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21
제21화
21화
[미쳤다. 저 팀 퀸스 워크래. 퀸스 워크에서도 레전드라고 불리는 사람들인데 요 근래는 저 멤버로 모인 적이 없었대. 해외에서 주로 활동하고 그래미 수상자가 같이 작업하자고 해도 영감이 안 떠오르면 거절했다는데 최근에 외부 활동 없이 공백기가 길었었대. 그런데 퍼펙트 올킬 음악 여행 얘기 듣고 바로 콜 하고 같이 여행을 간 거래.] [지린다. 얼굴이 축축해서 봤더니 나님 울고 있잖아? 나한테도 분명 저런 순간이 있었을 거라는 생각에 감격했나 봐. 뭔지 모르겠어. 왜 울고 있는지. 그런데 울고 나니까 후련해졌어. 이번 방송은 대대손손 소장 각이야.] [천재가 천재한테 비기를 전수해 주는 걸 옆에서 본 느낌이다. 그걸 다 알아듣고 이해한 퍼펙트 올킬이 너무 기특하고 왠지 웅장하고 슬퍼. 실장 말이 이제 이해되는 느낌이야. 오래 구른 게 속상했겠지만 지금의 퍼펙트 올킬이 아니었다면 자기들이 하는 말을 다 이해하고 습득하지 못했을 거라는 말.] [‘다크서클’ 처음 시작할 때 노래 부른 거 듣고 이번 거 들으면 레알 소름 돋음. 다들 독종이야. 어떻게 이렇게 변할 수가 있지?]시간이 지나도 시청자들의 열기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그런데 가사 없이 부른 곡 정말 좋더라. 나중에 퍼펙트 올킬이랑 저 팀이 그 노래 완성해서 나오면 엄청날 듯. 빨리 음원으로 발매되면 좋겠어. 그때까지 어떻게 참지?]그들은 채워지지 않는 아쉬움을 ‘역주행’을 통해 일부나마 채울 수 있었다.
‘역주행’에는 멤버들이 ‘다크서클’을 함께하는 동안 느낀 감정과 에피소드들이 알차게 실려 있었다.
딱 보면 누가 강하정이고 누가 하석인지 모두 알 수 있었다.
놀라운 무대를 선보인 이들의 순진하고 허당 같은 모습은 독자 모드로 변신을 완료한 시청자들의 얼굴에 웃음을 자아냈다.
그 순간 그들은 그 말을 새기며 영원히 잊지 않기로 결심했다. 자기들이 노래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걸. 어떤 순간에건 그럴 수 있는 존재들이라는 걸.
최신 화의 엔딩은 강하정의 말을 되새기는 것으로 마무리되었고 그보다 더 완벽한 엔딩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 * *
퍼펙트 올킬의 귀환.
제이디 대표는 그들을 위해 준비한 선물 꾸러미를 자랑스럽게 내보일 생각에 벌써부터 들떠 있었다.
‘다크서클’의 성공 이후 퍼펙트 올킬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은 완벽하게 달라져 있었다.
실력 있는 천재 뮤지션.
퍼펙트 올킬은 그런 말을 듣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제이디 엔터 소속의 수많은 아티스트들은 퍼펙트 올킬과 같은 소속사라는 점에서 시너지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제이디 대표는 퍼펙트 올킬을 활용해 어떻게 회사를 불려 나갈지 그 생각밖에 없었다.
사옥에 들어선 퍼펙트 올킬의 멤버들은 강박적으로 인사를 해 대고 있었다.
전방에서 누군가 나타난다, 주위에 생명체가 접근한다.
그러기만 하면 그들은 공손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오오! 이게 누구야. 퍼펙트 올킬 아니야? ‘다크서클’ 잘 봤어? 언제 그렇게 변한 거야? 요즘 나 아는 사람들은 온통 퍼펙트 올킬 얘기뿐이야.”
인사를 해 주자 인사를 받은 사람들은 그게 자기들에 대한 호감 표시라도 된다고 생각했는지 떠들어 댔다.
