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27
제27화
27화
“지금 나 꿈꾸고 있는 거 아니지? 너무 걱정이 돼서 내가 현실 도피하려고 지어낸 꿈은 아닌 거겠지?”
우진이 재훈의 팔을 잡고 말했다.
“그건 아닌 것 같은데?”
그러자 그 말을 들은 하석이 웃었다.
“우리 실장님이 워낙 스케일이 크고 추진력이 엄청 나서 그러는데 어차피 어려울 일들은 아니야.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 드라마 ‘역주행’에 투자를 하는 건 나쁜 것도 아니고.”
“지금부터라도 가상의 인물을 내세우는 게 좋을 것 같기는 해. 퍼펙트 올킬은 그 원고에 자문 격으로만 도와줬다고 하고. 그것도 들킬 때까지는 굳이 밝힐 이유도 없지만.”
“가상의 인물은 우희 씨가 좋을 것 같은데요?”
제레미의 추천에 강하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진의 여동생이고 이미 퍼펙트 올킬이 ‘역주행’을 쓴 걸 알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니 여기에서 더 이상 다른 사람들에게 더 알리지 말고 지금까지 아는 사람만 활용해서 일을 꾸미자는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럼 이제 연기 연습도 해야겠네? 제이디 엔터 대표 정말 불쌍한데? 인과응보이기는 하지만 하나도 써먹지 못할 거면서 투자만 해야 하는 거잖아. 거절하면 ‘역주행’에 다 실릴까 봐 그러지도 못하고. 이미 자동 갱신 조항으로 재훈이 묶어 놓은 것 때문에도 욕을 엄청나게 먹던데.”
강하정은 제이디 대표를 애도하며 퍼펙트 올킬 멤버들을 바라보았다.
“일복이 터진 것 같다. 얘들아. 그래도 나는 너희가 뮤지션이라는 사실을 언제나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 너희 같은 퍼포머는 다시 보기 힘들 것 같아서 정말 탐나거든.”
그때까지만 해도 온갖 안 좋은 일이 일어나는 상상을 하면서 마음고생을 했던 멤버들에게 그것은 그들을 한순간에 치유해 주는 말이었다.
“그런데 우진아, 나 사인 좀 해 주면 안 되냐? 나 주 작가님 팬인데. 우진이가 주 작가님이라니. 어디 가서 내가 주 작가님 만났다고 말도 못 하고. 우리가 친하다고 자랑도 못 하고…….”
하석은 너무 슬프다는 듯이 말했고 우진은 웃음을 터뜨렸다.
당연히 사인은 해 줄 수 없었다.
대신 독자와의 만남처럼 질문을 받아 줄 수는 있었고 하석은 물어보고 싶었던 것들을 잔뜩 물었다.
헤어질 때 그들은 서로를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누가 뭐래도 강하정은 퍼펙트 올킬의 치트 키였다.
* * *
퀸스 워크의 강 대표는 갑자기 출판사를 내 달라는 강하정의 말을 듣고 무슨 일인지 물었다.
그러나 일단 내 주기만 하면 무슨 일인지 전부 다 말해 줄 것 같던 강하정이 나중에는 입을 싹 씻었다.
그리고 자기가 우연히 ‘역주행’의 주미나 작가를 알게 됐는데 주미나 작가가 대인 기피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사람들을 대하는 걸 싫어하고 그 원고는 충분히 상품 가능성이 있으니 자기가 나서서 작품의 드라마화를 추진해 보려고 한다는 정도로만 설명을 했다.
어느 모로 보나 이상한 말이었다.
지금껏 음악 외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동생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한술 더 떠서 그녀는 아예 영업까지 하고 나섰다.
“오빠, ‘역주행’이 드라마로 나오면 그건 잘될 수밖에 없다는 거 알지? 그러니까 그 드라마에 투자해.”
“왜? 혹시 퍼펙트 올킬이 주인공 역을 맡아?”
“당연히 그렇게 돼야지. ‘역주행’이 누구 얘긴데?”
“와…….”
강 대표는 속이 조금 쓰렸다.
퍼펙트 올킬을 먼저 만난 사람은 자기였는데 이제는 동생이 더 퍼펙트 올킬과 친해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우리가 투자한다고 해도 퍼펙트 올킬 멤버가 배역을 따낼 거라고 보장은 못 할 텐데. 아마 오디션은 따로 봐야 할걸?”
