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159
제159화
159화
영상을 보며 사람들에게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미 압도적으로 기울어진 판세를 일거에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지만 그래도 생각할 계기가 되어 준 것은 분명한 듯했다.
민은 영상을 올리기 전에 자막을 달았다.
우진이 나타나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우진이 그 자리에 조금 더 늦게 나타났으면 애쉬가 무슨 일을 당했을지.
영상은 민의 등에 난 상처 사진을 비추다 끝났다.
[점점 지겨워져 가고 있다. 정의로운 척하는 인간들의 역겨운 모습. 마지막 장면은 내 등에 난 상처 사진이다. 수술해도 흔적은 남을 거라고 하네. 진실에는 귀를 틀어막으면서 왜 사과하지 않냐고 하지. 듣고 싶은 말은 그거지? 우리를 짓밟아도 좋다는 말. 너희가 원하는 말을 하지 않으니까 우릴 공격하고 매도하지. 그런데 이걸 어쩌나? 우린 너희 뜻대로 되지 않을 텐데. 내가 말했나? 수술해도 흔적은 남을 거래. 언젠가 영상이 조작됐다는 사실이 완전히 밝혀지고 너희가 사과하고 싶어 해도 아마 그때 너희를 용서하기는 어렵겠지. 수술해도 흔적은 남을 거라고 하니까.P.S. 우리가 영원히 사랑하는 한줌들. 이제 우리를 위해서 싸우지 마. 싸움은 우리가 할게. 한줌들만 상처받지 않으면 우리는 언제라도 다시 노래할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상처받지 말고 버텨 줘. 한줌들은 그것만 해 주면 돼.]
자막의 글귀는 리드미컬하게 읽혔다.
민이 랩이라도 하는 것처럼.
사람들은 퍼펙트 올킬이 그 일로 인해 마음을 거두어들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합의를 시도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지만 퍼펙트 올킬은 누구도 만나지 않았다.
그럴수록 그들과 개인적인 친분을 가진 사람들은 지겨울 정도로 퍼펙트 올킬을 찾아왔다.
그들이 그러다가 인간에 대한 환멸을 갖고 노래마저 포기하게 될까 봐 걱정이 됐던 것이다.
사실 퍼펙트 올킬을 버티게 해 주는 것은 그런 위로였다.
퀸스 워크는 아주 조를 짜서 교대로 퍼펙트 올킬을 지키기로 한 것처럼 부지런히도 왔다.
멤버들은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을 동시에 느꼈다.
“저희 활동도 안 하는데 숙소 계속 이렇게 내주셔도 되는 거예요? 스태프들도 그렇고 밴도 그렇고요.”
재훈이 장난스럽게 말하자 강준형 대표가 웃었다.
“이게 활동이 아니라고 누가 그래? 이런 식의 활동이 비전형적이기는 하지만 나는 이것도 활동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시간이 나중에 나올 음악에 살이 되고 피가 될 거야. 나는 너희가 널브러져 있는 것도 다 활동이라고 생각하는데. 너희는 안 그러냐?”
대표가 그렇게 나오다 보니 퍼펙트 올킬의 걱정만 많아졌다.
“대표님, 저희한테만 이러시는 거죠? 다른 사람들한테도 이러시는 거 아니죠? 그러면 안 돼요. 퀸스 워크 망한다고요.”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좋다는 거 알잖아. 내가 그런 것도 못 알아볼까 봐 그래?”
그러면서 그가 한숨을 쉬었다.
“너희 없으면 무슨 낙으로 사냐?”
“저희가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래. 그렇지.”
강준형이 멤버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힘든 시기라는 거 아는데 너희를 위해서 애쓰는 사람들 생각해서라도 조금만 더 참아 줘. 며칠 전에 할아버지가 아버지 보러 오셨는데 아버지랑 얘기 나누시는 거 보고 깜짝 놀랐다. 딥 페이크 기술에 대해서 얘기를 하시는데 공부를 얼마나 하신 건지. 나랑 하정이랑 모두 혀를 내둘렀잖아? 그리고 기술 착취 건으로 저번에 보상했던 업체에서 조작 영상을 탐지하는 기술 개발에 들어갔어. 비용은 VIV 테크에서 전액 지원하고 있고. 딥 페이크 기술이 너무 빠르게 발전해서 시간이 걸리고는 있지만 우리를 믿어 줘. 그러면 좋겠다.”
