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19
제19화
19화
“맞아요. 우리도 갑질 한번 해 봐요. 지금 최고의 이슈가 퍼펙트 올킬일걸요? 한 주간 우리처럼 검색이 많이 되는 그룹이 없다고 하잖아요. 형, 저는 이거 먹힐 것 같아요.”
민이 눈을 빛내며 말하자 제레미도 고개를 끄덕였다.
재훈은 그제야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것 같았다.
만약 퀸스 워크가 그렇게까지 나오지 않았다면 재훈도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무조건적으로 믿어 주고 방패막이가 돼 주려 하는 퀸스 워크를 보면서 재훈은 제이디 엔터가 얼마나 쓰레기였는지 깨달았고 자기가 괜히 제이디 엔터 대표의 배만 불려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 광고 못 하는 거 아쉽게 생각할 것도 없어. 우리는 이미지를 지키고 있잖아. 인지도 높고 이미지가 많이 소비되지 않은 모델을 찾는 광고주들이 나타날 때 몸값 올려놓고 기다리고 있다가 그때 광고 한번 찍으면 그게 훨씬 더 좋은 걸 수도 있어.”
우진의 말에 재훈이 웃음을 터뜨렸다.
“잘됐어. 제이디 엔터도 실력이 없는 건 아니잖아. 그 투자를 우리한테 안 하려고 해서 문제지.”
“대표님은 우리가 의리로 전부 회사에 남을 거라고 생각할 텐데 쌤통이네요. 어차피 재훈이 형 혼자는 활동 못 할 거 아니까 급하게 멤버 구한다고 땀 좀 빼겠어요.”
민의 말에 재훈이 그를 노려보았다.
“그건 또 무슨 소리냐? 내가 솔로 활동을 할 수도 있지.”
“아아…… 못 하실 거라는 게 아니라 형은 각 잡힌 군무로 무대를 사로잡는 매력이 있으니까 대표님도 그걸 살리려고 할 거라는 거죠. 아하하하하.”
의심스럽기 짝이 없는 웃음을 터뜨리고 민이 눈치를 살폈다.
“뭐. 어쨌든 그렇게 하기로 하는 거다. 이제야 후련하다.”
재훈은 멤버들을 보며 씩 웃었다.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할까? ‘역주행’에 쓰려고 했던 거, 폐기해?”
계획이 수정됨에 따라 ‘역주행’ 전개가 신경 쓰인 우진이 물었다.
“폐기는 왜 해? 그게 얼마짜리 원고인데. 그냥 써. 내가 그렇게 안 나갔으면 일어났을 일이잖아. 픽션이라는데 뭐 어쩔 거야.”
재훈은 독이 단단히 올라서 말했고 우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와. 대표님 되게 억울하겠다. 사람들은 그게 사실일 거라고 생각하면서 대표님을 쓰레기 보듯이 볼 거 아니에요? 대표님이 그걸 보지 않는 이상 사람들이 자기를 왜 그렇게 보는지도 모를 테고요. 신나는데요? 지금까지 우리만 실컷 얻어맞다가 이번에는 우리가 한 방 날리는 거잖아요.”
제레미는 들뜬 얼굴로 말했다.
“‘다크서클’ 끝나면 우리도 얼마 동안은 회사로 돌아가잖아요. 잘하면 그때 끝낼 수도 있겠는데요?”
“그런데 말이 잘못 나가지 않게 조심하기는 해야 할 거야. 우리가 왜 그러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인기 좀 얻었다고 회사에 갑질한다고 할 수도 있으니까.”
우진이 말하자 멤버들이 오오오오 하고 탄성을 내며 그를 바라보았다.
“소설 쓰더니 통찰력이 깊어졌어, 차우진. 그런 것도 생각할 줄 알고. 그런데 그건 우진이 말이 맞겠다. 최대한 조심하고 공손하게 말하면서 우리가 얻을 것만 요구하자.”
“좋아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민이 큰 소리로 외쳤다.
살면서 얼마 만에 해 보는 반격인가 하는 생각에 멤버들은 모두 기대에 부풀었다.
* * *
“그래서 지금…… 재훈이는 남겠다고?”
