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17
제17화
17화
민은 감미로운 음색을 갖고 있었는데 우진의 뒤라서 그랬는지 긴장을 많이 한 듯했다.
우진을 볼 때는 A&R 팀의 얼굴에 놀라움이 가득했는데 자신의 노래를 듣는 동안에는 얼굴에 다시 평화로움이 돌아왔으니 민의 입장에서 걱정이 되기도 했을 것이다.
그 시간이 지나고 A&R 팀은 자체적으로 회의를 했다.
평가를 기다리는 퍼펙트 올킬의 멤버들은 긴장을 감추지 못했지만 한편으로는 기대감도 내비쳤다.
“야, 이제야말로 뭔가 제대로 돌아가는 것 같지 않냐?”
재훈이 우진에게 말했다.
진작 이랬어야 하는 거였는데 그동안 이상한 회사에 들어가서 안 해도 될 고생을 너무 많이 했다.
캠핑카와 방송 차량이 주차되어 있는 곳에 음악이 흘러나왔다.
아주 오래된 영화 음악이었는데 흥겹고 저절로 몸이 들썩이는 곡이었다.
제작진이 퍼펙트 올킬의 자연스러운 춤을 보려고 일부러 선곡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는데 퍼펙트 올킬의 다른 멤버들이 춤을 추는 동안 우진은 혼자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시간이 날 때 틈틈이 써 놓지 않으면 정말 며칠 안에 비축분이 똑 떨어질 것 같았다.
살면서 이렇게 스릴이 느껴지는 일도 많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주말에도 쉬지 않고 하루에 한 편씩은 계속 올리고 있었는데 ‘역주행’을 추격하는 작품들은 하루에 두세 편이 업로드되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순위를 역전시켜 보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역주행’의 아성은 굳건해서 지금까지 한 번도 1위를 놓친 적이 없었다.
“우진아.”
재훈이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들자 카메라 한 대가 우진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걸 보면서 우진은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껐다.
멤버들 덕분에, 소설 쓰는 걸 들킬 뻔한 위기를 모면한 게 벌써 몇 번인지 몰랐다.
“우진 씨는 항상 뭘 그렇게 열심히 해요? 궁금하네.”
스윽 다가온 손 PD의 말에 우진은 인기 있는 무대 영상을 찾아봤다고 둘러댔다.
“쉬는 시간에도 쉬질 못하네요, 우진 씨는.”
“이게 쉬는 거죠. 그리고 열심히 배워야죠.”
우진은 이 장면이 방송으로 나가게 될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웃으며 말했다.
* * *
프로그램 이름이 ‘다크서클’로 정해졌다는 것을 들었을 때 ‘역주행’의 독자들은 신나게 웃어 댔다.
힐링을 표방하고 떠난 음악 여행이지만 거기에서 절대로 편하게 놔두지만은 않았을 거라는 것을 미리 짐작했던 것이다.
그러나 퍼펙트 올킬이 조금 고생하더라도 그곳에서 많이 배우고 날개를 펼칠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그들을 응원했다.
아직 ‘다크서클’의 방영까지는 시간이 남았지만 ‘역주행’에서는 ‘다크서클’을 촬영하는 퍼펙트 올킬의 근황을 미리 볼 수 있었다.
소설 속 그룹이 최정상 A&R 팀에게 배우고 나면 그들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컸다.
그리고 그들의 기대가 소설을 통해 먼저 채워졌다.
소설 속에는 A&R 팀의 손에 만들어지는 퍼펙트 올킬의 모습이 생생히 묘사되었다.
전문적인 도움을 받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지만 드디어 그런 지원을 받게 된 멤버들이 얼마나 기뻐하고 있는지 생생히 알 수 있어서 독자들의 얼굴에는 자연스럽게 흐뭇한 웃음이 지어졌다.
우진의 음역대가 나온 회차에는 댓글이 엄청나게 달렸는데 남자가 그 정도 저음을 내는 게 보통인지 대단한 건지 거기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이제는 댓글 다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퍼펙트 올킬 멤버가 뭐만 해도 우쭈쭈해 주는 분위기였기에 그런 걸 하는 건 대단하다고 덮어 놓고 부둥부둥해 주는 댓글이 압도적이었다.
