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55
제55화
55화
“여러분은 처음에 이 드라마의 출연 제의를 받고 왜 승낙하셨는지 모르지만 이 드라마에는 이야기의 힘이 있습니다. 천 작가님표 MSG가 아니어도 충분히 끌고 나갈 수 있어요. 저는 오히려 천 작가님이 끼얹었던 싸구려 향신료는 걷어 내고 재촬영을 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으니 그것까지는 주장하지 않겠습니다.”
우진이 말하자 재훈이 웃었다.
“배가 가라앉는 중이라고 생각되면 아직 뛰어내릴 기회는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남을 겁니다. 그리고 지금보다 더 높은 시청률로 드라마 종영을 맞을 거예요.”
“솔직히 지금까지 저희를 보셨으면 그 정도 믿음은 가질 수 있어야 할 텐데요…….”
민이 들릴락 말락 한 소리로 말했다.
형들처럼 자신감이 넘치지는 못했던 것이다.
천지연의 기자회견이 가져온 후폭풍으로 촬영 현장에는 긴장감이 고조되었다.
그러나 누군가는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동요하는 한편 퍼펙트 올킬은 이제 다음 단계를 생각하고 있었다.
* * *
천지연은 일을 터뜨리고 오랜만에 행복한 감정을 만끽했다.
힘을 가졌다는 건 좋은 일이었고 다른 사람이 대체할 수 없는 자리를 차지했다는 것은 더 좋은 일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글에 중독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작품을 계속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자기들의 욕구를 실현시키려 할 거라는 것도 짐작했다.
이대로 멈추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들은 제작진에 압력을 가하고 싶을 테고 결국 자신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역시라고 해야 할지 이민우에게서 가장 먼저 전화가 걸려 왔다.
-오올. 천 작가, 한 방 터뜨렸던데?
천지연은 그의 전화를 받고 싶은 생각이 없었지만 오랜만에 기분 전환 삼아 애들을 좀 만나 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일단은 대거리를 해 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못할 거라고 생각했었나 봐?”
-그 어린것들한테 겁주고 그러면 안 되는 것 아니야? 솜털 보송보송한 애들이 이제 겨우 꽃봉오리 좀 터뜨려 보려고 한 것 같은데 천 작가가 그러면 매장당하는 거 아니야? 단순히 사과받으려고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기회가 생겼을 때 매장해 버리려고 그런 거 맞지?
“무슨 소리야? 나는 그런 악취미 없어.”
영혼 없는 목소리로 대충 대꾸를 하는 천지연에게 이민우가 말했다.
-오늘 같은 날은 축하를 해야지. 내가 선물 준비해서 갈 테니까 만날까?
“오늘은 말고. 이제 여기저기서 연락이 올 거야. 발등에 불이 떨어졌으니까 해결하려고 하겠지. 당장 다음 주에 나갈 것도 찍어야 되는데 대본이 없잖아?”
천지연은 지금 상황이 퍽 만족스러웠다.
-아아. 처음 편이 어그러져서 대본이 계속 급하게 나왔겠구나. 천 작가한테는 더 잘된 거네? 절대적으로 천 작가한테 유리하게 판이 짜였잖아. 이 정도면 CP로도 안 되고 국장이 직접 와서 싹싹 빌고 화 풀라고 그러는 거 아니야? 이야아아, 우리 천 작가 능력 있어. 응?
천지연은 그런 말이 싫지 않았다.
뱀처럼 간사한 사람이지만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콕콕 짚어서 잘 해주어 좋았다.
-그러면 언제가 좋아? 주말? 아, 그러면 다음 주 중으로 하자. 일본에 갔던 애들이 돌아오는데 그 애들 데리고 갈게.
“일본은 왜? 나는 데뷔한 애들은 싫은데.”
-연습생이야. 걱정하지 마.
천지연은 알았다며 급한 일이 끝나면 자기가 먼저 연락을 하겠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다음 주는 결방하는 걸로 하고 우선 최대한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을 한 다음에…….’
천지연의 얼굴에 웃음이 지어졌다.
시간이 생겼을 때 ‘역주행’의 작가가 누구인지 확실히 알아보자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 * *
‘역주행’의 열혈 독자들은 천지연의 기자회견을 보고 퍼펙트 올킬 걱정에 곧장 ‘역주행’ 댓글란으로 달려왔다.
