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35
제35화
35화
“팀장님, 재훈이 형이 가사 썼대요.”
바쁜 일이라도 있는 것처럼 혼자 빠르게 치고 나가던 민이 하석 팀장을 발견하자마자 한 소리였다.
재훈의 얼굴은 창백해졌고 우진과 제레미는 웃어 댔다.
우희는 퍼펙트 올킬 멤버들의 평소 모습이 이렇다는 것을 어느 정도 파악한 채 그 모습을 엄마처럼 지켜보고 있었다.
“와, 그래? 어서 보자. 줘 봐.”
하석이 말했지만 재훈은 차마 그걸 보여 주지 못했고 보다 못한 우희가 재훈의 스마트폰을 가로채서 하석에게 가져다주었다.
“비밀번호가 뭔데?”
“저야 모르죠.”
“그럼 이걸 가져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
“저야 모르죠.”
둘이 기이한 대화를 나누는 동안 재훈이 하석에게 가서 제 스마트폰을 회수하고 가사를 그에게 보내 주었다.
그러고는 차마 그 자리에 못 있겠다는 듯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퍼펙트 올킬의 멤버들이 와다다 달려와서 하석의 주위에 열을 지어 서고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하석은 웃기는 녀석들이라고 말하고 가사를 읽어 주었다.
“오오!”
“오오오오!!”
“좋은데? 많이 괜찮은데?”
그나마 말로 평가를 한 사람은 제레미 정도였다.
하석은 바로 곡을 연주하더니 거기에 맞춰서 노래를 불렀다.
가사는 곡에 얹어지고 나니 더 그럴듯하게 들렸다.
감미롭고 서정적인 곡과 어울려 때로는 처절하고 때로는 희망에 찬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단어가 피를 흘리는 것 같아. 이 자식…….”
하석이 말을 하다가 잠시 멈췄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 나이에 그런 감정을 이해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마음고생을 했을까.
하석은 다시 피아노 연주를 시작했다.
가사를 받고 나서 그는 몇 가지 악기를 조정했다.
가사에 맞춰 더 섬세한 악기들이 선택되었다.
어느새 문을 열고 재훈이 빼꼼히 고개를 들이밀었다.
그러나 멤버들은 곡에 심취해 그 사실을 알지도 못했다.
재훈은 모두의 완벽한 무관심 속에 제자리에 복귀했다.
“내 앞에 서 봐.”
하석이 말하자 퍼펙트 올킬의 멤버들이 조르르 앞으로 가서 섰다.
하석은 피아노를 연주했고 도입부에서 민을 바라보았다.
줄곧 그를 보고 있던 민은 재훈의 가사대로 노래를 불렀다.
평소에 부르던 스타일과 조금 다른 창법으로 소리를 냈는데 그게 상당히 곡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어느덧 그들의 주위에 팀이 모여들어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하석은 연주를 하면서 눈으로 지휘를 하고 있었고 그가 바라보는 사람이 새로운 소절을 받아 노래를 이어 나갔다.
보컬은 모두 안정적이었다.
평범한 음역이라고 해서 실력이 묻히는 것도 아니었다.
계속해서 듣고 싶은 소리.
자꾸 귀 기울이게 되는 목소리.
그런 소리들이 분명 있었고 퍼펙트 올킬의 멤버들은 공통적으로 음색이 좋았다.
하석이 재훈을 바라보았을 때 그에게서 투명하고 맑은 소리가 깨끗하게 나왔고 그곳에 있던 사람들이 놀란 얼굴로 재훈을 보았다.
그동안 재훈은 허스키한 중저음을 주 무기로 삼아 왔기에 그렇게 깨끗한 소리를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반전이라고 생각하며 모두가 서서히 노래에 빠져들었고 노래가 절정을 치닫자 자연스레 하석이 우진을 바라보았다.
우진은 상당히 많은 부분을 맡아 부르며 안정적으로 호흡을 이어 나갔고 듣는 사람이 어떤 부담감도 느끼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고음을 처리했다.
발음도 정확했고 표정은 리얼했다.
“하. 왜 이렇게들 잘하는 거야? 빈정 상하게?”
하석이 괜히 투덜거리며 말했다.
