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38
제38화
38화
그들은 춤으로 승부하는 그룹이 아니었다.
폭발적인 가창력과 충성도 높은 팬덤.
흐느끼는 새는 흐느끼는 새라는 장르를 개척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독특한 음악 세계를 구축하고 수많은 트렌드를 직접 선도해 온 그룹이었다.
가히 전설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들.
일렉 기타의 연주가 이어지고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었다.
한 곡을 다 부를 모양이었는데 바로 하이라이트만 보여 달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카리스마라는 것이 그랬다.
누가 감히 흐느끼는 새에게 건너뛰라고 말을 할 수가 있을까.
그런데 그 분위기는 촬영 현장에서도 계속될 것 같았고 그러다 보면 촬영장의 분위기가 얼마나 경색될지 보지 않아도 훤했다.
심사 위원들은 일찌감치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흐느끼는 새는 아무리 잘해도 리와쳐블의 역할을 맡을 수가 없을 터였다.
‘역주행’ 내에서 묘사된 리와쳐블의 나이보다 멤버들이 예닐곱 살은 많고 외모도 퍼펙트 올킬을 상상하며 팬들이 기대하고 있는 게 있을 텐데 거기에 비하면 많이 서운했다.
마음은 이제 거의 퍼펙트 올킬에게 기울었고 그들 모두는 한마음 한뜻으로 퍼펙트 올킬을 응원했다.
방영이 될 텐데 실력이 월등한 사람이 나타났는데도 퍼펙트 올킬을 뽑으면 편파 판정의 이야기가 나올 수 있으니 정말 퍼펙트 올킬이 잘해 줘야 했던 것이다.
* * *
“이제 얼마나 남았어?”
자기도 뻔히 알고 있지만 힘들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CP가 묻자 FD가 이제 다섯 팀이 남았다고 말했다.
그나마 끝이 보이고 있었다.
아니다 싶은 참가자들을 빠르게 쳐 낸 덕분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는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정신이 붕 뜬 것 같기도 했다.
그러다가 다섯 팀이 남았다는 말을 듣고 조금만 견디면 된다고 생각하며 모두 힘을 냈다.
남은 팀이 다섯 팀이라면 이제 남은 사람들은 상당히 실력을 갖췄다고 봐도 될 것 같았는데 어떤 사람들이 나올지 궁금했다.
그렇게 다시 시간이 흘렀다.
확실히 그때까지 남아 있던 사람들은 비주얼과 무대 매너, 연기력도 차이가 있었다.
연기 경력이 4, 5년씩 되는 아이돌도 있었다.
만약 퍼펙트 올킬을 합격시킬 수 없는 큰 흠결이 있다면 이들 중에서 대안을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에 드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마침내 오디션의 마지막 참가자, 퍼펙트 올킬이 들어왔다.
“들어오세요.”
FD의 말에 안으로 들어온 멤버들은 일렬로 서서 심사 위원들에게 인사를 했다.
심사 위원들은 무심한 표정을 가장한 채 어떤 장면을 준비했는지 물었다.
여기에서 대놓고 웃으면서 퍼펙트 올킬에게 살갑게 대해 주면, 처음부터 짜고 쳤다는 말이 나올 수도 있는 일이라 지금부터야말로 행동을 조심해야 했다.
“리와쳐블이 음악 방송에서 1위를 차지하고 퍼펙트 올킬을 달성했다는 말을 듣는 장면을 연기해 보겠습니다.”
재훈이 긴장한 목소리로 말하자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CP가 갑자기 손을 들더니 말했다.
“국내 음악 방송을 넘어 그래미 시상식장에서 결과 발표를 기다리는 장면으로 하는 건 어떨까요? 나도 ‘역주행’을 읽어 봤지만 리와쳐블이라면 그래미도 노려 볼 수 있는 실력파 가수들인 것 같던데요.”
그것은 CP가 역주행 독자들을 의식하고 립 서비스 차원으로 한 말이었지만 퍼펙트 올킬에게는 그보다 더 좋은 조건이 없었다.
그렇게 된 이상 자기들이 그때까지 달달 외웠던 대사에 더 이상 매달리지 않아도 되었던 것이다.
심사 위원석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퍼펙트 올킬의 눈빛이 갑자기 변한 것을 깨달았다.
“그러면 시작하겠습니다.”
