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167
제167화
167화
혹시라도 나중에 자신이 의심받는 상황이 오고 그때 브라이틀리 기획사를 검색한 게 밝혀지면 어떻게 될지 생각했던 것이다.
‘그건 PC방에 가서 해야겠네.’
천지연은 자신의 발 앞을 확인하는 것처럼 신중해졌다.
함부로 행동하지 않고 그 전에 여러 번 생각을 했던 것이다.
바디 캠은 처음부터 작동하고 있었다.
가방에 송헌철을 넣기 전부터 녹화를 시작한 것 같았다.
천지연은 게임의 규칙을 숙지했다.
그녀의 집에는 사용하지 않는 욕실이 하나 더 있었다.
그동안은 잡다한 것들을 갖다 처박아 놓는 용도로 썼지만 이제는 송헌철을 거기에 두면 될 것 같았다.
그를 옮기려다가 귀찮아져서 천지연은 발로 그의 몸을 툭툭 건드렸다.
어떻게 해서 이렇게 정신을 빼놓은 건지 모르지만 그래도 이제는 스스로 움직여 줬으면 했던 것이다.
* * *
우진은 김강현이 준 핸드폰으로 앱을 실행했다.
그러자 천지연의 모습이 나타났다.
송헌철의 몸에 부착된 카메라에 찍힌 모습이었다.
그녀는 당황한 기색도 없이, 개미를 관찰하는 아이와 같은 표정으로 송헌철을 보곤 했다.
송헌철도 어느덧 정신을 차렸는지 꿈틀거리고 소리를 지르려 했지만 테이프를 아직 떼 주지 않은 건지 읍읍거리는 소리만 나고 있었다.
16배속으로 확인을 하는 동안 천지연은 카메라를 다른 곳에 옮겨 놓은 후 송헌철을 욕조에 집어넣었다.
테이프는 발목에 있던 것만 떼고 다른 것은 건드리지 않은 채였는데 그 때문에 송헌철은 극도의 공포와 함께 불편을 느끼는 듯했다.
그렇게 해 두고 천지연은 나가서 일을 보았고 송헌철은 추위와 혼자서 싸워야 했다.
숨을 쉬는 것도 어려울 터라 그대로 죽는다고 해도 이상할 것도 없어 보였다.
균형을 잃고 물에 가라앉는다고 해도 빨리 균형을 찾고 수면 밖으로 나오기도 어려울 것 같았는데 천지연은 욕실 안의 일은 상관도 하지 않고 있다가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들어왔다.
그사이에 송헌철은 욕조에서 빠져나오려고 무진 애를 쓰다가 물을 먹기도 했고 넘어지기도 했다.
욕조 밖으로 발을 디뎠다가 천지연이 비누칠해 놓은 바닥에서 미끄러졌던 것이다.
그는 차라리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게 나았을 터였다.
일단 한번 크게 다치고 나자 송헌철의 움직임은 극도로 위축되었다.
넘어지는 순간 본능적으로 손을 뻗고 싶었을 텐데 그것도 할 수 없는 처지라 결국 그는 속수무책으로 바닥에 얼굴을 부딪혔고 그 때문에 이가 빠졌다.
안에 들어와서 그 모습을 본 천지연은 대수롭게 여기지도 않고 개 밥그릇에 담긴 밥을 놔둔 채 나갔다.
그 모습을 보고 우진은 한편으로 경이로움을 느꼈다.
송헌철이 무슨 짓을 해 왔는지 알고 있으면서도 동정이 생길 정도였다.
그 과정은 5일이나 지속됐고 송헌철의 상태가 나빠지는 것은 카메라를 통해서도 알 수 있었다.
저러다가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즈음 천지연은 그를 방으로 옮겼다.
젖은 옷을 갈아입혀 주지는 않았다.
그때부터는 먹을 것을 주지 않았고 송헌철은 죽은 듯이 쓰러져 있었다.
* * *
송헌철이 실종되고 5일이 지났을 때 그가 사라졌다는 신고가 들어갔고 조사가 시작됐다.
그 시간 동안 김강현은 부지런히 움직였다.
브라이틀리 대표실에 오가며 송헌철이 사람들을 협박하기 위해 합성한 영상을 컴퓨터에 심어 두었던 것이다.
