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46
제46화
46화
그 말은 아마도 사실일 가능성이 높았다.
퍼펙트 올킬의 화려하고 완성도 높은 무대 뒤에 다른 그룹의 공연이 이어진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고개가 저절로 가로저어졌다.
왜 굳이? 라는 말이 저절로 떠올랐다.
퍼펙트 올킬은 자기들이 제대로 해낸 건가 하는 얼굴을 하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 표정이야말로 웃겼다.
엄청난 짓을 해 놓고, 사람들의 심장을 짓이겨 버려 놓고 그렇게 순진하고 해맑게 궁금해하고 있다는 것이.
“괜찮……았나요?”
우진이 묻자 스태프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엄지를 들어 보였다.
“최고, 최고. 정말 대단했어요. 제작 발표회에서 이걸 보면 사람들 전부 비명을 지르고 기절할지도 몰라요.”
설마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무대를 엉망으로 망치지는 않았나 보다고 생각하며 퍼펙트 올킬은 멤버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제야 서로에게 수고했다고 말해 줄 수 있었다.
감독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천지연이 벌인 일로 인해, 자기가 받았던 돈을 부지런히 토해 내고 있었다.
국장이 직접 천지연에게 그만두라고 말했다는 소식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던 것이다.
지금이 사사로운 것에 욕심낼 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의도적으로 퍼펙트 올킬을 챙기고 따뜻한 시선도 보냈는데 반응 없는 사랑을 하는 것처럼 퍼펙트 올킬은 무관심했다.
그래도 자기가 먼저 지은 죄가 있으니 받아들이고 있었는데 어째 이 짝사랑 모드가 계속될 것 같고 자기가 짝사랑하는 상대는 점점 더 멀리 올라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랑이 이렇게 힘들어지면 안 되는데.’
감독은 혼자 그런 생각을 하며 아련한 표정으로 퍼펙트 올킬을 보았다.
메이킹 필름을 먼저 공개하자는 CP의 말이 있어서 현장에서는 메이킹 필름도 부지런히 찍고 있었는데 퍼펙트 올킬은 그런 것이 낯설었다.
‘다크서클’을 찍었던 게 도움이 되기는 했지만 아직 익숙해지지는 않은 참이었다.
그런데 그런 모습이 오히려 사람들에게 어필이 된다는 것을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씹어 먹을 것처럼 무대를 마치고 나온 퍼펙트 올킬이 쑥스러워하는 모습에서 엄청난 갭이 느껴지며 나중에 그 영상을 본 사람들이 퍼펙트 올킬에게 푹 빠져들었던 것이다.
“우리 잘하기는 했나 보다. 망치지는 않은 것 같지?”
우진이 재훈에게 조용히 묻자 재훈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어떤 말을 나눴는지 다른 사람들이 들었다면 크게 기함했을 일이었다.
* * *
우진은 ‘역주행’을 계속 쓸 수 있을지, 그리고 그걸 계속 써야 할지 기로에 놓였다.
‘역주행’의 드라마화 소식이 전해지면서 별다른 유입 없이 한동안 답보 상태에 빠져 있던 소설이 다시 한번 급한 성장세를 보였다.
웹소설이라는 말 자체를 접해 본 적 없던 사람들도 관심을 갖고 ‘역주행’을 보러 오며 그동안 우진이 올리던 플랫폼에서 ‘역주행’으로 인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한 달에 7천만 원을 넘어서고 있었다.
게다가 P.A. 매니지먼트의 노력으로 이제 소설은 여러 플랫폼에 동시에 들어가게 됐는데 첫 달에 벌어들인 수익이 1억을 가뿐히 넘어서고 그 수익이 여러 달이 지나도록 계속 유지가 됐다.
‘역주행’ 하나만 가지고 벌어들이게 될 돈이 한 달에 2억 이상은 될 것 같다고 살포시 기대를 해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스케줄이 많아지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소설을 계속 써 나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고 천지연처럼 뭔가 낌새를 눈치챈 사람이 약점을 잡은 듯 다가올 수도 있을 것 같아 여러모로 생각이 많아졌다.
그 외에도, ‘역주행’을 끝내고 새로운 작품을 시작하는 게 어떻겠냐는 강하정의 조언도 영향을 미쳤다.
