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185
제185화
185화
우진은 자기가 잠이라도 들었었던가 하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시간을 확인하자 30분 정도가 흘러 있었다.
우진은 곧바로 핸드폰을 집어 들고 강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무슨 일인가. 바쁜 사람이 나를 다 기억해 주고.
강 회장의 목소리를 들으며 우진은 울컥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
강 회장은 우진에게서 말이 없자 뒤늦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 것 같았다.
-차우진,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 생긴 건데?
그가 걱정이 되는 듯 물었고 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해 봤자 자기가 고개를 젓는 모습이 보이지는 않을 텐데 그러고 있었다.
-여보세요? 내가 그리로 갈까? 멤버들은 같이 없나?
“아닙니다, 회장님. 괜찮습니다. 별일 없습니다. 회장님은 어떠십니까?”
-싱겁긴. 그래도 별일 없다고 하니 다행이군.
“오늘은 바쁘십니까?”
-늙은이가 바쁠 일이 뭐가 있겠어? 집에서 시간이나 죽이고 있지. 왜? 오려고?
그가 은근히 기대하는 말투로 물었다.
“예, 회장님. 멤버들이 각자 활동을 시작해서 시간이 남습니다.”
-그래? 차우진이 온다면야 나는 언제든 환영이지.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말해. 만들어 달라고 할 테니까.
“갈비찜이면 됩니다.”
-갈비찜 만드는 게 쉬운 것처럼 말하는구만. 알겠네. 혼자만 오는 거지? 다른 멤버들은 못 오는 거야?
“예, 회장님. 다른 멤버들은 유닛으로 활동을 하고 있어서요.”
-그래, 그래. 그럼 이따 집에서 보지.
그는 전화를 끊었다.
아픈 것 같은 목소리도 아니었다.
이런 사람이 한 달 후면 죽는다고 했다.
저승사자가 해 준 말이니 틀림이 없을 것이다.
처음에는 자기가 혼몽이라도 꾼 건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말이 맞다는 확신이 들고 있었던 것이다.
뱅키쉬 X50이 차고를 빠져나갔다.
도로를 달리는 동안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그런 시선을 느끼고 생각할 틈이 없었다.
죽음.
강 회장은 죽을 것이다.
거대 그룹 VIV의 총수가 죽으면서 벌어질 수많은 일들을 떠올렸다.
그래도 그사이에 강석현을 중심으로 VIV의 구조가 바르게 잡혀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것 같지는 않았다.
우진이 바라는 것은 강 회장이 자신의 죽음을 미리 알고 차분하게 준비하는 거였다.
강 회장의 저택에 도착할 때까지 그의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이 휘몰아쳤지만 막상 초인종을 누를 때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
강 회장은 미리 마당에 나와 있다가 와서 문을 열어 주었다.
우진을 기다리면서 물을 주고 있었던 듯했다.
정원사가 함께 있다가 우진을 반겼다.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어서 여기까지 행차를 다 하셨나?”
“그동안에도 늘 오고 싶었습니다. 전에는 시간이 없어서 오지 못했고 이제는 여유가 생겨서 온 거고요.”
“그래. 알지. 좋아서 괜히 해 보는 소리네.”
강 회장이 씩 웃으며 말했다.
우진도 그를 따라 웃었지만 왠지 뭔가가 입꼬리를 끌어 내리는 것처럼 웃음이 부자연스러웠다.
강 회장은 그런 것을 놓치는 사람이 아니었다.
“무슨 일인가. 여기에서 말해 보게.”
그는 정원에 있는 벤치에 앉으며 정원사에게 손짓을 했다.
조용히 얘기를 나눌 테니 다른 곳으로 가라는 뜻인 듯했다.
“뭐든 괜찮으니까 말해 보게. 힘닿는 대로 도와줄 테니까.”
우진의 입가에 웃음이 지어졌다.
강 회장은 지금까지 계속 그런 식으로 자기를 도와줬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회장님, 감사합니다.”
“왜 그러는가, 정말?”
“아뇨. 그냥 이 말씀은 전부터 꼭 드리고 싶었습니다. 이제야 하는 것뿐입니다.”
“…….”
강 회장은 우진이 쉽사리 말하지 못하는 얘기인가 보다고 생각했는지 이것저것 말을 하며 떠보았다.
