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174
제174화
174화
“그런데 이빈 씨는 왜 그동안 한 번도…….”
“저는 수빈이가 방송 작가를 하고 있는 줄도 몰랐어요. 평범한 회사원인 것처럼 말했거든요.”
“‘유 올 라이(You all lie)’.”
이 PD는 다시 한번 프로그램의 제목을 말했고 그게 참 시기적절해서 퍼펙트 올킬은 뻘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경쟁자가 없는 대체 불가의 대형 아이돌 그룹 멤버.
낮은 시청률로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예능 프로의 막내 작가.
그 두 사람이 남매고 출연자와 스태프로 만났다.
분위기 정황상 다른 스태프들은 그곳에 올 때까지도 막내 작가가 퍼펙트 올킬 멤버의 동생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고 퍼펙트 올킬은 얘기를 미리 들은 듯했다.
그 사실만으로도 그 만남은 충분히 임팩트를 가졌다.
우희는 자기들이 그 자리에서 제작진을 찍기로 한 게 신의 한 수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살면서 그런 일을 경험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유 올 라이(You all lie)’ 제작진은 믿기지 않는 얼굴로 조이빈과 조수빈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리고 보면 볼수록 그 사람이 사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는 듯했다.
퍼펙트 올킬 멤버의 동생을 옆에 두고 어떻게 지금까지 그걸 모르고 지낼 수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그들의 머리를 때리는 게 눈에 선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이거 대박이다. 이 프로 완전 터지겠다.’
우희는 충격에 빠진 이효재 PD의 얼굴을 집중적으로 잡으며 생각하고 있었다.
“아, 정신 차리고 말씀을 드려야 하는데 할 말이 생각이 안 나네요.”
“편하게 하세요. 수빈이가 이빈이 동생이라고 달라지는 것도 없지 않습니까.”
재훈이 말하면서 카메라들을 보았다.
“보통 사전 인터뷰 때 카메라가 이렇게 많이 오지 않던데 작정을 하고 오신 것 같아요, PD님.”
“예. 당연히 그래야죠. 퍼펙트 올킬인데요. 여기 오면서 제 동기들한테 연락 다 돌렸는데 믿는 인간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자기들도 못하는 퍼펙트 올킬 섭외를 제가 어떻게 하냐고요.”
“아이고, 서운하셨겠네요. 그래도 이 영상 보여 드리면 CP님이 광고도 엄청 때려 주시겠죠?”
“그, 그럼요! 반드시 그럴 겁니다. 그건 제가 책임지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반드시 그렇게 하겠습니다!”
처음에는 자기 주제에 그걸 받을 수 있을까 했지만 퍼펙트 올킬이었다.
퍼펙트 올킬을 섭외해서 영상을 찍었는데 CCS에서 그 정도 지원도 해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며 갑자기 자신감이 솟아났다.
다른 스태프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귀에는 ‘유 올 라이(You all lie)’의 시청률 올라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러면 이제부터 구체적인 얘기를 나눠 볼까요?”
이효재 PD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는 퍼펙트 올킬이 얼마나 촬영을 해 줄 수 있을지, 그리고 일정은 언제로 잡을 수 있을지가 가장 궁금했을 것이다.
“예. 먼저 말씀을 해 보십시오. 저희는 특별히 정해진 스케줄이 없습니다. 드라마나 영화 촬영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장기 콘서트가 잡힌 것도 아니라서요.”
“……네?”
재훈의 말에 이효재 PD의 눈이 다시 한번 커졌다.
혹시 지금 퍼펙트 올킬이 다른 모든 스케줄을 제쳐 두고 ‘유 올 라이(You all lie)’에 집중하겠다고 말하는 건가 했던 것이다.
‘유 올 라이(You all lie)’는 게스트를 초대해서 거짓말만으로 토크를 진행하도록 해 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졌었다.
그런데 그게 생각만큼 쉽지도 않았고 치밀하게 짜이지도 않았다.
기껏해야 자기가 외계인이니 재벌 2세니 비밀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는 말을 하는 정도였고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그 얘기를 왜 듣고 있어야 하는 건가 하며 점점 정체성을 잃고 헤매는 중이었다.