작품이 완결 났을 때 기대할 수 있는 부가적인 수익도 있고 ‘역주행’의 퀄리티가 조금씩 떨어지는 것 같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것은 우진 자신도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부분이기도 했고 ‘역주행’을 발판 삼아 새로운 작품에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리고 지금처럼 촬영장에서의 시간을 예상할 수 없는 상태로 계속 연재를 이어 나간다면 무리가 생길 거라는 걱정도 들었다.
고심 끝에 우진은 결국 역주행의 연재를 끝내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 소식을 가장 먼저 들을 사람은 멤버들이라고 생각하며 그는 멤버들을 불렀다.
멤버들은 아무것도 예상하지 못한 상태로 우진에게 왔다.
그 자리에는 우희도 함께 있었다.
“‘역주행’을 이제 완결 내려고 해.”
우진의 말을 들은 멤버들은 멍하니 우진을 바라보았다.
분명히 그가 하는 말을 들었지만 그 말이 이해되지 않는 것 같았다.
“왜……요?”
민이 그나마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그 돈 잘 나오는 작품을 왜 완결 지어요? 아직 쓸 것도 많잖아요. 우리는 멈춰 있지 않으니까요. 퍼펙트 올킬은 이제부터 계속 앞으로 나아갈 거고 그러면 쓸 건 더 많아지는 거잖아요.”
민은 그게 어지간히 아까운 듯했다.
다른 멤버들도 각자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결론은 모두가 다 아깝다는 거였다.
도저히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 같아서 그런 거라면 그런가 보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아니었던 것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데…….”
우희도 아쉬움을 나타내며 말했다.
“아주 마음을 굳힌 거야? 다시 생각할 여지는 없어?”
우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을 들을 때까지만 해도 조금 흔들렸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았다.
박수 칠 때 떠나라는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며 이제야말로 멈춰야 한다는 마음이 더욱 강해졌다.
멤버들과 우희는 안타까워하기는 했지만 결국 우진의 뜻을 존중해 주었다.
“그래요. 형 그동안 너무 고생 많았어요.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했잖아요.”
민의 말에 우진은 그들의 표정을 유심히 보았다.
정말 괜찮은 건지, 자기가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린 게 맞는 건지 알고 싶었던 것이다.
결정이 잘되었는지, 잘못됐는지 알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선택되지 않은 것의 결과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가 보지 않은 길은 누구에게나 아쉬움과 미련을 남기지만 그렇다고 그 결정이 잘됐다거나 잘못됐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듯했다.
한 달에 2억.
프로모션을 받거나 이슈가 생긴다면 거기에서 더 오를 수도 있었다.
고정적으로 그런 수입이 들어오다가 변동이 생긴다는 건데도 그들은 순전히 우진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 주었다.
“그거 끝내고 나면 탈력감이 심하게 올 수도 있어. 생각해 봐라, 우진아. 네가 그걸 얼마나 오래 해 왔냐? 그런데 네가 그렇게 하기로 생각했다면 나는 전적으로 지지하고 응원한다.”
“저도 그래요. 형. 이제는 글 써야 한다는 부담감 내려놓고 편히 쉬어요. 어차피 쉴 수도 없기는 하겠지만요.”
제레미도 그렇게 말을 해 주었고 민은 무슨 말이 필요하겠냐는 듯 웃었다.
“수고했어, 우리 오빠.”
우희가 우진의 어깨를 주무르자 우진은 이제야말로 정말 다 끝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엔딩 장면은 수도 없이 생각을 해 왔었다.
멤버들과 함께 얘기를 한 적도 많았다.
그러나 정말 소설을 끝내겠다고 생각하자 그때는 막상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역주행’을 드라마로 만든 ‘신화’의 제작 발표회 무대에 리와쳐블 멤버들이 모두 서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인사를 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를 짓는 건 어때? 그런 거지. ‘둘, 셋. 안녕하세요. 리와쳐블입니다!’”
재훈이 말하자 모두의 얼굴이 이상하게 변했다.
그 말이 뭐라고 울컥했던 것이다.
