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54
제54화
54화
서호수가 한 일은 정확하게 기술되지 않았다.
서호수와 함께 있던 연습생들이 불쾌한 표정으로 자리를 떠나곤 하는 장면들이 툭 나오는 식이었고 독자는 철저히 서호수나 연습생들이 있던 곳 밖에 서서 안에서 일어난 일을 추측만 해야 했다.
[와. 뭔데 저러냐? 도대체 뭐 하는 여자야? 무슨 일이 있는 거야?] [되게 기분 나쁘네. 짜증 나고. 혹시 지금 저런 여자가 ‘신화’ 촬영 현장에서 퍼펙트 올킬 주변에 있는 거 아니야? 작가님이 그 얘기를 쓰고 싶으신 거 아닌가? 이거 정말 불길하네.]분위기는 그런 식으로 모아졌고 도대체 서호수가 누구인지, 연습생들에게 어떤 권력을 행사한다는 건지 의문을 품었다.
주미나 작가는 모호한 증거를 단순히 열거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그렇게 할 경우에 사람들이 오히려 다른 사람을 서호수로 추측하고 피해자가 생겨날 수 있어서였다.
기획사 대표나 중역인 것 같다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을 때 작가는 서호수가 촬영 현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라는 식으로 다시 단서를 투척했다.
열심히 추리를 하며 따라오던 사람들은 그 지점에서 가로막혔다.
설마하니 천지연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천지연이라는 이름을 머릿속에 떠올린 사람은 많았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인식과 차이가 너무 많이 나는 바람에 거기에서부터 생각을 더 진행시키기가 어려웠다.
우진은 차근차근 서호수의 캐릭터를 만들어 갔고 ‘역주행’을 함께 보고 있는 우진의 지인들도 서호수를 보았다.
서호수가 천지연이라는 사실을 바로 알아차린 사람은 퍼펙트 올킬 멤버와 우희를 제외하고 강하정뿐이었다.
그러나 본인인 천지연은 묘한 느낌을 받았다.
다른 게 문제가 아니라 서호수가 연습생들을 만난 일 때문이었다.
그녀는 시간이 지날수록 ‘역주행’의 작가가 퍼펙트 올킬 멤버일 거라는 사실에 확신을 갖고 있었는데 그들이 자신의 사생활을 어떻게 안 건가 했다.
그러면서 당분간 그런 만남을 자제하면서 누가 ‘역주행’을 쓰는지 알아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우선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
* * *
‘신화’의 시청률이 52%를 기록했을 때 촬영 현장에서는 함성이 터졌다.
제작진이나 배우진 할 것 없이 자축했고 앞으로 어떤 포상이 주어질지 서로 행복한 상상을 하기에 바빴다.
이미 차기작에 출연해 달라는 제의가 여기저기서 들어오고 있었고 제작진들도 ‘신화’에 참여했다는 경력 때문에 이름이 알려지고 있었다.
워낙 감각적으로 영상을 잘 찍었기에 드라마가 확고한 필모그래피가 되어 줄 터였다.
곧 방송사 차원에서도 보상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현장의 사람들은 기분 좋은 꿈을 꾸었다.
그러나 그 꿈은 오래가지 않았다.
마치 그때만을 위해 달려온 것처럼, 떨어뜨리기 위해 정상으로 끌고 올라간 것처럼 천지연의 폭탄선언이 이어졌던 것이다.
그는 갑자기 기자회견을 열고 촬영 현장의 분위기를 멋대로 왜곡하며 더 이상 지금의 상태에서 함께 작업을 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일이 그런 식으로 진행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다못해 그 전에 말이라도 했으면, 그리고 제작진이건 배우건 누가 됐든지 트러블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라도 했으면 나서서 중재라도 했을 텐데 이건 기승전결 중 기승전이 모두 빠지고 갑자기 결을 맞이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순항을 하던 드라마가 갑자기 좌초 위기에 처했다.
배를 잘 이끌고 가던 사람이 이상하게 굴자 사람들은 행여 드라마가 잘못되기라도 할까 봐 노심초사하며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랐다.