처음에는 재미있을 것 같았던 것들이 전혀 재미가 없다는 걸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핫한 게스트를 섭외하지 못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핫한 게스트 중에, 출연해 봐야 백해무익한 프로에 굳이 나가려는 사람이 없는 건 당연했다.
퍼펙트 올킬은 일단 제작진을 안으로 들였다.
이효재 PD는 뒤늦게 우희와 퀸스 워크 스태프들이 자기들을 찍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혹시…… 지금 저희 찍으세요?”
“네. 찍은 영상은 PD님한테 먼저 보여 드릴게요. 시청자들이 이런 걸 좋아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찍어 보고 있었어요.”
“언제……부터요?”
굳이 왜? 라는 생각이 든 건 아주 잠시였고 그때부터 이효재 PD의 머리가 비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막내 작가가 퍼펙트 올킬 조이빈의 동생이라는 얘기를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생각하면 그게 그림이 제대로 나왔을 거라는 걸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이 왜 퍼펙트 올킬, 퍼펙트 올킬 하는지 알 것 같네요. 그러고 보면 퍼펙트 올킬은 방송의 포맷을 조금씩 바꾸면서 방송을 했던 것 같아요.”
“다행히 그게 잘 먹혔죠.”
우진이 말하자 이효재 PD가 간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저희도 고칠 점이 있을까요?”
“예. 아주 많죠.”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정도로 그렇다는 말까지는 참았다.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다 따르겠습니다.”
어차피 막다른 골목이었다.
이제는 퍼펙트 올킬 말고 다른 대안도 없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까 좋네요. 그러면 저희도 정말 재미있게 촬영을 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그렇게 결정이 나고 있었다.
수빈은 어느새 이빈의 옆에 나란히 서서 그 모습을 지켜보며 흐뭇해하고 있었다.
우희가 그 모습을 찍고 퀸스 워크의 다른 스태프들이 계속 촬영을 하고 있는 걸 확인하고는 그걸 본부장에게 보내 주었다.
강하정에게서는 금방 답신이 왔다.
[두 사람이 나란히 있는 사진만 올려놔도 흥미가 유발되겠다.] [둘이 같이 서 있는 걸 보니까 어차피 방송이 나가고 나면 아는 사람들이 나올 것 같아서 미리 밝혔어요, 본부장님.] [응. 잘한 것 같아. 이거 조짐이 좋은데?] [현장 분위기도 좋아요.] [장소 섭외는 우리가 해 줄 수 있다고 말해 봐. 퀸스 워크나 VIV 미디어의 시설도 사용할 수 있다고 하고.] [넵!]우희가 이효재 PD에게 그 내용을 전달하자 그는 기절할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와. 우리 복덩이, 조 작가. 이걸 미리 말해 줄 수는 없었던 거야?”
그 말에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저도 솔직히 이해가 안 가요. 제 가족이 퍼펙트 올킬 멤버면 저는 당장 자랑을 했을 텐데. 아니, 수빈아. 이건 수빈이 얘기를 먼저 들어 봐야 돼. 수빈아, 얘기 좀 해 봐. 도대체 왜 지금까지 그 얘기를 안 했어?”
제레미가 적극적으로 나서자 카메라가 수빈을 잡았다.
수빈은 일이 그렇게 본격적으로 진행될 거라고는 생각을 못 한 듯 당황한 표정이었지만 이내 말을 했다.
“오빠는 퍼펙트 올킬의 제5멤버였잖아요. 오빠한테 믿기지 않는 행운이 찾아온 거였고 정말 기뻤지만 저는 그게 오래가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사랑받지 못하면 사라져야 하는 게 이곳이잖아요. 처음에는 그것 때문에 말을 안 했고 나중에는 조금 다른 이유였는데…….”
그곳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말에 집중하고 있었다.
“퍼펙트 올킬의 가족이 된다는 건, 아니, 가족이 퍼펙트 올킬이라는 건 로또에 당첨된 것보다 훨씬 더 엄청난 일이잖아요. 저는 가끔 그런 생각을 하거든요. 로또에 당첨되는 거요. 저는 만약에 제가 로또에 된다면 그 돈은 다 저축하고 제가 하던 일을 계속할 것 같거든요.”
