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25
제25화
25화
우진은 왠지 동생이 조금 창피해졌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참았다.
“그게 아니라, 좀 복잡한 문제가 있어. ‘역주행’을 드라마화하자고 방송사에서 연락이 왔는데 우리가 작가라고 할 수가 없잖아.”
“……헉!!”
우희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놀랐다.
“드라마로 만든대? 대박이다. 오빠. 세상에! 그러면 주연은 제레미 오빠인 거로 하자. 아아! 이제 내가 작가인 거지? 그렇게 말해야지!! 으흐흐흐흐.”
그동안 잘 감춰 두었던 야비한 웃음소리가 그때 터져 나올 게 뭔지.
우희와 우진은 동시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아니, 저…… 평소에는 이렇게 안 웃어요.”
어지간한 일에는 꿈쩍도 하지 않는 동생이 제레미 앞이라고 부끄러워하며 얼굴이 새빨개진 것을 보고 우진은 신기한 기분을 느꼈다.
“그럼 그렇게 하는 거야?”
“응. 어려울 것도 없네, 뭐. 세금은 확실히 퍼펙트 올킬이 내주는 거지? 그리고 뭘 하는데 200씩이나 줘? 내가 소설 쓰는 것도 아닌데.”
“그래도 가끔 사람들 만나야 하잖아. 네 일 못 하고.”
“괜찮아. 괜찮아. 내가 없어야 매상이 더 잘 나온대.”
완전 프리한 사장님 포스가 전신에서 뿜어져 나왔다.
“잘됐다. 요즘에는 전투 의지가 많이 꺾였거든. 전에는 아무나 잡고 싸워도 됐는데 요즘에는 그렇게 마주치는 사람이 아군인 경우가 많아서 싸움도 안 일어나. 퍼펙트 올킬 인기가 너무 많아져서 이 사람 저 사람 다 퍼펙트 올킬 실드 치기 바쁘거든. 그리고 내 패턴이 다 읽혔나 봐.”
우진은 동생이 하는 말을 도대체 알아들을 수가 없었지만 일단은 말이 잘 통한 것 같아 안심했다.
“이 내용을 계약서로 남겨도 되겠어?”
“그럼, 그럼. 당연히 그래야지. 그런데 정산금이 얼마…….”
그러다 우희는 스스로 정산금을 확인했고 다시 한번 손으로 입을 가리며 놀랐다.
“오빠, 내가 오빠 사랑한다고 말했던가?”
그러자 멤버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귀엽고 재미있어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우희 씨 대단하네요. 우진이 형 동생이면 나이도 어린데 벌써 이런 곳 사장이시고.”
“그거야 가업을 이어받은 거라 대단한 건 아니고요.”
제레미의 말에 우희가 한껏 얌전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하고 나 사이에서는 이 돈이 내 거라는 확인서야.”
“이게 왜 오빠 돈이야? 퍼펙트 올킬 돈이지. 다들 정신 바짝 차려요. 우리 오빠가 좀 이래요. 얼렁뚱땅 자기 앞으로 가져다 놓고 자기가 주인 행세를 하거든요.”
멤버들은 웃느라고 정신이 없었고 우희는 그들이 왜 웃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쿨하게 확인서를 적어 주었다.
우진이 불러 주는 건 다 무시하고 ‘역주행’ 정산금의 실제 주인이 퍼펙트 올킬이라고 적는 바람에 퍼펙트 올킬 멤버들이 나서서 정정을 해 주어야 했다.
“이건 저희 내부 사정인데 그런 게 있어요. 이 돈은 우진이가 관리할 거예요. 그러니까 우진이 이름만 쓰면 돼요.”
재훈이 말하자 우희가 걱정스럽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그러다가 우리 오빠가 돈 가지고 튀면 어쩌려고 그러세요, 정말?”
“우진이는 그래도 돼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재훈이 웃음을 참지 못하며 말하자 우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렇게들 순진해서 이 험한 세상을 어떻게 살려고 그러는지.”
그리고 그녀는 우진을 바라보았다.
“해 봐.”
“뭘?”
