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33
제33화
33화
“야, 나가자. 축하해야지. 와, 나 흰머리 생긴 것 같아. 안 그래?”
“저는 머리카락이 뽑힌 것 같아요.”
“나는 살 빠진 것 같아.”
우진과 민이 한 말까지는 공감을 얻었지만 제레미의 말에는 동의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재훈은 그런 멤버들을 보면서 낮게 한숨을 쉬었다.
대표가 고집을 부린다고 해도 자기만 여기에 남을 것 같지는 않고 퀸스 워크의 대표가 어떻게 해서건 데려갈 거라는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조마조마하고 불안한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자기들을 믿고 기회를 주려는 사람에게 최대한 부담을 주고 싶지 않은 마음.
그것이야말로 퍼펙트 올킬의 한결같은 마음이었다.
“정말 후련하다. 잘됐어. 정말 잘됐어. 고생 많았어, 우진아.”
재훈이 우진을 보며 말했고 비서는 왜 재훈이 우진에게 그런 말을 하는지 고개를 갸웃했다.
멤버들도 그 낌새를 눈치채고 후다닥 그곳을 떠났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각자의 연기 트레이너가 있는 곳이었는데 그들은 재훈의 계약이 해지됐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멤버들을 가르치면서 퍼펙트 올킬의 열정과 인간적인 매력에 푹 빠져서 이제는 자기들도 한주미나에 가입했다는 그들이었다.
“잘됐다. 정말 잘됐어. 고생은 이제 완전히 다 끝난 거야. 이제 좋은 것만 생각해. 너희한테는 좋은 일만 생길 거야. 오디션도 너무 걱정하지 마. 보는 눈이 있는 사람이라면 너희가 얼마나 찬란하게 빛날 애들인지 알 거야. 아무것도 무서워하지 말고 너희가 믿는 대로 걸어가. 거기에 너희 길이 만들어질 거야.”
우진을 맡았던 조혁의 말에 퍼펙트 올킬 멤버들은 깊은 감동을 느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다시 안 볼 것처럼 그렇게 말하지 마. 금방 다시 봐야지.”
그러면서 조혁이 슬그머니 핸드폰을 꺼내 퍼펙트 올킬 멤버들에게 메일 하나를 보여 주었다.
그것은 퀸스 워크에서 온 것으로, 앞으로 퀸스 워크에서 연기 트레이너로 활동해 주기를 부탁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선생님!!”
“공백 없게 하려고 그런 것 같더라. 다른 분들도 다 받으셨대.”
“정말요?”
다른 멤버들도 신이 나서 자기들의 트레이너에게 물었고 그들은 이별이 아주 짧을 거라는 것을 깨닫고 환하게 웃었다.
“잘 견뎠다. 잘 버텼어. 너희가 정말 자랑스럽다. 이제 날아오르기만 하면 돼. 지상에 묶여 있는 동안 너희 날개가 얼마나 강해져 있을지 상상해 봐. 묶여 있던 시간을 너희는 조금도 허비하지 않았잖아. 그래서 정말 자랑스럽다.”
멤버들은 그 말을 깊이 음미했다.
삶을 실패로 평가받는 것처럼 힘 빠지는 일은 없었다.
그런데 그들은 잘했다고 말해 주었다.
스스로 자기가 가는 길이 맞다고 생각하고 의지를 다잡을 수도 있었지만 옆에서 이런 말을 해 주는 사람들을 보면 더 힘이 나게 마련이었다.
그 사람들이 그들이 믿고 존경하며 의지하는 사람일 때는 그 말의 가치가 더욱 크게 빛났다.
가슴이 너무 벅차서 나중에는 말을 할 수도 없게 된 것처럼, 어느 순간부터 공간에 침묵이 켜켜이 쌓였다.
그러면서도 서로를 바라보는 얼굴에 한없는 웃음이 넘쳐 났다.
* * *
역주행 특별편.
그날은 그간의 전개와 상관없이 퍼펙트 올킬의 분신인 리와쳐블이 기획사를 떠나는 장면이 그려졌다.
이니셜로만 표기된 기획사를 떠나 퍼펙트 올킬은 마침내 퀸스 워크에 안착했다.
퀸스 워크도 그냥 이니셜로만 표기되었다.
퀸스 워크의 이니셜도 아니고 그냥 C 엔터테인먼트라고 했지만 ‘역주행’을 보는 사람들은 전혀 어려움 없이 그 C를 ‘퀸스 워크’로 읽었다.
