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162
제162화
162화
“영상을 조작하고 최초로 유포한 사람은 아직 안 잡힌 겁니까?”
우진이 묻자 강하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그 영상이 조작된 거라는 게 밝혀졌으니까 속도가 붙을 수도 있겠지. 이제 우리는 우리가 할 일에 집중하자. 어렵게 다시 얻은 기회잖아.”
강석현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어렵게 다시 얻은 기회.
그 말이 퍼펙트 올킬의 마음을 두드렸다.
“노래하는 게 여전히 기쁘길 바란다.”
강하정이 말했고 퍼펙트 올킬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퍼펙트 올킬이 다시 무대에 서서 팬들을 만날 수 있게 되기를 바랐다.
아무래도 전과 같은 마음으로 노래를 할 수는 없을 것 같았지만 그들은 퍼펙트 올킬이 무대에서 가장 빛나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퍼펙트 올킬이 영원히 빛나기를 바라며 열렬히 응원하고 있었다.
* * *
연리지와 우진은 함께 걸었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얘기를 나누고 있었고 그들은 조금 떨어진 곳으로 가서 서로를 마주 보았다.
“방송도 안 하고 공연도 안 하고. 너, 괜찮은 거야?”
우진이 묻자 연리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곡은 많이 만들었어. 사람은 배신해도 음악은 배신하지 않더라. 그걸 깨닫게 되니까 음악이 더 좋아지더라.”
“지금 들어 볼 수 있어?”
연리지는 그 자리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데모 작업 해 놓은 것을 우진에게 들려주었다.
우진은 금세 거기에 빠져들었다.
떠나기 전에도 연리지의 음악에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지만 지금은 전과 비할 바가 아니었다.
“좋은데? 이건 뭐, 더 손을 대면 안 될 것 같아. 정말 좋다, 리지야.”
“괜찮아?”
연리지는 우진의 평가가 어떨지 걱정이 컸다가 좋다는 말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너한테 잘 어울려.”
“퍼펙트 올킬 생각하고 만든 건데. 멤버들이랑 같이 들어 봐. 너희가 원하면 줄게.”
“이건 우리보다 네가 부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네 음색하고 어울릴 것 같아. 다른 노래도 더 있지?”
“그렇기는 한데…….”
“리지야, 노래 계속 부르기로 했잖아. 할 거지?”
우진은 그녀가 다시 노래 부르는 것을 듣고 싶어서 진지한 얼굴로 말했고 연리지도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노래도 들려줘 봐.”
연리지는 그동안 자기가 만들었던 노래를 모두 들려주었고 우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정말 대단하다. 한 단계 껑충 올라 버린 것 같은 느낌이야. 방향이 많이 바뀌었는데 굉장히 세련되고 듣기 좋아. 대충도 좋아할 것 같고. 너는 어때? 부르기에 편해?”
“부르기도 편하고 마음에 들어, 이 시도가.”
“나도 그래.”
두 사람이 계속 음악을 듣고 얘기를 나누는 동안 퍼펙트 올킬 멤버들이 와서 연리지가 만든 곡을 같이 들었다.
그들도 우진이 보인 것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리지야, 이거 우리 주려고 만든 노래지?”
한 곡을 듣고 재훈이 묻자 연리지가 웃었다.
“사실은 이 곡들 전부 다 너희 주려고 만든 거야.”
그러나 재훈도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이건 우리랑 안 어울려. 이 노래들은 주인이 정해져 있어. 네가 불러야 돼. 그런데 이 노래는 우리랑 어울리는 것 같다. 싱글로 발표해서 퍼펙트 올킬이 돌아왔다는 걸 알리는 무대를 선보이면 좋을 것 같은데.”
재훈이 멤버들을 보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기대돼요. 무대가 벌써 상상되는데요? 누나,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는데 훨씬 좋은데요? 성숙한 것 같으면서도 편안해요.”
민이 말하며 멜로디를 흥얼거렸고 다른 멤버들은 리듬을 탔다.
“한주미나를 위한 미니 콘서트를 하고 싶었었는데 너도 같이할래, 리지야?”
우진의 제안에 연리지는 저항할 방법을 완전히 잃었다.
“그래, 좋아. 당연히 해야지.”
돌아온 퍼펙트 올킬의 무대.
생각만으로 모두 벅찬 기대에 부풀었다.
