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179
제179화
179화
제레미는 오면서 PD에게 자기가 설명을 해 보려고 한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설명이 어려웠는지 결국 포기하고 왔다.
“형, 형이 해야 할 것 같아요. 어려워요.”
“그러게. 안 그래도 그럴 것 같았다. 설명도 잘 못할 것 같은데 왜 그렇게 서두르나 했지.”
민의 말에 왁자하니 웃음이 쏟아졌다.
우진은 자기가 했던 말을 다시 한번 반복하며 설명을 했고 PD는 그럴듯하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방송이 나가고 나면 퍼펙트 올킬의 버프를 받아서 ‘유 올 라이(You all lie)’의 시청률은 급반등할 것이다.
그러다가 거기에서부터 서서히 떨어지게 될 텐데 퍼펙트 올킬이 출연한 회 차에서 시청률이 얼마나 높이 나올지가 가장 큰 관건이었고 그다음부터는 낙폭을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만 해 오고 있었다.
일단 퍼펙트 올킬이 나와서 화제성이 높아지면 그 후에는 전보다 섭외가 훨씬 쉬울 거라는 게 ‘유 올 라이(You all lie)’ 제작진의 생각이었다.
그들은 지금의 상황에서 그 정도만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퍼펙트 올킬은 ‘유 올 라이(You all lie)’에 어울릴 만한 포맷을 생각해 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 말을 듣자 PD는 조금 창피한 생각마저 들었다.
진작 그런 생각을 하고 고민을 해야 했는데 그 시간을 낭비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저희 생각에는 괜찮을 것 같아서 한번 해 보려고요.”
“좋죠. 퍼펙트 올킬은 퍼펙트 올킬 자체로도 대단하지만 인맥이 화려한 걸로도 유명하지 않습니까. 그런 분들이 목소리로만 출연을 해 주셔도 저희한테는 대단한 영광이죠. 시청자분들도 좋아하실 거고요.”
“그러면 제가 먼저 해볼게요.”
재훈은 내내 누구에게 전화를 거는 게 좋을지 생각을 하고 있었던 듯했다.
“편하게 전화할 상대는 네가 정하지만 불편한 사람은 우리가 정하는 거야.”
우진의 말에 재훈의 눈이 동그래졌다.
“아아, 그런 거였어? 그래, 알았어.”
“제일 편한 사람 정했어?”
“응. 본부장님.”
재훈의 말에 퍼펙트 올킬의 동생 라인이 일제히 괴로워하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본부장님은 내가 하려고 했는데.”
“나도.”
“본부장님 입장에서는 제가 제일 편하실걸요?”
민과 제레미에 이어, 어느새 그 자리로 돌아온 이빈까지 가세했다.
재훈은 그 말을 가볍게 무시해 주고 강하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퍼펙트 올킬의 주위에는 어느새 제작진들이 전부 모여서 촬영을 시작했다.
연습 게임이라고는 하지만 연습 게임이라서 기대할 수 있는 신선한 맛이 있을 것 같았다.
다른 스태프들도 그랬지만 특히나 작가들은 그 아이템이 우진의 머리에서 뚝딱 나왔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러는 동안 재훈은 강하정과 통화를 시작했다.
메인 작가부터 막내 작가까지 그때부터 귀를 바짝 기울이고 재훈의 대사를 적기 위해 애썼다.
그러자 퍼펙트 올킬이 각자 순번을 정해서 그들도 가세했다.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스무 개의 말만 적으면 되는 것이라 여러 사람이 돌아가며 받아 적으니 어려울 것도 없었다.
“본부장님. 아뇨. 아직 안 끝났죠. 1박 2일 동안 촬영하잖아요. 아, 네. 애쉬 형은 잘 속였죠.”
재훈은 강하정이 묻는 질문에 답을 하느라고 정작 자기가 주도적으로 말을 하지는 못했다.
그걸 본 퍼펙트 올킬은 통화를 어떻게 해야 할지 면밀히 계산했다.
통화를 마친 재훈도 자기가 뭔가 아주 큰 실수를 한 것 같다고 느끼는 것 같았다.
그건 본부장하고나 나눌 말이었고 지금의 특수한 상황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하고나 함께 나눌 수 있는 얘기였다.
