편을 토로하는 사람이 없었다.
소외되는 사람도, 배제되는 사람도 없었다.
그들이 먼저 다가오며 말을 걸었고 서로가 서로에게 자연스럽게 기대고 어깨를 내주기도 했다.
우진은 그런 멤버들을 만난 거야말로 가장 큰 축복 중에 하나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