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197
제197화
197화
다른 때 같으면 비디오 라이브를 하는 동안 채팅 창이 범람했을 텐데 이번에는 그렇지도 않았다.
뭔가 반응을 할 틈이 없었다.
그리고 우진의 말이 이어졌다.
“퍼펙트 올킬은 먼저 나서서 싸움을 걸지는 않아요. 하지만 누군가 주먹을 먼저 날리면 맞고만 있지도 않죠. 여러분도 알겠지만 최근에 한 대 맞았어요. 우리를 직접 쳤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더라고요? 되게.”
우진은 그나마 순화된 표현을 찾으려고 하는 것처럼 머뭇거렸다.
그러나 이내 포기한 듯했다.
“멍청한 짓이었어요. 그 사람들에게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이제 관심을 가지려고 하거든요. 그리고 우리의 집요함이 발휘되면 어떻게 되는지 알려 주려고요. 지금까지 그 사람들이 퍼펙트 올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을지 모르지만 그게 잘못됐다는 걸 알려 주려고요. 퍼펙트 올킬이 어떤 사람들인지, 아주 뼈저리게 알려 줄 거예요.”
“내가 오래 생각해 봤는데.”
옆에서 말없이 듣고 있던 재훈이 입을 열었다.
“팝콘 말이야. 그걸 우리가 팔면 어떨까? 퍼펙트 올킬 굿즈로. 그럼 정말 대박 날 것 같지 않냐?”
그제야 얼어붙어 있던 채팅 창이 ‘ㅋ’으로 무수히 도배되었다.
퍼펙트 올킬의 비디오 라이브가 끝나고도 사람들은 그들이 어떤 식으로 일을 진행하려고 하는 건지 알지 못했다.
그러면서 흥미를 잃지 않은 채 퍼펙트 올킬의 행보를 지켜보았다.
당장은 아무 변화도 없었다.
그러는 동안 투애니투 데뷔조 오디션 프로그램이 계속 방송됐고 거기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견해가 대부분이었고 그동안 제작진이 무리한 연출을 한 것은 그들이 능력이 없어서 그랬던 거였다는 성토도 나왔다.
제대로 된 사람들이 제대로 만들기만 하면 그런 게 없어도 잘만 된다는 것을 퍼펙트 올킬이 증명하지 않았냐는 거였다.
퀸스 워크 시스템에 대한 궁금증도 대폭 늘었는데 퀸스 워크를 거쳐 갔거나 현재 그곳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의 증언이 속출하면서 호감도가 수직 상승했다.
그동안 퍼펙트 올킬을 통해서도 많이 알려져 있기는 했지만 다시 한번 도약하는 계기가 되었다.
일론 베리와 YGM은 그것이 신경 쓰이는 듯 몇 번 더 강도 높게 공격을 가했다.
한 사람만 팬다는 원칙이라도 가지고 있는지 그때마다 대상이 되는 것은 강하정이었다.
퀸스 워크도 더 이상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고 투애니투 데뷔조 오디션에 강하정을 투입해서 강하정이 연습생들에게 직접 지도를 해 주는 걸 찍고 그것을 특별 편성했다.
연습생들에게 트레이닝을 해 주는 강하정은 한창때의 기량이 전혀 녹슬지 않은 파워풀한 모습을 선보였고 팬들은 그걸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클립을 만들어 이리저리 퍼 날랐다.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지?
그것은 퍼펙트 올킬의 팬들에 의해서 빠르게 인터넷에 퍼졌다.
[뭐야? 일론 베리가 왜 갑자기 웬 듣보잡을 공격하는 건가 했더니 듣보잡이 아니었네. 일론 베리 쫄았던 거임? 저 사람이 퀸스 워크 본부장이라고? 일론 베리가 그럴 만도 했겠네. 그런데 애초에 상대가 안 되는 것 같은데?] [저 사람 제작자야? 왜 현역으로 뛰지 않지? 노래를 듣자마자 당장 팬이 돼 버린 나 같은 사람은 어쩌라고?] [저 사람이 퍼펙트 올킬을 키워 낸 사람이야. 멤버들이 친누나보다 더 소중하게 여긴다고 수천 번도 넘게 말한 그 사람이라고. 한마디로 일론 베리가 미친 거지.] [근데 진짜 쩐다. 너무 매력적이야. 퍼펙트 올킬이 어떻게 만들어진 건지 알 것 같아. 엄청난 시너지였겠는데?]효과는 지대했고 사람들은 그 방법이 제대로 통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것조차도 본격적인 반격이 아니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퍼펙트 올킬이 예고한 이상 일은 절대로 조용히 끝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 * *
퍼펙트 올킬의 역습.