* * *
퍼펙트 올킬은 가장 핫한 아이콘이 되어 있었다.
글로벌한 인기를 누리고 한 시대를 풍미한 아이돌이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렸다가 돌아왔다.
그들의 팬이었다가 돌아선 수많은 사람들은 퍼펙트 올킬의 메시지를 기다렸다.
돌아왔으니 이제 인사도 하고 컴백 무대도 가질 거라고 생각하며, 그때가 되면 다시 열렬한 환호로 그들을 맞아 주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아이돌이지 않은가.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
아무리 서운한 마음이 있다고 해도 무대에 다시 오르기를 원한다면 팬들과 영원히 각을 세울 수는 없을 거라고 그들은 멋대로 생각했다.
자신들은 퍼펙트 올킬의 음악을 들어 주는 사람들이고 아이돌이 존재할 수 있게 해 주는 사람들이라고 믿었다.
그게 맞는 말이고 당연한 이야기였다.
퍼펙트 올킬의 행보는 사람들이 상상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컴백을 알리는 콘서트에 대한 얘기가 솔솔 나왔던 것이다.
사람들은 퍼펙트 올킬의 콘서트에 큰 관심을 보였다.
등 떠밀리는 것처럼, 사실상 방송계에서 거의 퇴출되다시피 한 후 처음으로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였으니 이번에는 규모가 클 거라고 자기들끼리 추측을 하기도 했다.
VIV 미디어의 전폭적인 서포트를 받고 있으니 국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에서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추측도 난무했다.
퍼펙트 올킬이 워낙 활동을 하지 않자 ‘역주행’을 다시 챙겨 보는 사람들이 급속도로 늘었다.
한동안 연재 주기가 들쑥날쑥하던 ‘역주행’은 주기가 다시 규칙적으로 들어왔지만 왠지 작가가 더 이상 글을 쓰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배가 불렀나 보네. 연재 주기 제멋대로일 때부터 알아봤다. 이제 이러다가 완결 내려나 보네. 그래. 이제 마무리할 때 됐지. 오래 봤다. 사골 나올 듯.] [마음에 안 들면 안 보면 되지 왜 이렇게 삐딱함? 지들이 잘못 알고 여기에 와서 분탕질을 해 댔으니 작가님이 힘드실 만도 했지. 그래도 휴재하기 전에 공지해 주시고 끝까지 책임감 있게 해 오셨는데 왜 깐족거리는지.] [이 정도 말은 할 수 있는 거 아님? 솔직히 퍼펙트 올킬 팬들은 다들 도덕책 같음. 지들이 선도부인 줄 아나 봄.] [퍼펙트 올킬 팬 욕할 건 없지. 나는 퍼펙트 올킬이 왜 그렇게 자기 팬들 부둥부둥했는지 알겠던데. 이번 사태 때 다들 부화뇌동하는데 초기 한주미나들은 계속 퍼펙트 올킬 지켜 줬잖아. 군대 갈 때도 같이 가고. 나는 이 작가님이 ‘역주행’을 지금까지 쓰는 것도 그 팬들 때문인 것 같다. 우리는 그냥 반사이익 누리는 거지 뭐.] [이 말이 맞지. 나도 한재훈 영상 조작된 거 퍼졌을 때 거품 물고 욕했는데 지금은 회개하고 있음. 퍼펙트 올킬 신곡 나오면 밤새 스밍해서 내 죄를 사함받아야지.] [‘역주행’ 완결은 안 날 듯. 이거 한재훈 사태 터지고 사람들이 많이 떨어져 나가기는 했어도 아직도 정산금 쏠쏠하게 들어올 텐데 이제 퍼펙트 올킬 전역도 했고 하니까 쓸 내용 무궁무진하게 쏟아질 거잖음? 방송도 엄청나게 할 거고 공연하면서 다른 그룹들이랑 엮이면서 일어나는 일만 간단히 적어도 수십 화는 그냥 뽑을 텐데. 게다가 VIV 그룹이랑 연결돼서 재벌들 얘기도 써도 되고. 내가 장담하는데 이 소설 올해 안에 완결 안 난다.] [괜히 작가 자극하지 마라.]‘역주행’의 댓글 분위기는 전과 달리 물과 기름이 섞여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이제는 전처럼 쉬러 와서 힐링을 받는 것은 사라진 듯했다.
