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53
제53화
53화
단번에 40%대를 넘볼 수 있는 수치까지 오르자 그것은 천지연 작가의 힘이라는 것에 모두가 입을 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과연 천지연이라는 말도 있었지만 모두가 그 상황을 좋게만 본 것은 아니었다.
‘신화’가 ‘역주행’과 다른 전개를 보이는 것에 ‘역주행’의 팬들은 우려를 표시했다.
그게 왜 필요했는지는 알겠지만 꼭 필요한 거였을까 하는 말도 많았다.
그러나 천지연식 자극적인 전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신화’가 계속 그런 방향으로 나가면 좋겠다고 하며 ‘역주행’ 팬덤과 대립각을 세웠다.
그때까지는 제대로 힘도 써보지 못하고 밀리던 천지연이 드디어 자신의 팬층을 결집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퍼펙트 올킬은 상황이 좋지 않게 흐를 수도 있을 거라는 것을 감지하고 있었고 천지연은 한번 크게 터졌을 때 자신의 주 무기를 다시 한번 사용했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을 만한 자극적인 사건을 연달아 배치하면서 노이즈 마케팅을 끄는 것과 동시에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아 시청률의 인질로 삼았던 것이다.
그렇다고 ‘역주행’의 방향과 아주 다른 것은 아니고 드라마 진행상 기교 문제로 이해될 수도 있는 부분이라 제동을 걸기도 애매했다.
퀸스 워크의 대표와 본부장 역시 천지연이 꽤 머리를 쓰고 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천지연은 조금씩 주도권을 잡아가고 있었고 시청률은 이미 타 방송사의 드라마 시청률을 모두 앞선 상태였다.
그만한 성적을 거둔 작품이라면 작가의 영향력은 다시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현장은 언제나 들뜬 분위기였다.
드라마의 흥행에 따라 출연 중인 배우들도 인기를 얻었고 방송 출연과 광고 제의를 받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천지연은 현장의 반응을 알아보려고 그런 것처럼 종종 현장에 나왔다.
다른 작가들 중에는 대본 작업에 쫓겨 현장에 나와 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지만 천지연은 처음부터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
원작을 바탕으로 하고 보조 작가들도 있어서 대부분의 작업은 분담을 할 수 있었다.
현장에 나온 천지연은 자신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전과 많이 달라져 있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이제 슬슬 자신의 계획을 실행해 볼 때가 된 것 같다고 여겼다.
* * *
26부작으로 예정되었던 드라마의 6화가 방영된 후였다.
천지연이 이해하기 힘든 요구들을 해 온 것은.
음악 드라마에 너무 리와쳐블의 공연만 편중되는 것은 시청자의 피로도를 가중시키고 이 드라마에 갖고 있는 기대를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며 천지연은 다른 가수나 아이돌의 출연을 늘렸다.
퍼펙트 올킬도 그것 자체에 불만을 가지지는 않았다.
그것은 일견 타당성이 있는 얘기였고 드라마의 흥행을 위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자기들의 분량을 줄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드라마에 출연하는 가수들의 비중이 기존 배역을 흔들 정도가 되면서 조금씩 균열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골든 마블은 처음부터 퍼펙트 올킬을 의식하고 있었다.
그건 누구나 다 알 수 있었다.
퍼펙트 올킬은 선배인 그들에게 예의 바르게 대했지만 그들은 자기들이 출연한 장면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퍼펙트 올킬을 찍어 누르겠다는 것 외에는 아무 생각도 없는 듯했다.
그리고 평소의 안무보다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고난도의 안무를 들고 나왔다.
한눈에 봐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안무였지만 끝까지 해낼 수 있다고 우기는 그들을 보면서 퍼펙트 올킬의 멤버들은 걱정스러운 빛을 했다.
왜 골든 마블이 퍼펙트 올킬을 목표로 삼았는지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사실대로 말해서 골든 마블은 퍼펙트 올킬에게 비할 사람들이 아니었다.