퍼펙트 올킬이 제이디 엔터에 들어오고 한 번도 살갑게 인사를 받아 준 적 없던 사람들이 그러고 나올 때마다 멤버들은 속으로 이게 뭔가 싶었지만 공손한 표정과 자세만은 잃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계획이 있었다.
제이디 엔터 대표에게 갑질을 하고 눈물이 쏙 빠지게 만들어 재훈을 구출해 이곳을 나가는 것.
그 와중에 갑질 논란이 일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뿐이었다.
“와. 진짜 사람들…… 어떻게 저러지? 우리한테 어떻게 했었는지 집단으로 기억상실에 걸렸나?”
민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느끼는 것은 모두가 비슷했지만 괜한 말로 기분 상하지는 말자고 생각한 듯 다른 멤버들은 입을 다물었고 결국 민도 잠잠해졌다.
함께 가는 매니저는 멤버들의 눈치를 살폈다.
재훈의 전화를 받고 끝까지 계약서를 보내 주지 않은 일 이후 퍼펙트 올킬 멤버들은 더 이상 그를 믿지 않았다.
그를 대하는 것도 이제는 회사의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공손하고 예의 바르게 대하지만 마음을 주지는 않았던 것이다.
매니저는 자기가 결정을 잘한 건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그와 함께 입사한 동기들 중 그는 가장 도태되어 있었다.
그런 그에게 대표는 입사 동기 중 가장 빠른 승진을 약속했다.
퍼펙트 올킬 멤버 전원이 제이디 엔터에 남을 수 있게만 한다면 실장으로 승진시켜 준다는 말에 그는 눈에 보이는 게 없었다.
업계 관행을 미루어 본다고 해도 다른 걸 다 건너뛰고 실장으로 승진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지만 대표는 능히 그것을 밀어붙일 수 있는 사람이었다.
지금까지 퍼펙트 올킬을 한결같이 뒷바라지해 온 매니저.
그라면 충분히 자격을 갖추었다는 감언이설에 매니저는 흔들리고 굴복했다.
그 말에 넘어가지 않았다면 퍼펙트 올킬 멤버들과 함께 퀸스 워크에서 화려한 시작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지 못한 도전자처럼 그는 그 자리에서 넘어졌다.
“바로 대표님 먼저 뵈러 가자. 너희 오면 바로 데려오라고 하셨어.”
매니저의 말에 멤버들은 예, 라고 입을 모아 대답했다.
지나친 예의.
그것은 낯선 거리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그 거리감은 앞으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터였다.
퍼펙트 올킬을 본 사람들은 예외 없이 그들에게 다가와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고 멤버들은 가능한 한 빠르게 걸음을 옮겨 대표실에 이르렀다.
대표실 앞의 비서가 멤버들을 보며 환하게 웃으면서 먼저 인사를 건넸다.
멤버들은 그런 모습을 보면서 자신들의 달라진 위상을 새삼스럽게 확인했다.
눈이 마주치면 인사를 하려고 기다려도 고집스럽게 시선을 외면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먼저 인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안으로 들어가자 대표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그들을 맞이했다.
“어서들 와. 얼굴이 좋아 보여서 다행이군. 방송은 잘 봤어. 우리 제이디의 효자들.”
멤버들은 대표가 말하는 동안 목석처럼 서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런 말을 듣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대표는 조금도 개의치 않는 모습으로 쾌활하게 굴었다.
“어서들 앉지.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대표는 우진에게 특별히 손짓을 해서 자기 옆자리에 앉게 하려 했지만 우진은 그 손짓을 봤으면서도 맞은편으로 돌아가 앉았다.
다른 멤버들 역시 대표와 멀찍이 떨어져 앉아서 대표가 떨떠름하게 그들을 바라보았을 정도였다.
“그 노래 좋던데 뭐지? 혹시 직접 작곡한 건가? 작곡을 배웠다고 들었는데.”
대표는 도중에 이야기가 한 번 끊기기라도 하면 큰일이 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계속 말을 해 댔다.
