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56
제56화
56화
무슨 일이 어떻게 돼가는 건지 아무도 쉽게 짐작을 하지 못한 채 멤버들은 서로 무의미한 말들만 주고받았다.
그러다가 약속 장소에 나가자 국장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다가 그들을 맞았다.
정해진 시간보다 훨씬 늦게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수행하는 사람도 없이 혼자 나와 대본집을 보고 있는 모습은 상당히 색달랐다.
“국장님. 먼저 와 계셨습니까.”
서둘러 들어간 강하정이 말하며 인사를 하고 퍼펙트 올킬이 뒤이어 인사하자 국장이 사람 좋은 얼굴로 그들을 반겼다.
“어서 오십시오. 바쁜 분들의 시간을 뺏은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요즘 주위가 어수선해서 우리 퍼펙트 올킬은 괜찮은지 보고 싶고 격려도 해드리고 싶고 해서 보자고 했습니다. 어서들 앉으세요. 먼저 식사를 시작하죠.”
그때부터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P.A. 매니지먼트에 책정된 원고료는 2천만 원이 되지 않았지만 이번 작품을 성공하고 나면 차기작 원고료는 회차당 수천만 원을 바라볼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그는 ‘신화’가 망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는 듯했다.
다들 식사는 뒷전이었고 그 자리에서 계약서 작성이 이루어졌다.
“이번에 원고료를 많이 받지 못하는 걸 서운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본부장님. 본부장님도 아시겠지만 처음에 기뻐했던 일이 나중에 발목을 잡는 게 부지기수입니다. 계약서는 항상 꼼꼼하게 살펴봐야 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좋습니다.”
국장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
우진은 국장이 왜 그런 말을 하는 건지 알지 못했다.
그러면서 혹시 자기도 계약서를 봐도 되겠는지 물었고 국장은 웃었다.
“내가 보지 않는 자리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을 하지 못하겠지요.”
분명히 보고 있으면서 무슨 말인가 했는데 자기는 모르는 것으로 하겠다는 것 같았다.
우진은 계약서를 보며 그동안 자기가 받아 왔던 샘플 계약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최종적으로 자기가 강하정의 P.A. 매니지먼트와 체결했던 계약과도 비슷했다.
우진은 국장이 뭣 때문에 그 말을 한 걸까 하며 계약서를 넘겼다.
계약서를 꼼꼼하게 훑던 우진의 눈에 위약금 조항이 보인 것은 그때였다.
자신의 귀책사유로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게 되면 갑은 자기가 제공받기로 한 원고료의 세 배에 해당하는 위약금을 반환하도록 되어 있었다.
“……!”
우진은 깜짝 놀라 국장을 바라보았다.
국장은 흐뭇한 얼굴을 했다.
“처음에 천 작가의 원고료가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것 같다는 생각은 하지 않으셨습니까? 언론에 나갔으니 천 작가가 이번 작품으로 얼마의 고료를 받았는지는 알고 있겠지요? 원작이 있는 작품을 각색할 때 받는 관행에 비추어서, 천 작가의 브랜드 가치를 고려한다고 해도 확실히 높았지요. 천 작가는 달리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막연한 혼란에 휩싸여 있던 사람들은 그 순간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혹시…… 이렇게 될 거라는 걸 알고 그렇게 높은 원고료를 제시하신…….”
설마라는 생각이 들어 우진은 말을 하다가 먼저 고개를 저었다.
“왜요? 어떤 부분이 이해가 안 가나요?”
국장이 웃으며 하는 말에 우진은 그대로 굳었다.
“천 작가님이 이럴 거라는 걸 혹시 아셨……습니까?”
그러나 그것도 말이 되지 않았다.
그럴 거라는 사실을 어떻게 미리 알 수가 있다는 말인가.
국장은 어서 계약을 마치자고 했고 강하정은 다른 때 같으면 한 번 읽어 보는 것으로 끝냈을 계약서를 두 번 세 번 다시 읽었다.
국장의 경고를 듣고 보니 자기가 빠뜨리는 게 하나라도 있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우진은 덩달아 긴장이 됐다.
