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24
제24화
24화
재미가 없었다.
‘흠, 안 되겠다. 역주행이나 재탕해야지.’
알바의 목소리가 들려온 건 그때였다.
“사장님, 사장님. 손님이 오셨는데요.”
“준희야. 왜 이래, 새삼스럽게? 우리 가게가 장사가 안 된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손님 한번 온 게 이렇게 동네방네 떠들 일은 아니지 않아?”
“아니, 그게…… 퍼펙트 올킬 차우진 님이…….”
“뭐?”
차우희는 자기가 차우진의 동생이라는 사실을 지금껏 밝힌 적이 없었다.
그것은 어둠의 스나이퍼 활동을 저해할 수 있어서였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알바는 갑자기 이곳에 차우진이 나타난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알았어.”
“일단 방으로 안내하기는 했어요.”
“혹시 제레미 씨도 왔어?”
“네. 멤버 전부 왔어요.”
“그러면 퍼펙트 올킬이 왔다고 해야지 왜 차우진만 왔다고 했어?”
“차우진 님만 왔다고 한 건 아니고 차우진 님이 오셨다고 했는데요?”
“그러니까 왜……. 아.”
그래. 알 것 같았다. 자기도 제레미가 왔는지만 중요했으니까.
“가 보실래요, 사장님?”
알바는 자기가 퍼펙트 올킬을 실물로 영접했다는 사실에 지금 제정신이 아니었다.
“퍼펙트 올킬 멤버들만 온 거야? 아니면 스태프들도?”
“네 명만 왔어요. 딱 멤버들만 온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기는 했어요. 스태프가 안 보여서요.”
“그래? 사적인 일인가?”
“사적인 일요?”
알바는 이번에도 궁금증이 잔뜩 생긴 얼굴이었다.
“응. 아니. 있어, 그런 게.”
차우희는 일단 밖으로 나갔다.
스나이퍼와 일식집 사장 두 가지 인격 중 이번에는 일식집 사장의 역할을 할 때였다.
그러나 퍼펙트 올킬이 들어갔다는 방에 들어간 순간 차우희는 심장이 덜컹거려 정신을 차리기가 어려웠다.
제레미 님께서 강림하셨다……!
“와. 형, 그런데 이렇게 팡팡 써도 되는 거예요? 아직 정산 못 받.”
“닥츠.”
우진이 낮게 말하자 제레미가 바로 입을 다물었다.
“죄송…….”
“닥츠.”
“앗. 네.”
뭐지? 뭐지?
우리 제레미 님을 저렇게 대우하다니.
차우희는 잔뜩 빈정이 상한 채 제 오빠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연거푸 실수를 한 제레미는 시무룩하게 축 처져 있었다.
귀가 달려 있었다면 그것도 축 늘어졌을 것만 같았다.
우진은 제레미를 괜히 달고 온 것 같다고 생각했다.
여기에서 정산 얘기를 하면 어쩌겠다는 건가 했던 것이다.
다급하게 입을 막아 놨더니 사과까지 하려고 하고.
사람들은 자기 동생을 모른다.
말도 안 되는 키워드 조합으로 차우희가 그동안 차우진의 비밀을 스스로 알아차린 일이 얼마나 많은지 그들은 상상도 하지 못할 것이다.
“웬일?”
차우희가 뾰로통한 표정으로 묻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놀라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낌새를 가장 먼저 알아차린 사람은 민이었다.
“혹시…… 우진이 형 동생 되세요?”
인상과 얼굴이 묘하게 닮은 것을 알아차리고 민이 묻자 제레미가 탄성을 내며 손으로 차우희를 가리켰다.
“저 본 적 있죠. 우리 전에 만나지 않았어요?”
“아…….”
차우희는 제레미를 멀리서 본 적이 있었지만 그가 자기를 봤을 거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봤을 수는 있어도 알아보지는 못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단번에 기억을 하다니!
