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37
제37화
37화
“야, 네가 뭔데 나서? 어른들 얘기하는 거 안 보이냐, 지금?”
민보다 네 살 많은 걸 가지고 자기를 어른이라고 말하는 게 우습기는 했지만 민은 그동안 연기 연습을 했던 걸 여기에서 써먹어 보자고 생각했다.
퍼펙트 올킬 멤버들의 머릿속에서는 모두 민과 비슷한 생각이 돌아갔다.
“선배님, 저희는 평소에 선배님들 정말 존경해 왔고 지금도 존경하고 있습니다. 선배님들의 무대를 보면서 저희도 언젠가 선배님들처럼 공연을 펼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면서 연습했고요. 혹시라도 저희가 선배님들을 불편하게 해 드린 게 있으면 용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여기가 워낙 시끄럽다 보니 부르시는 걸 못 들은 것 같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오신 걸 알았으면 저희가 먼저 찾아뵙고 인사드렸을 텐데 정말 죄송합니다. 못 들었습니다.”
제레미는 아예 상황극을 하고 있었다.
그가 상정한 상황은, 미스티 퍼플이 퍼펙트 올킬을 불렀는데 퍼펙트 올킬이 그 소리를 듣지 못해서 지금 미스티 퍼플이 불같이 화를 내고 있는 거라는 것 같았다.
퍼펙트 올킬의 멤버들은 그 즉시 그 뜻을 알아들었고 너도나도 거기에 한마디씩을 보탰다.
“맞습니다, 선배님. 저희가 평소에 선배님들이랑 선배님들 곡을 얼마나 좋아했는데요. 커버도 정말 많이 합니다. 저희가 못 들은 건 명백히 저희 잘못입니다. 여기보다 더 시끄러운 곳이라고 해도 선배님들이 부르시면 당연히 들었어야죠. 그래도 조금만 이해해 주시고 화를 가라앉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주위에 몰려든 진행 요원들은 그제야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알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건 실제로 일어난 일과 전혀 상관없는 말이었고 퍼펙트 올킬의 멤버들이 그런 식으로 말을 하는 동안 미스티 퍼플은 무슨 개풀 뜯어 먹는 소리를 하는 거냐고 여기며 어처구니없어했지만 주위에서는 상황 판단을 끝내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그들은 미스티 퍼플이 잘못했다고 생각했다.
아니, 사람이 좀 못 들을 수도 있지.
이렇게 소란스러운 곳에서 자기들이 부른 걸 못 들었다고 퍼펙트 올킬을 잡았다는 건가 하는 생각에 어이가 없었다.
주제 파악 좀 했으면 좋겠고 같잖아 죽겠다는 마음도 들었다.
퍼펙트 올킬이 말하는 걸로 봐서는 자기들이 오기 전에 미스티 퍼플이 퍼펙트 올킬에게 심한 말을 퍼부은 것 같았다.
퍼펙트 올킬은 어쩔 줄 몰라 하는 얼굴로 초조해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퍼펙트 올킬의 편을 들어 주고 싶은 것은 당연했다.
지금이 방송 촬영 중만 아니었으면 벌써 몇 사람이 나서서 중재를 하고 미스티 퍼플을 따끔하게 야단쳤을 것이다.
미스티 퍼플은 뭐가 뭔지 그때까지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원래 뇌를 거치지 않고 바로 말을 한다고 해서 척추 화법을 사용한다는 말까지 듣는 그들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퍼펙트 올킬이 판 함정은 너무 어려웠다.
“뭐라는 거야. 이 새끼들이 단체로 미쳤나. 야, 무슨 헛소리야? 우리가 언제 불러? 우리가 지금 무슨 말 하는 건지 몰라? 야, 한재훈. 네가 우리한테 말조심하라고 했어, 안 했어. 어?!”
그것으로 끝이었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과 그들이 하는 말에 귀 기울이고 있던 사람들은 한 가지의 결론에 이르렀다.
미스티 퍼플의 호세가 드디어 미친 모양이라고.
어디 퍼펙트 올킬의 한재훈이 선배에게 그런 말을 할 사람인가.
재훈의 표정도 비슷하게 일그러졌다.
“선배님, 제가 어떻게 선배님들한테 그런 말을 합니까.”
자기가 한 말을 앞뒤 잘라먹고 우기는 호세를 보면서 재훈은 당황하지 않았다.
그런 일을 당하면 억울하고 답답하다는 걸 본인에게 직접 느끼게 해 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았고 이제는 그런 연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도 붙었다.
