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57
제57화
57화
‘……내일은 연락이 오겠지? 이 사람들 도대체 뭘 어쩌자는 거야? 정말 이대로 결방을 해도 상관없다는 거야?’
천지연의 초조한 눈빛이 스마트폰 액정 위로 번들거렸다.
* * *
[‘신화’ 사태 어떻게 된 거임? 결방 예고도 없고 사태가 잘 해결됐다는 말도 없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채로 결방 때리는 건 아니겠지? 누가 아는 사람 있음?]시청자 게시판에 간간이 소식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다른 커뮤니티에서도 ‘신화’의 소식을 궁금해하는 이들이 종종 질문을 올렸다.
그리고 그런 글에, 기다리기라도 했던 것처럼 댓글이 달렸다.
[정상적으로 촬영하던데? 나 아는 형이 거기 스태프인데 대본 나와서 촬영하고 있다 함.] [천지연이 뻥카 터뜨린 건가? 웃기는 인간인가? 나는 무슨 대단한 정의 구현 하려고 하는 줄 알았더니 쥐도 새도 모르게 다시 복귀한 거야? 뭐야. 뒤에서 협상해서 원고료 더 올리기로 한 건가? 기자회견을 열어서 문제 제기를 했으면 그 후에 일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알려야 할 의무도 있는 것 아닌가?] [그러게. 겁나 어이없네? 자기 몸값 올리려고 언론 플레이 한 건가? 우리는 거기에 또 선동당하고 이용당한 거고? 겁나게 기분 더럽네?]몇 개의 댓글이 이어지는 동안 그사이에서는 몇 번의 비약이 있었다.
천지연이 복귀했다는 말은 없었고 그저 대본이 나와서 촬영이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는 말뿐이었는데 사람들은 천지연이 협상을 통해 자기 몸값을 올리고 대본을 써준 거라고 믿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진행 상황을 알려 주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해 분개하고 있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정리해 줄 천사 없냐?] [내가 한 시간 안에 정리 글 쪄옴.]누군가 현 상황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정리 글을 써오겠다고 하자 정리 글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리고 마침내 나온 정리 글은, 댓글을 통해 나타났던 비약이 고스란히 적용되어 있었다.
정리 글이라고 해봤자 커뮤니티에서 추측한 글을 요약한 것뿐이었는데 일단 ‘정리 글’이라는 타이틀로 인해 공신력을 얻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 내용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상황이었다.
천지연은 이민우의 연락을 받고 그런 글이 인터넷상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는 걸 알았다.
-천 작가, 어떻게 된 거야? 복귀하기로 한 거야? 말도 없이 이러는 게 어디 있어? 이 사람 일 참 이상하게 하네? CP랑 쇼부 친 거야? 아니, 이러기로 했으면 미리 말을 했어야지. 사람 병X 만드는 거 참 쉬워. 그지?
천지연은 갑자기 전화를 해서 화를 내는 이민우 때문에 기가 막히고 화가 났지만 일단은 무슨 얘기가 어떻게 떠돌고 있다는 건지 그걸 먼저 알아보는 게 중요하겠다는 생각에 전화를 끊었다.
그러나 그게 이민우를 더 자극했다.
평소에는 천지연이 쓸모가 있다고 생각해서 바보같이 져주기도 했지만 그는 천지연이 자기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신화’의 대본 작업을 다시 맡기로 했다고 생각했고 제대로 열이 받았다.
-이야, 순 양아치 아냐? 할 말 없으니까 전화를 끊어? 천지연, 너 지금 뭔가 단단히 착각하는 것 같다? 네가 무슨 짓 하고 돌아다녔는지 알고도 사람들이 네 드라마에 열광할까? 내가 입 열면 너 어떻게 되는지는 알고 이렇게 건방 떠는 거야?
천지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나는 기자회견 후에 CP한테 연락받은 것도 없고 얘기 나눈 것도 없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서 내가 직접 찾아보고 얘기하려고 그런 거야.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역시 잘 빠져나가? 응? 나 같은 건 아주 쉽게 속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 보지? 일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몰랐다? 세상 살기 참 쉬워. 그치? 몰랐다고 하면 다 되네?