천지연은 처음에 자기가 고쳤던 대본이 묵살된 것에 대해 불만을 표했고 퍼펙트 올킬이 자신의 대본으로 드라마를 찍는 것을 보이콧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었고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떠들 일이 아니었지만 그사이에 천지연의 대본으로 ‘신화’가 기록적인 성공을 거두자 사람들의 시선이 묘하게 달라졌다.
처음에는 ‘역주행’의 그림자에 가려졌지만 천지연은 천지연이었고 그녀라면 이미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거였을 텐데 퍼펙트 올킬이 원작의 모델이라는 이유로 갑질을 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그것은 전부 천지연이 도박처럼 내걸었던 것들이 성공을 거두어서 가능해진 일이었다.
‘신화’에 끼얹어진 자극적인 요소들.
지금은 그것이 시청률을 견인하는 것처럼 보였고 꽤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의 성공을 천지연의 공으로 생각했다.
천지연이 요구한 것은 없었다.
자신은 그 일로 상처받았고 이미 너무 심력을 크게 소모했으며 더 이상은 작업을 같이해 나갈 수 없다고 단정적으로 말한 것이다.
퍼펙트 올킬의 사과를 요구한다는 말도 없이, 결과를 정해 놓은 채 그 사실을 통보했다.
퍼펙트 올킬은 그 일을 일방적으로 당했다.
천지연이 기자회견을 열었을 때 촬영 현장에 있던 멤버들은 사람들을 통해 그 이야기를 전해 듣고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 후에 벌어진 일은 나름대로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퍼펙트 올킬만 믿고 따를 것처럼 굴던 수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그들을 적대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재훈 씨, 작가님이 기자회견 하신 것 봤어?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나 몰라라 할 건 아니지? 대책을 세워야 할 거 아니야? 잘 나가던 배를 침몰시켜 놓고 모르는 척하지는 않을 거지?”
퍼펙트 올킬 멤버들과 나이대가 비슷한 주조연 배우가 말하자 다른 이들도 하나둘 그 주위로 몰려들었다.
“대본 리딩 때 작가님이 기분이 많이 상하셨던 모양이네. 그러실 만도 하지. 아무리 원작 소설이 있다고 해도 그건 작가님 영역인데 너무 몰상식하게 굴었어. 퍼펙트 올킬이 그렇게 대단한 그룹도 아니었는데 이 바닥에 들어오자마자 천 작가님을, 그런 거성을 쥐락펴락하려고 했다는 게 여린 마음에 상처를 드렸는지도 몰라.”
사람들은 그곳에서 한 이야기가 천지연의 귀에 들어갈 거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했다.
그래서 자기들도 꼭 한마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저마다 말을 내뱉는 듯했다.
우진은 속으로 웃음을 지었다.
결국은 이렇게 되지 않을까 하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예상했던 것에서 크게 오차 없이 일이 벌어져서였다.
퍼펙트 올킬의 다른 멤버들도 크게 놀라지 않은 채 그 상황을 묵묵히 받아 냈다.
예측했던 일이었기에 그들에게도 충격이 그리 크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대본을 못 쓰겠다는 건가 본데 그러면 다른 작가님을 구하면 되겠네요. 그건 윗분들이 알아서 하시겠죠.”
우진이 말하자 그들을 에워싸고 있던 사람들은 그게 무슨 말이냐며 펄쩍 뛰었다.
“기어이 이걸 뒤집어엎겠다고 하는 거야? 어린 사람들이 고개 좀 숙이면 안 되는 거야? 가수가 연기한다고 기웃거릴 때부터 마음에 안 들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는 참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아주 못됐네?”
이제는 중견 배우도 나서서 퍼펙트 올킬을 비난했다.
갈수록 원색적인 말들이 늘어났고 퍼펙트 올킬은 그들이 왜 그러는 건지 알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제안만 받은 것들이 많았고 아직 계약이 성사되지 못했거나 출연하지 못한 건들이 쌓여 있었을 터였다.
그것을 위해서는 ‘신화’가 계속해서 승승장구해 줄 필요가 있었는데 작가가 더 이상 대본을 쓰지 못하겠다고 틀어 버리자 퍼펙트 올킬이 작가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나섰던 것이다.
“감독님이 해결하실 일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우진은 그동안 존재감이 희미했던 감독에게 말했고 감독은 제대로 된 답을 하지 못했다.
