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34
제34화
34화
탕비실은 정말 수준이 높았는데 다이어트할 때는 아예 그 가까이는 가지도 말아야 할 정도였다.
피트니스 센터도 갖춰져 있고 여러 용도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을 만한 공간도 많았다.
소극장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넓은 공간도 있었는데 월말 평가가 그곳에서 이루어지는 일이 많다고 했다.
그런 소개를 강 대표가 모두 직접 해 주었다.
대표가 직접 데리고 다니면서 소개를 해 주다 보니 작업 중이던 사람들도 일을 방해받았다고 화를 내지 못했다.
오히려 퍼펙트 올킬을 보며 격하게 반겨 주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우진은 그 느낌을 전부 기억하고 있다가 ‘역주행’에 쓰고 싶어서 마음이 급해졌다.
“그런데 강 실장님은요?”
재훈이 묻자 강 대표가 고개를 저었다.
“이제 퀸스 워크에 강하정 실장 없어.”
“네?”
강하정에게 의지하는 마음이 컸던 퍼펙트 올킬은 깜짝 놀라서 대표를 바라보았다.
보지 못한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자 대표가 피식 웃었다.
그냥 장난 좀 치려고 한 거였는데 퍼펙트 올킬이 너무 놀라는 바람에 자기가 더 불안해서 오래 장난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강하정 본부장이라고 해야 돼. 갑자기 이제 자기가 본부장 하겠다잖아? 전에는 할 거냐고 해도 싫다고 하더니.”
“네에?”
이 남매의 스케일이 남다르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말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왜요?”
우진이 묻자 대표가 웃었다.
그들이라면 이유를 대충은 알 수 있지 않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퍼펙트 올킬도 곧 고개를 끄덕였다.
퍼펙트 올킬의 후견인이 되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텐데 남의 바람막이가 되려면 자기 몸집이 커져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려면 실장보다는 그보다 높은 직책이 낫겠다고 생각하며 그대로 당장 강 대표를 찾아가 본부장 자리를 얻어 낸 듯했는데 그게 이해가 된다고 해도 놀랍기는 놀라웠다.
퀸스 워크가 구멍가게도 아니고 이런 회사가 그런 식으로 운영되는 건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는데 그것은 그들이 강하정의 실체를 제대로 알지 못해서 하는 오해였다.
강 대표도 그건 말을 해 줘야겠다고 생각한 듯 설명을 해 주었다.
“강 본부장은 지금까지 역량을 충분히 증명해 왔어. 강 본부장이 관여해서 일으킨 매출이 전체 매출의 60%를 넘을 정도로 능력 있는 사람이지. 그동안 여러 차례 승진을 시키려고 했는데 본인이 고사해서 안 하다가 이번에 미뤄 왔던 자리를 차지한 거지.”
퍼펙트 올킬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대표의 말을 듣고 보니 그녀라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출판사를 차려서 ‘역주행’ 문제를 해결한 것만 봐도 그랬다.
회사 구경이 어느 정도 끝나 갈 무렵 강하정이 나타났다.
그녀는 잠도 거의 못 잔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와서 퍼펙트 올킬을 환영했다.
“어서 와. 구경은 잘했어? 마음에 들어?”
“네. 엄청요. 실감이 안 나요. 믿기지도 않고요.”
재훈이 말하자 강하정이 환하게 웃었다.
“자, 이제 바로 일 시작해야지? 하 팀장은 봤어? 퍼펙트 올킬한테 주려고 만들었던 곡 들어 봐야지. 가자.”
그녀는 잠시 쉴 틈도 없이 멤버들을 이끌고 가 버렸고 강 대표는 혼자 남겨진 채 어깨를 으쓱하다가 대표실로 돌아갔다.
‘다크서클’의 촬영을 위해 만났던 A&R 팀은 퍼펙트 올킬을 각별히 환영했다.
한 사람 한 사람을 격렬하게 끌어안았는데 멤버들도 그 진솔한 마음이 느껴져 고마움을 감추지 못했다.
“자 자, 곡부터 들어 봐. 반가운 건 반가운 거고. 일해야지, 이제. 팬들이 가수한테 기다리는 건 노래야. 가수가 팬한테 갚을 수 있는 것도 노래고.”
