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26
제26화
26화
“있잖아. 이거, 정말 이상하게 들릴 거라는 거 아는데 혹시 말이지.”
강하정이 본론을 꺼낸 것은 그로부터 몇 분이 더 지난 후였다.
그리고 그 말을 듣자마자 멤버들은 강하정이 왜 그렇게 고민했는지 바로 이해했다.
“혹시, ‘역주행’을 쓴 사람이 퍼펙트 올킬이야?”
그런 질문은 절대로 쉽게 할 수 있는 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우진은 너무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마른침만 꿀꺽 삼켰다.
놀란 것은 퍼펙트 올킬의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다.
강하정은 퍼펙트 올킬이 무슨 소리냐고 하면 뭐라고 할지 그 말도 미리 준비를 해 온 상태였다.
그리고 지금이야말로 사과를 할 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멤버들의 반응이 이상했다.
입을 다물고 있기는 했지만 그 눈은 분명 어떻게 알았냐고 묻고 있는 것 같았다.
강하정과 하석은 그때야말로 더욱 놀란 채 서로를 보았다.
“정말…… 그런 거라고?”
하석이 말하자 퍼펙트 올킬의 멤버들은 어색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실장님. 하하하하하.”
그러나 재훈의 말투와 웃음소리는 정말 의심스럽기 짝이 없었고 강하정은 이미 자신의 추측이 맞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와…….”
강하정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진은 당장 뭐라고 변명이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머릿속이 하얗게 되면서 정말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퍼펙트 올킬의 멤버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그 상황에서 먼저 말을 꺼낸 사람은 강하정이었다.
“내가 더 말을 해 볼까? 나는 우진이가 주 작가라고 생각하는데. 그것도 맞아?”
우진은 고개를 푹 떨구었다.
더 이상 빼도 박도 못하는 자백이었다.
“어떻게…… 아셨어요?”
기왕 그렇게 된 이상 해명을 하건 설득을 하건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재훈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신기한 건 그 사실을 들켰는데도 후련하다는 마음이 더 컸다는 거였다.
그 말을 한 사람이 강하정이나 하석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냥 찍었지.”
“……네?”
우진은 기가 막혀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강하정이 피식 웃더니 말했다.
“‘역주행’을 읽는데 너무 이상한 거야. 주 작가가 쓰는 건 퍼펙트 올킬의 멤버들이 알려 줘서 쓴 거라는 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하는 말이나 그곳에서 일어났던 사건까지는 전해 줄 수가 있다고 해도 그 주위의 세밀한 풍경 묘사까지도 너무 정확한 게 이상하더라고. 멤버들이 그것까지 전부 전해 줬을까 했는데 그건 아무래도 이상하잖아. 그런 것까지 말해 주는 사람은 솔직히…… 없잖아. 아닌가?”
“……네?”
우진은 멍한 얼굴로 강하정을 보았다.
그런 걸로 알아챌 수 있다는 게 말이 되는 건가 하는 의심이 들다가 그거야말로 자기가 조심했어야 하는 거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함께 본 석양.
그때 불어왔던 바람의 온기.
저무는 햇살을 받아 풀과 땅이 어떤 빛이었는지.
그런 것까지 전부 전해 주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우진은 할 말이 없어 그대로 웃어 버렸다.
“뭐라고 말해야 하나……? 정말…… 대단하다.”
강하정은 그렇게 말하더니 웃음을 터뜨리고 고개를 저어 댔다.
하석은 그런 말이 오가는 상황에서도 아직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 듯했다.
“그걸…… 누가 더 알아요?”
“나처럼 감 좋은 사람은 없을걸? 다른 사람은 아마 모른다고 봐도 될 거야.”
“팀장님도 알아차리신 거예요?”
우진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묻자 하석은 빈정 상한 얼굴로 그를 보았다.
“그건 무슨 표정이냐?”
그들은 어느덧 평소와 같은 표정과 태도로 돌아갔다.
우진과 멤버들은 그게 더 이상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 거냐고 한바탕 난리가 날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았던 것이다.
“죄송합니다. 속이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그런데 밝히기가 어려웠어요.”
“그래. 그렇겠지. 와…… 나는 지금도…….”