촬영감독과 음향 감독, 조명 감독을 위시한 스태프들만큼은 퍼펙트 올킬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은 상태였다.
“마녀사냥은 하지 맙시다. 처음에 작가님이 가져온 대본으로 그대로 찍었다면 이 드라마 절대로 지금처럼 성공하지 못했을 겁니다. 뒤에 작가님이 건 도박이 성공하고 사람들이 알아주는 것 같으니까 처음의 실책도 사실은 실책이 아니었는데 퍼펙트 올킬 때문에 그렇게 됐다고 떼를 쓰려고 하는 것 같은데 그건 아니죠.”
촬영감독의 말에 배우들의 기세가 조금 주춤했지만 완전히 물러서지는 않았다.
“그러면 이대로 드라마가 엎어져야 한다는 건가요? 젊은 사람들이 머리 좀 숙이는 게 그렇게 대단한 일도 아닐 텐데 나 같으면 드라마를 위해서 사과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맞아요. 대의를 위해서 그 정도 하는 건 어렵지 않지 않아요?”
처음에는 젊은 사람들이 나섰고 말을 아끼던 이들도 곧 그 대열에 끼었다.
“내 생각에도 그게 나을 것 같은데.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원한다면 내키지 않아도 고개를 숙일 줄도 알아야 할 것 같아.”
그러나 그들이 뭐라고 하건 퍼펙트 올킬은 그럴 마음이 없었다.
“이런 말씀 드리기는 뭣하지만 선생님들이 간과하시는 게 있는 것 같습니다. 작가님은 이탈해도 저희는 이 현장을 떠날 일이 절대 없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시는 건 오산이죠. 저희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사과하라는 건 저희가 잘못했다고 인정하라는 건데 그건 자존심 문제가 아니라 책임 소재의 문제라 함부로 할 수 없습니다.”
우진은 긴장도 하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이제 막 인기를 얻으며 이런 일에 대처하는 법도 모를 거라고 속으로 생각했던 사람들은 기함했다.
“그걸 꼭 그렇게 해야겠어? 그렇게 꼭 힘겨루기로 해야겠냐고!”
중견 여배우가 날카롭게 소리쳤다.
“퍼펙트 올킬이 좀 숙이면 다 해결되는 일이잖아.”
“그러면 안 되는 거예요. 나 광고 계약 했으니까 너희가 잘못했다고 하고 용서를 빌어, 이런 논리인 거잖아요. 그런 건 아주 잘못된 거죠, 선생님.”
“아니, 말을 왜 그렇게 해? 그게 왜 그런 얘기가 되는데? 응? 말이면 다인 줄 알아?”
우진이 너무 정곡을 콕 찔러서 놀랐는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한 상태로 배우가 말했고 다른 이들은 조금씩 기세가 잦아들었다.
처음에 천 작가의 기자회견 얘기를 들었을 때는 그것만 문제인 줄 알고 퍼펙트 올킬을 다그치면 될 줄 알았는데 퍼펙트 올킬의 말을 듣고 보니 그들이 하차를 입에 올리면 그거야말로 문제를 어렵게 만드는 일이라는 걸 깨달은 것이다.
작가 교체는 시청률 하락 정도의 문제로 이어지겠지만 퍼펙트 올킬의 하차는 드라마 존폐 위기까지 불러올 수 있는 일이었다.
“해결하고 싶으면 스스로 해결하세요. 저희도 나 몰라라 하지는 않을 겁니다. 저희도 이 드라마가 성공하기를 바랍니다. 저희도 최선을 다할 테니 여러분도 최선을 다하세요. 대한민국에 대본 쓸 줄 아는 작가가 천 작가님 하나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저희는요?”
우진은 그냥 거기까지만 말하겠다는 듯이 웃었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속으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괴물인가?
그들 대부분이 방송과 광고 제의에 눈이 돌아가서 잠시 이성을 잃었지만 퍼펙트 올킬이 받은 제의에 비하자면 정말 아무것도 아닐 터였다.
드라마가 망하면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에 퍼펙트 올킬만큼 큰 피해를 입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퍼펙트 올킬은 불안해하지도 않았고 이제는 멤버들이 모두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