“아아! 그래서 그랬구나. 지방 축제 행사 때 몇 번 얼굴을 봤거든요. 한 번 보고 잊히는 얼굴이 아니라서 인상이 오래 남았는데 우진이 형 보려고 몰래 오셨었던 거구나. 저는 거리도 먼 곳에서 보여서 되게 놀랐었어요. 세상에. 형, 형도 알고 있었어? 동생분 되게 착하시다. 그렇게 먼 곳까지 와서 형을 응원하고.”
“차우희는 절대 그럴 애가 아닌데?”
우진이 단호하게 말하자 차우희도 고개를 끄덕였다.
“네. 오빠 보러 간 건 아니고 제레미 님 보려고 갔던 거예요. 기억도 하신다니 이제 와서 아닌 척할 필요도 없겠네요. 저랑 사진 한 번만 찍어 주세요.”
오빠가 왜 갑자기 여기에, 그것도 멤버까지 다 데리고 나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사심을 먼저 채우기로 했다.
“저요? 영광이죠.”
제레미는 일어나서 차우희의 옆으로 갔고 그녀는 우진에게 눈짓을 했다.
알아서 잘 찍으라는 거였다.
우진은 동생이 제레미의 팬이었나 하면서 사진을 찍고 동생에게 보내 주었다.
“인사해. 내 동생이야.”
“반갑습니다.”
재훈부터 멤버들이 주르륵 인사를 하자 차우희도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
“정말 반갑습니다. 종종 오세요. 퍼펙트 올킬이 오면 재료값만 받을게요.”
동생이 그렇게 얌전한 모습을 처음 보는 우진은 그게 제레미로 인한 효과라는 것을 깨달았다.
“우희 씨도 한주미나에 가입하셨어요?”
제레미가 묻자 그녀가 움찔했다.
“아뇨. 저는 사정상 가입을 안 했어요.”
“사정상요?”
“네. 저는 타 카페에 가입하고 커뮤니티를 돌면서 분탕질 치는 걸 주요 업무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제가 한줌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안 될 것 같아서요.”
“…….”
멤버들은 자기들이 지금 무슨 말을 들은 건가 하며 그녀를 보았다.
그건 아주 나쁜 짓인 것 같은데 조곤조곤 자신의 업적을 얘기하듯이 말하는 게 조금 적응이 안 됐던 것이다.
“……퍼펙트 올킬을 응원하고 계신 건 맞죠?”
“그럼요. 해야지 어쩌겠어요. 우리 오빠를 욕하는 소리를 듣고 참기만 할 수도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거니까 저를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하지는 말아 주셨으면 해요.”
“네…….”
정산 문제 때문에 온 거였기에 우진은 이 자리에서 자기가 주미나 작가라는 사실을 공개하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멤버들은 혹시라도 차우희가 나중에 말을 바꿀 것을 대비해 그 자리에 증인으로 와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부탁을 하는 입장에서 녹화까지 부탁하는 건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지만 차우희가 제레미의 열렬한 팬이라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우진이 제레미에게 눈짓을 했다.
워낙 오랜 시간을 퍼펙트 올킬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지내 온 탓에 그들은 서로의 눈빛을 귀신 같이 알아차렸다.
“우희 씨, 솔직히 말씀드려서 오늘 여기에 온 건 우진이 형이 우희 씨에게 부탁할 게 있어서거든요. 그런데 그걸 녹화 좀 해도 될까요?”
우희는 뭔가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는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오빠가 자기에게 안 좋은 걸 시키겠냐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오빠의 일이라고 해도 사실 제레미가 부탁하지 않았다면 조금은 더 고민을 했을 테지만 제레미가 말한 이상 그 정도는 쿨하게 들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우진은 뜻밖에 일이 잘 풀리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음식이 다 들어오기를 기다리다가 문을 닫았고 우희는 이제 더 이상 사람들이 들어오지 않을 거라고 말해 주었다.
“먼저 먹고 얘기해도 되는 거지?”