호수가 보이는 곳에서 주르륵 둘러앉아 커피를 마시던 손 PD와 A&R 팀이 깜짝 놀란 얼굴로 일제히 재훈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재훈의 설명을 듣고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저런 성격으로 어떻게 연예인이 되겠다는 걸까 싶었던 녀석이 회사로 돌아가서 갑질을 해서 대표가 먼저 계약 해지를 부탁하게 만들겠다는데 그 패기가 너무 웃겼던 것이다.
그러나 우습게 보기에는 비장했고 가볍게 생각한 게 아닌 듯했다.
“6개월만 기다려 주세요, 실장님, 팀장님. 저 정말 독기 품고 잘 배워서 올게요.”
강하정은 재훈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하석은 정말 그래도 되는 건가 했지만 강하정은 재훈을 믿어 보기로 했다.
“그때가 되고 못 빠져나올 것 같으면 연락해. 그때는 돈을 얼마를 처발라서라도 구해 줄게.”
“네? 실장님, 정말요?”
“응. 재훈이는 재능이 많아. 그런데 경험이 부족해. 나는 그 시간동안 재훈이가 많은 걸 경험해 보면 좋을 것 같아. 특히 이별, 배신, 고독, 그런 감정을 잘 문자화해 봐. 한계까지 자신을 한번 몰아붙여 봐. 우진이도 작사를 하겠지만 나는 재훈이만의 감성이 있다고 생각하거든.”
강하정의 말에 재훈의 눈빛이 흔들렸다.
설마하니 자기에게서 그런 큰 그림을 봤다는 건가 했던 것이다.
그런 기대를 하고 있다는 말을 듣자 더욱 자신이 생겼다.
“절대 실망시켜 드리지 않을게요. 그런데 대표님한테 먼저 허락받으셔야 하지 않아요?”
그러자 하석이 웃었다.
“몰랐어? 실장님이 대표님 동생이잖아. 대표님이 소문난 동생 바보고. 실장님이 어깨 한번 흔들고 오빠앙! 하면 다 끝나.”
“네에?!!”
퍼펙트 올킬의 멤버들은 일제히 경악했다.
실장과 대표가 남매 사이라는 것보다 철의 여인 같은 강하정이 어깨를 흔드는 모습을 상상하는 바람에 더욱 놀라웠다.
괜한 모습을 상상하는 바람에 속이 불편해진 멤버들이 강하정을 외면하자 A&R 팀이 그 모습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다크서클’의 카메라 팀이 오디오 없이 그 장면을 기술 좋게 담았다.
손 PD도 재훈의 이야기를 들었고 그 계획을 완벽하게 이룰 수 있도록 퍼펙트 올킬의 인지도를 높이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기획사의 일에는 웬만하면 나서지 않으려고 했지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했고 솔직히 재훈이 하려는 일이 너무 재미있어 보였던 것이다.
* * *
‘다크서클’이 방영되기 전부터 ‘역주행’의 독자들은 강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것은 ‘다크서클’의 시청률을 올리는 데도 일조했다.
퍼펙트 올킬이라는 중고 신인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풋풋했고 왠지 처절해 보이는 열정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퀸스 워크 A&R 팀에게 자기들이 모르는 것을 진솔하게 물었고 A&R 팀은 먼저 음악을 좋아하며 시작했던 선배 입장에서 자기들이 아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경쟁을 내세우는 서바이벌 형식이 아닌, 힐링을 표방한 프로그램은 색다르게 다가왔고 선배 그룹과 후배 그룹이 경쟁 없이 음악과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훈훈하게 그려졌다.
퍼펙트 올킬의 멤버들은 사회 초년생의 나이대였고 그들이 느끼는 불안은 다른 일반인들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실제로 멤버들이 자주 묻는 질문 중에는 그런 것도 끼어 있었는데 시청자들은 그 부분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다.
음악 역시 그 프로그램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였는데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퍼펙트 올킬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아주 조금만 튜닝을 하고 방향 설정만 해 준 것 같은데도 멤버들은 연습에 목숨을 걸어 기어이 스스로 바뀌었다.
오래된 노래를 커버해서 부를 때 퍼펙트 올킬은 정말 즐겁고 행복해 보였다.