“뭐? 와아. 이 자식 봐? 사람 잡네? 그런 말 안 했다고?”
“대체 무슨 말을 그렇게 들으신 건지 이해가 안 갑니다, 선배님. 저는 선배님에게 그런 말씀을 드릴 자격도 없는 사람이고 이유도 없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했겠어요. 선배님도 잘못 듣고 오해하셔서 마음이 상하신 것 같은데 제발 오해를 푸셨으면 좋겠습니다.”
퍼펙트 올킬이 그동안 받은 연기 수업이 뭐였던가.
일단 대본만 주면 정신없이 버벅거리는 그들을 위해 특별히 고안해 낸 방법이 상황 설명만 듣고 가상의 인물에 몰입해서 스스로 대사를 해내라는 거였다.
재훈은 말을 하면서도 자기가 지금 너무 잘하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던 다른 멤버들은 시시각각 자기들이 낄 틈만 노리고 있었다.
한쪽은 차분히 가라앉았고 한쪽은 억울해서 미처 날뛰는 판이었다.
“이 자식들이! 그럼 내가 헛소리 듣고 지금 이러고 있다는 거냐? 어? 이것들이 사람 하나 우습게 병신 만드네? 응? 이 새끼들아, 내가 그렇게 만만하냐? 내가 만만해?”
호세는 멤버들이 말릴 틈도 없이 재훈에게 주먹을 날렸다.
재훈도 피할 수 있었겠지만 그보다 우진이 더 빨랐다.
우진이 앞으로 나가 재훈을 마주한 자세로 섰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호세가 친 것은 우진의 등이었고 더 이상은 사람들도 그들을 방관만 할 수는 없게 되었다.
우진은 호세를 향해 천천히 돌아섰다.
그의 얼굴은 돌처럼 굳어 있었고 이제는 아무리 호세가 선배라고 해도 봐줄 생각이 없다는 감정이 역력했다.
“뭡니까.”
“……아니, 나는. 그게 아니라…….”
호세가 저도 모르게 떨며 말하다가 뒤늦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는 언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 곁에 몰려들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뭐냐고 했습니다. 지금 한재훈을 때리려고 했습니까?”
“아니, 그러려고 한 게 아니라 아까부터 계속 헛소리만 하니까!”
“지금 한재훈을 때리려고 했냐고 물었습니다.”
우진은 다른 말은 필요 없다는 듯이 말했다.
“때리려고 한 거 아니란 말이야!”
“선배님, 지능에 문제 있습니까? 재훈이를 막았는데 제가 맞았습니다. 그러고도 때리려고 한 게 아니라고요? 술 먹고 운전한 건 맞지만 음주 운전은 아니다. 뭐, 그런 논리입니까?”
가요계 선배니 뭐니 해도 그 순간 우진은 폭행의 피해자였고 호세는 폭행 가해자였다.
그 상황에서는 선배고 뭐고 하는 걸 들먹일 수도 없었다.
게다가 모든 상황이 생생히 카메라에 담기지 않았던가.
호세의 얼굴이 점점 하얗게 질려 갔다.
이제는 미스티 퍼플조차 그의 편이 되어 주지 않았다.
“너 미쳤어? 왜 사람을 때려?!”
제리엠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호세와 선 긋기를 시도했고 다른 멤버들은 호세에게서 거리를 두고 뒤로 물러나기까지 했다.
“이 일, 그냥 지나가지 않습니다. 선배님들이 그러셨죠. 저희 잘나간다고. 잘나간다고 생각하시는 저희를, 그것도 카메라가 돌아가는 앞에서 칠 정도면 평소에 선배님들이 후배들에게 어떻게 했을지 상상이 갑니다. 그래서 그냥 못 넘어가겠습니다. 저희가 넘어가면 앞으로 무슨 짓을 할지 모르겠으니까요.”
“우진아, 그게 아니라. 아니, 호세가 가끔 욱하는 성질 때문에 그러기는 하는데 이번 일은 너희가 처음에 발단을 제공했고…….”
제리엠은 수습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 듯 말했다.
그러나 그게 오히려 반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태어난 지 며칠 되지 않은 강아지 같던 퍼펙트 올킬은 멤버가 맞았다는 사실에 적의를 감추지 않았다.
강아지 얼굴에서 상남자 포스가 뿜어져 나오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저희는 오디션 준비를 해야 하는데 이제 선배님들 자리로 돌아가 주시겠습니까?”