퍼펙트 올킬은 복잡한 표정으로 대표를 보았다.
“그 시간에 새 아이돌을 키우지 그러세요. 대표님은 정말 충분히 하셨어요. 퀸스 워크도 그렇고 VIV도 그렇고요. 저희가 이 정도로 궁지에 몰리면서도 완전히 사람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은 것도 다…….”
재훈이 말을 하다가 끝을 흐렸다.
“세계 정상의 아이돌을 키워 보고 나니까 솔직히 더 이상 목표가 없다. 퀸스 워크 대표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면 사람들이 난리를 칠지도 모르겠지만 그게 사실인 걸 어떻게 해. 너희 군대 간 동안 나도 할아버지 따라다니면서 그 일 마무리 지어야지. 아무튼 어떤 놈이 그런 건지 밝혀지기만 하면 경찰한테 안 들키게 조심해서 법망 피해서 사적으로 보복해 버릴 거야.”
“그런데 강 회장님을 이제 할아버지라고 부르시네요?”
제레미가 묻자 강준형이 웃었다.
“응. 할아버지라고 하라고 그러시더라고. 어머니하고도 잘 지내셔. 그것도 다 너희 덕분이다. 너희가 복덩이들이다.”
“그렇게 생각해 주셔서 감사해요. 정말로요.”
우진의 말에 다른 멤버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퀸스 워크를 만나지 못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은 정말 수없이 많이 했었다.
많은 만남이 퀸스 워크를 통해 이루어지지 않았던가.
“하나만 약속해 줘, 얘들아.”
강준형이 처음부터 작정한 게 있었던 듯 말했다.
“노래하겠다는 마음. 그것만 포기하지 마. 그것만 포기하지 않으면 방황은 얼마든지 오래 해도 좋아.”
멤버들이 웃음을 지었다.
어차피 자기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짓는 웃음이었다.
* * *
퍼펙트 올킬의 군 입대는 조용히 이뤄졌다.
한주미나는 그때에도 그들과 함께 있었다.
퍼펙트 올킬이 아직 무명이었을 때부터 팬이었던 한줌들이 대부분이었다.
서지현은 눈물이 나오려는 걸 참느라 화가 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래 봤자 붉어진 눈시울을 감출 수는 없었다.
팬들이 모두 비슷했다.
“건강하게, 다치지 말고, 무사히 돌아와야 돼요.”
회장 윤이나가, 울먹이는 소리로 말하자 멤버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이 킬이들은 한줌들 건데 당연히 그래야지.”
“어우. 미쳤어, 미쳤어. 이제 저런 소리도 다 하고.”
우진의 말에 한줌들이 난리가 났다.
만나는 횟수가 많아지고 친해지면서 이제 가깝게 지내는 한줌들에게는 말을 놨는데 한줌들은 친근함을 느끼며 좋아했다.
“안 울려고 했는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냐.”
누군가 말하자 그게 신호탄이라도 된 것처럼 여기저기서 울음을 터뜨렸다.
기자들이 와서 사진을 찍자 격앙된 팬들이 그들을 향해 비난을 퍼부었다.
“사진을 왜 찍어요? 뭐라고 하려고 사진을 찍어요? 무슨 염치로 여기에 와요?”
퍼펙트 올킬은 팬들을 말렸고 팬들도 어쩔 수 없이 화를 참았다.
멤버들은 그 모습을 모두 눈에 담았다.
시간이 흐르면, 다시 여기에 서면.
그때는 달라지기를.
제발 그렇게 되기를.
그들의 바람은 한 가지였다.
우진은 멀리 서 있는 밴을 보았다.
연리지는 아마 그 안에서 우진을 지켜보고 있을 터였다.
몰려든 기자들에게 먹잇감을 주고 싶지 않아서 멀리서만 지켜보라고 당부를 해 두었었다.
자기가 옆에 있어 주지도 못하는 동안 기자들에게 시달리게 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몸 성히 잘 다녀와.”
강 회장이 굳은 얼굴로 각 사람에게 인사를 건넸다.
고마운 사람들은 그 자리에 다 있었다.
그들의 모습을 전부 눈에 담아 넣은 후 퍼펙트 올킬의 멤버들이 돌아섰다.
어쩌면 이것이 1막의 끝은 아닐까.
우진은 뒤돌아보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 * *
어느 날 인터넷에 기사 하나가 떴다.
VIV 테크가 무서운 집념의 결과 조작 영상을 탐지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내용이었다.