“출금 신청.”
“아…….”
우진은 드디어 돈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 심장이 부들거렸다.
두 곳에서 정산받을 것이 자그마치 8천 7백.
9천만 원에 거의 근접한 액수였다.
우진은 정산 신청을 하면서 몇 번이나 우희를 바라보았다.
우희도 실감이 나지 않는 얼굴이었다.
“그럼 돈이 바로 들어와?”
“며칠 걸리기는 할걸?”
우진은 그때부터 사이트를 다시 살피고 입금일을 확인했다.
“퍼펙트 올킬 멋지시다. 그래도 다행이에요. 이걸로 숨통이라도 트일 것 같아서요.”
우희는 그들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고 멤버들은 흐뭇한 표정으로 우진을 바라보았다.
믿음직한 동생이 있어서 좋겠다는 얼굴이었다.
“그럼 지금부터 오빠가 하는 말 잘 들어.”
그때부터 우진은 우희가 방송국 PD를 만나서 할 말을 알려 주었다.
그런데 허점 하나 없을 것 같던 우희에게서 의외의 허당미가 뿜어져 나왔고 멤버들은 어느새 손에 땀을 쥘 정도로 긴장감을 느꼈다.
“우희야. 너, 오빠 놀리려고 이러는 거지?”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우진보다 우희가 더 긴장한 게 너무 역력했다.
“잠깐만, 오빠. 그러니까 나는 주미나야. 어느 날 오빠가 나한테 메일을 보내서 오빠랑은 알고 지내는데 그때도 오빠한테 내가 누군지는 말을 안 한 거야. 그렇지?”
“그래. 내가 그 말 지금 여섯 번째 했잖아. 뭐가 어려워?”
우진이 답답해하며 말하자 우희가 분하다는 듯이 그를 노려보았고 제레미가 중재에 나섰다.
“원래 그게 어려워요. 제가 기습 질문을 해 볼게요. 거기에 답해 보세요.”
“네. 잘할 수 있어요.”
“아이돌 대회를 앞두고 작가님이 공지에 올린 내용이 뭐죠?”
“도시락은 내게 맡겨라!”
“와, 좋아요. 잘하시네요. 제이디 엔터 대표님에 대해서 평소에 느끼는 생각은요?”
“졸라 재수 없음.”
“네…… 그것도 맞긴 한데. 그러면 이거요. 작가님은 평소에 제이디 엔터 내부 관계자들의 말투를 사실과 비슷하게 쓴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분들을 직접 만나 본 적이 있나요?”
“없죠, 당연히.”
“아니죠. 있어야죠.”
제레미가 설득에 들어가자 차우희는 이게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저…… 다른 멤버 형제자매 중에 저보다 똑똑한 분이 있지 않을까요? 이거 너무 어려워요. 실수할 것 같아요.”
차우희도 자기가 실수했을 때의 파장에 대해 상상할 수 있었고 점점 걱정이 됐다.
“저는 혼자예요.”
제레미가 말하자 민이 자기도 마찬가지라고 말했고 재훈은 형과 사이가 안 좋다고 했다.
“우희 씨가 저희의 유일한 희망이에요.”
우희는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우희 씨도 ‘역주행’ 다 읽으셨잖아요. 그렇죠? 거기에 나오는 말투가 실제 말투예요. 그걸, 어, 우진이 형이 자주 말을 해 줬다고 하는 건 어떨……. 음, 문제가 되려나? 이것도 비밀 유지 조항에 걸리나?”
제레미가 버벅거리자 우희가 손뼉을 쳤다.
“이렇게 하죠. 제가 누구인지 발설하면 거액의 손해배상을 하게 하는 거예요. 그리고 제가 오빠 동생이라는 게 밝혀지면 전부 다 이 나라를 뜨고 그 돈 가지고 잘 먹고 잘사는 거죠!!”
그러다가 우희가 우진을 보았다.
“오빠는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은데 다음 편을 쓰지 그래? 다른 분들도요.”
우희는 그저 제레미와 함께 얘기를 하는 그 상황이 만족스러운 듯했다.