그러면서도 매일 꾸준히 달리는 댓글들이 있었다.
[그런데 콘서트를 언제 한다는 거야? 지금쯤 뭐가 떠도 떴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러게 말이야. 언제쯤 한다는 건 각 잡혔을 것 같은데.]퍼펙트 올킬이 공연을 하면 가려고 벼르던 사람들은 새롭게 생긴 팬 카페에 올라온 대량의 인증 글들을 보았다.
홈마 서지현과 한주미나 회장 윤이나가 원래 있던 팬 카페를 탈퇴하면서 새로 만든 곳이었다.
이미 알음알음으로, 진성 한줌들은 그곳으로 옮겨 갔고 팬 카페의 가입 절차가 까다로워 여러 인증 절차를 거쳐야 가입할 수 있었다.
그래도 미가입 회원이 볼 수 있게 몇몇 자료가 공개되어 있었는데 거기에 퍼펙트 올킬의 컴백 콘서트 사진이 올라왔던 것이다.
도대체 언제 콘서트를 열었다는 건지 알지 못한 사람들이 경악을 넘어 분노까지 느꼈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들이 놓친 퍼펙트 올킬의 콘서트는 팬 카페에 올라온 사진과 함께 ‘역주행’에서도 자세히 다뤄졌다.
그리고 그때에야말로 ‘역주행’에서는 엔딩의 기미가 날카롭게 보였다.
‘역주행’에 따르면 퍼펙트 올킬은 원조 한주미나들만을 초대해 공연을 펼쳤다.
그들은 아이돌 대회 때 팬들에게 역조공을 했던 것처럼 콘서트에 한줌들을 초대하면서 돈을 받지 않고 도시락을 준비해 함께 먹었다.
노래와 토크가 이어졌고 멤버들은 자기들이 다시 무대에 설 수 있었던 것은 한줌들이 무대 아래에서 바라봐 주는 눈빛 때문이었다고 고백했다.
-사랑한다는 말에 우리만 터무니없이 큰 의미를 부여했던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실망하고 낙심했을 때, 그 생각이 틀렸다고 깨닫게 해 준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 항상 있었어요. 한줌들도 그런 사람들이었고요.
덤덤한 목소리로 재훈이 말을 시작했고 그 이야기를 민이 이었다.
-노래하는 게 더 이상 즐겁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됐을 때 여러분의 얼굴이 떠올랐어요. 우리가 인기를 얻고 사람들에게 알려졌을 때 우리보다 더 행복해하던 여러분. 다시 그 얼굴을 보지 못하게 돼도 상관없는 건가 하는 질문을 하고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을 찾았어요. 우리에게 세상은 한줌들이에요. 그렇게 생각하면 세상은 늘 우리에게 따뜻했고 우리를 믿어 줬고 우리에게 한결같았죠.
-우리는 운이 좋았어요. 겪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아요. 그 일로 인해서 우리는 누가 우리를 떠나는지, 누가 우리 곁에 계속 남아 주는지 알 수 있었거든요. 우리 곁에 남아 준 사람들, 그 사람들을 위해서 우리는 계속 노래할 거예요. 여러분을 위해서요. 지금 이곳에 있는 퍼펙트 올킬은, 우리를 존재하게 한 사람은 여러분이에요.
제레미의 말에 한줌들은 눈물을 흘렸다.
사람들이 모르는 사이에 퍼펙트 올킬이 그런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러나 무대 위의 퍼펙트 올킬은 행복해 보였다.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훨씬 성숙해진 그들은 더욱 깊어진 보컬로 노래했다.
고마움을.
변함없는 신뢰를.
사랑을.
달라진 게 있다면 그 대상이 한정되었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전하고 싶은 대상도 그저 한줌들이었고 자기들 스스로 퍼펙트 올킬의 팬이라고 말하며 콘서트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퍼펙트 올킬은 관심이 없었다.
그들의 관심이 고맙지도 않았고 더 이상 갈구하지도 않았다.
‘역주행’에서는 퍼펙트 올킬이 다른 사람들에게 할 수 없었을 말들이 적나라하게 나와 있었다.
그걸 본 사람들의 반응이 좋지 않은 것은 당연했다.
처음에는 퍼펙트 올킬이 한 말에 서운함과 분노를 느끼다가 나중에는 작가가 뭐라고 그런 걸 쓴다는 거냐며 방향이 작가에게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