한창때라면 또 모르겠지만 멤버들이 돌아가면서 부상을 입으며 동작을 할 때 저절로 몸을 사리게 되는 듯했고 점차 쉬운 안무 위주로 짜는 걸 알고 있었는데 자칫 잘못하다가 다시 부상을 입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턴도 여러 번이었고 몸을 뒤로 젖혀 번갈아 가며 다른 팔로 몸을 지탱하는 동작도 나왔는데 그 부분은 특히나 염려스러웠다.
그렇지만 살살 하라는 말이 진심으로 받아들여질 것 같지 않아 그냥 머뭇거리기만 하다가 말 수밖에 없었다.
“혹시 저거, 천 작가가 시킨 거 아니야? 안무를 업그레이드하라고?”
재훈이 조용히 물었고 우진은 그럴 가능성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봐 온 천 작가라면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다른 사람은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진심으로 나. 저 선배들 응원한다. 안 다치고 정말 무대 잘 마치고 내려오면 좋겠다.”
재훈의 말에 우진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이것은 승부가 아니었다.
잘못해서 부상이라도 당하면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치료에 전념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시간이 지난 후에 돌아올 자리가 있을지 그것도 미지수였다.
아마도 그때는 복귀가 어려울 거라고 해야 맞을 터였다.
퍼펙트 올킬 멤버들은 골든 마블이 공연을 펼치는 동안 한쪽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정말 신경 쓰이네요. 우리 시선을 가지고도 꼬투리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렇다고 안 보고 다른 곳에 가 있으면 그것대로 또 욕먹을 것 같고……. 처음에는 분위기가 좋았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어요.”
제레미가 한숨을 쉬며 말했지만 우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천지연이 쉬운 상대가 아니라는 것은 처음부터 생각했어야 했다.
익숙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골든 마블의 춤이 절정으로 치달았다.
두 번의 턴을 마쳤을 때 퍼펙트 올킬의 멤버들은 이미 불안한 분위기를 감지했다.
그다음에는 더 난도가 높은 동작이 이어졌는데 차라리 멈췄다면 좋았을 그 부분에서 그대로 강행한 멤버가 쓰러졌다가 일어나지 못한 채 바닥에서 급히 굴렀다.
퍼펙트 올킬이 무대로 달려갈 때까지 그들에게 다가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골든 마블이 다 망쳐 버렸다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드는 냉혹한 시선을 보면서 퍼펙트 올킬은 할 말을 잃었다.
“일어날 수 있으세요?”
다친 멤버는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고 우진이 그를 부축했다.
“조금만 참으세요. 병원에 가요.”
병원에 간 골든 마블의 멤버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 되어 있었다.
퍼펙트 올킬을 압도하는 공연을 펼치면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을 거라던 회사의 달콤한 말에, 자기들이 할 수 없는 춤을 추겠다고 말한 게 실책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얼마나 그 성공에 간절하고 처절했을지 알 것 같아서 퍼펙트 올킬은 그다지 화도 나지 않았다.
치료를 잘 받으라고 말하며 나오는 길이 길고 걸음은 무거웠다.
퍼펙트 올킬 멤버들은 바로 촬영장에 돌아가는 대신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눴다.
“‘신화’에는 가속도가 붙었고 이제 천 작가가 아니면 ‘신화’를 이끌어 갈 사람은 없을 거라고들 생각할 거야.”
감독은 애초부터 존재감이 없었고 분위기는 처음부터 의도한 대로 흘러가는 것 같았다.
누구도 쉽게 상상하지 못했던 큰 그림.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하는 사실을 자기들만 알고 있다는 사실은 상당한 압박감을 주었다.
“나는 그런 사람이 싫어. 다른 사람의 삶을 자기가 이용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
우진이 누구를 말하는지 모두 알고 있었다.
연습생들을 희롱하는 건 알려지지 않아서 몰랐다고 하더라도 지금 일어나는 일은 다른 사람들도 얼마든지 알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다른 이들이 천지연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묵인하거나 동조하고 있었다.