[무선 일이고. 무선 일이고. 이게 무선 일이고. 천 작가 저것이 드디어 노망이 든 거냐고! 아니, 첫 화 대본을 거지같이 만들어 온 게 지 잘못이지 퍼펙트 올킬 잘못이야? ‘신화’가 지금 이 정도 시청률이 나온 게 누구 때문인데. 그 미친X은 지가 대본 잘 써서 그런 건 줄 아나 보지? 옆에서 빨아 재끼는 놈들이 있어서 꿈속을 헤매는 것 같은데 와, 열받아서 정말!!] [시청자들 태세 전환 오지고. 처음에 나왔던 1화 대본이나 제대로 보고 말할 것이지 이제 우리 퍼펙트 올킬을 까네.] [왠지 천지연이랑은 처음부터 조합이 안 좋았는데.] [다른 건 상관없고 우리 퍼펙트 올킬 상처만 안 받으면 좋겠다. 이제 꽃길만 걷게 되는 줄 알았는데 왜 이렇게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거야?] [지금까지 퍼펙트 올킬이 하드 캐리한 거지 천지연이 뭘 한 게 있다고. 인간들 진짜 너무 심한 거 아니냐? 인류에 대해 혐오감 생길 것 같아.]그런데 이번에는 다른 때와 조금 다른 양상으로 일이 번졌다.
천지연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그곳에 대거 나타나서 반대 의견을 거칠게 쏟아붓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가 본거지였네. 범죄의 온상이었어. 우리 천 작가님이 그동안 왜 그렇게 힘들어하셨나 했더니 여기 때문이었네. 댓글들 봐라. 논리적으로 따지지도 않고 그냥 퍼펙트 올킬만 빨아 대는 꼬락서니 하고는. 전형적인 빠순이들이네.] [나는 남자다만?] [나는 남자다만222] [333] [444]그들이 ‘역주행’ 독자들의 집요함을 모르고 섣부르게 한 말에 그 댓글은 627627까지 갔다.
[남돌에 남팬들이 뭐가 이렇게 많아? 이것들 이상해.] [나는 리와쳐블 팬인데? 그리고 리와쳐블은 중성이다.] [나는 팬 아니고 그냥 독잔데?]독자들의 아무 말 대잔치는 계속 벌어졌고 극심한 피로도를 느낀 사람들은 조금 더 싸우다가 후퇴해 버렸다.
한주미나의 조직적인 방어가 효과를 보는 듯했다.
우진은 그런 상황을 지켜보면서 강하정과 얘기를 나누었다.
“그동안 대본 쓰는 연습은 제대로 됐지?”
“네.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 천지연이 하차한다고 하니까 그 대본은 네가 써주면 돼. 계약은 P.A. 매니지먼트 이름으로 할 거고 대본을 전해 주는 건 내가 직접 할 거야. 대본을 쓰는 사람은 P.A. 매니지먼트 작가로 할 거고 최대한 이쪽의 정보는 드러내지 않을 거야.”
“그런데 아무 경력도 없는 매니지먼트에 이 일을 맡긴다고 할까요?”
“국장님하고는 이미 얘기가 끝났어. 퀸스 워크가 투자자로서 가진 모든 힘을 동원하려고 했는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도 없이 국장님이 바로 오케이 하시더라고.”
“국장님이요?”
그건 쉽게 이해되지 않는 말이었다.
그러고 보니 전에도 국장은 퍼펙트 올킬의 편을 들어 주었었다.
“현장에 계시던 분이라서 제작진에게 힘을 실어 주려고 그러신 걸까요? 작가가 제작진을 쥐락펴락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아서요. 아니, 그래도 최소한 어느 정도 검증은 된 사람을 고르고 싶으셨을 텐데…….”
“우리가 믿고 추천하는 사람이면 국장님도 믿겠다고 하셨어. 나도 좀 이상하기는 했는데 그렇다고 하니까 그러냐고 해야지 어쩌겠어? 꿍꿍이가 뭐냐고 할 수는 없잖아.”
“그렇……죠.”
“생각해 보면 정말 쌤통이지 않아? 천 작가는 자기 뜻대로 일이 진행될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때를 기다리고 있을 텐데. 자기 몸값을 아주 높게 불려 놓으려고 할지도 모르지.”
