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190
제190화
190화
처음은 재훈이었다.
재훈은 노래를 부르면서 심사 위원석을 향해 돌아서더니 이빈을 불러냈다.
이빈이 내려가 마이크를 잡고 자리에 섰다.
“아니, 이빈이 너는 춤만 출 거야. 마이크는 필요 없어.”
앞 소절을 부르고 재훈이 빠르게 말하자 그게 마치 랩처럼 들렸다.
“하준 씨, 춤을 기억하고 있으면 춤을 춰도 돼요. 모르겠으면 하준 씨가 출 수 있는 춤을 추면 되고요.”
그 말 역시 마찬가지였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말을 하는데도 그 뜻이 정확하게 들어와 꽂힌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결국 재훈은 가사를 하나도 빠뜨리지 않았다.
멤버와 연습생에게 시킬 걸 시키면서도 보컬은 완벽했다.
연습생들은 어떻게 그게 가능한 건가 하면서 기함을 멈추지 못했다.
진행을 위해 대기하고 있던 우진도 슬슬 시동을 걸고 무대로 나가자 다른 퍼펙트 올킬 멤버들도 나왔다.
순식간에 대형이 완성되자 서하준의 얼굴에 흥분감이 깃들었다.
퍼펙트 올킬과 자기가 함께 공연을 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인 것 같았다.
퍼펙트 올킬은 재훈이 서하준에게서 그의 잠재력을 맥스까지 끌어내려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듯했고 그를 도와주기로 마음먹었다.
재훈은 노래를 부르다 서하준을 보고 들어오라고 손짓했고 서하준은 노래를 시작했다.
재훈과 파트를 나누어 노래를 하다 보니 서하준의 미숙한 점이 바로 눈에 띄었다.
기교 없이, 전문적으로 배워 본 적 없이 노래 잘하는 일반인이 천상계 아티스트를 만나서 한 무대에 선 것 같은 상황이었다.
지금 상화에서는 아무리 그가 잘한다고 해도 대등한 무대를 선보이는 것은 불가능할 거였다.
지금 하준이 할 수 있는 것은 자기가 갖고 있는 것을 모두 드러내고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그런 것치고도 하준은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
“2절을 부를 때 1절을 부를 때보다 나아져 있으면 돼요. 분명히 다르기는 할 건데 나아져 있어야 하는 거예요. 지금은 완성형이 아니지만 점점 하준 씨는 완성형에 다가가야 합니다.”
한국어를 모르는 사람이 들었다면 듣기 좋은 랩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게 소절의 사이사이마다 튀어나왔다.
하준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음악에 몸을 맡겼다.
퍼펙트 올킬을 보면서 그가 느낀 것은 바로 그거였다.
그들이 음악에 젖어 들고 있다는 것.
선율이 비처럼 그들을 적시고 있다는 것.
거기에 몸을 맡기고 부담과 긴장을 내려놓고 즐기면서 흥겹게 하는 거다.
어느새 하준의 목소리에서 힘이 빠졌다.
재훈은 기특하다는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그러면서 아주 좋다는 뜻으로 오케이 사인을 보냈고 다른 멤버들도 엄지를 들어 올렸다.
“잘해야겠다는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그냥 하준 씨 천연의 색을 보여 줘 봐요. 보여 주려고 애쓰지 말고 다른 사람이 보고 싶어서 안달 나게 만들어요. 세련되게. 자연스럽게.”
하준은 4분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여러 가지를 시도했다.
퍼펙트 올킬이 지금 자기에게 해 보라고 하는 게 이게 맞는 건지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일단은 해 보았다.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편하게 노래를 한 게 얼마 만이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여기에서 떨어진다고 해도 엄청나게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마지막에 이르렀지만 음악은 끝나지 않았다.
재훈이 하석에게 신호를 보냈고 팀은 악기를 계속 연주했다.
어느덧 키가 바뀌어 있었다.
하준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음역대를 알아보기 위한 작업이 그런 식으로 몇 번에 걸쳐 진행되었다.
결국 그 노래를 마치는 데 13분이 조금 넘게 걸린 듯했다.
“와…… 미쳤다.”
연습생 중 누군가 저도 모르게 말을 해 놓고는 깜짝 놀라 입을 다물었다.
“죄송합니다.”
그러나 누구도 그를 탓하지 않았다.