오래전부터 정말 긴 시간 동안 퍼펙트 올킬이 돼 주었던 리와쳐블.
그들이 제작 발표의 형태로 시작을 알리며 인사를 하는 순간 정작 소설 ‘역주행’은 끝을 맺는다는 것이 절묘하기도 했다.
“좋은데?”
우진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아이디어를 잊지 않으려고 하는 거였다.
그러나 퍼펙트 올킬 멤버들과 함께 나눈 이야기는 쉽게 잊히지도 않았다.
“잘 나올 것 같아. 이 장면 되게 마음에 들 것 같아.”
우진이 바로 쓰려고 시동을 걸자 멤버들이 그를 말렸다.
“제작 발표회도 안 하고 그 장면을 먼저 쓰려고? 하는 거 보고 장소에 대한 묘사도 하고 그러는 게 더 현실성이 있지 않을까? 우리가 무대에 오를 때까지의 동선도 세세하게 기록해 주고. 독자들이 그거 좋아하잖아. 네 묘사를 보면 자기들이 그 자리에서 리와쳐블이 돼서 같이 움직이는 것 같다고 하면서 말이야.”
재훈의 말을 들은 우진이 멍하니 재훈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재훈은 혹시 자기가 실수를 한 건가 하면서 우진의 표정을 살폈다.
“마음에 안 들면 그렇게 안 해도 돼.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우진아.”
“아니, 그래서 그런 게 아니라. 천지연 작가가 왜 우리를 그렇게 봤는지 알 것 같아서.”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멤버들의 질문에 대답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우진은 ‘역주행’의 아무 회차나 펼쳐서 거기에 나온 묘사들을 읽었다.
“……!”
왜 그걸 몰랐을까.
그건 퍼펙트 올킬의 동선과 정확히 일치했고 퍼펙트 올킬의 눈에 보이는 광경이 그려지고 있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런 걸 보고 작가가 퍼펙트 올킬의 멤버일 거라는 생각은 쉽게 하지 못할 텐데 글 쓰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라서 그걸 알아차린 것 같았다.
일반인은 경험하기 어려운 일들.
서기 어려운 장소.
그 공간에서 작가가 워낙 자연스럽게 묘사를 한 것이 천지연에게 의혹을 불러일으켰던 것 같았다.
우진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자 퍼펙트 올킬 멤버들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겨우 그런 걸로 그런 결론에 이를 수가 있냐는 거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한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이런 건 우리한테나 자연스럽고 우리한테나 당연한 거야.”
그러자 우희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나도 신기하다고 생각했거든. 작가가 연예계나 방송계 종사자이긴 한가 보다 하고 생각은 했는데. 설마 소설에 나온 뷰를 보고 추측을 해낼 줄은 몰랐네.”
“되게 집요한 성격 같던데 그걸 깨닫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우리를 어떻게 하려고 했을까? 어으. 상상만 해도 소름 끼쳐.”
재훈이 고개를 흔들어 대며 말했다.
“본부장님한테는 이 얘기 해 드리는 게 좋겠지?”
우진의 말에 모두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 * *
소설의 댓글에는 요즘 분위기가 왜 이러냐는 글이 자주 달렸다.
[별 내용 아닌데 괜히 슬픈 것 같고 왠지 ‘역주행’이 금방 끝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나밖에 없나?] [그럴 리가 없지. 퍼펙트 올킬이 드디어 퀸스 워크로 가서 지금부터는 승승장구할 일만 남았고 쓸 게 무궁무진할 텐데 그러겠음? 지금 ‘역주행’으로 작가님이 벌어들이는 수익이 한 달에만 해도 수억대인데.] [그렇죠. 앞으로 쓸 게 정말 많이 남았는데 작가님한테는 이 소설 쓰는 게 땅 짚고 헤엄치기일걸요? 퍼펙트 올킬이 광고 찍으면 리와쳐블이 광고 찍은 거 쓰면 되고 퍼펙트 올킬이 연기 대상 타면 리와쳐블이 연기 대상 탄 거 쓰면 되는데. 기사 나오는 거 복붙 수준으로 조금씩 각색만 해서 하루에 한 편씩 올려도 꿀 빨 텐데 완결 낼 이유가 없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