강하정은 뭔가 설명을 해 보려고 하더니 결국 포기해 버렸다.
“멤버들이 같이 한 거야? 아니면 우진이 혼자?”
“저 혼자요.”
강하정이 멤버들을 보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는 알고 있었어?”
“네. 저희도 이런 식으로 알았어요. 그리고 그때부터 저희가 우진이 원고를 검수해 줬거든요. 이런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요. 그런데 그건 생각도 못 했어요. 공간 묘사를 보고 알아차리실 거라고는요.”
재훈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잠시 그들은 서로에게 놀라고 있었고 충격을 가라앉히는 데는 시간이 좀 더 필요했지만 그래도 조금 지난 후에는 평상시와 완전히 똑같은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너희 표정이 왜 그렇게 편안해 보이는 거지? 나한테 약점 잡혔으면 걱정해야지 말이야.”
그러자 멤버들이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사실 저희가 엄청 복잡한 상황에 당면해 있거든요. 그걸 저희 힘만으로 풀어 가는 게 어렵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실장님이 먼저 그 말을 해 주시니까 마음이 놓여서요.”
우진의 말에 멤버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강하정은 기가 막힌다는 듯 웃었고 하석은 졌다는 듯이 손뼉을 짝짝 쳤다.
“뭔데?”
우진은 그때부터 드라마 제의에 대해 얘기를 했다.
그동안 자기 계정이 아니라 돈도 못 찾고 있다가 이참에 동생에게 부탁을 했다는 말까지 하자 강하정이 고개를 저었다.
“우진아. 너, 다른 사람들한테도 이런 말 하는 건 아니지? 너는 정말 큰돈을 벌고 있잖아. 일반 사람으로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울 만큼 큰돈을. 그렇지?”
“네.”
“그러면 항상 조심해야 돼. 너희 멤버는 알게 됐으니까 어쩔 수 없다고 해도.”
그러자 멤버들이 발끈했다.
“아니, 실장님. 저희를 잠재적인 범죄자로 보시는 것 같은 그 발언은 뭐죠?”
“조심하라는 얘기야, 조심하라는 얘기. 앞으로 너희가 벌게 될 돈은 훨씬 더 많아질 거야. 광고 한 편에 몇억을 버는 건 금방일 거고. 세금으로도 왕창 뜯기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많은 돈이지. 그런 생각을 하면 사람들이 너희를 보면서 별별 생각을 다 하게 될 거야. 그런데 미리 너희가 나서서 너희 수입 규모에 대해서 말을 할 필요는 없어. 그걸 떠올리게 할 필요도 없고.”
강하정의 말은 중요했다.
우진은 그제야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다.
퀸스 워크의 강 대표가 재벌 그룹 회장의 손자였는데 강하정이 그의 여동생이니 그녀 역시 재벌가 사람이었던 것이다.
평소의 모습은 워낙 털털해서 그런 생각을 할 틈이 없었는데 본인의 경험담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돈을 보고 접근하는 사람들.
그래서 어쩌면 그녀는 사람들을 순수하게 보기가 어려웠을지도 몰랐다.
“어쨌든 계속 얘기해 봐. 내가 안 물어봤으면 큰일 날 뻔했다.”
우진은 자기들의 계획을 말해 주었고 PD와 우희가 곧 만나기로 돼 있었는데 며칠 미뤘다는 얘기까지 모두 들려주었다.
“신기하네. 잘한 것 같다. 그런데 왜 그랬어?”
“그냥 느낌이 좀 안 좋고 불안했거든요.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겁도 나고요.”
이번에는 민이 말했고 강하정은 그럴 만도 했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퍼펙트 올킬은 완전 상승세고 그 흐름을 막을 사람이 거의 없는데 그 소문이 났다면 치명적이기는 했을 거야. 뭐라도 꼬투리를 잡아서 퍼펙트 올킬을 끌어내리려는 사람들이 넘쳐 나고 있는데 ‘역주행’이 자작 소설이라고 생각해 봐. 말 그대로 주작이잖아.”
하석이 걱정된다는 듯이 말하자 다른 멤버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마 이제는 그 일을 같이 걱정해 줄 수 있는 어른들이 옆에 있다는 것이 조금 마음이 놓이기는 했다.