살 떨리는 시간을 거쳐 결국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강하정은 다음 대본을 국장에게 보여 주었다.
“역시 좋군요. 좋습니다. 훨씬 좋습니다. P.A. 매니지먼트를 믿겠습니다. 나는 시청자를 인질로 해서 힘겨루기를 하자고 하는 사람을 경멸합니다. 다시는 천 작가와 비슷한 일을 생각도 하지 못하도록 만들겠습니다. 천 작가를 포기하면서 대본의 질이 떨어지지 않을까 했는데 이건 정말 좋군요. 원작의 결이 살아 있습니다. 글의 질감이 좋아요. 믿음이 갑니다.”
우진과 퍼펙트 올킬 멤버들은 아슬아슬한 표정으로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퍼펙트 올킬 여러분이 혹시 TNBC에서 출연하고 싶었던 프로그램이 있다면 뭐든 말을 해주십시오. 드라마가 끝난 후에 시간이 날 때 출연하겠다고 해도 됩니다. 앞으로 퍼펙트 올킬의 활동은 전적으로 지원하도록 하겠습니다. 잘나가던 드라마 하나가 공중에서 고꾸라지는 것은 처음부터 망한 것과 차이가 납니다. 꼴이 아주 우스워지지요. 퍼펙트 올킬이 이번에 내 체면을 살려 주었습니다.”
강하정은 퍼펙트 올킬을 슬쩍 바라보았고 국장은 그 표정을 재미있다는 듯이 보았다.
다른 이에게 여간해서 마음을 주지 않는다고 알려진 강하정이 이 친구들에게는 어쩐 일인지 완전히 마음을 연 것 같아 신기했던 것이다.
“자, 그러면 P.A. 매니지먼트만 믿겠습니다. 완성된 게 아니라고 해도 괜찮습니다. 너무 잘하려고 할 필요도 없습니다. 결방은 죄악입니다. 그것만 기억하면 됩니다.”
국장은 그렇게 말하더니 좀 더 쉬다 가라고 하며 먼저 일어섰다.
강하정과 퍼펙트 올킬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배웅하고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상에는 손도 대지 않은 음식이 수북했다.
그러나 모두 식욕을 잃은 듯 눈을 빛내며 강하정과 우진을 바라보았다.
“저는 국장님이 무슨 말씀 하신 건지 이해가 안 가는데 혹시 천 작가님이 도중에 이런 식으로 판을 엎을 거라는 걸 예상해서 처음부터 원고료를 높게 책정해서 계약했다는 말이 맞는 거예요? 위약금을 노리고 그랬다는 것 같은데…… 그게 맞아요?”
민이 묻자 재훈도 우진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도 궁금하니까 빨리 말을 해보라는 것 같았다.
“맞는 것 같죠, 본부장님?”
그러자 강하정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우리 귀에 들어온 얘기가 국장님 귀에는 들어가지 말라는 법도 없었을 거야. 국장님은 지금도 현역들이랑 같이 깊게 교류를 하고 여러 사람들에게서 계속 업계 얘기를 들으신다고 알고 있거든.”
“그래도 그걸 토대로 이런 일이 생길 거라는 걸 예측했다는 건 거의 점술가 수준인데요?”
제레미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이 바닥에 자기들보다 훨씬 오래 있었던 국장이라면 한 사람이 보이는 사고의 흐름을 이해하고 상상하는 게 더 쉬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쨌건 우리는 이제 대본만 완성해서 드리면 되는 거죠? 그러면 위약금을 낼 필요도 없는 거고요. 맞죠? 위약금 조항 진짜 무서워요.”
재훈이 말하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재훈처럼 그 조항의 무서움을 절실하게 느낀 사람도 없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나는 천 작가가 받은 원고료가 알려졌을 때 누군가 배임을 한 게 아닌가 했어. 너무 터무니없이 높아서. 그런데 그 뒤에서 그 일을 조종한 게 국장님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이거 정말 일이 재미있게 될 것 같아.”
