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184
제184화
184화
‘오래 쉬었더니 슬럼프인가? 그때는 어떻게 썼었지?’
시간이 있을 때 틀을 잡아 놓고 싶었는데 잘되지 않아서 우진은 점점 초조해졌다.
숙소에 혼자만 있는 것도 어색했다.
이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 게 얼마 만인가 하면서 우진은 다시 글을 써 보려고 시도했다.
이번에도 다섯 줄을 넘기지 못하고 손이 멈췄다.
영 임팩트가 없었고 다음 부분을 쓰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
“와…… 진짜 안 써지네.”
우진은 주저하다가 결국 그것도 연재 폴더에 집어넣고 새 문서를 열었다.
계속해서 실패만 하면서 다시 쓰는 게 의미가 있기는 한 건가 하며 그는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어느새 그의 두 손은 다시 키보드 위에 올라가 있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퍼펙트 올킬의 무명 시절의 한 귀퉁이를 꺼내 그 장면을 쓰고 있는데 벨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처음에는 멤버들이 돌아왔나 보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계속 막히던 것이 어렵사리 풀리던 중이라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기다리고 있으면 다들 알아서 들어올 거라는 생각도 있었다.
그렇게 우진이 계속 문장을 엮어 나가고 있을 때였다.
누군가 안으로 들어와 걸어 다니는 게 느껴졌다.
그럼 그렇지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그럴 거라고 여겼던 것이다.
“잘하고 왔어? 밥은 먹었고?”
우진은 그렇게나마 돌아온 멤버를 반겼다.
그러나 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계속 집 안을 돌아다니면서 어슬렁거리고 있기는 한데 그가 하는 말에 대꾸가 없는 게 이상해서 우진은 고개를 들었다.
손은 키보드 위에서 저절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문장을 손가락이 열심히 타이핑을 하는 중이었다.
우진은 두 가지 생각을 동시에 하면서 고개를 들고 눈앞에서 돌아다니는 사람을 보았다.
분명히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그러고 보니 문이 열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던 것 같았다.
‘……사생팬?’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그거였다.
며칠 전에도 사생팬에 대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아마 그 말을 한 사람은 이빈이었을 것이다.
이빈은 자기가 퍼펙트 올킬에 들어오기 전에 겪었던 일들을 자주 얘기했는데 같은 기획사 가수가 겪은 일을 말해 주었다.
어느 날 사생팬 세 명이 숙소에 들어와 침대에 누워 있다가 들켰다나.
그들은 들키고 나서도 미안하다는 기색도 없이 자기들이 좋아하는 가수를 봤다는 사실에 흥분해서 소리를 질러 댔다고 했었다.
팬이 좋아서 그런 거라 경찰을 부르지는 않고 매니저와 스태프들이 설득해서 데리고 나가는 것으로 일단락 지어졌다고 했는데 그 일이 떠올랐던 것이다.
‘그나저나 재주도 좋네? 어떻게 들어왔지?’
퍼펙트 올킬이 머무는 곳은 방범 수준이 높기로 유명했다.
사치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고 괜한 데에 돈 들이는 것도 싫어하는 퍼펙트 올킬이었지만 휴식을 취하는 시간만큼은 방해받고 싶지 않아 방범이 잘되는 곳으로 일부러 골라서 들어온 곳이었다.
지금껏 문제가 일어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누굽니까?”
우진은 그제야 키보드에서 손을 내리면서 말했다.
잘 써졌는데.
잘하면 슬럼프 탈출할 수도 있었는데.
어느새 그가 우진의 앞으로 와서 의자를 잡아 꺼내 거기에 앉았다.
우진은 그의 움직임을 보고 있었다.
걸었는데, 마치 얼음 위를 미끄러지듯이 움직임이 이상했다.
실로 묶어 조종하는 인형 같다고 해야 할까.
이동을 할 때 걸을 필요가 없는데 이 세계의 규칙을 따르는 흉내를 내려고 다리를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
우진은 그 생각을 해 놓고 피식 웃었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역시 그렇군.”
남자가 말했다.
희한한 얼굴이었다.