그들은 뭐가 퍼펙트 올킬을 갑자기 변하게 한 건지 알지 못한 채 그들의 연기에 주목했다.
MR에 맞춰 멤버들이 대형을 맞추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춤 잘 추는 사람들은 손을 들어 올리는 동작 하나도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사람들은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시선은 얼마나 깊고 표현력은 얼마나 좋은가.
멤버들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괜히 눈물이 날 것 같고 아련한 옛 기억이 떠오를 것 같기도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바라보고 있는 것뿐인데 그렇게 된다는 것은 소름 끼치는 경험이었다.
-기다렸어. 너를 다시 보게 될 순간.
어떻게 말해야 할까.
너도 나를 보고 싶었을까.
마주한 네가 날 어떻게 볼지.
왜 온 거냐는 눈빛이면 어떨지
그게 무서웠어.
용기내야 했어. 먼저 와야 했어.
발치에 쌓인 먼지.
너의 부재.
뜻 모를 공허.
이제 나는 알아. 그것들이 얼마나 숨 막히게 하는지.
내 목을 조여 와. 바닥에 떨어진 네 목소리가 허공으로 떠올라.
왜 이제 온 거냐고.
너도 나를 그리워했다는 걸.
너도 나를 기다렸다는 걸.
이제 알았어. 이제야 알았어.
쌓인 먼지 속에서 하루를 있었어.
너의 부재. 뜻 모를 공허.
보고 싶어. 보고 싶어. 만나고 싶어.
너를 만나려면 나는 어디로 가야 해.
보고 싶었다는 그 말.
먼저 용기 냈다면 우린 지금 같이 있을 텐데.
타오른다. 날아올라.
이렇게 떠오르면 널 만나게 될까.
날 찾아내 줘. 너를 향해 달려갈게.
날 기다려 줘. 이제는 멈추지 않아.
겹겹이 쌓이는 감정.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순식간에 몇 번이나 바뀌는 대형.
여러 똑같은 동작 속에서 혼자만 손을 들어 올리거나 다른 쪽으로 몸을 이동하며 시선을 빼앗아 가는 멤버는 그때마다 처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동작과 표정이 보는 이들을 바닥으로 끌고 들어가는 것 같다.
왠지, 이별이 끝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주려는 것 같지만 교훈이 불길한 노래 같았다.
마치 자살을 암시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노래가 끝냈을 때는 미안하고 서글펐다.
대상을 알 수도 없는 감정이었다.
누구에게 그런 건지.
그러면서도 여운이 너무 길게 남아서 쉽게 말을 꺼내는 사람이 없던 그때였다.
“신사 숙녀 여러분, 그래미가 선택한 최고의 뮤지션입니다.”
제레미가 유창한 영어로 가상의 사회자를 흉내 내 멘트를 내뱉었다.
그제야 심사 위원들은 지금부터 연기가 시작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드럼 롤을 주세요.”
제레미가 말하자 퍼펙트 올킬의 멤버들이 입으로 드럼 롤 소리를 냈다.
“영예의 수상자는, 세상에! 드디어 일을 냈군요. 이 괴물들! 수상자는! 퍼펙트 올킬입니다! 축하합니다!!”
제레미는 정말 자기가 진행자라도 된 것처럼 능숙하게 연기를 했다.
퍼펙트 올킬 멤버들의 표정은 더욱 압권이었다.
그들은 눈을 커다랗게 뜬 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정말이냐는 듯, 스태프들을 향해 묻는 얼굴을 했다.
“어서 무대로 오르세요, 여러분. 축하합니다. 당신들은 이 상을 받을 자격이 있어요.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저는 한주미나에게 입덕했다가 퍼펙트 올킬로 갈아탄 케이스입니다. 한주미나가 좋아서 팬클럽에 가입했는데 그 팬클럽 사람들이 전부 다 퍼펙트 올킬을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여러분을 좋아하게 됐죠.”
민은 쏟아지는 눈물을 참으려는 듯했고 우진은 무대로 달려가 힘차게 손을 흔들었다.
재훈은 조금 늦게 걸어서 멤버들과 합류했다.
멤버들은 서로 소감 발표를 미뤘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자연스러울 수가 없었다.
마치 실제로 일어나는 일처럼 실감이 났다.