강하정이 말하자 제레미가 고개를 끄덕이며 치고 들어왔다.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 어디냐면요, 천 작가는 이걸 전혀 모르고 있을 거라는 거예요. 천 작가는 우리 쪽에서 숙이고 들어올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할 거예요. 방송사에서 결방을 하고 싶어 하지는 않을 테고 시청률 상승세를 계속 이어 가고 싶을 테니 사과하고 자기가 내건 조건을 무조건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하겠죠.”
그러자 재훈이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나 제작진이 연락을 하면 당분간은 받지 않겠다고 마음먹고 있겠지? 그런데 기다려도 연락이 오지 않으면 그때는 표정이 얼마나 웃길까? 그걸 봐야 하는데.”
그들의 말은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 * *
천지연은 자신의 펜트하우스에서 한껏 여유를 즐겼다.
여론은 유리하게 움직였고 앞으로 ‘신화’가 어떻게 될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었다.
대본 리딩 현장에서 퍼펙트 올킬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는데 선동과 날조가 곳곳에서 빛을 발했다.
퍼펙트 올킬의 독주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던 사람들은 진작 알아봤다는 식으로 댓글을 달며 그것을 기정사실로 만들려 노력했다.
‘이제 시간문제네?’
천지연은 일이 이렇게 오래 걸릴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고 그것 때문에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이제는 다 지난 일이었다.
최후에 웃는 사람이 진짜 웃는 사람이라는 말을 그녀는 믿었다.
초조할 건 없었다.
‘꼴에 자존심은 있다고 아직은 버티는 모양이지? 그래 봤자 누가 손해인데? 이렇게 시간 끌다가 결방돼도 상관없다는 건가?’
천지연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오랫동안 못 하고 있던 여가 활동도 하고, 키우던 반려동물들과도 놀아 주었다.
생각난 김에 인테리어도 다시 하며 나름대로 알차게 시간을 보내면서 연락 오는 것에 집착하지 말자고 마음을 먹었다.
어차피 연락이 올 수밖에 없었다.
신경 쓸 이유가 전혀 없었고 승자는 결정이 돼 있었다.
‘그래. 잘못될 이유가 없어. 작가도 없이 자기들이 뭘 어쩔 건데? 내가 뿌려 놓은 떡밥이 얼만데 그걸 회수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천지연은 웃으면서 생각했다.
경력은 허투루 볼 게 아니었다.
요즘 시청자들은 회수되지 못한 복선을 알아차리면 그걸 집요하게 공유하며 공격했다.
사람들이 스스로 알아내지 못하는 것 같으면 천지연이 나서서 알려 줄 수도 있는 일이었다.
일단 작가가 교체되는 일이 생긴다고 해도 그때 어떻게 할 건지도 어느 정도는 생각을 해두었다.
새 작가가 도저히 버티지 못할 정도로 흔들어 대면 멘탈이 흔들려서 결방이 잦을 것이고 그러면 사람들은 천지연을 찾을 수밖에 없을 터였다.
‘그렇게까지 안 가는 게 좋을 텐데. 그런데 고집이 세서 어쩔지 모르겠네.’
천지연은 TNBC 국장과의 악연을 떠올렸다.
왠지 모를 사람, 쉽사리 속이 가늠되지 않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던 기억도 떠올랐다.
‘아니야. 괜한 생각 할 필요 없어. 잘될 거야. 다 잘될 거야.’
천지연은 그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느니 그냥 기분 전환이나 하는 게 좋을까 했다.
‘이 대표한테 전화해 봐?’
이민우를 불러 연습생들을 데리고 술을 마시는 건 일이 어느 정도 확실하게 윤곽이 잡힌 후로 미루려고 했었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이 복잡해질 것 같으면 그 시간을 당기는 게 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녀는 고민 끝에 이민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동안 항상 연락을 먼저 해온 사람이 이민우였고 만나자고 말하는 것과 거절하는 역할이 모두 정해져 있어서 자기가 말을 하기만 하면 늘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연락이 되지 않았다.
‘뭐야. 개X도 약에 쓰려면 없다더니 딱 그 꼴이잖아?’
천지연은 짜증스럽게 스마트폰을 노려보았다.
많은 일을 한 것 같은데 시간은 겨우 두 시간이 흘러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