하석이 말하고는 녹음해 둔 곡을 틀어 주었다.
‘다크서클’을 촬영할 때 들었던 것과 같은 곡이라는 걸 알아차리기가 어려울 정도로 많은 부분이 달라져 있었는데 훨씬 서정적이고 강렬했다.
왠지 눈물이 날 것 같은 뭉클한 기분도 들고 웅장해졌다.
기다림. 애절함. 재회.
그런 섬세한 감정들이 선율을 따라 생생하게 그려졌다.
그들의 곡이었다.
퍼펙트 올킬을 위한 곡.
소리를 안을 수 있다면 그들은 당장 그 소리를 끌어안았을 것이다.
“여기쯤에 랩 파트를 넣을까 하고. 이건 우진이 믿고 질렀다. 할 수 있지?”
폭발적인 고음이 터지는 부분을 들려주며 하석이 말했다.
“우리 애들 오디션도 봐야 되는데.”
퍼펙트 올킬을 보자마자 여기로 끌고 온 강하정의 말에 멤버들이 웃자 하석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디션 이거 가지고 보면 되죠. ‘역주행’ 드라마잖아요. 그러니까 배우가 공연을 할 수 있어야 할 거잖아요.”
하석의 말에 멤버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듣고 보니 그도 그럴듯했던 것이다.
멤버들의 시선이 우진에게 집중됐고 우진은 그들의 눈빛이 말하는 바를 정확히 알아들었다.
‘역주행’의 오디션은 원작 소설에 나온 장면을 골라 짤막한 연기를 선보이는 것으로 이미 공고가 나와 있는 상태였다.
‘역주행’에 나온 거기만 하면 되고 소설의 초반부에 나오는 거라거나 하는 등의 제한은 전혀 없었다.
이 곡에 맞춰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장면이 ‘역주행’에 들어가고 퍼펙트 올킬이 그 장면을 완벽하게 연습하면 무대와 오디션 연습이 동시에 되는 거였다.
강하정은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른 채 멤버들을 보다가 그들이 시선을 주고받으며 하는 말을 뒤늦게 이해하고는 웃음을 지었다.
소설 속에서 작가는 신이 아니던가.
작가신의 보살핌을 받는 퍼펙트 올킬에게 뭐가 두려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 *
‘역주행’이 업로드되면 기다렸다가 읽는 사람의 수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었는데 그날은 그 수가 다른 날의 세 배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거의 그 속도로 불어났던 것이다.
퍼펙트 올킬이 새 기획사에 가서 어떻게 지냈는지 그걸 볼 수 있을까 해서 기다리고 있다가 들어온 사람들이 많은 듯했다.
본문에는 아직 그 부분이 다뤄지지 못할지 몰라도 특별 외전 형식으로 나올 수도 있고 댓글란에 퍼펙트 올킬 멤버가 글을 남길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 기대에 부응하듯 ‘역주행’에서는 새 기획사에 간 리와쳐블 멤버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그들이 얼마나 감격했는지는 글을 읽는 사람들이 모두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어우. 내 새끼들. 드디어.] [그 곡 벌써부터 기대된다. ‘다크서클’에서 들려준 게 최종본이 아니었구나. 그것도 좋았는데 거기에서 더 좋아졌다니.] [그런데 이런 거 볼 때마다 정말 궁금한 게 작가는 도대체 이런 걸 어떻게 아는 걸까?] [퍼펙트 올킬 멤버들이 작가님이랑 메일을 주고받으면서 소스를 드린다고 했으니까 그렇게 아는 거겠지. 퍼펙트 올킬도 부럽고 작가님도 부럽다. 그런 지인들을 가지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퍼펙트 올킬이랑 작가님을 지인으로 두고 싶다.] [2222] [3333]댓글 반응을 확인하던 우진은 혼자 웃음을 지었다.
나중에 소설 속에 독자나 팬들의 댓글 반응을 쓰면서 2222, 33333, 4444 등으로 분량을 채우는 상상이 드는 바람에 갑자기 웃음이 났던 것이다.
이제는 그런 것도 다 통하는지, 그렇지 않아도 민이 그 이야기를 했다.
