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18
제18화
18화
퍼펙트 올킬이 회사에 남을 경우에 기대되는 수익이 수십억을 상회한다면 대표로서는 해 볼 수 있는 일이었다.
“이럴 게 아니라 너희 먼저 해지 통고 내용증명서를 보내는 게 좋겠다. 일단 너희 계약부터 확실하게 정리를 해 놓고 재훈이 계약을 정리하는 방법을 생각하자.”
하석의 말에 멤버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평생 내용증명이라는 걸 보내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었지만 다행히 주변의 도움을 받아서 그 문제는 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퀸스 워크에서 대신 해 주기로 했던 것이다.
강하정의 연락을 받은 퀸스 워크의 대표는 원래 그런 식으로 다른 아티스트를 빼 오는 것을 혐오했지만 이번에는 사안이 다르다며 적극적으로 나섰다.
-계약 파기에 따른 위약금을 요구하면 그것도 다 준다고 해 버려. 멤버들이 더 이상 그 회사에 휘둘리지 않게 처리해. 걱정하지 말라고 잘 달래 주고. 다들 놀랐겠다.
강하정은 그 돈을 아꼈다가 퍼펙트 올킬 제작비에 썼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하며 아쉬워하면서도 일단은 그 말에 수긍했다.
대표와 통화를 마친 강하정이 그 자리에서 퍼펙트 올킬에게 대표의 말을 전해 주자 멤버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실 우진은 일이 그렇게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재훈의 위약금은 자기가 해결해 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정도야 이제 우진에게는 크게 부담되는 돈도 아니었다.
연재 수익은 아직 그 정도에 이르지 못하지만 완결 화수를 물으며 2억에 매절 계약을 하자는 곳도 나타난 참이었다.
앞으로 기대 수익이 훨씬 많은 상황에 2억에 작품을 넘기는 것은 그다지 끌리지 않아 보류하고 있었지만 자기가 원하고 결정을 내리기만 하면 한 번에 큰돈을 만질 수 있다는 생각에 이제 겁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여차하면 지금 벌고 있는 정산금을 공개하고 협상을 해 볼 수도 있고 일단 대안은 많았다.
“계약을 파기한다고 하면 거기에서 재훈이한테 위약금을 얼마나 요구할까요? 사실 아티스트 관리를 그렇게 해 놓고 위약금 운운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기는 한데 제이디 엔터 대표 하는 걸 보면 일반인의 상식과 자꾸 어긋나게 행동을 해서 추측이 안 되네요.”
하석의 말에 강하정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강 대표의 말을 생각하고 있었다.
퍼펙트 올킬은 그렇지 않아도 지금까지 상처가 많았는데 괜히 그런 일에 신경 쓰게 하지 말고 얼마가 됐건 제이디 대표가 달라는 대로 그냥 줘 버리고 퍼펙트 올킬을 데려오는 게 낫다는 말이었다.
“더 이상은 아무 말도 하지 마. 자, 그 일은 어른들이 해결할 테니까 애들은 걱정 접어 두고 하나만 생각하는 거야. 스타가 되는 거.”
강하정은 일부러 퍼펙트 올킬 멤버 한 사람 한 사람과 눈을 마주치면서 말했다.
멤버들은 울컥한 기분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껏 그들을 위해서 그렇게까지 나서 주고 손해를 감수하기로 한 사람은 없었다.
퍼펙트 올킬의 멤버들은 한주미나에 이어 든든한 후원자를 얻은 것 같다고 생각하며 강하정의 말을 가슴에 새겼다.
A&R 팀이 나가고 멤버들만 남았을 때 제레미가 우진을 보았다.
“형. 제이디 대표가 한 일, 제이디가 한 일, 지금까지 우리를 방치만 하고 있다가 우리가 유명해지니까 슬쩍 계약 갱신하려고 한 거. 그거 전부 다 써 버려요.”
제레미의 말에 우진이 웃었다.