그러자 우진은 갑자기 화제를 바꿨다.
공격이 최상의 방어라는 생각으로.
“회장님은 만약에 회장님이 24시간을 온전히 다 쓰실 수 있다면 뭘 하고 싶으십니까?”
“그건 왜?”
“저한테 그런 시간이 생겨서요. 저한테 이런 시간이 생긴 건 정말 오랜만이어서요.”
“아아, 이제 뭔지 알겠군. 퍼펙트 올킬은 바쁘고 혼자 놀기는 심심하고 그래서 나를 찾아온 거군.”
“네, 맞습니다.”
“그러면. 생각을 좀 해 보지. 24시간만 써야 되나?”
“아뇨. 72시간도 좋고 일주일도 좋습니다.”
“일주일이나?”
강 회장이 다시 우진을 보았다.
정말 우진에게 아무 일도 없는 게 맞는 건지 생각하는 듯했다.
“회장님, 일주일 동안 회장님이 하실 수 있는 걸 할 수 있다면 가장 해 보고 싶은 게 어떤 것입니까?”
“젊음을 되찾고 싶다는 것 같은 건 말하면 안 되겠지?”
그가 말하고 웃더니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내가 쓰던 소설을 계속 써야 되지 않을까? 완결을 내고 싶은데 나이가 이렇다 보니까 어느 날 갑자기 안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서 말이야.”
우진에게 그 말은 뜻밖이었다.
어느새 강 회장이 자신의 작품에 그렇게까지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인풋이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색다른 경험을 해 보면 좋지 않을까요?”
“그러는 게 좋을까?”
“예. 제가 안내해 드릴 수 있습니다. 가르쳐 드릴 수도 있고요.”
“어떤 걸? 노래?”
“노래를 배우고 싶다고 하시면 노래도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나는 옛날 사람인데. 내가 하는 건 마음에 안 들걸?”
우진은 그 말을 차분히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건 옛날 노래지. 젊은 사람들은 그 노래를 좋아하지 않아.”
강 회장은 아무래도 우진이 이상하다고 생각했고 몇 번 더 그를 떠보았다.
그러다가 우진이 정말, 강 회장이 가장 하고 싶은 걸 같이하고 싶은 것뿐이라고 말하자 우진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말했다.
“그러면 말이네. 자네를 며칠 동안 계속 따라다닐 수 있게 해 줘.”
“왜……요?”
“상상해서 쓰는 게 아니라 직접 보고 쓰고 싶어서. 나한테 일 년이 남았다면 나는 그 시간을 내 작품을 완성하는 데 쓰고 싶네.”
“네?”
그게 그렇게까지 강 회장에게 큰 의미를 갖게 됐다는 것은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다.
“어렵겠지? 너무 지나친 부탁은 안 하겠네. 신경 쓰지 않아도 돼.”
강 회장이 말했지만 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회장님. 그렇게 하시죠. 옆에서 직접 보는 것만큼 좋은 게 없는 거니까요.”
“꼭 그렇게 해 줘야 되는 건 아닌데. 그래도 해 주고 싶다면 그렇게 해도 상관은 없어.”
우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그를 바라보았다.
강 회장은 분명히 뭔가가 있는 거라고 생각하며 우진을 보았다.
이번에야말로 확실히 대답을 듣고 갈 생각이었다.
“그래. 말해 봐, 무슨 일인지. 그런 얼굴로 보는 건 그만두고.”
우진은 만약에 자기가 강 회장 입장이라면 어떨지 생각했다.
만약 누군가가 자신의 미래에 대해 알고 있다면.
그러면 그는 그 사람이 자기에게 그 말을 확실하게 해 주기를 바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강 회장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자기에게 고작 한 달이 남았다면 그 사람은 그 사실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
그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으면 말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우진은 강 회장을 보았다.
마음은 이미 굳힌 후였다.
“그래. 뭐지?”
“회장님, 제가 언젠가 드렸던 말씀을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차에 치여서 죽은 적이 있었다는 얘기 말입니다.”
“기억하지.”
“혹시 제 말씀을 믿으셨습니까?”