“정말 몰랐다니까! 일단 끊어. 무슨 얘기가 나돈다는 건지 보고 전화할 테니까.”
-못 믿겠는데? 천지연. 그동안 얼마나 천 작가가 양아치 짓을 해왔는지 나처럼 잘 아는 사람이 또 있을까? 일단 끊어? 웃기고 있네. 그러고 튀려고?
“말 잘했네. 내가 다시 복귀한 거면 튀려고 하겠어?”
이민우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일단은 기다려 봐. 나는 지금 이 대표가 무슨 말 하는 건지 모르겠으니까. 그런 얘기가 돌고 있다면 가장 치명적인 건 나잖아.”
이민우의 기세도 한풀 꺾였다.
-확인하고 바로 전화해.
천지연은 자기가 어쩌다가 이민우에게까지 그런 대우를 당하게 된 건가 했지만 일단은 그가 말한 내용의 글을 찾는 게 더 급했다.
다행히 이민우가 전화를 끊자마자 링크를 보내 줘서 해당 글을 찾는 게 어렵지는 않았다.
“……!”
천지연은 거기에 나와 있는 내용을 보고 또 봤지만 도대체 그게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었다.
‘촬영이 그대로 진행돼? 대본을 받았고? 이게 무슨 소리야? 나한테는 연락도 없이 새 작가를 구했다는 거야?’
그녀는 보조 작가들에게 연락을 했다.
보조 작가들이 이어서 대본을 쓰기로 한 건가 해서였다.
그러나 보조 작가들은 연락을 받지 않았다.
일을 그 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당사자의 전화를 받아 주고 싶은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그들은 아직 대본 작업에 익숙지 않은 우진의 대본을, 제작진과 배우들이 손쉽게 보도록 손질을 하느라 나름대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자기들이 받은 대본이 우진이 쓴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도대체 누구기에 이렇게 빨리 완성도까지 갖춰서 대본을 만든 건가 하며 놀랄 따름이었다.
천지연은 인터넷에 떠도는 글에 댓글을 달려고 했다.
그러다가 자기가 직접 하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을 시키는 것이 만약을 위해서도 좋을 거라고 여기며 이민우에게 연락을 했다.
이민우는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확인했어? 정말 천 작가가 한 게 아니야?
“나 아니야. 보조 작가들한테 연락을 했는데 안 받아. 보조 작가들이 한 건지도 모르겠고…….”
-보조 작가들도 그걸 쓸 수 있는 거야?
이민우는 의심스럽다는 듯이 말했지만 어차피 보조 작가들에게서 최종본이 나온 적도 많았다.
얼마나 임팩트 있게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며 매력적으로 대사를 뽑아내고 연출을 하는가 하는 문제는 있겠지만 기능적으로는 가능한 일이었다.
-뭐야. 그럼…….
이민우가 상황을 이해해 보려고 하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지금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천 작가는 자기가 그만둔다고 하면 제작진이 깜짝 놀라서 바짓가랑이를 붙잡을 줄 알았는데 전혀 문제없다는 듯이 대본이 나왔고 그걸로 촬영을 하고 있다는 거잖아? 와아아아…… 천 작가. 그러면 앞으로 천 작가야말로 타격이 큰 거 아니야? 이렇게 한번 터뜨렸는데 다른 방송사에서 천 작가랑 같이 작업하겠다고 하겠어?
이민우는 지금껏 천 작가를 일종의 사업 파트너로 생각해 오면서 크고 작은 일을 같이해 왔지만 천지연이 제대로 당했다는 얘기를 듣자 웃음이 터져 나왔다.
-퍼펙트 올킬이 그렇게 대단한가? 대본의 힘이 아니라 퍼펙트 올킬의 힘이었다고 판단했다는 거잖아. 일단 시청률이 어떻게 되는지 보면 답이 나오겠네? 천 작가가 무슨 짓을 했는지. 이야아아, 퍼펙트 올킬 대단한데? 천 작가를 그 젊은 친구들이 압살해 버리다니. 응?
닥치라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는데 이민우가 했던 말들이 떠올라서 천지연은 그러지도 못한 채 울분을 참았다.