“그렇죠. 그런데 방송사에서 잡으려고 하지도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교체를 하는 거니까요.”
강하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스마트폰으로, 우진이 써온 다음 대본을 확인하고 있었다.
“역시 훌륭하네. 잘됐다. 다행이야. 이 정도면 국장님도 안심하시겠다. 대본을 보자고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보여 드리면 좀 더 믿음을 가지시겠지. 내부에서 반발이 있을 텐데 국장님도 자기가 내린 결정에 확신을 갖는 게 좋을 테니까.”
다른 것들은 어느 정도 예상이 됐다.
그러나 국장을 설득하는 과정이 이렇게 쉬울 거라고는 상상을 하지 못했다.
우진이 계속 그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는지 강하정이 그를 보았다.
“국장님이 어떤 분인지는 너도 들었지? 보통 분이 아니야. 믿어 봐도 될 것 같아. 그리고 당분간 현장에는 내가 같이 다닐 거야. 앞으로 너희에게 인터뷰 요청도 많을 거고 너희를 밀착해서 따라다니는 사람들도 있을 거라 경력 있는 사람이 필요해.”
이미 다른 매니저들이 있어서 그런 부분은 잘해 주고 있기는 했지만 강하정은 자기가 직접 나서야 안심이 된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그래도 본부장이라고 하면 그 한마디로 먹히는 게 있어서 자신의 등 뒤에 퍼펙트 올킬을 숨겨 주고 상처받지 않게 하려고 그러는 듯했다.
“그런데 대본 쓰면서 연기 병행하는 게 어렵지는 않겠어, 우진아?”
“그거 그냥 한번 해보시는 말씀이죠?”
“응. 그래도 야, 물어보기는 해야지. 네가 얼마나 엄청난 괴물 작가인지 내가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면 안 되는 것 같아. 너 잠은 자가면서 하는 거니? 쉴 시간도 거의 없을 텐데.”
“이게 뭐 얼마나 걸린다고요. 그리고 원래 있는 걸 형식만 바꾸는 거잖아요. 솔직히 말해서 ‘역주행’이 백 화 정도 되는 소설이었다면 저도 좀 힘들었을 것 같은데 이제 거의 오백 화를 보잖아요. 가장 크리티컬했던 것들만 빼내서 쓸 수 있으니까 어려운 게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체력적으로는 별로 부담이 없어요.”
“…….”
강하정은 말을 하지 않았다.
이 타이밍에 나올 말이 뭔지 알고 있는데 그 말은 아직 자신도 잘 믿기지 않아서였다.
교통사고를 당하고 죽었다 깨어났는데 그때부터 강해졌다는 말을 믿기까지는 그래도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았다.
우진의 말을 믿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건 어려운 문제였다.
그나마 우진이 한 말이었으니 그 정도라도 마음을 연 것이고 다른 사람이 그랬다면 자기를 얼마나 우습게 여겼으면 그런 말을 했을까 하면서 화를 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우진도 강하정이 왜 그러는지 아는 듯 웃었다.
그때 강하정의 전화벨이 울렸다.
“어…… 국장님이 무슨 일이지?”
강하정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전화를 받았다.
우진이 나가 있으려 하자 강하정이 손짓으로 그냥 있으라고 했다.
“네, 국장님. 예. 그 일은 순조롭게 진행 중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새로 나온 대본을 보여 드리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계약요? 아, 네. 그렇죠. 퍼펙트 올킬도 같이요? 일단 일정을 살펴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예, 국장님.”
전화를 끊는 강하정의 얼굴에는 희한하다는 표정이 짙었다.
우진 역시 자기가 들은 말이 있었기에 곧바로 그녀에게 물었다.
“저희도 같이 보자고 하세요?”
“응. 그 자리에 퍼펙트 올킬도 같이 있으면 좋겠다고 하시네? 퍼펙트 올킬도 들어야 할 것 같다고…….”
“무슨 일이죠? 혹시 저희에게 하차해 달라고 부탁하려고 하시는 걸까요? 그사이에 압력이 너무 거세서 버티는 게 힘들었을 수도 있잖아요.”
“그렇기는 한데 계약을 확정 짓자고 하시는 걸 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은데?”
“멤버들한테는 제가 연락할까요?”
“그래 줄래? 나도 따로 준비해야 할 게 있어서.”
그때부터 긴박한 시간이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