아무리 봐도 연령대를 가늠할 수가 없다는 면에서 그랬다.
“여기에는 어떻게 들어왔습니까?”
우진은 그걸 묻고 나서 질문의 순서가 잘못된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내가 누군지는 궁금하지 않은 모양이군.”
처음부터 반말이었지만 반감은 들지 않았다.
충분히 나이를 먹은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는데 그렇다고 그 남자의 얼굴이 늙어 보였냐고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우진은 자기가 왜 그렇게 느끼는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누굽니까?”
“우리는 한 번 만났지. 나는 자네를 봤지만 자네는 나를 볼 수 없었을 거야. 지금이라면 나를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 와 본 건데 역시 보이는 모양이군.”
“…….”
“자네, 전에 죽은 일이 있었지?”
우진은 숨이 턱 막히는 것을 느꼈다.
이런 식으로 갑자기 나타난 사람에게 들을 수 있는 수만 가지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었지만 이건 정말 상상 외의 경우였다.
“어떻게 그걸…….”
“그때 죽었던 게 나 때문이니까.”
“…….”
우진은 그 말을 이해해 보려고 애썼다.
자기를 친 사람은 그날 죽었다.
그러니 이 사람이 하는 말은 사실일 수가 없었다.
우진이 그 생각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그가 피식 웃었다.
“내가 자네를 쳤다는 말이 아니네. 그날 죽어야 할 사람은 자네가 아니었는데 내 실수로 그렇게 됐지. 바로 살려 놓기는 했지만 그래도 죽음을 경험했다는 건 좋은 기억은 아니겠지.”
“……!!”
우진은 그때에야말로 놀라서 그를 바라보았다.
“누구……십니까?”
“이 세계에서 가장 나에 대한 설명으로 잘 만들어 놓은 이름은 아마 저승사자일 거야.”
“저승사자요?”
“그래. 그때는 신출내기였지. 원래는 사수가 같이 다녀 줬는데 그날은 일이 생겨서 나 혼자 나갔거든. 그러다가 실수가 생겼어.”
우진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자기에게 일어난 그 모든 일들이 눈앞의 저승사자에게서 비롯됐다는 생각에 헛웃음이 나왔다.
“나한테 화가 나나?”
“모르겠습니다. 그 순간의 경험은 끔찍했지만 그 일이 아니었으면 제가 지금 이렇게 되지도 못했을 것 같고요. 그때 저한테 일어났던 일들, 몸의 변화들, 그것도 모두…….”
“그래. 나 때문이지. 그래도 양심은 있는 저승사자거든. 체력이 필요한 것 같아서 체력도 줬고 남아도는 능력으로 이것저것 할 수 있게 해 줬지. 노래를 부르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거기에 도움이 될 만한 것도 조금씩 챙겨 줬고.”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우진의 눈이 빛났다.
저승사자를 만나게 되다니.
그건 생각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때 신입이셨다고요? 그러면 지금도 경력은 별로 안 되겠군요.”
“아니야. 그사이에 정말 많은 일을 처리하고 다녔거든. 능력을 인정받았지. 우리의 경력은 시간이 지나는 대로 인정되는 게 아니야. 얼마나 어려운 일을 많이 처리했는가에 달려 있지.”
저승사자는 자랑을 하고 싶어 안달이 난 것 같았고 우진도 혹했다.
“자네 도움이 컸어. 나는 자네한테 혹시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지, 다시 살아난 후에 잘 적응을 하는지 보려고 수시로 자네 주위를 맴돌았네. 그러면서 자네가 쓰는 소설도 읽었지. 그걸 보면서 인간을 이해할 수 있었어. 우리 업무는 수명이 다한 사람을 데려가는 일인데 가끔은 거기에 무서울 정도로 저항하는 인간들이 있지. 그 인간들을 조용히 데려갈수록 우리 능력을 인정받지.”