오디션이 이런 식으로 진행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이보다 완벽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스쳤다.
“하준 씨, 뭔가 느낌이 오나요?”
“네!”
하준은 감격을 감추지 못한 채 말했다.
“그러면 처음에 준비한 노래를 다시 한번 해 볼래요?”
“네, 선배님.”
재훈이 하석을 바라보자 그의 팀이 연주를 시작했다.
퍼펙트 올킬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는 대신 하준의 옆에서 화음을 넣어 주기도 하고 춤을 맞추기도 했다.
그 자체로 하나의 완성된 공연이 되었다.
하준은 그 대단한 퍼펙트 올킬과 함께 노래를 하면서도 이제 꿀리는 기색이 없었다.
한 번에 몇 계단이나 뛰어오른 채 그 자리에서 자신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던 것이다.
노래를 마치고 하준이 울음을 터뜨렸다.
자기도 왜 눈물이 나는 건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다른 연습생들도 몇 명이 같이 울었다.
“왜 울어요, 하준 씨.”
재훈이 팔을 토닥거리며 말하자 하준이 겨우 대답했다.
“벅차서요. 너무 벅차서요. 퍼펙트 올킬 선배님들이 모두 나서서 제 단점을 커버해 주시는 게, 너무 자상하게 알려 주시는 게 너무 감사해서요. 심한 말로 야단치고 그 정도밖에 안 되냐고 화를 내실 수도 있을 텐데 이렇게 알려 주실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정해진 답은 없어요. 그런데 답을 찾아서 우리는 끈질기게 가야 돼요. 답은 없는데 답을 찾아야 하는 거예요. 아티스트가 된다는 건, 특히나 퀸스 워크의 아티스트가 된다는 건 그런 거예요. 우리는 좋은 위치에 서 있으니까 더 좋은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팬들이 기대하니까요. 하준 씨의 여정을 응원합니다. 모르는 거 있으면 찾아와서 물어봐요. 우리도 회사에 자주 올 테니까.”
“감사합니다, 선배님. 정말 감사합니다.”
하준이 눈물을 훔치며 말했고 우진이 재훈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
“이런 방법 괜찮은 것 같다. 그래도 총평은 해 줘.”
“심사 위원한테 반말해도 되는 겁니까, 사회자씨?”
“아 참. 죄송합니다.”
우진이 웃음을 터뜨리자 다른 연습생들도 웃었다.
분위기는 더 이상 경쟁 중이라는 것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밝아져 있었다.
“하준 씨는 정말 결이 좋은 소리를 가졌어요. 소리의 탄력이 아주 좋고요. 적절한 시점에서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게 된 게 하준 씨한테는 정말 큰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기교 없이 힘으로 내지르던 창법이 바뀐 걸 다른 분들도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성대는 정말 중요하거든요. 혹사하면 안 돼요. 잘 관리해야 합니다. 모두요.”
재훈은 물가에 어린아이를 내놓은 것처럼 이야기를 했고 결국 우진이 진정시켰다.
“한재훈 씨, 심사평이 뭐라고 생각합니까?”
“아아.”
그 말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제가 할게요. 노래 들으면서 느낀 거 써 놓은 게 엄청 많아요.”
그 사이를 민이 치고 들어와서 자기가 써 놨던 걸 줄줄 읽었고 우진은 다시 한번 말했다.
“민 씨, 심사평이 뭐라고 생각합니까? 왜 이 사람들이 끊을 줄을 몰라? 누가 보면 방구석에만 있어서 다른 사람이랑 얘기할 기회가 전혀 없었던가 보다고 생각할 것 같잖아요. 같이 말할 사람 없어요?”
“네. 그러니까 여기서라도 말 좀 하게 해 주세요.”
이빈까지 그러고 나서자 우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녹화는 처음에 예정된 시간보다 훨씬 오래 걸릴 것 같았지만 지루할 틈이 없었다.
퍼펙트 올킬은 중간중간 자기들이 겪었던 에피소드를 말해 주기도 하면서 활동을 할 때 주의할 것들을 알려 주었다.
그러는 동안 몇 사람이 더 노래를 불렀고 퍼펙트 올킬은 그때마다 그들의 특색을 살릴 수 있는 노래를 선택해 함께 무대를 꾸몄다.
“아직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많이 긴장돼요?”