그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지만 오직 일론 베리만이 그 사실을 알지 못한 듯했다.
퍼펙트 올킬이 한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니었다.
그저 일론 베리와 YGM이 뭔가 대대적인 보도를 하고 그 일의 홍보에 열을 올릴 때마다 그것을 희석시키는 강력한 콘텐츠를 발표한 것뿐이었다.
아무리 작심을 하고 잘 준비했어도 대진이 좋지 않으면 생각했던 만큼 큰 효과를 누릴 수 없는 법이었는데 퍼펙트 올킬은 일론 베리와 YGM을 주목하고 있다가 그들이 뭔가를 할 때마다 터뜨렸다.
터뜨리는 것은 별것이 아닐 수도 있었지만 퍼펙트 올킬의 두터운 팬층을 생각하자면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신곡을 준비하면서 그 과정을 보여 주기도 하고 새로 편곡해 봤다면서 최고 히트곡 시리즈를 들려주거나 퍼펙트 올킬 멤버 간 댄스 경연 대회를 하기도 했다.
일단 그들이 방송을 하면 조회 수는 급등했고 그것은 일론 베리와 YGM이 선보이고 싶었던 것을 봐야 할 사람들이 퍼펙트 올킬의 콘텐츠를 본다는 것을 의미했다.
처음에는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던 사람도 많았지만 누군가 눈치 빠른 사람이 그것을 비교해 표를 올렸다.
일론 베리와 YGM이 대대적인 홍보에 나설 때마다 퍼펙트 올킬이 비디오 라이브나 때로는 VIV 미디어를 이용한 콘텐츠로 일부러 그것의 노출을 막고 있다는 거였다.
설마 했던 사람들은 노출 시간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것을 보고 합리적인 의문을 품었고 퍼펙트 올킬도 그 내용을 부인하지 않았다.
“퍼펙트 올킬에 대해 아직 사람들이 모르는 게 있는 것 같아서 그걸 알려 드리는 중이에요. 팬과의 소통이라고 이해하시면 될 겁니다. 건드리지 마세요. 때렸으면 이제 반격이 들어올 거라는 걸 예상하고 배에 힘을 주고 있든가요. 주먹을 내질렀으면 그 정도 준비는 해야 하는 거잖아요?”
퍼펙트 올킬은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할 거냐는 질문에 그럴 거라고 했고 팬들은 환호했다.
팬들은 이제 일론 베리와 YGM이 적극적으로 홍보 활동을 하도록 부추겼다.
그럴 때마다 막대한 비용 손실이 일어났지만 그들이 홍보를 할 때마다 퍼펙트 올킬이 콘텐츠를 쏟아 내는 것이 좋았던 것이다.
세계 음악 산업을 주름잡던 업체들은 퍼펙트 올킬의 활동을 주의 깊게 지켜보았다.
크게 힘이나 돈을 들이지 않고도 퍼펙트 올킬은 자기들이 ‘언제’ 출격하고 콘텐츠를 오픈하는가에 따라 다른 업체를 얼마든지 고사시킬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일론 베리와 YGM이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사람들은 그때에야말로 퍼펙트 올킬이 얼마나 엄청난 괴물인지 깨달았다.
일론 베리는 YGM과의 합작을 통해 시장을 잠식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한낮의 꿈으로 지나갈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한국에 한정해 오디션을 진행하기로 했던 퀸스 워크와 VIV 미디어는 돌연 영역을 확장했다.
한국에서 먼저 방영된 ‘투애니투 데뷔조 오디션’은 엄청난 돌풍을 일으켰고 한동안 비디오 라이브를 통해 소통하던 퍼펙트 올킬은 VIV 미디어를 통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방송했다.