이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설명도 없이 늘어놓으면 상대가 크게 화를 내고 끊을 수도 있었다.
“와…… 이거 위험하겠는데? 잘못하면 크게 싸움 날 수도 있겠다.”
“통화가 끝나자마자 제작진이 바로 전화를 드리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그리고 양해를 구했을 때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분 중에서 골라야겠고요. 너무 연세가 많으신 분에게는 큰 실례가 되겠는데요?”
재훈과 우진의 얘기를 들으며 PD와 메인 작가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에게는 점점 그림이 구체적으로 그려지고 있었다.
“김환 국장님한테 해 봐.”
“김환 국장님? 진심이냐? 여기 CCS인데?”
재훈이 우진을 노려보며 말했지만 퍼펙트 올킬과 제작진은 재미있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결국 재훈은 TNBC의 김환 국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효재 PD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거야말로 퍼펙트 올킬의 미친 인맥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이었다.
“네, 국장님. 안녕하세요.”
재훈은 국장의 인사에 답을 길게 하려고 했지만 곧 제지당했다.
그때부터 그는 정해진 말만 할 수 있었다.
“아뇨. 아직 안 끝났죠. 1박 2일 동안 촬영하잖아요. 아, 네. 애쉬 형은 잘 속였죠.”
당연히 김환 국장은 그게 무슨 말인가 했을 것이다.
무슨 말을 하는 거냐고 물을 수도 있었고 왜 그러냐고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퍼펙트 올킬은 김환 국장이 전화를 끊을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재훈의 표정을 살폈다.
“네, 국장님. 지금 프로그램 녹화 때문에 전화드린 거였는데 제가 곧 다시 전화드리겠습니다. 갑자기 전화드려서 죄송하고 전화를 잘 받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금방 다시 전화드리겠습니다.”
마지막 인사까지.
퍼펙트 올킬은 추리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진은 도중에 재훈이 민망하고 미안해하면서 얼굴을 확 붉히는 부분이 있어서 그때 전화가 끊겼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멤버들은 각각 다른 의견을 내놨다.
의논은 같이 하고 답은 각자 정해서 내놓기로 했는데 토론하는 시간이 계속 길어졌다.
그러는 동안 메인 작가가 다른 곳에서 김환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고 있었다.
“와…… 우진이 형, 이거 진짜 어려운데요?”
“저라면 처음에 바로 끊었어요.”
“저도요. 전화 끊기 전에 욕도 했을 것 같아요. 국장님 성품에 욕은 안 하셨을 것 같기는 하지만요.”
동생 라인은 그렇게 말하면서 전화가 끊긴 구간을 추측했다.
PD와 제작진은 흥미진진하다는 얼굴로 퍼펙트 올킬을 지켜보았다.
다른 건 몰라도 그림이 나올 거라는 건 확실했다.
재미 요소도 확실했고 CCS 방송국에서 예능 촬영을 하면서 TNBC 국장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것도 웃음이 나올 포인트 같았다.
그런 식으로 잔재미를 주는 곳들이 꾸준히 이어졌다.
“정하셨으면 이빈 씨부터 답을 알려 주시죠.”
PD가 말하자 이빈부터 퍼펙트 올킬의 멤버들이 순서대로 자기들의 생각을 말했다.
PD는 퍼펙트 올킬 멤버들을 나이순으로 지목했고 마지막에는 우진의 차례가 되었다.
“우진 씨는 언제 전화가 끊겼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마지막요.”
“마지막요? 스무 번째 멘트가 끝났을 때요?”
“아뇨. 재훈이가 인사드렸을 때요.”
“네? 그러면 국장님이 끝까지 전화를 받고 계셨을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네. 국장님은 예능을 아시는 분이고 재훈이가 갑자기 전화를 드려서 그런 말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아실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것도 일리는 있습니다만. 그러면 통화 내용을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통화 내용의 공개는 김환 국장님이 사전에 동의하셨다는 것을 알려 드립니다.”
이효재 PD의 말에 퍼펙트 올킬은 긴장한 표정으로 귀를 기울였다.
그러자 재훈과 김환 국장이 통화하는 소리가 나왔다.
재훈이 인사를 하자 김환 국장은 반갑게 전화를 받았다.