“그거야 그렇겠지. 그 친구들이라면 그건 자기들 실력으로 따낼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오빠는 그냥 뒤에서 힘만 실어 줘. 그 친구들 가는 길이 순조롭게.”
“그렇게 마음에 들어?”
강 대표가 슬쩍 동생을 보며 물었다.
몰두할 만한 게 있으면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활기가 도는데 일단 그게 사라지면 무기력에 찌드는 녀석이었다.
그런데 ‘다크서클’을 보면서 강 대표는 자기 동생이 실로 오랜만에 아주 즐거워 보인다고 생각했다.
강하정은 퍼펙트 올킬이 빨리 퀸스 워크로 오기만을 바라면서 그들을 가르칠 커리큘럼을 만드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강 대표도 동생이 그렇게 좋아하는 일이라면 기꺼이 도와줄 의향이 있었다.
“그런데 재훈이 계획 말이야. 생각보다 잘돼 가는 것 같다? 네 명이 연기까지 배우려면 그 돈도 따로 들어갈 텐데.”
지금까지 제이디 엔터의 대표 호구로 피만 빨리던 퍼펙트 올킬이 반격을 시작하자 제이디 엔터의 피 빨아먹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아직도 애들, 방송 출연이랑 광고도 일절 안 하고 있대?”
“시간이 없을 테니까. 정말 무섭게 연습하고 있을 거거든.”
강 대표도 그 모습이 상상이 돼서 고개를 끄덕였다.
* * *
제이디 엔터 대표는 퍼펙트 올킬과의 기 싸움에서 이길 자신이 어느 정도 있었다.
퍼펙트 올킬과 진심으로 붙으려고 했다면 이기는 게 당연했다.
사회 경험도 일천한 퍼펙트 올킬과 자기가 맞붙어서 진다는 게 말이 된다는 말인가.
그는 동원할 수 있는 인력도, 금권도, 인프라도 있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왜 이렇게 매번 지는 기분이 드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꽤 오래전부터 그는 곳곳에서 사람들의 적대감을 생생하게 느꼈다.
그것도 ‘역주행’ 때문이었는데 희한하게도 어느 날부터인가 자기를 보는 사람들의 눈빛과 표정이 달라진 것 같았다.
어차피 자기를 미워할 거라고 생각하면서 막 나가기로 했는데 왠지 아련하게 보면서 우쭈쭈 해 주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제이디 엔터의 대표가 언제 그런 대우를 받아 봤겠는가.
그는 진심으로 기겁했다.
이게 무슨 일인가 했던 것이다.
그러다 그게 비단 한두 사람에게서만 나타나는 반응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설마 그 소설에 나에 대한 얘기가 나온 건가?’
재미도 없고 읽으면 화딱지만 나서 그는 ‘역주행’을 직접 읽지 않았다.
그리고 비서에게만 보라고 하고 자기가 알아야 할 내용이 나오면 알려 달라고 말을 해 두었었다.
그는 당장 비서에게 연락을 하려다가 함께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 썩을 놈의 소설 읽은 사람 있어?”
“저는 요즘 바빠서 200화 정도까지만 봤습니다. 대표님.”
“저는 아이돌 대회 나오는 부분까지 봤습니다.”
대표는 그 말을 듣고 화가 났다.
누가 책을 읽어 봤냐고 물으려고 그런 소리를 했겠는가.
“최신 화 말이야, 최신 화!!”
그러자 사람들이 움츠러든 채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는 당장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역주행’ 최신 화에 무슨 내용이 나왔는지 당장 읊어 봐!”
-대표님, 5분만 기다리시면 바로 읽고 알려 드리겠습니다.
“일을 대체 어떻게 하는 거야! 내가 최신 화 바로바로 읽고 나한테 보고하라고 했어, 안 했어!!”
-죄송합니다. 바로 읽겠습니다. 이틀 전까지는 읽었는데 별 내용이 없어서…….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내가 일을 그렇게 하라고 시킨 거야?!!”
-죄송합니다, 대표님.
비서는 대표가 말이 없는 틈을 타서 은근슬쩍 전화를 끊었다.
평소 같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이번에는 그러는 게 맞다고 생각한 듯했다.
대표는 비서에게서 연락이 오기를 기다렸고 조금 후에 비서가 전화를 걸었다.
-대표님, 소설 속에서 대표님에 해당하는 사람이 갑자기 퍼펙트 올킬에게 엄청나게 잘해 주는 걸로 나옵니다. 모든 면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고 개과천선한 것처럼요. 수시로 연습실에 내려와서 멤버들을 챙기고 법인 카드로 식사를 하라고 하기도 하고요. 댓글 반응도 좋습니다. 이제야 정신 차렸나 보다고 하고 이제라도 정신 차려서 다행이라고도…….