“저희를 오늘 이 자리에 있게 한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지금껏 한 번도 지지를 거두지 않고 제가 이 자리까지 올 수 있도록 늘 응원하고 같이 땀을 흘려 준 저 자신에게 진심으로 존경과 사랑과 경의를 표합니다.”
재훈의 말에 멤버들이 그를 보았다.
말이 잘못 나온 게 아니냐는 얼굴이었지만 재훈은 틀리지 않았다는 표정이었다.
“그런데 그 말이 맞기는 합니다. 저희가 가장 고생했죠.”
재훈이 이상하게 단추를 끼우자 우진도 될 대로 되라는 듯이 말했다.
심사 위원들이 킥킥거리며 웃어 댔다.
실제로 저렇게 말할 사람은 없을 것 같았지만 수많은 괴짜들이 모이는 곳에서 저런 소감을 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스타가 될 듯하기는 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지금 저희가 한국에서 드라마를 촬영 중인데 저희 드라마도 사랑해 주시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드라마의 주인공이 실제 저희를 모델로 하고 있거든요. 작가님이 저희 팬이죠. 리와쳐블이 저희예요. 엄청 재미있고 잘 만들어진 드라마입니다.”
“제레미도 말했지만 저도 그 부분을 다시 짚고 넘어가고 싶어요. 드라마 ‘역주행’은 망한 아이돌이 역경을 딛고 자기들이 사랑하던 음악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내용인데 정말 끝내줍니다. 한 편 한 편마다 시선을 뗄 수 없고 엄청난 공연들이 펼쳐져요. 일단 저희가 나온다는 것만 해도 볼거리는 이미 충분하지 않은가요?”
재훈이 말하자 심사 위원석에서는 폭소가 터져 나왔다.
저 사람들이 저렇게 활기가 넘치는 사람들이었던가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사람도 있었다.
놔두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아서 우선 PD가 그들을 제지한 후에 말했다.
“공연도, 연기도 잘 봤습니다. 이제는 대본을 바탕으로 한 연기를 보고 싶군요.”
그러자 그때까지 깨방정을 떨던 퍼펙트 올킬이 일순간 얌전해졌다.
멤버들은 서로 책임 공방을 하는 것처럼 떠넘기기 바쁜 표정을 지었고 PD는 재미있는 모습을 봤다는 듯이 흥미를 보였다.
“왜요? 대본 못 외웠어요?”
“그, 그럴…… 리가요?”
민이 버벅거리자 PD는 퍼펙트 올킬을 괴롭힐 방법을 찾았다는 듯이 그 부분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이미 퍼펙트 올킬로 확정된 거나 다름이 없었는데 방송에 내보낼 분량을 뽑으려고 한 것이다.
만약 여기서 망치면 이 부분은 편집을 해도 된다는 생각이라 크게 부담도 없었다.
그러나 퍼펙트 올킬 멤버들은 서서히 얼굴이 희게 질려 갔다.
“역시 대본 암기하는 게 어려웠던 모양이네요. ‘역주행’은 읽어 보셨죠?”
PD는 이제 퍼펙트 올킬 놀리기에 재미가 들려서 제대로 한 방을 먹이려고 노렸다.
“네.”
재훈이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자 PD가 말을 이었다.
“거기에 보면 퍼펙트 올킬이 선배들이 나온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부러워하는 장면이 나와요. 시청률도 높고 반응이 좋아서 누구나 한 번은 나가고 싶어 하는 방송이죠.”
“네. 파자마 파티요.”
우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역주행’을 읽었던 사람들은 작가가 어떤 프로그램에서 착안해서 에피소드를 만들었는지 이해했지만 ‘파자마 파티’라는 이름을 기억하지는 못했다.
그것은 퍼펙트 올킬 대신 리와쳐블이라는 이름을 붙여 준 것처럼 작가가 새롭게 지어낸 이름이라 머릿속에 오래 남아 있지는 않았다.
그나마 리와쳐블은 계속 반복되어 나오니까 저절로 머리에 박혔지만 ‘파자마 파티’는 그런 것도 아니었다.
PD는 그 프로그램 이름이 정말 ‘파자마 파티’인가 하면서 양옆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한 사람이 노트북으로 검색을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역주행’이 워낙 방대한 분량이라 그들도 이런 식으로 찾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이때를 위해 강하정 대표에게 원고를 받아 놨는데 그게 아니었으면 찾기도 어려웠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