[우리 퍼펙트 올킬 이제 꽃길만 걸어라. 퍼펙트 올킬 잘되면 작가님한테 한턱 쏴야 함. 이 공은 거의 작가님한테 있는 거니까.]사람들은 언젠가 작가가 모습을 드러내고 퍼펙트 올킬과 함께 만나면 좋겠다는 마음도 자주 드러냈다.
영원히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었다.
* * *
시간은 부지런히 지나갔다.
시간의 흐름에는 언제나 의미가 있겠지만 지금 퍼펙트 올킬에게 지나가는 시간은 더욱 중요했다.
그것은 재계약 때문에 더욱 그랬는데 촬영을 마치고 캠핑카에서 함께 모여 휴식을 취하던 퍼펙트 올킬과 A&R 팀 사이에서 우연히 그 이야기가 나왔다.
“그런데 퍼펙트 올킬 계약 문제는 어떻게 돼 가? 우리 대표님이 정성을 들이고 계시는 것 같은데. 우리도 솔직히 탐이 나. 퍼펙트 올킬이 우리랑 같이 작업을 할 수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거든. 어디까지나 퍼펙트 올킬이 원할 때의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강하정의 말에 재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팀 내에서는 모두 이야기가 되어 있었고 멤버들은 말할 것도 없이 퀸스 워크로 옮기고 싶어 했다.
재훈도 그 이야기를 한 번쯤 했으면 하고 있었는데 기회가 없다가 이렇게 얘기가 나왔던 것이다.
“저희도 모두 퀸스 워크로 가고 싶어요.”
“그래? 멤버들 모두 같은 생각이야?”
“그럼요.”
멤버들이 일제히 대답하자 강하정뿐만 아니라 A&R 팀 전부가 환호했다.
“그런데 계약 기간은 정확히 어떻게 돼? 처음에 제이디에 어떻게 들어가게 됐어?”
하석은 퍼펙트 올킬의 멤버들이 어려서 계약을 쉽게 생각할지 모른다고 여기며 물었다.
그러자 재훈이 먼저 자신의 연습생 합격 에피소드를 얘기했고 다른 멤버들도 이야기를 이어 갔다.
그 말을 듣고 하석이 웃으면서 손을 저었다.
“아니, 그것도 궁금하기는 한데 계약 기간이 정확히 언제 끝나냐고. 그게 중요하거든.”
그러자 계약 기간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 우진부터 대답을 했다.
민은 가물가물한 것 같았지만 결국 기억해 냈고 제레미는 스마트폰에서 찾아 확인하고 말을 해 주었다.
모두 아직 기간이 남아 있었다.
재훈은 기억이 잘 안 나는 듯, 매니저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다고 했고 그 자리에서 매니저에게 톡을 보내 놓았다.
“계약할 당시에 계약 내용에 대해서 비밀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기는 했을 텐데 이건 일반적인 얘기니까 물어볼게. 혹시 자동 갱신 조항이 있었으면 그 기간이 지나기 전에 해지 의사를 통고해야 될 거야.”
하석의 말에 멤버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 기간이 일반적으로 3개월이니까 모두 잘 챙기는 게 좋을 거야. 지금까지는 다른 사람들이 알아서 해 줬다고 해도 이제부터는 스스로 챙겨야 하고 자신 없으면 변호사 도움을 받아도 될 거고.”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다른 멤버들은 고개를 끄덕여 가며 편하게 들었는데 재훈은 뭔가 불안한 듯 앉은 자세를 자꾸만 이리저리 바꿨다.
“왜 그래, 재훈 씨? 혹시 문제라도 있어?”
강하정이 그 모습을 가장 먼저 알아차리고 묻자 재훈이 제 얼굴을 문지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요…… 제가…… 제가 계약 기간이 제 생각보다 빨랐던 것 같아요. 매니저 형한테서는 지금 답이 안 오고 있는데…… 확인하는 중인 것 같은데 민이 보다가 지금 생각났거든요. 민이 처음 봤을 때 제가 민이한테 연습생 두 달 선배라고 했었거든요.”