재훈이 말하자 미스티 퍼플은 더 이상 그곳에 있지 못하고 터덜터덜 돌아갔다.
미스티 퍼플의 다른 멤버들은 호세를 구제 불능이라는 듯이 노려보았다.
그 광경을 본 사람들은 퍼펙트 올킬이 그 자리에서 보여 준 다양한 모습에 주목했다.
특별히 연기를 보지 않더라도 퍼펙트 올킬의 발성과 표정, 표현력, 모든 것을 한 번에 다 본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맞은 데는 괜찮아? 어디 봐, 형.”
제레미가 우진에게 가서 그의 셔츠를 들어 올리자 꽉 짜인 잔근육이 드러났다.
제레미는 맞은 곳이 괜찮은지 보겠다는 생각뿐이었지만 카메라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우진의 상반신을 열심히 담았다.
상의 탈의를 해도 시선 강탈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은 퍼펙트 올킬이 의도하지 않은 매력 어필이 되었다.
“괜찮기는 한데 형은 어때? 안 아파?”
“나야 뭐. 그런데 재훈이가 맞았으면 큰일 났을 거야. 재훈이는 운동신경도 없어서 피하지도 못하고 정통으로 맞았을 텐데.”
“맞아. 코 맞아서 부었을지도 몰라. 코뼈가 부러지거나 이가 나갔을지도 모르고.”
재훈이 고개를 끄덕여 가며 열심히 동조하는 동안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다가와 괜찮냐고 물었다.
미스티 퍼플과의 관계 때문에 함부로 말을 하지는 못하지만 익명성이 보장되는 곳에서는 어떻게 변모할지 알 수 없었다.
우진은 그들이 직접 수많은 글들을 쏟아내 줄 거라고 기대했다.
결과적으로 오디션을 통해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모으겠다는 방송사의 노력은 처음부터 성과를 내고 있었다.
“재훈이 너 제법이더라?”
우진이 말하자 재훈이 웃었고 멤버들만 알 수 있는 웃음이 서로 오갔다.
“나 진지하게 그 생각 들더라. 혹시 내가 숨겨진 연기 천재는 아닌가 하는 생각.”
“그런 생각은 안 해도 될 것 같아.”
우진의 단호한 말에 모두 웃음을 터뜨리고, 오디션에서 보여 줄 대사를 다시 점검했다.
* * *
투자는 이미 끝나 있는 상황이었다.
퀸스 워크는 발 빠르게 움직여 거액의 투자금을 냈고 상당한 지분을 차지했다.
그러나 리와쳐블 멤버로 퍼펙트 올킬을 꽂아 달라는 직접적인 청탁은 처음에 강하정이 말한 이후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이제 퍼펙트 올킬을 믿어서 그들이 스스로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심사를 보던 사람들의 얼굴에 슬슬 지루한 기색이 드리워지고 있었다.
다들 계획이 비슷했던 듯 공연과 연기를 같이 준비해 왔는데 이제는 다 보지도 않고 다음 걸 보여 달라고 말하는 실정이었다.
누구를 뽑을지 결정하는 오디션이 아니라, 오히려 드라마의 제작 발표회와 비슷한 절차였다.
퍼펙트 올킬이 거의 내정된 가운데 압도적인 실력으로 퍼펙트 올킬을 끌어내릴 사람들이 있는지 보려는 거였다.
그러나 수많은 참가자들을 보면서 그들은 퍼펙트 올킬이 얼마나 넘기 어려운 아성인지 새삼스럽게 깨닫고 있었다.
퍼펙트 올킬을 쓸 수 있는데 그 카드를 버리고 저 사람을 쓴다?
그 생각을 하고 참가자를 보면 금방 답이 나왔다.
그래서 참가자들의 공연이나 연기를 보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오디션에서 보여 주기 위해 오랫동안 연습을 해 왔을 사람들은 자기들이 준비한 것을 다 보여 주지도 못한 것에 아쉬움을 느꼈지만 거기에는 그런 이유가 있었다.
그러다가 그룹 ‘흐느끼는 새’가 들어왔을 때는 심사를 맡은 사람들도 잠시 긴장했다.
안으로 들어온 팀은 능숙한 무대 매너로 좌중을 압도했다.
심사를 맡은 사람들조차도 잠깐 동안 그 분위기에 저절로 압도되었을 정도였다.
“준비한 것 보여 주시죠.”
조연출이 말하자 흐느끼는 새가 대형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