“벌써 썼어. 7화 분량은 넉넉히 나오더라. 픽션이라고 할 건데 누가 뭐라고 하겠어? 제이디 대표가 한 일이라는 건 일언반구도 안 할 거야. 그 사람은 제 발 저리겠지만. 이렇게 해서 7화에서 10화 정도 분량 뽑으면 위약금은 벌 수 있을걸? 연재 수익만으로는 어려워도 완결 내고 출간하면 회차당 벌어들이는 돈이 수천만 원은 될 테니까.”
“그럼 분량을 늘려야겠네요.”
처음에는 걱정하고 억울해하던 멤버들도 어느새 웃고 있었다.
멤버들은 재훈이 그 일을 오래 마음에 담아 둘까 봐 걱정이 됐는데 재훈은 훌훌 털어 버리려고 애쓰는 듯했다.
“실장님 말씀이 맞는 것 같아. 그리고 나도 우진이처럼 해야겠어. 당하고 움츠러들지 않고 나도 제이디 대표님이 엿 먹인 거 예술로 승화해서 돈 벌 거야.”
재훈의 말에 멤버들이 돌아가면서 그와 하이 파이브를 했다.
“형, 랩 가사 쓰면 잘 나올 것 같지 않아요? 심한 말도 막 넣고요.”
민이 재훈에게 말하자 재훈이 큰 소리로 웃더니 웃음을 멈췄다.
“좋은 생각인데?”
이게 그냥 웃을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 듯 재훈이 멤버들을 바라보았다.
“야, 너희 안 바쁘냐? 이제 해산하자?”
“해산하나 마나 우리 다 여기서 자야 되는데 무슨 소리예요? 형도 우진이 형을 보고 배우세요. 우진이 형 보세요. 우리랑 얘기하는 동안에도 계속 글 쓰고 계시잖아요.”
“그래. 정말 나도 앞으로는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어. 와, 생각만 해도 소름 끼친다. 나 하나만 잡아 놓으면 너희를 다 잡아 놓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거 아냐. 어쩌면 사람이 그럴 수가 있지?”
재훈은 대표에게도 화가 났지만 매니저에게도 서운한 마음이 크게 남은 듯했다.
그러나 그런 마음을 계속 품고 있는 것보다는 강하정 실장의 말대로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며 스마트폰을 켰다.
“와…… 얘들아, 나 천재인가 봐. 가사가 쑥쑥 나오는데? 우진아, 너도 글 잘 안 써지면 나한테 부탁해. 내가 나눠서 써 줄 수도 있겠다.”
멤버들은 재훈을 비웃었지만 재훈이 읽어 준 가사를 듣고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많이 애매했는데 재훈은 확실히 어필하기 위해 일어나 리듬을 타며 본격적으로 랩을 하기 시작했다.
그게 꽤 그럴듯해서 민과 제레미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형들이 치고 나가는데 자기들은 이도 저도 없이 그냥 휴먼 스토리에만 기대고 눈물샘만 자극하는 걸로 밀고 나갈 수는 없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던 것이다.
* * *
퀸스 워크의 강준형 대표는 제이디 엔터에 퍼펙트 올킬의 모든 멤버들의 이름으로 내용증명을 보냈다.
퀸스 워크 법무 팀에서 한 일이었지만 퀸스 워크의 이름은 뺀 채 개인 변호사 자격으로 보내게 하며 제이디 엔터 대표의 감정을 쓸데없이 자극하는 것을 피했다.
살다 보면 자기가 잘못한 것은 생각도 하지 않고 원한을 품은 채 남의 앞길을 막는 데 온 힘을 쏟는 사람도 만날 수 있었는데 강 대표는 혹시라도 제이디 엔터가 퍼펙트 올킬의 앞에 그런 존재가 되지는 않을까 했다.
그래서 최대한 분쟁의 소지 없이 돈으로 해결을 하려고 했던 것이다.
재훈 이름으로도 내용증명을 보냈지만 재훈에게는 제이디 엔터의 답변이 곧장 전해졌다.