송헌철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했어도 경찰은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회사에도, 집에도 오지 않은 지 여러 날이 지났다는 신고가 누적되자 경찰도 일단은 형식적으로나마 움직이는 척을 해야 했다.
그렇게 시작된 조사였다.
대표실을 살펴본 것도 범죄 소명을 위한 게 아니라 그의 행적을 조사하고 단서를 얻으려는 거였다.
경찰이 탐문을 하며 주위 사람들에게 송헌철의 최근 행적을 물었을 때 석연치 않은 대답들이 나왔다.
재정난을 심각하게 겪고 있었는데 그 일이 갑자기 해결이 되었고 가끔 누군가와 험악한 분위기로 통화를 하더라는 말 같은 거였다.
소이영은 그렇지 않아도 최근에 분위기가 이상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설마라고 생각하다가 우연히 회사에서 경찰과 마주치고 질문을 받았을 때, 이거야말로 기회인지 모른다고 깨달았다.
“주위 사람들이랑 문제가 많은 것 같았어요. 사람들이 찾아와서 싸우는 일도 많았고요. 폭력적이고 협박이 일상이었어요. 우리한테도 말도 안 되는 일을 시키기도 했고요. 그 사람이 사라졌다면 피해를 당한 게 아니라 일 저지르고 숨은 걸 거예요. 일단 나왔으니까 확인해 보세요. 아아, 혹시 신고가 접수돼야 조사를 할 수 있나? 그러면 제가 신고할게요.”
경찰들은 일이 복잡해지는 걸 절대로 원하지 않았지만 소이영은 잘하면 찰거머리 같은 송헌철을 골로 보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대표실이 털린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리고 송헌철의 컴퓨터에서 합성된 영상이 줄줄이 발견되었다.
소이영과 다른 아티스트들의 합성 영상도 있었고 드디어 송헌철이 어떤 식으로 사업을 해 왔는지 대략적인 부분들이 밝혀졌다.
경찰은 송헌철과 퍼펙트 올킬의 관계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고 한재훈의 합성 영상을 만들어 유포한 게 송헌철일지도 모른다는 가정하에 그날의 행적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일단 송헌철을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조사를 시작하자 그때부터는 속도가 붙었다.
인터넷에 처음 한재훈 영상이 올라온 날을 전후해서 샅샅이 털자 성과가 있었다.
온 국민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일이 드디어 베일을 벗는 순간이었다.
앱으로 영상을 합성하고 파일을 만들어 그 파일을 PC방에서 인터넷에 업로드한 것이 모두 확인되자 경찰에서는 퍼펙트 올킬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
소식을 들은 재훈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도대체 누가 그런 거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그것처럼 괴로운 일도 없었다.
잘못 없는 사람을 괜히 의심하고 싶지도 않았는데 쉽지도 않았다.
고통스러운 기간이 길어지면서 자꾸 의심이 생기고, 어쩌면 잘못도 없는 사람을 의심하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했던 것이다.
“형…….”
민이 재훈을 부르자 그가 고개를 들었다.
멤버들이 모두 재훈을 보고 있었다.
“고생했다, 재훈아.”
우진의 말에 재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본 영상이 뜬 후에도 범인이 잡히지 않자 다 끝난 것 같으면서도 마음이 완전히 놓이질 않았었다.
그러다 이제야 그 일이 왜 일어났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헛웃음만 나왔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떻게 사람이…….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까지 잔인할 수 있는 건지.
제이디와 결별한 것은 퍼펙트 올킬의 잘못이 아니었는데도 송헌철은 퍼펙트 올킬에게 악감정을 품고 있었다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됐어. 이제 다 끝났어.”
우진이 재훈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하자 재훈이 다시 고개를 끄덕이고 멤버들을 바라보았다.
“고맙다. 너희 아니었으면 혼자서는 절대 버티지 못했을 거야. 고마워. 정말 고마워.”
멤버들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그들이야말로 재훈에게 고마웠다.
끝까지 버텨 준 것에 대해서.
“우리, 방송하자. 한줌들에게 말해 주자.”
재훈이 먼저 제의했고 퍼펙트 올킬은 모두 동의했다.
이빈이 카메라 세팅을 하고 나자 퍼펙트 올킬이 그 앞에 섰다.