그러다 문제의 영상이 나왔다.
하석이 우진의 음역대를 알아보는 장면이었다.
A&R 팀은 이제 퍼펙트 올킬 멤버 개개인에 대해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을 하면서 긴장을 푼 채 테스트를 했는데 우진이 상상 이상으로 음역대를 폭넓게 사용하는 것에 모두 놀라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고음을 진성으로 오래 지르게 해도 우진은 그것을 곧잘 해냈다.
A&R 팀은 우진이 원래 그런 놈이었나 하면서 급기야 면담까지 했고 우진의 특출 난 재능 덕분에 그들에게 주려던 곡 자체가 바뀌었다.
음역을 자유롭게 오가며 소화할 수 있다면 난도 높은 곡으로 시도해 봐도 좋다고 생각을 한 듯했다.
퍼펙트 올킬이 연습에 매달리는 동안 선배 그룹은 퍼펙트 올킬을 치유해 줄 수 있는 곡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었다.
카메라는 고즈넉한 분위기의 자연을 배경으로 음악가들이 여기저기에서 자신의 일에 매달리는 모습을 담담히 담아냈다.
그들에게는 그것이 삶의 소중한 순간을 살아 내는 장면이었다.
요란하게 떠들지 않고 관심받으려고 애쓰지 않는데도 시청자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화면에 집중되었다.
무대는 자연스럽게 꾸며졌다.
누군가 악기를 연주하면 멤버들이 그 주위로 모여들고 자연스럽게 화음을 이루어 노래를 불렀다.
“좋아졌는데? 연습 많이 한 게 티가 난다. 좋지?”
하석의 말에 멤버들이 웃었다.
“네. 요즘에는 자려고 누울 때마다 정말 좋아요. 하루를 정말 알차게 살았다는 생각 때문에요.”
그들이 얼마나 열심히 연습했는지는 각각의 개인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기에 시청자들은 그 말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노을이 저렇게 예쁘네요. 살면서 이렇게 노을을 봤던 시간이 있었나 싶어요. 정말 예쁘네요.”
노을을 바라보며 제레미가 한 말을 끝으로 ‘다크서클’의 첫 화가 끝났다.
웅장한 것도, 대단한 것도 없었지만 느리게 흘러가는 화면 속에서 멤버들이 나누는 대화에 잔잔한 울림이 있었고 오랜 여운을 남겼다.
오랜만에 좋은 친구를 만나 정작 대화는 많이 나누지 않고도 서로 함께 있는 것만으로 행복한 그런 기분이었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따뜻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줘서 고맙다는 글이 한가득 이었다.
바쁘게 살아오느라고 놓쳤던 것을 다시 찾은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며 감격하는 사람도 많았다.
[수준 높은 명화를 보고 난 것처럼 정화되는 기분이 드네요. 조급했던 나 자신에게 이제 좀 천천히 가자고 다독이고 있어요. 오랜만에 좋은 프로그램을 만난 것 같아 정말 기분 좋습니다. 제작진 여러분, 출연하는 분들, 모두 힘내세요. 응원합니다.] [퍼펙트 올킬의 지금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게 영광이네요. 언젠가 정상에 오른 퍼펙트 올킬의 모습을 보면 오늘이 생각날 것 같아요.]그것은 그동안 퍼펙트 올킬이 들어 왔던 말들과는 조금 차이가 있었다.
지금까지는 그들이 고생해 왔던 게, 그리고 부당한 대우를 당했던 게 부각되었다면 이제야말로 진정한 음악인으로서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한목소리로 자기들을 응원한다는 것을 알게 된 퍼펙트 올킬의 멤버들은 한껏 신이 났다.
신이 난 것은 A&R 팀과 제작진도 마찬가지였다.
특히나 손 PD는 아이돌 대회와 ‘다크서클’에서 두 번이나 퍼펙트 올킬의 덕을 보자 자기도 기필코 그 빚을 갚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특별히 뭔가를 하려 하지 않아도 퍼펙트 올킬은 스스로 빛나게 되어 있는 듯했다.
방송이 나가고 ‘다크서클’의 시청률이 나오면서 광고주들은 퍼펙트 올킬에게 빠져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