퍼펙트 올킬의 공연과 그들의 일상에 관한 소식을 들으려면 사람들은 이제 VIV 미디어를 통해야 했고 VIV 미디어는 앉은자리에서 수많은 가입자를 확보했다.
새로운 시도를 통해 확인되는 퍼펙트 올킬의 영향력은 퍼펙트 올킬마저도 놀라게 만들었고 일론 베리는 자기가 얼마나 멍청한 짓을 했는지 뒤늦게 깨달았다.
그가 공개적으로 사과를 했을 때 그의 진정성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상대가 퍼펙트 올킬이 아니었으면 일론 베리는 절대로 사과하지 않았을걸?] [강하정 본부장 뒤에 퍼펙트 올킬이 없었다면 사과는 영영 못 받았을 거야. 아마 보란 듯이 점점 강도를 높여 가면서 놀려 댔겠지. 그게 일론 베리 스타일이야. 지금까지 총 맞아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게 용하다고 생각해.] [전형적인 강약약강인가? 퍼펙트 올킬 앞에 있으니 찍소리도 못 내겠나 보네. 그러니까 왜 강하정 본부장을 건드려? 멍청하기는.]일론 베리는 수많은 사람들의 조롱거리가 되었고 그런 일론 베리가 추진하는 사업에 흥미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었다.
YGM은 일론 베리에게 책임을 물었고 그에게 퇴진 압력을 가했다.
일론 베리의 유명세를 활용해서 일을 쉽게 끌어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가 오히려 그가 악재를 만든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던 것이다.
그 일은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었지만 퍼펙트 올킬과 스케일과 영향력 때문에 수많은 지형의 변화를 가져왔다.
어쩌다 보니 그것은 VIV 미디어가 세계로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고 글로벌 음악 산업의 기초를 만드는 터닝 포인트가 되어 주었다.
퍼펙트 올킬이나 퀸스 워크가 바랐던 그림은 아니었지만 어쩌면 그것은 처음부터 정해진 운명이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 * *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투애니투가 데뷔하고도 이 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있었다.
투애니투가 되기 위해 오디션을 본 사람들 중 누군가는 투애니투가 되었고 누군가는 다른 그룹의 멤버가 되었다.
모두가 가수의 꿈을 이어 간 것은 아니었고 얼마쯤은 다른 길을 찾았다.
그러나 그 후에도 그들은 자주 함께 모였다.
“우진이 형, 공항으로 마중 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제가 나갈 걸 그랬나 봐요.”
이빈은 안절부절못하며 그 얘기를 몇 번이나 계속 하고 있었다.
“야, 민아. 쁨콩이 좀 어떻게 해 봐.”
“큽. 쁨콩이. 그 이름 오랜만에 듣네요. 형은 요즘에도 이빈이를 그렇게 부르세요?”
“가끔은 그러지.”
민은 한동안 혼자서 일본에서 활동을 하다가 그곳에서의 작업을 완전히 정리하고 돌아왔다.
“다음부터는 정말 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 그냥 장난삼아서 만든 곡이 그렇게 인기를 끌 줄 누가 알았겠냐고요. 그것 때문에 일본에 9개월이나 가 있게 될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어요? 이제는 절대 안 가요.”
제레미의 결혼식에 맞춰 들어온 후 계속 숙소에 머물고 있는 민이 말했다.
“야, 너는 형을 보면서도 깨닫는 게 없냐? 형도 그랬잖아. 장난삼아서 쓴 글이 그렇게 인기를 끌 줄 모르고 시작했다가 일이 이렇게 커진 거였잖아.”
“맞네요, 형.”
민이 웃음을 터뜨리자 이빈이 아예 다가와 두 사람을 일으켜 세웠다.
“공항에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사람들이 두 사람을 발견하면 안 놔줄 것 같잖아요.”
“이빈아, 그럼 너만 갔다 와. 아니면 본부장님한테 말씀드려서 회사에서 차 좀 보내 달라고 하면 되잖아. 형 진짜 피곤하다. 어제도 늦게까지 녹화하고 왔잖아.”