“믿기지는 않았지만 믿었지. 그 말을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게 내 자식들이었다고 해도 나는 믿지 않았을 거야. 그런데 자네 말이라고 해서 그런지 그 말을 믿을 수 있을 것 같더군.”
“감사합니다, 회장님.”
“그런데 그 얘기는 갑자기 왜 하는 건가. 아무 의미도 없이 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그…… 저승사자가 나타났습니다.”
그 말을 하는 동안 우진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자기 입으로 그런 말을 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강 회장이 자기를 뭐라고 생각할지 알 수가 없었다.
장난한다고 생각할 것 같았다.
우진이 슬그머니 강 회장을 바라보자 그는 아직 태도를 결정하지 못한 것처럼 우진을 보았다.
우진이 장난을 하는 것 같지는 않고 이유 없이 거짓말을 하는 것도 아닐 거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우진이 그런 얘기를 할 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듯했고 처음에는 몰래카메라를 찍는 거냐고 물었다.
“아닙니다.”
우진이 말하자 강 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면 일단 그 얘기의 끝을 맺어 봐. 저승사자가 와서 뭐라고 했는지. 그때는 못 데려갔지만 이번에는 반드시 데려가야겠다고 하던가?”
강 회장은 웃기까지 하면서 말했다.
우진은 결국 그냥 말을 다 끝내 버리기로 했다.
“저에 대한 얘기가 아니었습니다. 회장님에 대한 얘기였습니다.”
“……뭐?”
“듣기 언짢으실 수 있을 거라는 건 이해하고 있습니다. 혹시 듣고 싶지 않다고 하시면 그만두겠습니다.”
“아니야. 말해 보게.”
“그게…… 회장님이 한 달 후에…….”
“죽을 거라고 하던가?”
“예.”
“저승사자가 남이 죽을 날에 대해서 떠들고 다녀도 상관없다고 하던가? 나는 그런 건 금지돼 있을 것 같은데.”
그러더니 강 회장도 피식 웃어 버렸다.
그런 말을 하고 있다는 게 어이가 없는 것 같았다.
“진지하게 하는 말인 거지?”
“회장님이 아니었으면 저는 아마 이런 말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 말을 하면 저만 바보가 되는 얘기를 제가 왜 하겠습니까.”
그 말에 강 회장도 수긍했다.
그는 우진을 알았다.
그가 아는 우진은 이런 말을 농담으로라도 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 어떻게 된 일인지 자세히 말해 봐.”
강 회장의 얼굴은 처음에 비해 훨씬 진지해져 있었다.
우진은 자신의 숙소에서 있었던 일을 전부 말해 주었다.
강 회장의 얼굴에는 점차 걱정과 근심이 드리워졌다.
얘기를 듣는 동안 그 말을 믿을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자네는 그 말을 믿는 거지.”
“예. 몇 사람에게 그 일에 대해서 말을 하기는 했지만 그렇게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퍼펙트 올킬도 그렇게 세세하게 알지는 못합니다.”
“그렇군. 그러면 나는, 한 달 후에 죽게 되겠군. 그래서 그런 거야.”
그는 이제 우진의 행동이 전부 이해된 듯했다.
“그럼 이제 내가 뭘 어떻게 하면 좋겠나.”
“회장님이 가장 하고 싶은 걸 하시면서 그 시간을 알차게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갑작스럽군. 나는 내가 적어도 십 년은 더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건강관리도 정말 잘해 왔고 말이야.”
“죄송합니다.”
“자네가 죄송할 게 뭐가 있겠어. 말해 줘서 고맙네. 바보 취급을 당할 수도 있을 거라는 걸 알았을 텐데. 그러면서도 말해 줘서 고맙군.”
“…….”
“그러면 이제부터 급하게 생각을 해 봐야겠군. 내가 뭘 원하는지.”
강 회장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나마 애들은 다 커서 걱정을 안 해도 될 것 같아 다행이야.”
그의 생각은 길어졌다.
만경 할머니가 나와서 왜 안 들어오냐고 할 때까지도 강 회장은 생각을 계속했다.
우진이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강 회장은 혼자 생각을 할 뿐 식사를 할 생각도 없는 것 같았는데 만경 할머니가 그를 불러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가 천천히 먹고 나오라고 말하고 서재로 갔고 우진은 혼자 묵묵히 식사를 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