우진이 묻자 대부분 고개를 저었다.
배우고 있는 게 너무 많아서 기분이 정말 좋았던 것이다.
“그럼 계속 이 속도로 가도 좋을까요? 중간중간 바로 알려 주는 게 가장 효과적일 것 같긴 해요.”
우진의 말에 연습생들은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저희도 정말 좋습니다.”
“저희 차례가 되면 어떤 걸 배울지 기대돼요.”
“몇천만 원을 줘도 못 들을 수업을 받고 있는 것 같아요. 정말 꿈꾸고 있는 것 같아요.”
누군가 말하자 여기저기서 자기들도 그렇다며 열렬히 동의했다.
“좋습니다. 자, 그럼 다음은 누구죠?”
우진의 말에 새로운 사람이 등장했고 퍼펙트 올킬은 따뜻한 시선으로 그를 맞았다.
* * *
퀸스 워크와 VIV 미디어가 투애니투의 데뷔조 선발을 위한 오디션을 진행하는 동안 할리우드 제작자 일론 베리와 손을 잡은 다국적 엔터테인먼트 기업 YGM이 대대적으로 오디션을 진행했다.
그들은 시작부터 엄청난 물량 공세를 펼쳤다.
오디션 심사 위원으로 나오는 사람들의 면면은, 그 이름을 듣기만 해도 기가 질려 입을 떡 벌릴 정도였다.
음악에 뛰어들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한 번쯤 그들의 평가를 받아 보고 싶다고 생각할 만했다.
아직 투애니투 선발 영상이 공개되기 전이었고 지금이 홍보에 전력을 기울일 때라고 생각하며 YGM은 엄청난 비용을 투자하고 있었다.
거대한 공룡처럼 각국의 이름 있는 기획사들을 연달아 인수하며 몸집을 키워 나가는 그들을 보고 사람들은 그 앞에서 누가 살아남을 수 있겠냐고 자조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모두가 그 거대한 흐름 앞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할 거라고 하고 있을 때 퀸스 워크와 VIV 미디어는 조용히 반란을 꿈꾸고 있었다.
* * *
남은 사람은 이십여 명.
그러나 처음에 투애니투의 데뷔조 오디션에 참가했던 사람들은 계속해서 오디션을 볼 수 있었다.
어디까지나 현장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의미일 뿐이었지만 그래도 그 시간이 그들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는 굳이 말을 할 필요도 없었다.
퍼펙트 올킬의 다른 멤버들은 유닛 활동을 하는 틈틈이 그곳으로 왔다.
그것은 단순히 후배 양성을 위한 목적이 아니었다.
그들 자신도 영감이 자극을 받았고 후배들의 노래와 무대를 보면서 배우는 게 많아 아무리 지치고 힘이 들어도 그곳으로 왔던 것이다.
옆에서 지켜보다가 졸기도 하고 어떤 때는 잠이 들기도 했지만 그러면서도 웬만하면 그 자리에 있고 싶어 했다.
퀸스 워크와 VIV 미디어 측은 일찌감치 이 콘텐츠의 성공 가능성을 엿보았다.
경쟁을 촉발하는 자극적인 내용이 아니라 퍼펙트 올킬이 적극적으로 후배들에게 경험과 음악을 가르쳐 주는 게 따뜻한 톤으로 그려지고 있어서 촬영을 하는 제작진도 훈훈함을 느끼며 힐링을 받고 있었다.
퍼펙트 올킬은 전혀 다른 의도로 기획된 프로그램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그들의 색으로 바꿔 버리는 재주가 있었다.
강준형은 퍼펙트 올킬이 투애니투에 신경 쓰는 이유가 죽은 강 회장에 대한 마음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더 고마움을 크게 느꼈다.
“자, 오늘도 시작을 해 봐야겠죠? 방송이 연달아 있어서 힘들지는 않습니까?”
우진은 대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이제 데뷔조 오디션의 후보는 아홉 명으로 추려져 있었다.
탈락한 이들은 모두 결과에 승복했고 살아남은 이들이 미션을 수행할 때 그들의 무대를 도와주었다.
의견을 내기도 하고 함께 연습을 해서 보컬이나 댄스를 함께 분담하기도 했다.
어차피 그들도 언젠가 다른 팀으로 데뷔를 할 거였기에 그 과정을 미리 경험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