그들은 사람들이 슬슬 들어오는 것을 보며 일정 숫자가 채워질 때까지 기다리지도 않은 채 방송을 시작했다.
“여러분, 드디어 일이 해결됐습니다. 영상을 합성해서 업로드하고 최초로 유포한 사람이 잡혔어요. 제이디 엔터의 송헌철 대표였대요. 그동안 저를 믿어 주고 같이 욕 들으면서 마음고생하셨던 분들께 가장 먼저 알려 드리고 싶어서 방송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채팅 창에는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다는 말들이 올라왔다.
함께 기뻐하는 팬들을 보며 퍼펙트 올킬은 빛의 속도로 방송을 마쳤다.
다른 사람들 같으면 어느 정도 사람이 모여들기를 기다렸을 텐데 그들은 그 시간이 되기도 전에 이미 방송을 끝내 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때부터는 팬 카페에 글을 남기고 같이 걱정해 주었던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강하정과 강준형 대표에게, 강 회장과 VIV 테크 연구진에게, 그리고 가족들에게도 각자 전화를 걸어서 소식을 알리느라 바빴다.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자기들에게 일어난 일을 기뻐하는 것 이상으로 환호해 주었다.
우진도 여기저기에 급하게 연락을 돌렸다.
그러다가 연리지에게 전화를 걸자 그녀는 이미 울먹이면서 전화를 받고 있었다.
-방송 봤어. 방송 보면서 얼마나 소름이 돋는지 혼났어. 너희는 괜찮아? 정말 속상하지?
연리지는 범인이 밝혀졌다는 소식보다 제이디 대표의 짓이라는 사실에 퍼펙트 올킬이 상처를 받았을 거라고 생각하며 말했다.
“그래도 이제는 다 됐어. 정말 다 끝났어.”
-그런데 그 사람은 어디로 사라진 거야? 일이 이렇게 될 거라는 걸 알고 도망친 건가?
“그런지도 모르지.”
아무리 연리지라고 하더라도 그것까지 말해 줄 수는 없었다.
-다시는 안 나타나는 게 좋을걸? 괜히 돌아다니다가 사람들한테 험한 꼴 당할 수도 있을 테니 말이야.
연리지는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 같았다.
분한 마음을 쉽게 가라앉히지 못하는 것 같은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며 우진은 연리지가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는지 알 듯했다.
고마운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들었다.
-우진아, 너도 그렇고 퍼펙트 올킬도 그렇고. 이제는 좋은 생각만 하면서 열심히 활동했으면 좋겠어. 우리 그렇게 하자.
“그래. 그래야지.”
이제는 우진도 그렇게 말할 수 있었다.
* * *
천지연은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상당히 당황했다.
그래도 보통 사람들에 비하면 감정의 변화가 거의 느껴지지도 않을 정도이기는 했다.
“젠장.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그녀는 송헌철이 누워 있는 방을 노려보며 혼자서 중얼거렸다.
“저 인간이 한 짓이라고? 그런 거였어? 그러면 내가 저 인간을 이렇게 괴롭힐 필요가 없는 거였는데. 괜히 미안해지네? 내가 못한 일을 해 준 사람인 건데.”
천지연은 연일 보도되는 내용을 보면서 송헌철에게 동정을 느꼈다.
한동안 송헌철을 괴롭히고 학대하면서 거의 6천만 원이 넘는 돈을 빨았지만 더 이상은 그러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 누구도 퍼펙트 올킬에게 그렇게 통쾌한 일을 해 줄 수 없었을 거라는 마음에 그녀는 당장 방으로 들어갔다.
침대에는, 몰라볼 정도로 피폐해진 송헌철이 누워 있었다.
손목의 가죽 스트랩이 침대 헤드에 묶여 있었고 살갗이 찢어져 피가 나는 발목은 천으로 칭칭 동여매 놓은 상태였다.
도망치지 못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태로 그렇게 묶어 놓는 바람에 송헌철은 공황을 겪었다.
그는 그곳에 온 이후 한 번도 테이프가 눈에서 떨어진 적이 없었다.
빛을 보지 못한 채 주어지는 음식을 먹고 용변만 해결하면서 자기가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 건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목숨만 부지하고 있었다.
그러던 그의 귀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온몸이 저절로 경직되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