그의 계약은 자동으로 갱신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제이디 엔터 대표는 퍼펙트 올킬을 제대로 키울 거라고 말했지만 강 대표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솔직한 말로 이제 와서 그렇게 한다고 해도 그게 진심에서 우러나서 하는 것이 아니라 멤버들이 이제 돈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 그런 거라는 건 뻔히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5억 정도면 되려나? 설마 10억까지는 안 부르겠지? 뭐. 10억 부른다고 해도 그냥 깔끔하게 계약 마무리하고 애들은 데려와야 돼.’
제이디 엔터 대표의 진상 짓이 지저분해질수록 강 대표의 결심은 더욱 굳어졌다.
* * *
재훈은 계약서를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은 자신에게 정말 화가 났지만 요즘 눈이 마주치기만 하면 사람들은 새 앨범만 생각하라며 그를 다독였다.
그런 이들을 볼 때마다 재훈은 어쩌다가 자기에게 이런 행운이 찾아왔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재훈은 마음을 굳히고 멤버들을 모았다.
멤버들은 재훈이 중대한 결심을 한 것 같다고 생각하며 그의 앞에 모였다.
“형, 형은 제이디 엔터에 남을 테니까 저희만 나가라는 말 할 거면 하지도 마요. 그런 말은 안 들을 거니까.”
제레미의 말에 재훈은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하며 그를 보았다.
“야, 내가 빠지면 그게 퍼펙트 올킬이냐? 퍼펙트 올킬에서 내가 빠지는 게 말이 돼? 그런 소리는 안 해.”
“그러면…… 무슨 말 하려고 했는데요?”
제레미의 말에 재훈이 우진과 제레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민아, 너도 잡고 싶은데 내 손이 두 개라 미안하다.”
“그건 괜찮은데 무슨 얘기를 하고 싶어서 그러세요?”
“너희한테 부탁할 게 있어. 꼭 들어줘야 돼.”
너무 비장해 보여서 세 사람은 긴장한 채 재훈을 경계하며 바라보았다.
“내 말대로 해 줘. 그러면 정말 좋겠다. 나 좀 믿어 줘.”
“무슨 말인지 그냥 속 시원하게 털어놔 봐.”
우진이 말하자 재훈이 손을 내리며 말했다.
“나, 제이디 엔터에 위약금 못 물어 줘. 내가 위약금을 받아 낼 거야. 제이디 엔터랑 계약해서 대표가 시키는 거 하나도 안 할 거야. 침묵시위 같은 거지. 광고 제의가 들어와도 내가 안 한다고 할 거고 음방에 나가라고 해도 싫다고 할 거야. 아직 나는 준비가 부족하다고 하고 트레이닝이 필요하니까 나한테 맞는 트레이너를 붙여 달라고 할 거야. 악기도 배우고 외국어도 배우고 작사, 작곡, 편곡도 다 배운다고 할 거고.”
세 멤버는 재훈을 바라보았다.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고 하려고 하던 그들은 서로를 보았다.
혹했던 것이다.
“야, 나쁘지 않은데?”
우진의 말에 민과 제레미도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광고 제의 거절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수천만 원에서 억대 넘어가는 제의도 거절하면 대표님 아마 쓰러지실걸? 활동은 안 하고 계속 돈만 먹으면 뒷골 잡으실 텐데. 나는 괜찮을 것 같은데? 그동안 곡 만들고 준비하면 되잖아. 우리는 먼저 퀸스 워크에서 둥지 틀고 연습하고 있고. 어차피 앨범이 뚝딱 나오는 것도 아니니까 너는 거기에서 대표님 피 빨아먹으면서 연습하고.”
“그렇지? 좋은 것 같지? 괜찮지?”
우진의 말에 재훈이 힘을 얻은 듯 눈을 빛냈다.
“6개월은 넘기지 마. 6개월 전에 대표님한테 항복 받아 내. 밴도 최고급으로 새로 안 뽑아 주면 안 탄다고 하고 실장급으로 매니저 세 명 붙여 달라고 해. 너 정도 인지도면 그런 말 해도 돼. 피부 관리도 받고.”
우진은 이제 그냥 막 지르고 있었다.
그 계획은 정말 허술하기 짝이 없는 것 같았는데 그 말에 끌린다는 게 신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