우희의 말에 우진이 멤버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모두 식사에 열중했다.
음식은 맛있었지만 과연 이 일이 잘될 것인가 하는 생각에 모두 걱정이 돼서 음식 맛을 제대로 느끼지도 못했다.
어떻게 된 게, 맛있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냐고 생각하면서 우희는 제레미의 앞에 집중적으로 그릇을 밀어 주었다.
“아…… 저 지금 관리하는 중인데.”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래요.”
우희는 되는대로 말을 하고 제 오빠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 시선을 느낀 우진이 더 이상 식사를 하지 못한 채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희야, 너 혹시 ‘역주행’이라는 소설 읽어 봤냐?”
“당연하지. 얼마나 열심히 읽고 있는데? 영업도 엄청 많이 했는데. 전혀 상관없는 커뮤니티에 가서 영업하다가 강퇴도 당하고 그랬잖아? 인간들이 좋은 소설 있어서 소개해 주려고 왔다는데 매몰차게 말이야. 그런데 왜? 그거 자랑하려고?”
그 말에 우진이 피식 웃었다.
“그게 아니고.”
우진은 멤버들과 계획을 세운 대로 말했다.
“사실 그게 말이야, 우리가 같이 쓴 거거든. 그런데 계정을 네 걸로 만들었어.”
“…….”
우희는 그 말을 이해해 보려고 애썼다.
멤버들이 같이 썼다고 한 건, 그렇게 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는 우진의 생각 때문이었다.
나중에 혹시라도 그 돈이 탐나더라도 그게 우진 개인의 돈이 아니라 퍼펙트 올킬의 돈이라고 생각하면 우희가 그 돈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니까 ‘역주행’을 쓴 게 ‘퍼펙트 올킬’이라고?”
우희는 말을 하더니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상상한 것만으로도 창피해서 차마 얼굴을 못 보겠는 듯했다.
퍼펙트 올킬의 멤버들은 우희의 시선이 자기들을 훑고 지나가는 동안 수치심이 들었지만 참는 수밖에 없었다.
“와…… 세상에…… 대박. 어떻게……. 와…….”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는 그 말이 뭘지 모두들 알 것 같았다.
뻔뻔하기도 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야, 그게 문제가 아니고. 정산을 받아야 하는데 그것도 네 계좌로 받아야 하거든. 그러니까 좀 받아 줘.”
“어?”
우희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로 묻다가 갑자기 깜짝 놀라며 우진을 바라보았다.
“오빠! 잠깐! 그럼 형식적인 작가는 나인 거야? 내가 주미나라고? 세상에! 미쳐. 내가 미쳐!!”
그녀는 충격을 크게 받은 것 같았다.
“증명해 봐.”
우희는 그걸 그냥 믿을 수는 없다는 듯이 말했고 우진이 우희를 제 옆으로 불렀다.
우희가 그의 옆으로 가자 우진은 자기 계정으로 로그인해서 작가 페이지로 들어갔다.
그리고 출금 요청할 수 있는 정산금을 보여 주자 우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 정말…… 정말 오빠가 주미나라고? 오빠랑 멤버들이?”
“응. 이건 절대적으로 비밀을 지켜야 돼. 너도 방금 우리한테 그 말 듣고 진짜 후안무치하다고 생각했잖아.”
“그렇지. 들키면 전부 다 수치사할걸?”
우희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퍼펙트 올킬이 ‘역주행’의 작가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 때문에 정작 정산액이 수천만 원에 달하는 것은 생각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당연히 세금은 우리가 내고 네가 주미나 작가 행세를 해 주는 조건으로 매달 2백만 원씩을 지급하려고 하는데 어때?”
그녀는 좀 전의 놀라움 같은 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한층 더 놀랐다.
“나한테 ‘역주행’을 쓰라고? 그런 건 안 써 봤는데? 인터넷에서 배틀 뜨는 건 좀 자신이 있지만.”
생각지도 못한 말에 멤버들은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