“형, 나중에 시간은 없는데 글자 수가 모자란다 싶으면 이렇게 해서 늘리면 되겠네요. 222, 333 이런 걸 계속 쓰는 거예요.”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 게 나랑 똑같냐?”
앞부분이 나올 때는 핀잔을 들을 거라고 생각한 듯 헤헤 웃던 민이 폭소를 터뜨렸다.
형도 그런 생각을 했냐면서.
“자, 이제 연습하자. 이로써 오디션 준비를 위한 조건은 다 갖췄으니까.”
곡에는 아직 가사가 얹어지지 않았다.
강하정 본부장이 직접 작사가들을 만나고 다니는데 분위기와 딱 맞는 사람이 없어서 아직 계약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우진이가 글을 쓰니까 가사도 잘 쓸 수 있지 않을까?”
재훈이 말했지만 우진은 오히려 재훈이 적격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이유가 아니라, 제이디 엔터를 떠나 퀸스 워크로 오는 과정에서 재훈이 느꼈을 극한의 감정이 글이 되어 나온다면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재훈아. 그 가사, 네가 써 보면 어때?”
“내가?”
재훈이 반사적으로 묻긴 했지만 못하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사실 재훈도 욕심이 났다.
그렇게 기다리던 곡의 가사를 자기가 직접 쓸 수 있다면 의미가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고 어쩌면 자기가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괜히 내가 했다가 망치면 어떡하냐?”
“어떡하긴 뭘 어떡해? 그러면 두고두고 욕먹는 거지.”
마음을 놓게 해 줄 줄 알았더니 개뿔.
재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혼자서 방으로 들어갔다.
가사를 써 보려고 그러는 듯했다.
“저는 안무를 짜 봐도 될까요? 이번 곡에서는 못 써먹어도 나중에 다른 수록곡에서 써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고요…….”
민이 말하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씩 자기들이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일에, 그리고 관심이 가는 일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제레미는 랩을 연습하면서 자기에게 무언가가 맡겨졌을 때 막힘없이 하려고 준비했다.
모두가 고군분투했고 자기가 더 열심히 하면 퍼펙트 올킬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 * *
일찍 나가야 할 필요는 없었지만 모두가 일찍 일어났다.
빨리 회사에 나가서 곡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연습을 하고 싶어서였다.
재훈은 거의 잠을 자지 못한 얼굴이었는데 가사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우진은 재훈이 가사를 완성했다는 것을 알 것 같았다.
완성은 했는데 그걸 듣고 사람들이 실망할까 봐 차마 완성했다는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이리라.
지금껏 ‘역주행’을 쓰면서 그런 순간을 수백 번 정도 경험했던 우진이었기에 재훈에게 말을 할 수 있었다.
“내놔 봐.”
“뭘?”
“가사. 다 썼잖아.”
“……어떻게 알았냐?”
“척 하면 척이지.”
그러자 동생들이 호들갑을 떨면서 정말 다 쓴 거냐고 물었다.
“와아, 대박. 그게 그렇게 뚝딱 나와요? 재훈이 형이랑 우진이 형 진짜 다 부러워. 작사가로 전향해도 먹고살 수 있겠는데요?”
민은 거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작사가의 급에 따라 곡마다 이, 삼백만 원을 받기도 한다고 들었으니 나쁜 선택은 아닐 것이다.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 사람들의 뇌리에 박히는 강렬한 가사를 발표한다면 그건 재훈의 커리어에 더욱 도움이 될 터였다.
“읽어 봐, 재훈아.”
그러나 재훈은 끝내 그것을 읽지 못했다.
“와. 이거 진짜 창피하다.”
재훈은 하석 팀장에게 보여 주겠다고 말하고 끝내 멤버들에게는 보여 주지 않았다.
보여 달라고 할 때마다 재훈의 얼굴이 새빨갛게 변하는 바람에 멤버들은 전구에 불을 켜는 것처럼 재훈의 얼굴이 빨개지는 걸 보고 싶을 때마다 그 말을 하기만 하면 되었다.
“가사 좀 보여 줘.”
그러면 재훈의 얼굴은 여지없이 붉어졌다.
멤버들은 신이 나게 웃으며 회사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