“그런 어려움이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어려운 일이지. 그날 자네를 친 사람을 데려간 것처럼 갑작스러운 사고나 질환으로 데려가려고 하면 우리 능력이 소모가 많이 되네. 그래도 어쩔 수가 없었어. 그때는 워낙 다급했으니까. 그런데 그때 능력을 너무 많이 써서 다시 비슷한 일이 생기면 안 되는 거였거든. 다행히 그 후에 내가 데려가야 할 사람들은 내가 특별히 힘을 쓰지 않아도 나를 따라나섰어. 음악이라는 게 도움이 되더군.”
“음악요?”
우진은 저승사자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였고 그는 열심히 얘기를 해 주었다.
“그런데 저는 왜 그렇게 쉽게 죽었죠?”
“그때는 나한테도 힘이 비축이 돼 있던 상태였으니까.”
“아아…….”
“주위에 보면 죽을 때가 다 됐는데 버티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 그 사람들이 우리에게는 어려운 임무지. 그런데 나는 그 사람들을 잘 처리하는 편이야.”
저승사자에게서는 대단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자네 때문에 된 일이라고 생각해. 그래서 한 번은 자네를 다시 만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지. 자네가 나를 볼 수 있을까 했는데 내 위치가 많이 높아져서 가능할 것 같기도 하더라고.”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하나요?”
“그럼. 못 보지.”
“그렇군요.”
저승사자는 우진을 바라보았고 우진은 할 말이 있는 건가 했다.
말하는 걸 봐서는 뭔가를 주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주고 싶은 게 있냐고 물을 만큼 허물없는 사이는 아니었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많지 않지만 어떤 건 별게 아니어도 받는 사람이 잘 사용할 수 있지.”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자네가 의지하는 사람 중 누군가가 곧 죽을 운명이라는 걸 내가 알려 주면 어떻겠나.”
“……네?”
우진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말을 듣고 깜짝 놀라 그를 바라보았다.
“그게 무슨…….”
“그런 표정 할 것 없어. 그만하면 천수를 누렸고 많은 행복을 누렸으니까. 아마 본인도 내 말이 틀렸다고 할 수는……. 아니지. 그건 아니겠군. 인간들은 아무리 오래 살다가 죽어도 늘 나에게 못 가겠다고 말하니까.”
우진은 저승사자의 말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누구라는 말인지.
누가 죽는다는 말인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 그걸 먼저 말씀해 주십시오. 누구라는 건지요.”
누군가에게서 갑자기 그런 말을 듣고 그 말을 바로 의심도 없이 믿는다는 건 이상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저승사자의 말은 저절로 믿어졌다.
믿기 위해서 노력을 할 필요도 없었고 의심도 생기지 않았다.
우진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그처럼 속속들이 알고 있는 존재도 없을 거라는 생각 때문에 그랬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강 회장이네. VIV의.”
“…….”
저승사자가 말을 하기 직전에 우진은 그를 떠올리고 있었다.
천수를 누렸다는 말이 강 회장을 떠올리게 했다.
“언제……입니까?”
우진은 격해지는 감정을 참으려고 애쓰면서 말했다.
“앞으로 한 달 후.”
“왜요?”
“가야 할 시간이 됐으니까.”
우진은 멍해졌다.
가야 할 시간이 됐으니까 데려가는 것뿐이고 이곳에서의 사인이 뭔지는 중요한 게 아니었던 것이다.
사인은 사고가 될 수도 질병이 될 수도 있었고 어차피 그것은 저승사자에게 중요한 것도 아니었다.
어떻게 해서도 그를 막을 수는 없으리라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우진의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강 회장이 짓던 표정, 그의 말투, 그의 소설.
“회장님은 아직 써야 할 게 많이 남았는데요.”
우진도 자기가 하는 말이 얼마나 의미 없는지 모르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 말이 나와 버렸다.
강 회장의 소설에서는 몇 번 엔딩을 맺을 만한 부분이 나왔었다.
장엄한 분위기가 멋지게 만들어져서 여기에서 끝낸다면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마무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지점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강 회장은 그다음을 계속 이어 나갔다.
얘기를 끝마치는 순간의 탈력감을, 그때의 허무한 기분을 참을 수가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한 달.
그에게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
정신없이 그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들었을 때 눈앞에는 아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