“웃기고 있군. 그 작가 놈! 내가 고소할 거야. 내가 기필코 찾아내서 고소할 거야!!”
-대표님, 제이디 엔터에 대한 사람들 반응도 점점 좋아지고 있는 것 같……. 아,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대표는 비서의 말을 듣다가 전화를 끊어 버렸다.
자기가 직접 댓글을 보면 마음의 상처를 입을 것 같아서 안 보는 것일 뿐, 댓글을 보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비서의 말을 들어 보니 아주 센 것 같지는 않아서 그는 도전을 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댓글에는 온통 제이디 엔터 이야기뿐이었다.
[대표가 바뀐 건가? 대표가 퍼펙트 올킬에게 잘하니까 좋네.] [그러면 이제 제이디 엔터도 기피할 이유가 없는 건가요? 그동안 제이디 엔터 음악은 일부러 안 들었는데. 거기 연습생들은 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노노. 윗댓님, 그건 아닐 거임. 분위기가 퍼펙트 올킬에게 좋게 흘러가고 있으니까 대표가 숙이고 들어간 것뿐이고 저런 경우에 편차가 많이 남. 퍼펙트 올킬한테는 잘해 주지만 그걸 보고 제이디 엔터에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거기로 가면 안 되는 거임] [윗댓님 말이 맞음. 저건 담바담, 작바작임. 아니지. 이건 출판계 용언데. 담당자마다 다르고 작가마다 다르다는……] [매바매 그바그네. 매니저 by 매니저, 그룹 by 그룹. 매니저마다 다르고 그룹마다 다르니까.] [윗댓 말도 딱 맞는 느낌은 아니지만 대표가 지금 퍼펙트 올킬한테 잘해 준다고 제이디 엔터를 믿으면 안 된다는 면에서는 맞는 말이네.] [그러면 저 대표를 예뻐해야 하는 거임, 미워해야 하는 거임?] [귀엽기는 귀엽네. 잘하려고 하는 것 같으니까 일단은 두고 봐도 좋을 듯.]댓글이 그런 식으로 나오는 걸 보고 대표는 이제 본문까지 읽어 볼 용기를 냈다.
본문에서 자신이 분명한 대표는 퍼펙트 올킬에 해당하는 그룹을 굉장히 아껴 주었다.
필요한 게 없는지 수시로 확인하고 좋은 작곡가와 안무가를 섭외하고 유명한 작사가에게 가사를 받기 위해 고군분투를 마다하지 않는다.
초기에 매니저일 때나 잠깐 하고 말았던 일을 소설 속에서 엄청나게 열심히 하고 다녔고 방송사 관계자들을 찾아다니며 우리 애들 잘 좀 봐 달라면서 굽신거린다.
대표가 그러는 모습을 멤버들이 보고 그간의 원망이 풀리는 것 같은 장면도 나온다.
그걸 보고 있자니 대표는 마음이 굉장히 복잡했다.
감정이 울컥했다는 게 아니라 도대체 이 작가가 뭘 하자는 건지 알 수가 없다는 면에서 그랬다.
‘당근인가? 지금까지 채찍으로 나를 조련하고 했다면 이제는 당근으로 조련하겠다 이건가?’
그런 생각을 했으면서도 대표는 사람들이 자기를 두고 하는 말이 싫지 않았다.
‘이런 걸 바라고 있었던 건가? 이거야 뭐 어렵지도 않지. 안 해 본 것도 아니고 할 줄 모르는 것도 아닌데.’
제이디 대표는 스마트폰을 꺼내 연락처를 확인했다.
제이디 엔터의 대표 정도면 방송사에서도 마냥 무시하기는 어려웠다.
그동안 손재범 PD 앞에서는 조금 주눅이 든 감이 있기는 했지만 그것은 이쪽에서 먼저 빌미를 제공한 것이라 거기다 대고 뭐라고 하기가 어렵기는 했다.
좋은 기회를 주겠다며 여러 차례 출연을 제의하는데 그때마다 계속 퍼펙트 올킬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했으니.
‘그때도 일을 그렇게 하는 게 아니었어. 그때부터 일이 꼬였던 건지도 몰라.’
회사의 대표라는 사람이 방송사 PD 앞에서 절절맸던 것은 아무리 봐도 면이 서지 않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