“그래도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인데 우리를 보고 싶지 않을까요?”
“전혀 안 그럴 것 같은데? 너라면 그러겠냐?”
“네, 형. 당연하죠. 저는 형들 보고 싶어서 이렇게 오래 신혼여행을 가지도 못할 것 같아요.”
우진과 민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 정도면 중증 아니냐는 눈빛이었다.
“그런데 재훈이는 어디 갔어?”
“전화받으면서 방으로 들어가시던데요?”
“재훈이 연애하나?”
우진은 관심 없이 말을 하고 다시 모니터를 보았다.
화면에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이야기가 떠 있었다.
다른 사람이 쓴 자신의 이야기.
바로 강 회장이 쓰던 소설이었다.
죽기 전에 강 회장이 그 소설을 우진이 이어서 써 주면 좋겠다고 했었지만 우진은 소설을 오랫동안 보지 못했다.
이제는 마음이 많이 안정이 됐다고 생각해도 파일을 열면 강 회장이 떠올라서 글을 쓸 수가 없었다.
그런 우진을 보며 재훈은 감정이 참 여리다고 했었다.
사람들에게 차갑고 퉁명스러운 것 같지만 실은 누구보다 부드럽고 마음이 따뜻한 녀석이라고.
우진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악착같이 기를 쓰고 부정을 할 마음도 없어서 그냥 그러냐 하고 지나갔다.
간신히 이빈과 민을 쫓아내고 글을 쓰려고 했다.
이빈은 결국 민을 설득하는 데 성공해서 민을 데리고 공항으로 갔다.
이제야말로 소설을 써 보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전화가 걸려 왔다.
“응, 자기야.”
-자기야? 이야, 우진이가 이제는 그런 말도 다 하네?
“왜 그래? 그런 말은 전에도 하지 않았나?”
우진은 의자에 느긋하게 등을 기대면서 말했다.
똑같이 그의 시간을 방해해도 방해하는 사람이 누구인가에 따라 이렇게 반응이 달라진다는 게 신기했다.
만약 이빈이나 민이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어지간히 시끄럽게 굴었을 것이다.
“뭐 하고 있었어? 집이야?”
-응. 오늘은 스케줄 없어. 오늘 우희랑 렘이 오지? 뭐 하기로 했어?
“뭐 하긴? 두 사람도 여기 들렀다가 바로 자기들 집으로 가겠지.”
-에이, 환영 파티라도 해 줘야지. 설마 지금까지 아무 준비도 안 하고 있었어?
“우리가 그것까지 준비하게 생겼어? 바쁜데 자기들만 빠져나가서 편히 쉬다 왔으면 된 거지.”
-너도 너다. 일단 기다려. 거기로 갈게.
“아, 오게?”
차우진의 입가에 웃음이 걸렸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시간이 지나면서 숙성되는 것을 느끼며 우진은 자신을 배워 가고 있었다.
-뭐 필요한 거 없어? 가는 길에 사 갈게.
“아니야. 그건 애들한테 사 오라고 하면 돼. 지금 바로 출발할 거야?”
-응. 그러려고.
“그래. 조심해서 와.”
전화를 끊고 우진은 자기가 내내 웃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손이 자연스럽게 키보드 위에 얹어졌다.
이제는 강 회장이 다 쓸 수 없었던 차우진의 이야기를 완결 지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신을 만나러 기쁘게 달려오는 연리지를 상상하며.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공간을 경쾌하게 채워 나갔다.
소설은 강 회장이 멈추었던 곳에서 다시 시작됐다.
강 회장은 연리지와 우진이 함께 꾸미는 무대 장면을 쓰다가 멈추었고 소설은 오랫동안 그 장면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멈춰 있었다.
우진의 손이 현란하게 움직이며 공연이 이루어졌다.
[-여기.우리.
다시.
첫.걸.음!
우진이 랩으로 노래를 마치자 연리지가 환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행복과 감격이 그대로 박제되는 듯한 순간이었다.
그날의 함성과 열기, 희망과 기대.
모든 것이 그대로.]
강 회장이 끝맺지 못한 이야기가 마지막을 향해 부지런히 달음질을 해 나가고 있었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