그러자 재훈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저희가 그런 곡을 작곡할 실력이 안 된다는 건 대표님이 가장 잘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저희는 이번에 저희 스스로에게서 가능성을 찾았습니다. 회사가 저희를 위해서 해 주실 일도 바로 그런 거라고 생각합니다. 작곡을 배우고 싶습니다. 보컬과 댄스도요. 이번에는 저희의 한계를 명확히 느꼈습니다. 지금까지는 저희가 어떤 케어를 받아야 하는지, 그리고 받을 수 있는지 몰랐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대표의 표정이 묘하게 바뀌었다.
그의 앞에 있는 사람들은 분명히 퍼펙트 올킬이었지만 전혀 모르는 낯선 사람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갑자기 왜 이러는 거냐는 듯이 대표가 매니저를 바라보았지만 매니저 역시 할 말이 별로 없었다.
숙소에 가서 멤버들을 데려왔지만 개인적으로 얘기를 한 건 한마디도 없었기에 그라고 많은 것을 아는 게 아니었다.
“그래…… 그렇지.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나도 다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래. 그럴 필요가 있어.”
대표는 당황하지 않은 척하면서 자기가 준비한 것들을 말했다.
2집 앨범을 위해 해외의 유명한 뮤지션들과도 접촉을 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퍼펙트 올킬은 그 말을 듣고 전혀 동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곳에서 2집을 발매하는 일은 없을 것이고 어떤 곡을 가져오건 거절할 계획이었던 것이다.
“매니저도 두 명 더 붙여 주도록 하지. 앞으로 활동을 많이 하게 될 테니까 그 스케줄을 관리하려면 그 정도는 필요할 거야. 퍼펙트 올킬은 PD랑 직접 상대하는데 매니저가 말단 직원이면 격에 안 맞기도 하고.”
그 말이 나오자 옆에 있던 매니저의 얼굴에 기대하는 빛이 서렸다.
승진이 당겨지는 건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의 꿈은 여지없이 부서졌고 대표는 높은 직급의 두 매니저가 앞으로 퍼펙트 올킬의 케어를 함께 맡게 될 거라고 했다.
그래도 그는 아직 퍼펙트 올킬의 멤버들이 재계약을 확정하지 않아서 그런 것뿐이라고 억지로 자위하며 행복 회로를 가동했다.
“출연 요청이 많아. 광고도, 음악 방송도. 예능 프로그램은 난리가 났고. 하루에 두 개씩 일정을 소화한다고 해도 어려울 정도야.”
“이번 프로그램을 하면서 저희는 저희의 한계를 명확히 느꼈습니다. 그동안 대표님이 저희에게 아직 미숙하고 방송에 나갈 준비가 안 됐다고 하셨을 때는 그 말이 이해가 되지 않고 서운해서 속상하기도 했는데 이번에 대표님이 하셨던 말씀을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지금은 방송에 나가서 웃고 떠들 때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진이 조용조용한 목소리로 말하자 대표는 멍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왜 갑자기 쓸데도 없는 겸양을 떠는 것인가.
그들을 원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왜 자꾸 움츠러든다는 말인가.
대표는 답답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런 소리 할 필요 없어. ‘다크서클’에서 마지막에 보여 준 무대는 완성형이었어. 멤버 모두가 엄청난 존재감을 뿜었고 가창력과 퍼포먼스 모두 훌륭했어. 내가 제이디 대표라서 하는 말이 아니야.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렇게 말을 하는데 인터넷 반응을 안 봤나 보지?”
대표는 자꾸만 겉도는 것 같은 분위기를 바꾸고 퍼펙트 올킬에게 조금 더 다가가 보려고 웃음을 지어 가면서 친근하게 말했다.
그 표정은 퍼펙트 올킬 멤버들의 얼굴에도 동일하게 지어졌다.
“아닙니다. 저희는 대표님의 안목이 탁월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방송을 끝내고 다 함께 뜻을 모았습니다. 사람들의 관심 좀 받았다고 뭐라도 된 것처럼 설치지 말고 열심히 배우기로요.”
민의 말에 대표는 기시감이 들었다.
언젠가 자기가 했던 말 같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