“들켰으면 난리 났지. 아마 온 나라가 떠들썩했을걸?”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될 줄 몰랐어요. 상상도 못 했죠. 그런데 어느 날 ‘역주행’이 투베에 오르고 일이 급격히 변했어요.”
강하정과 하석은 설명을 들을 필요가 없었다.
그들도 ‘역주행’의 신화를 가까이에서 직접 봤던 것이다.
“때마침 그때 아이돌 대회까지 열리고 우진이가 거기에서 날아다녀서 일이 더 커진 거구나? 손 PD님 눈에 들어서 ‘다크서클’에도 연결이 된 거고. 뭐, 우진이 잘못이라고 할 일은 아니네. 그렇지?”
강하정이 묻자 하석이 어깨를 으쓱했다.
“지금은 우진이가 잘못했냐 안 했냐 하는 건 전혀 의미가 없잖아요. 우진이가 물 마신 걸로도 트집을 잡고 싶은 사람이 한 트럭은 있을 텐데 이건 빌미를 제공할 거예요.”
“차라리 이번에 팍 터뜨려 버릴까요? 그러면 제이디 엔터 대표님도 저희랑 빨리 손절하고 싶어 하실 것 같은데.”
재훈이 웃으면서 말했지만 아무도 따라 웃지 않았다.
그 일의 파장이 상상을 초월할 거라는 생각에 웃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강하정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퍼펙트 올킬의 멤버들은 그녀가 지금 퀸스 워크 대표와 통화를 하는 중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오빠, 출판사 하나 급하게 만들어야 할 것 같아. 급해.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해 줄 테니까 그 일 먼저 하고 처리되면 알려 줘.”
멤버들은 멍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하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출판사를 끼시려고요? ‘역주행’의 저자랑 매절 계약을 한 걸로 하고 출판사 차원에서 드라마화를 진행하려고 하시는 건가 보네요? 그러면 우진이 신분 세탁은 완전히 되고. 좋은데요?”
“…….”
멤버들은 서로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 상황을 이해해 보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었는데 버벅거려서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되는 거예요? 저희는 빠져도 되는 거예요? 우희도 나갈 필요가 없고요?”
“응. 2차 저작권까지 우리가 전부 양수하는 걸로 하고 방송국이랑 협상을 진행하면 돼. 그 전에 우진이가 우리랑 계약을 하면 되고.”
“무슨 계약요? 정말 매절 계약을 하는 거예요?”
“그래도 되기는 한데 아직 연재 중이고 쓸 거 많이 남았잖아. 돈 잘 버는 소설을 일찍 끝낼 필요 없는 거 아니야? 그냥 2차 저작권에 대한 권리만 우리한테 넘겼다고 하거나 아니면 완결 후 퍼블리싱이나 전체적인 매니지먼트 계약을 한 걸로 해도 되고.”
강하정은 요술 할머니 같았다.
그때까지 끙끙거리고 있던 게 허망해질 만큼 깔끔한 마무리였다.
“저쪽은 애가 타겠네. 그래도 우리는 급할 게 없으니까 느긋하게 하자고. 급한 거 아니잖아. 아아! 퍼펙트 올킬이 거기에 출연하려고 그런 거구나?”
강하정의 말에 하석이 눈을 빛냈다.
“거기 서브 남주가 나잖아. 거기에서 킬링 파트가 ‘다크서클’이 나오는 부분이고. 세상에! 나 드라마 데뷔하는 거야? 촬영은 언제쯤 들어갈까? 나 관리 시작해야겠는데?”
하석의 말에 모두 할 말을 잃고 바라보았는데 강하정도 출연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아아. 일단 그거 드라마로 만들어지면 우리 집안사람들한테 그 광고 다 사라고 해야겠다. 그래야 입소문이 나지. 반나절도 안 돼서 광고가 완판된 드라마다! 그러면 뭔가 있어 보이잖아. 투자는 오빠한테 하라고 하고. 이야, 이거 뭔가 벌써부터 돈 냄새가 나는데? 음악 드라마처럼 만들 거야? 그것도 좋기는 하겠네. 아, OST는 나한테 맡겨!!”
강하정이 흥분한 채 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