재훈의 계약이 해지됐다는 것을 알게 된 독자들은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댓글은 눈물로 도배가 됐고, 우리 퍼펙트 올킬 이제부터는 정말 꽃길과 돈길만 걸으라는 내용이 이어졌다.
이제 그들의 관심은 퍼펙트 올킬이라는 이름을 계속 사용할 수 있는가 하는 거였는데 댓글란에 특별히 등판한 재훈이 답을 남겼다.
[퍼펙트 올킬을 사랑하고 응원해 주신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퍼펙트 올킬이라는 이름을 앞으로도 계속 사용할 수 있을지 궁금해하시는 분들께 말씀드리자면 저희가 새로 둥지를 틀게 된 곳의 대표님께서 저희에게 그 이름을 선물해 주셨습니다. 저희는 앞으로도 계속 여러분께 퍼펙트 올킬로 인사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그 말이 필요했던 것은, 독자들 중에 일부가 제이디 대표가 선심 써서 퍼펙트 올킬이라는 이름을 계속 사용할 수 있게 해 줬다더라는 소문을 내고 있어서였다.
결과적으로 퍼펙트 올킬이 그 이름을 계속 사용하는 걸 보면 사람들은 그것을 제이디 대표의 양보라고 생각할 것 같아 재훈이 정확하게 알려 준 것이다.
재훈이 남긴 댓글에는 엄청난 반응이 쏟아졌다.
[이야. 제이디 대표 이 양아치 자식. 이름 사용료를 받아 냈구나. 기어이. 끝까지 예뻐할 수 없는 자식!] [그래도 퍼펙트 올킬이 마지막에라도 이것저것 많이 배우고 제이디 대표 고혈을 빨아먹은 것 같아서 속이 후련하다. 안 그랬으면 고구마 먹은 것처럼 얹혔을 텐데.] [이 말 맞음. 더 재미있는 건 퍼펙트 올킬이 막판에 진짜 알차게 뽑아 먹었다는 것임. 퍼펙트 올킬 연기 트레이너 소개해 준 사람이 누군지는 몰라도 (제이디 대표는 아닐 게 확실한데 진국으로 끌어모은 듯. 초빙하기도 어렵고 레슨비도 비싸던데. 장하다, 내 새끼들!!]축제의 장이 벌어진 것 같았다.
퍼펙트 올킬을 잘 아는 그들인 만큼 진심으로 기뻐하며 축하해 줄 수 있었던 것이다.
한주미나 카페에는 퍼펙트 올킬의 해방을 축하해 주려는 수많은 사람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커뮤니티마다 그 일을 축하했고 사람들은 이제야말로 퍼펙트 올킬의 ‘퍼펙트 올킬’이 시작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 * *
하루의 시작은 다른 날과 다르지 않았다.
서서히 아침이 밝았고 새들은 노래를 불렀으며 여기저기서 자동차 경적 소리와 어린아이들의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떼 지어 가는 학생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공간을 채우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날과 다를 바 없는 하루.
그러나 퍼펙트 올킬에게는 절대로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아침에 눈을 뜬 순간 우진은 웃음을 지었다.
벅찼다.
숨이 막힐 만큼 벅차올랐다.
새로운 날의 시작이라는 점에서는 크게 다를 것도 없었지만 그들 모두가 같은 기분을 느꼈다.
누군가의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발소리가 빨라졌다.
그리고 우진의 방문이 덜컥 열렸다.
“어…….”
우진은 옆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네가 왜 거기 있냐?”
“내가 매니저잖아.”
“……너 지금 어디에서 나온 거냐?”
“내 방.”
“거기에서 잤다고? 아니, 잠깐만. 네 방이 어디 있어?”
“빈방 하나 있어서 내가 접수했지. 빨리 일어나. 첫날부터 늦을 거야? 근데 진짜 대박이다. 계약 시작도 안 했는데 아파트를 얻어 주고. 나 퀸스 워크 대표님 정말 마음에 들어.”
우희는 퍼펙트 올킬보다 먼저 퀸스 워크에 둥지를 틀었고 지금 퍼펙트 올킬의 매니저 노릇을 하겠다며 우진의 방에 들어왔던 것이다.
“야, 알겠는데 네가 집에 있으면 다른 애들 불편해서 안 돼. 집에는 들어오지 마. 아니, 집에는 들어온다고 해도 아침에 잠도 안 깼는데 들어오지는 마.”
“매니저가 깨워 줘야지 누가 깨워 줘?”
“아니, 그건 그렇지만 애들 불편하다고.”
우진은 자기가 그 생각을 먼저 해야 했다고 여겼다.