그러다가 재훈이 희한한 이야기를 하자 김환 국장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렇군요. 네, 네에. 아아.
그는 재훈이 마지막 말을 마칠 때까지 그렇게 추임새를 넣으면서 전화를 받았고 재훈이 인사하자 사고 없이 녹화를 잘 마치라고 말해 주었다.
“대애박! 국장님 진짜 멋지신데?”
제레미가 큰 소리로 말을 하다가 주위의 눈치를 보았다.
괜히 타 방송사의 사람에게 전화를 걸다 보니 그런 일이 생겼다.
“국장님은 방송일 거라는 걸 이해를 해 주셔서 이렇게 됐지만 다른 분들은 여지없이 끊을 것 같네요. 화를 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PD와 작가들은 그때부터 바빠졌다.
아이템은 확실히 괜찮은 것 같았고 연구를 해 보면 재미 요소를 부각시킬 수 있을 듯했다.
퍼펙트 올킬이 할 일은 거기까지였다.
PD와 작가들도 더 이상 그들을 괴롭히지 않은 채 그때부터는 퍼펙트 올킬이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도록 해 주었다.
이미 방송 분량은 넘치도록 뽑은 후였다.
멤버들은 곳곳을 다니며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었다.
“그런데 우진이 너는 별 재주가 다 있다?”
재훈의 말에 퍼펙트 올킬이 이구동성으로 정말 그렇다며 불평을 해 댔다.
“따지고 보면 비슷한 재능인 거지. ‘역주행’ 쓰는 동안에도 이런 구성을 몇 개 하기도 했잖아.”
“하긴. 그러고 보니까 그러네.”
수긍도 빠른 녀석들이었다.
“이빈아, 수빈이 일하는 거 옆에서 보니까 어떠냐?”
민이 묻자 이빈의 얼굴이 환해졌다.
“엄청 감격스럽죠.”
이빈은 우진에게 특별히 고마웠지만 일단은 그 말을 아껴 두었다가 나중에 우진이 혼자 있을 때 조용히 가서 말했다.
“형, 수빈이 위해서 포맷까지 짜 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우진은 씩 웃었다.
“우리 사이에 그런 말이 뭐가 필요하다고.”
이빈도 씩 웃었다.
오랜 시간 동안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그들이었지만 함께 붙어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져서 그런 건지 이제는 웃는 모습마저 닮아 가고 있었다.
* * *
CCS의 CP는 물론이고 윗선의 많은 사람들이 ‘유 올 라이(You all lie)’의 촬영 현장에 가서 직접 퍼펙트 올킬을 보고 싶어 안달이 났지만 그들은 이효재 PD의 철벽 수비에 가로막혀 끝내 그곳에 가지 못했다.
속으로 부글부글 끓은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특히나 CP를 앞세워서 그곳에 가 보려고 했던 서효섭은 더더욱 기분이 좋지 않았다.
‘퍼펙트 올킬이랑 연만 닿을 수 있으면 앞으로 섭외하는 게 훨씬 더 쉬워졌을 텐데.’
퍼펙트 올킬은 섭외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의 이름을 팔아서 다른 사람들을 섭외하는 건 훨씬 간단해질 거였다.
그런데 그게 가로막혔다.
‘이효재 PD가 능구렁이같이 잘 피해 나가네? 영 머리도 안 돌아가고 얼마 안 가서 저절로 정리될 줄 알았더니.’
서효섭은 이효재에게 감정이 좋지 않았다.
이효재만 아니었으면 불편한 조수빈을 방송국에서 계속 볼 일도 없었을 것이다.
정희아는 조수빈이 아직 방송국에서 일하고 있는지 자주 물었고 그렇다고 대답하면 돌았다.
‘아니지. 이번에는 고맙다고 말해야 하나? 덕분에 수빈이가 아직 방송국에 있는 거니까.’
그는 핸드폰에서 조수빈의 번호를 찾았다.
검색을 하면 나올 줄 알았는데 없었다.
‘지웠나?’
생각해 보니 처음에는 차단만 했다가 나중에는 지웠던 것 같았다.
그는 주위 사람들에게 수소문해서 조수빈의 전화번호를 알아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전화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