자극성을 지닌 드라마에 화제성을 더하기 위해.
더 높은 시청률을 얻고 사람들의 뇌리에 더 오래 각인시키기 위해.
그 드라마를 함께하고 있다는 것은 빠르게 달리는 열차에 탑승하고 있다는 거나 마찬가지처럼 여겨졌을지 몰랐다.
퍼펙트 올킬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서로의 시선이 오갔을 뿐인데도 그들은 서로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았다.
* * *
골든 마블의 사고 소식은 빠르게 전해졌지만 여파는 생각만큼 크지 않았다.
멤버의 공연 중 부상.
한 사람의 인생과 실패가 그렇게 간단히 요약되고 정리될 수는 없을 텐데 딱 그 정도의 관심만이 주어졌다.
어떤 기사들은 멤버의 부주의로 일어난 일이라는 논조를 가졌고 현장에서 일어난 사고 때문에 그동안 분위기가 좋았던 현장이 경색되었다는 식으로 오히려 부상당한 멤버를 탓하는 느낌까지 풍겼다.
그 개인이 부상으로 인해 상당히 오랫동안 치료에 전념해야 할 것이고 앞으로 얼마나 오래 무대에 복귀하지 못할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어차피 그런 사고 가능성은 다른 사람에게도 늘 도사리는 건데 주의하지 못하고 그런 일을 당한 것은 그의 잘못이라고 몰아가는 분위기였다.
그 이야기는 사람들의 관심을 오래 받지 못했다.
‘신화’ 현장에 투입되었던 아이돌이 부상으로 빠지고 그 자리에 다른 그룹이 투입돼 공연을 펼쳤다는 것으로 그 사건은 사람들에게 서서히 잊히는 듯했다.
‘역주행’에서의 변화는 아주 느리게 감지되었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고 전개에 꼭 필요하지도 않은 것 같은 사람이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사람들은 그 캐릭터를 처음부터 싫어했다.
퍼펙트 올킬 멤버들에게 다가와 건네는 말도, 그들에게 보이는 태도도 모두 모호해서 이 캐릭터가 앞으로 멤버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전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그동안은 인물이 등장할 때 사건과 함께 등장했기에 그들의 캐릭터성을 파악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최소한 그들이 앞으로 퍼펙트 올킬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지 반대편에 서게 될지 정도는 알 수가 있었다.
그런데 새로 등장한 인물 ‘서호수’는 그렇지 않았다.
연예계의 대표적인 권력자이자 다른 이들이 함부로 하지 못하는 여자라는 정도로 알려진 후 그녀는 자주 퍼펙트 올킬의 주변에 나타났지만 작가는 그녀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설명이 나올 수 있을 만한 타이밍이 몇 번 있었지만 의도적으로 매번 결정적인 순간에 시선을 돌리는 것 같은 형국이었다.
그녀의 존재는, 실컷 웃으면서 영화를 보는데 갑자기 낮게 깔리는 음악 때문에 뭔가 다른 게 있는 것 아닌가 하며 불안하게 만드는 장치가 되었다.
[대체 서호수가 누군데 이러지? 서호수만 나오면 기분이 나빠지는데. 실제 인물인가?] [여배우인가? 왠지 가상의 인물은 아닌 것 같은데. 작가님도 천지연 작가 영향 받아서 너무 자극을 추구하려고 하시는 것 아닌가? 나는 이런 것 별로던데. 글 잘 쓰던 작가가 갑자기 다른 작품에 영향 받아서 새로운 시도 하는 거. 그러면 캐릭터들이 갑자기 붕 뜨던데.] [그런 식으로 들어간 건 아니고 작가님이 의도적으로 집어넣으신 것 같은데. 오랫동안 일상물처럼 큰 사건 없이 잔잔하게만 흘러왔으니 이제 이런 얘기가 들어가 주는 게 긴장감 고조 면에서는 필요할 것 같긴 한데.]사람들의 반응은 비슷했다.
잘 알지 못하는 뉴비에 대한 호기심과 불안감이 같이 섞여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