그러자 그의 팀이 전부 고개를 끄덕이며 정말 그렇다고 했다.
“나는 저 나이 때 저렇게 못했는데. 그러고도 내가 세상에서 제일 잘난 줄 알았는데.”
“어휴. 저는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제가 낫네요.”
하석은 퍼펙트 올킬 멤버들을 보며 한 번 더 가 봐도 되겠냐고 물었고 멤버들은 즉각 그래도 된다고 말했다.
하석은 여러 경우의 수를 만들었다.
멤버들의 음색이 각자 다 매력이 있고 서로 기가 막히게 잘 어우러져서 누가 어떤 파트를 맡건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살았다.
어떻게 나눠서 부르는 게 가장 좋은지, 나중에는 그걸 결정하는 게 더 어렵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우진이는 일단 고정이고.”
대체 불가능한 고음 파트는 고민할 것 없이 우진으로 정해졌지만 다른 부분을 어떻게 나누는 게 좋을지는 그 후로도 한참 더 논의가 이루어졌다.
랩은 세 사람이 같이 시도했고 엄정한 평가단의 평가 속에 재훈이 랩을 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우진이 재훈의 랩을 듣다가 고개를 들자 우희자 우진을 보고 웃고 있었다.
우진도 잘할 수 있는데 재훈 때문에 랩은 시도도 못 한다는 게 재미있는 것 같았다.
우희는 퍼펙트 올킬이 오빠에게 어떤 의미인지 점점 확실히 알아 가고 있었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도 좋으니 퍼펙트 올킬과 오래오래 함께 활동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오빠의 마음이 느껴졌던 것이다.
“우선 이대로 녹음해서 본부장님한테 보내 드려야겠다.”
하석이 말하면서 재훈을 보고 엄지를 들어 올렸다.
“잘했어, 재훈아. 이거 처음 써 본 거지? 전에는 작사해 본 적 없는 거지?”
“네.”
재훈은 뒤늦게 마음을 놓고 있었다.
걱정스럽게 내놓은 답안지가 많은 사람을 만족시킨 것 같아서 불안이 가셨던 것이다.
재훈이 우진을 바라보았다.
우진이 아니었다면 이런 도전은 생각도 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에 우진이 한없이 고마웠다.
“아 참. 민이가 춤도 짰어요, 팀장님.”
“그래? 너희 그동안 끼를 발산 못 해서 난리가 났었겠구나? 그런 건 남들이 시키기 전에 하는 거야. 어서 해 봐.”
하석이 말하자 민이 쑥스러워하면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슬슬 리듬을 타기만 해도 춤 선이 살았다.
동작을 정확하게 열심히 하려고 애를 써도 정작 나오는 춤 선이 별로인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의 경우도 있었는데 이 녀석들은 후자였다.
이런 건 천부적으로 타고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였는데 각자가 타고난 체형도 춤 선을 유려하게 만드는 데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었다.
“와. 이 녀석들 정말, 짜증 나네?”
하석의 말에 팀원들이 모두 공감한다는 듯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다 잘할 거면 얼굴이라도 못생기든가. 어떻게 된 게 피부까지 좋아. 너희 피부도 정기적으로 시술받고 그랬냐?”
하석이 완전히 짜증 내는 말투로 묻자 퍼펙트 올킬의 멤버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건 아닌데 저희는 스트레스를 받아도 피부 트러블도 없고 밤에 라면을 일곱 개 끓여서 나눠 먹고 자도 살이 안 찌는 체질이에요.”
제레미가 약 올리듯 말하자 팀원들도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 기대된다. ‘다크서클’ 때도 가능성이 많은 녀석들이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잠재력이 터지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릴 줄 알았거든. 나는 사실 너희가 이 곡을 소화하는 것도 시간이 많이 걸릴 줄 알았어. 그래서 아직은 여유가 좀 있다고 생각했는데 분발해야 되겠는데?”
그러는 동안 강하정에게서 연락이 왔다.
하석이 그사이에 보내 놓은 영상을 본 것이다.
-됐다. 그걸로 오디션 보면 되겠어. 여기서도 지금 얘기가 잘돼 가고 있어. 드라마 대박 날 거야. 안 나면 내가 낼게.
“뭘요?”
-대박.