뿐만 아니라 원본 영상과 비슷한 영상을 찾아내는 기술까지 개발해서 원래 있던 영상과 비교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원본 영상과 비교하면 조작된 영상을 알아보는 것이 더욱 쉬워졌다.
인터넷에 업로드된 적이 있는 영상만 찾을 수 있기에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영상은 찾기가 어려웠지만 조작 영상을 만드는 과정에서 원본 영상을 인터넷에 올려야 했기에 조작된 영상의 원본 영상은 모두 찾아낼 수 있었다.
그 기사를 본 사람들이 떠올린 것은 모두 같았다.
퍼펙트 올킬.
끝까지 결백을 주장하던 한재훈의 영상도 조작된 것이 사실인가.
그렇다면 그 영상도 원본 영상이 존재하는가.
연구진에 질문이 쏟아졌지만 그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런 질문이 나올 거라는 것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겠지만 자기들은 대답할 생각이 없다는 듯 완고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다물었던 것이다.
그 얼굴을 보면 이미 답이 나온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원본 영상을 찾았다……!’
퍼펙트 올킬은 희생양이었고 언론과 대중은 퍼펙트 올킬에게 잔인하게 칼을 휘둘렀다.
그것이 진실이었다.
기자회견은 그대로 끝이 났다.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고 자기들이 개발한 기술에 대해서 일방적으로 설명한 것뿐이었다.
그것은 온갖 매체를 통해 빠르게 전파되었다.
그것을 본 사람들은 서늘한 기분을 느꼈다.
고도의 기술을 선점한 사람이 보일 만한 거만함만은 아니었다.
지금껏 알량한 도덕적 우월주의로 한 사람, 한 팀을 무자비하게 학살하다시피 한 대중들을 향해서 이제는 자기들의 차례라고 선전포고를 하는 것과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어떤 기자회견에서도,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그런 식으로 대응하는 사람들을 본 적은 없었다.
답하기 곤란한 질문에 난처한 기색을 보이는 사람들은 있었지만 그렇게까지 대놓고 기자와 대중들을 확실하게 무시하는 태도는 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도대체 그들이 뭘 가지고 있기에, 어떤 영상을 찾았기에 그러는 건가 하며 사람들의 의구심은 증폭되었다.
원본 영상이 공개된 것은 다음 날이었다.
VIV 테크의 홈페이지 트래픽은 미친 듯이 증가했다.
그렇게 방문자가 폭증했으면 서버가 다운될 만도 했을 텐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영상을 보고 망연자실했다.
자기들이 한재훈과 퍼펙트 올킬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은 것이다.
원본 영상이라며 공개된 장면에서는 오직 한재훈의 자리에 서 있는 사람만이 달라져 있었다.
그는 한재훈과 얼굴이 바뀌어 있었고 마치 악귀처럼 사람을 무자비하게 때렸다.
한재훈이 아니었던 것이다.
사람들이 느낀 충격과 당혹감은 말로 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온종일 인터넷 기사가 VIV 테크에서 공개한 원본 영상에 대한 것으로 도배되었다.
각국에서 VIV 테크의 기술에 대해 보도했고 이로써 딥 페이크 영상을 분별해 낼 수 있게 되었다며 긍정적인 기사를 내보냈다.
하루가 지나도록 사람들의 충격은 가시지 않았는데 VIV 테크에는 새로운 영상 하나가 다시 올라왔다.
대규모 공장 단지에서 갑자기 불길이 치솟더니 몇 채의 건물이 폭발하는 모습이 담겼는데 사람들은 그게 영화인지, 현실에서 일어난 것인지 알지 못한 채 의도를 궁금해하며 영상을 보았다.
삽시간에 건물이 잔해가 되고 불붙은 파편이 이리저리 날리는 동안 한 사람이 그곳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불을 지른 사람인 건가 하는 막연한 의문을 가진 채 사람들이 영상을 보는 동안 그가 얼굴에 웃음을 지었다.
비열하고 야비하고, 전형적인 악당의 표정을 지으며 걸어오는 남자의 모습은 상당히 익숙했다.
그동안 한재훈의 폭행 영상이 조작된 게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주장하던 유X버였던 것이다.
자신을 영상 전문가라고 말하며 사람들을 선동하고 한재훈과 퍼펙트 올킬을 향해 저속하고 날 선 비난들을 서슴지 않고 쏟아 내던 사람.
그 사람이 화재 현장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