“아, 맞아요. 저도 기억나요. 두 달 선배라고 선배 대우를 엄청나게 요구해서 제가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잠깐만요. 형, 그러면 형은 그 기간이 지난 거예요?”
민이 장난을 하다가 분위기를 파악하고 깜짝 놀라며 물었다.
“재훈아, 답변 기다리지 말고 그냥 네가 매니저 형한테 전화해 봐.”
우진이 말하자 재훈도 고개를 끄덕이고 전화를 걸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의 얼굴에 낭패라는 기색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일단은 매니저와 얘기를 해서 확실하게 계약 기간을 확인하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에 모두 조용히 재훈을 기다렸다.
처음에는 퍼펙트 올킬이 ‘다크서클’ 촬영을 하는 동안 제이디 엔터에서 매니저를 붙여 주겠다고 했었는데 퍼펙트 올킬이 그것을 거절했다.
평소에 함께 다니던 매니저 외에 팀장급을 포함한 매니저를 두 명 더 붙여 주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저 실소만 나왔었고 그 매니저들의 역할이 뭐가 될지 짐작이 되어 거절한 것이다.
멤버들이 거절한다고 해도 제이디 엔터 대표가 순순히 물러서려 하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그때도 손 PD가 악역을 맡아 주어 매니저 없이 퍼펙트 올킬 멤버들만 여행에 나서는 것으로 했었다.
“여보세요?”
마침내 연결이 됐는지 재훈이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형, 혹시 제 계약 기간 확인하셨어요? 저한테 계약서 좀 보내 주실 수 있어요? 톡으로요.”
그의 입에서 한 마디 한 마디가 나올 때마다 주위 사람들의 가슴에 무거운 게 얹히는 것 같았다.
“혹시 제 계약서에 자동 갱신 조항 같은 게 있나 해서 그것 좀 확인하고 싶어서요.”
어째 대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 것 같았고 재훈은 손에서 땀이 나는지 바지에 연신 손을 문지르고 있었다.
“아니, 제가 보려는 건데 무슨 비밀 유지 얘기를 해요, 형. 다른 것도 아니고 계약 기간 확인하려고 그러는 거라잖아요.”
재훈은 답답해하며 말했고 옆에서 보고만 있어도 무슨 일이 어떻게 된 건지 알 것 같았다.
“아니, 형. 계약서만 보내 달라고요. 제 거니까 보내 줄 수 있는 거잖아요. 계약서 찾아서 사진 찍어서 톡으로만 보내 달라고요. 계약 기간 확인하려고 하는데 지금 촬영 중이라 못 가서 그러는 건데 그걸 보내 주는 게 어려워요? 아니, 형까지 왜 이래요? 회사에서 시켰어요?”
재훈은 그동안 회사에 불만이 많아도 목소리를 크게 내 온 적 없이 조용조용히 지나가는 스타일이었는데 이번에는 그렇게 지날 수가 없었다.
이제야말로 족쇄가 풀리고 날개를 단 줄 알았는데 계약이 다시 발목을 잡는 건가 해서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매니저는 그들이 회사에서 유일하게 믿고 마음을 기댔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무슨 말을 들은 건지 재훈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렇게 매니저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고 멤버들은 일제히 재훈을 붙잡고 뭐라고 하더냐고 물었다.
“비밀 유지 조항이 있는데 그걸 제가 혼자만 볼 거라고 장담할 수 없으니까 보내 줄 수가 없대요. 아니…… 이 형이 이런 형이 아니었거든요. 정말 그동안 저희 위해서 힘든 일 다 해 주던 형이었는데…….”
재훈이 말하자 다른 멤버들도 이구동성으로 그 말이 맞는다고 증언해 주었다.
그러자 강하정 실장이 말했다.
“대표가 불러다가 미리 말을 한 거 아닐까? 너희를 회사에 남게 해 주면 팀장으로 승진시켜 주겠다고 했을 수도 있고. 다른 걸 약속했을 수도 있고 말이야.”
그 말을 듣고 보니 정말 그럴 수도 있을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