그 말이 맞았다.
시청률.
아직 시청률이 남았다.
시청률이 나오면 그때에야말로 사람들은 천지연이 왜 시청률의 여왕인지 알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같은 이야기를 다른 관점에서 보며 천지연은 조금 안도했다.
‘아직 안 끝났어.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거라고.’
천지연은 허공을 노려보며 다짐하듯이 생각했다.
* * *
퍼펙트 올킬은 이제 메이크업과 머리 손질도 어느 정도 스스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매번 반복되다 보니 크게 어렵지 않을 것 같았던 것이다.
“재훈아, 네 화장 내가 해줄까?”
우진이 말하자 재훈이 별 꼴을 다 본다는 듯이 고개를 저어 댔다.
그러나 우희는 오빠보다 더 자신감이 넘쳤다.
“그럼 제가 해줄까요?”
“우희가? 우희 너는 힘들잖아. 요즘에도 너무 피곤할 텐데 안 돼.”
거절하는 이유가 그렇게나 달랐다.
우진은 빈정 상한다는 듯이 재훈을 노려보았고 제레미는 그 틈을 노려 우희에게 말했다.
“우희야, 그러면 나 해줘.”
“그럴까요? 알았어요. 오빠는 피부가 너무 하얗고 깨끗해서 톤을 다운시켜야 할 것 같아요.”
“잠깐만. 내가 너무 두드러지게 잘생겨서 다른 사람과 평균을 맞추려고 못생기게 만들어 놓겠다는 거지?”
제레미의 말에 민이 기함하며 그의 어깨를 흔들어 댔다.
“렘아, 정신 좀 차려. 그 말이 아니라 우희 말은 네가 두부 같으니까 사람이라는 걸 표시하려고 조금 어두운 색으로 화장을 해주겠다는 뜻이잖아.”
“와아. 어떻게 그 말이 그렇게 해석이 돼?”
제레미가 억울해하는 동안 우희는 준비를 마쳤다.
표정만큼은 엄청나게 비장했다.
제레미는 우희의 얼굴을 보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우희야. 네 얼굴, 네가 화장한 거지?”
“네.”
“음…… 오빠가 너무 섣부르게 생각한 것 같다. 전문가의 손길을 너무 쉽게 생각한 것 같아. 그러면 안 되는 건데 말이야. 우리 전문가에게 맡기는 걸로 하자.”
“저도 잘할 수 있어요.”
우희는 절대 놔주지 않겠다는 듯 제레미의 앞에 가서 섰다.
퍼펙트 올킬의 다른 멤버들은 흥미진진하게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우희가 메이크업을 해줄 수 있으면 좋기는 하겠다. 우희가 할 일이 늘어나서 힘들기는 하겠지만.”
재훈은 화장을 받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숍에 가야 하는 제 처지를 생각하고 말하는 것 같았다.
만약 그걸 우희가 해줄 수 있다면 자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생각에 모두들 눈이 반짝거렸다.
“제발 우희가 잘하게 해주세요!”
민은 어느새 두 손을 꼭 모으고 기도까지 하고 있었다.
우진은 차마 못 볼 것 같았지만 우희는 과감하게 손을 움직였다.
워낙 잘생겨서 어지간히 엉망으로 하지 않는 이상에야 망치지는 않을 것 같았는데 우희라면 온갖 불가능한 것들을 가능하게 해와서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저거 저렇게 해도 되는 거냐, 민아?”
우진이 묻자 제레미가 눈을 뜨려고 했고 우희는 제레미의 턱을 딱 잡아 고정시켰다.
“움직이지 마세요. 저도 긴장하고 있는데.”
“어, 응…….”
멤버들은 손에 땀을 쥐며 제레미의 얼굴이 변하는 것을 보았다.
저건 아무래도 너무 과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는데 우희는 과감하게 얼굴 곳곳에 화장품을 찍어 발랐다.
화장품의 이름을 세세하게 모르는 우진에게는 그 과정이 전혀 문자화되지 않았다.
“얼굴이 너무 어두워지고 있는데?”
우진이 말하며 민과 제레미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