“…….”
스태프들은 일제히 고개를 저어 댔다.
‘유 올 라이(You all lie)’의 제작진도, 퀸스 워크의 스태프도 모두.
“말도 안 돼. 우리 오빠가 퍼펙트 올킬이었으면 나는…….”
퀸스 워크의 스태프가 저도 모르게 말하다가 자기 목소리가 들어가겠다는 걸 깨닫고 급히 입을 다물었다.
아무도 그에 대해 질책을 하지 않았다.
거의 전부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건 정말 말도 안 된다고 느껴졌다.
“자유롭게들 말씀하세요. 재미있는데요?”
우진이 독려하자 여기저기서 이야기가 나왔다.
이야기의 주제를 굳이 정하자면 ‘만약 퍼펙트 올킬 멤버가 내 가족이라면?’ 정도가 될 터였다.
“만약에 그랬으면 나는 당장 일 그만뒀을 거예요.”
“나는 사업 시작했을 거야.”
“나는 기획사 차리고 퍼펙트 올킬만 관리하면서 살았을 거야.”
수빈처럼 했을 거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조 작가, 전에 그 프로 할 때…….”
‘유 올 라이(You all lie)’의 스태프 중 한 사람이 수빈에게 말을 하다가 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그가 무슨 말을 하려고 그런 건지는 대부분이 짐작했다.
그때 수빈이 퍼펙트 올킬 멤버의 동생이라는 사실을 밝혔다면 서효섭이 수빈을 떠나지는 않았지 않겠냐는 말이었을 터였다.
그러다가 사람들이 일제히 비슷한 표정을 지었다.
뭔가 깨닫는 게 있는 얼굴이었다.
수빈이 진작 그 사실을 밝혔다면 수빈의 주위에는 온갖 거짓된 마음을 가진 사람들만 남았을 거라는 생각.
이효재 PD도 어느덧 그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고 그의 시선이 퍼펙트 올킬 멤버들의 얼굴을 훑고 지나갔다.
그의 머릿속에 어떤 그림이 그려지고 있었다.
이번에는 뭔가 될 것 같았다.
그건 단순히 퍼펙트 올킬의 섭외에 성공해서 하는 생각이 아니었다.
거짓말.
각자가 가지고 있는 비밀.
그게 자리를 잘 찾아 들어가면 엄청난 포맷이 만들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 생각을 하는 사람은 그만이 아니었다.
퍼펙트 올킬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수빈은 특별히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고 자신의 가족 관계를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은 것뿐이었지만 그로 인해서 그녀의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두고두고 후회할 일을 벌였다.
방송이 나가고 서효섭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생각하면 통쾌했다.
정희아의 얼굴도 직접 보고 싶어질 지경이었다.
퍼펙트 올킬은 수빈이 서효섭을 아주 많이 사랑한 건 아니었던가 보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만약 절대로 헤어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면 서효섭이 정희아 때문에 이별을 통보할 때 자기가 누구인지 밝혔을 것이다.
이 바닥에서 퍼펙트 올킬의 가족이라는 것은…….
어휴.
말을 해서 뭘 할까.
단순히 안면이나 친분이 있다는 것만 해도 위세를 부릴 수 있는 게 가족이었다.
“PD님, 저희가 분장을 하고 스태프가 돼서 ‘유 올 라이(You all lie)’를 찍는 건 어떨까요? 몰래카메라 형식으로요.”
갑자기 우진이 말하자 이효재 PD가 깜짝 놀라며 눈을 빛냈다.
“그것도 재미있을 것 같기는 하네요.”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금세 다른 표정이 드리워졌다.
“그런데 아마 그건 방영이 되기 어려울 겁니다. 아무 예고도 않고 몰래카메라를 찍으면 사람들 인성이 드러나는데 아마…….”
퍼펙트 올킬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도 그 말을 이해했다.
개인적인 자리에서 본색을 드러내고 있을 때 마냥 좋기만 한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걸 그들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카메라가 꺼져도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하는 사람들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연리지나 애쉬 같은.
“애쉬 형 어때?”
우진이 묻자 퍼펙트 올킬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