하석이 피식 웃었지만 그의 웃음은 곧 사라졌다.
강하정이 그렇게 말을 했다면 정말 가능할 것도 같았던 것이다.
주체적으로 대박을 내 버리는 본부장.
그 본부장이 함께하는 퍼펙트 올킬.
그들의 앞에 거칠 게 있기는 할까 하는 생각이 그 자리에 있는 모두의 머릿속에 들었다.
* * *
‘역주행’의 드라마화 얘기가 나오기 시작할 즈음부터 계속해서 사람들은 드라마 제목이 뭐가 될지 관심을 가졌다.
‘역주행’이라는 제목을 그대로 가져가도 되지 않겠나 하는 의견과, ‘리와쳐블’도 좋다는 의견이 독자들의 댓글란에서 팽팽하게 갈렸다.
다른 의견도 소소하게 나왔지만 크게 지지를 받지는 못했고 퍼펙트 올킬도 제목으로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은 종종 나왔다.
그러나 그건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을 거라는 생각에 사람들은 아쉬워하면서도 먼저 포기했다.
[퍼펙트 올킬이 의미도 좋고 정말 좋은데. 퍼펙트 올킬은 언젠가 반드시 퍼펙트 올킬할 거야. 그 헤드라인을 상상하는 게 이제 전혀 낯설지도 않고 어색하지도 않다니.] [절대적으로 윗댓에 동의. 퍼펙트 올킬이 퍼펙트 올킬하는 날에는 그날 여기에 댓글 단 사람들한테 내가 전부 쏘겠음.] [그런데 드라마에 작가님 카메오 출연이라도 해 주시면 안 되나? 그러면 시청률 엄청 올라갈 텐데.] [작가님 알고 보면 엄청난 미인이실 것 같음. 내가 이런 거 원래 호기심 갖는 사람이 아닌데 작가님 얼굴은 정말 보고 싶다.]드라마가 확정되고 나서 주미나 작가의 실물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왠지 모르게 솔솔 피어나고 있었다.
퍼펙트 올킬 멤버들은 절대 그런 일이 없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지만 제작진 입장에서는 달랐다.
이미 ‘역주행’ 독자층이 거대한 팬덤을 이루고 있는데 그 많은 사람들이 열렬히 주미나 작가를 보고 싶어 하다 보니 제작진 입장에서는 주미나 작가를 카메오로 출연시킬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다.
다행히 강하정이 P.A. 매니지먼트 대표의 자격으로 일찌감치 선을 그었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가 없는 듯했다.
제작진은 활용할 수 있는 마케팅 수단은 전부 다 활용하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고 그 시작은 작중의 리와쳐블 멤버와 여러 주조연을 뽑는 오디션에서 시작됐다.
‘가제 역주행 오디션’이 TNBC 방송으로 편성되었던 것이다.
* * *
퍼펙트 올킬은 조금 당황했다.
그들은 자기들이 겨뤄야 할 상대가 전문 배우들일 거라고 생각했지 아이돌일 거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드라마 역주행의 오디션 현장에 그렇게 많은 아이돌 그룹이 올 거라고는 상상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와……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재훈이 절망적으로 말하자 제레미가 한숨을 쉬었다.
“일단 여기에서 되건 안 되건 실력 발휘를 하면 사람들에게 눈도장은 확실히 찍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온 것 같아요. 그런데 이걸 방송으로 내보내면 편파 판정 얘기도 나올 수 있겠는데요? 누가 보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훨씬 더 잘했는데 우리가 뽑히면 우리 안티가 대동단결할지도 몰라요.”
그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일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남은 방법은 하나였다.
이제 자신들이 실력으로 압도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가능하기는 한 일일까?”
우진이 금방 의심을 품고 묻자 다들 우진과 똑같은 표정을 지었다.
차라리 주위를 둘러보지 않는 게 낫지, 고개를 돌리기만 하면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 보이는 바람에 자신감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쪼그라들기만 했다.
“우리…… 잘할 수 있겠지?”
결국 재훈이 물었다.
답은 정해 놨고 이제 말만 하면 되는 거였는데 멤버 중 누구도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왜 오디션을 방송으로 내보낸다고 해서…….
불쌍한 퍼펙트 올킬의 심장은 실시간으로 쪼그라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