다른 멤버들은 정말 우희를 믿어 봐도 되는 걸까 하며 걱정스러웠지만, 이제 믿을 사람은 우희뿐이라는 생각에 제발 자기들의 선택지가 제대로 된 것이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 * *
PD와의 만남을 앞두고 우진을 비롯한 멤버들은 쉽게 긴장을 감추지 못했다.
우희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는데 정신이 다른 곳에 팔려서 그랬는지 그들은 연습을 하는 도중에도 계속 실수를 남발했다.
그러면서도 몸에 익어서 그러는 것처럼 동작을 해내기는 하는 것을 보며 트레이너는 헛웃음을 쳤다.
그러자 멤버들도 그제야 자기들이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트레이너에게 깊이 사과했다.
“걱정되는 일이라도 있는 것 같은데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 꾀부리는 일도 없고 항상 성실하던 사람들이 그러니까 나도 마음이 불안하네.”
트레이너의 말에 멤버들은 당장 고맙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괜찮다고 말하며 사양할 일이 아니었다.
“내일이죠, 형?”
민이 묻자 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희는 최대한 얼굴을 보지 않고 계약을 하려고 해 본 것 같았지만 그래도 첫 계약에서는 얼굴을 보고 확인할 건 확인하고 설명할 건 설명해야 한다는 게 방송사 측의 이야기였다.
큰돈이 오가는 계약이고 권리 관계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을 테니 그러는 게 당연했겠지만 우진으로서는 무척 아쉬웠다.
얼마나 긴장이 됐으면 그 메일을 받은 후 거의 원고를 쓰지 못해서 그동안 써 두었던 비축분으로 연명하는 수준이었다.
이제 남은 비축분이라고 해 봐야 겨우 나흘 치여서 빨리 써 놓지 않으면 정말 큰일이 날 수 있는데도 글이 영 나오지 않고 있었다.
“우리가 괜한 욕심을 내는 건 아닐까요, 형? ‘역주행’이 성공한 것만 해도 대단한 거고 모두 다 잘되고 있는데 욕심을 부려서 일이 잘못되는 건 아닐까요?”
민은 방정맞은 소리를 한다고 혼이 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얘기했다.
자기가 한 번 정도 제동을 걸어서, 영영 돌이킬 수 없는 일을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럼 우선 며칠 미뤄 볼까?”
그런 소리 하지 말라고 할 줄 알았더니 우진은 그 말이 나오기만을 기다린 것처럼 말했다.
“그럼 그럴까?”
곧바로 말을 한 재훈에 이어 제레미까지 그러는 게 좋겠다고 했고 제레미가 그 자리에서 바로 우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혹시라도 다시 번복될까 봐 빨리 우희에게 말을 해 놓으려고 그러는 것 같았다.
우희야말로 구원자를 만난 것처럼 좋아하면서 그럼 자기야 좋다고 말했고 새가슴 멤버들은 며칠의 시간을 더 벌어 놓았다.
일단 생각할 시간을 벌기는 했지만 어차피 심사숙고를 하고 나면 드라마로 만드는 것으로 결론이 날 것 같다고 생각하기는 했는데 상황은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게 치달았다.
그리고 그거야말로 천운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느닷없이 하석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던 것이다.
* * *
퍼펙트 올킬의 멤버들은 하석을 보는 게 반가웠지만 막상 그를 보러 간 장소에서 강하정을 발견했을 때는 싸한 기분을 느꼈다.
그들은 반가워하는 퍼펙트 올킬 멤버들과 달리 의문이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멤버들이 인사를 하는데 인사를 받을 생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실장님……?”
재훈이 강하정을 부르자 그녀가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멤버들을 보았다.
“무슨 일이세요?”
“어, 그게…….”
강하정은 말을 하지 못한 채 이마만 문질렀고 하석 역시 비슷했다.
꽤나 의심스러운 행동이었다.
“무슨 일인데요? 편하게 말씀하셔도 돼요.”
우진이 재촉하듯 말하자 강하정과 하석이 서로 미루려는 것처럼 바라보더니 결국 강하정이 먼저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