멤버들에게 미안해졌던 것이다.
그러나 다른 날보다 훨씬 일찍 일어난 멤버들이 문을 열고 고개를 들이밀고서 우희에게 인사했다.
“우희, 안녕? 잘 잤어?”
우진은 기가 막혀서 멤버들을 바라보았다.
다른 때 같았으면 매니저가 몰고 다니면서 일어나라고 해도 눈도 뜨지 못하던 인간들이 집에 우희가 있다고 그러는 건지 어느새 최소한 얼굴은 씻은 모습을 하고 돌아다녔던 것이다.
“어떻게 된 거야?”
“일찍 일어나야지.”
재훈이 그런 건 당연한 건 아니냐는 듯이 말했다.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걸 다른 때는 몰라서 버틴 게 아닌 것 같은데.
“빨리 준비해, 오빠. 오늘은 샵은 안 들르고 그냥 바로 회사로 가서 대표님 뵙고 회사 분들이랑 인사 나누면 될 거야. 응. 맞지? 응. 맞는 것 같아.”
우희는 혼자 허공을 보고 중얼거리더니 스케줄러를 확인했다.
그게 뭐가 어렵다고 다 외우지 못해서 다시 확인하는 걸까 했지만 그냥 있었다.
우진은 우희를 매니저로 삼기로 한 게 정말 잘한 일인지 후회가 솔솔 들기 시작했지만 다른 멤버들의 만족도는 엄청났다.
무엇보다 우희가 은근히 뻘하게 터뜨리는 재주가 있었고 가끔씩 자신의 활약상을 말해 주면 한주미나 열사를 뵌 것처럼 경건한 마음마저 들었던 것이다.
우희가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일단 입을 열고 하는 소리를 들어 보니 그동안 아이돌 팬클럽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었던 여러 정체불명의 사건들이 우희에 의해서 기획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주미나를 집중적으로 공격하던 팬클럽 운영진에 횡령 의혹이 제기되면서 팬클럽이 사분오열되다 해체된 일도 있었는데, 의혹을 제기한 사람이 차우희였으며 아이돌 멤버들의 학폭 사건을 알아내서 밝힌 명탐정 또한 우희였다.
멤버들은 우희가 일단 입을 열면 지루해할 틈이 없었다.
“대박. 그런 일을 했으면 우리한테 말이라도 했어야지. 아무도 모르게 진짜 열사가 따로 없었네.”
재훈의 말에 모두 맞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됐어요. 우리 오빠들 까니까 기분 나빠서 제 스트레스 풀려고 한 일인데요, 뭘. 남 위해서 한 것도 아니고요.”
쿨한 반응이 더 재미있어서 웃는 동안 그들은 어느새 퀸스 워크에 도착했다.
대표실에 가는 동안 만난 사람들은 퍼펙트 올킬을 격하게 환영했다.
얼굴은 처음 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지만 ‘역주행’과 ‘다크서클’ 등을 통해 내적 친밀감을 엄청나게 올려 둔 상태인 듯했다.
“우와아아아! 어떡해, 어떡해. 내가 퍼펙트 올킬을 봤어! 드디어. 드디어!!”
“어서 와요. 반가워요.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요. 혹시 우리 재훈 씨는 못 오는 건가 해서 정말 불안했고요. 아이돌 그룹 이적에 이렇게 관심이 쏠린 건 아마 퍼펙트 올킬이 최고일걸요?”
“사진 좀 같이 찍어도 돼요? 이제부터 퍼펙트 올킬이랑 한솥밥 먹게 됐다고 하는데도 집에서 안 믿어서요.”
곳곳에서 몰려든 사람들이 친근하게 이야기를 하며 자기들 소개를 했고 퍼펙트 올킬의 멤버들은 얼굴 가득 환한 웃음을 지은 채 연신 인사를 해 댔다.
그 때문에 로비에 꽁꽁 묶여 엘리베이터를 타지도 못했는데 그 사실을 알고 강 대표가 친히 내려왔다.
“아니. 신입 기죽게 왜 이렇게 괴롭힙니까, 다들?”
그 말에 사람들은 환영해 준 거라며 변명하기 바빴다.
직원들도, 소속사 아티스트들도 모두 서로 관계가 좋아 보였다.
사옥은 외부에서 볼 때 크게 화려하거나 사치스러운 분위기는 나지 않았지만 일단 내부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았다.
녹음실과 연습실이 정말 많이 갖춰져 있었고 크고 작은 회의실과 휴게실, 수면실도 여러 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