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58
제58화
58화
“아아. 저렇게 하고 나니까 민이랑 비슷하네? 우리 렘이가 정말 얼굴색이 창백했구나?”
그게 뭐라고 멤버 하나가 화장을 받는 동안 모두 그 주위에 서서 숨을 죽이고 있었다.
화장품을 덩어리로 과격하게 푹푹 찍어 발라 놨을 때는 걱정이 되더니 그래도 그걸 펴 바르자 어느 정도 봐줄 만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섬세한 터치가 가해지자 그럴듯한 작품이 나왔다.
붓으로 립스틱까지 잘 펴 바르자 오오오 하는 탄성이 여기저기서 저절로 나왔다.
“괜찮게 하는데? 되게 자연스럽다. 인공적이지 않고.”
“그러게. 다른 사람들이 했던 것보다 더 나은데?”
칭찬이 이어지자 제레미도 자기 얼굴이 궁금해진 듯했고 곧 눈을 뜨고 거울을 보았다.
“오오, 우희! 이런 데에 재능이 있네?”
제레미도 만족을 표하자 우희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흔들리다가 결국 입 동굴이 개장했다.
“마음에 드세요? 괜찮은 것 같아요?”
“응. 상당히 좋은데? 앞으로는 우희가 해주면 좋겠다. 특색이 잘 산 것 같아.”
제레미의 자체 평가에 다른 퍼펙트 올킬 멤버들도 동의하자 우희의 자신감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구쳤다.
“오빠도 해줄까?”
어쩌다 우진과 눈이 마주치자 우희가 말했고 우진은 왠지 움찔해서 사양했다.
“뭘 굳이 그렇게까지. 이제 들어가서 쉬면 되는데.”
“그래도 한번 해보자. 오빠까지 성공하면 본부장님한테 말씀드려 보게.”
“나한테 해, 우희야. 은혜도 모르는 놈한테 구차하게 매달릴 필요 없어.”
민이 말하자 재훈이 맞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다음에는 오빠도 해줘. 이렇게 고급 인력이 특별히 해주겠다고 하는데 웃기는 놈이야. 우진이는 해주지 마. 우진이는 그냥 쌩얼로 찍게 하자.”
그러면서 재훈은 제레미의 얼굴을 보면서 계속 감탄한 표정을 지었다.
“한 듯 안 한 듯 하다는 게 정말 희한하다. 화장품을 그렇게 처발랐는데.”
“제 말이 그 말이에요. 엄청 두꺼워질 줄 알았는데 그냥 도자기 같잖아요.”
우희는 퍼펙트 올킬 멤버들의 칭찬 세례에 적응이 되지 않았지만 우진 역시 그들의 말이 그저 립 서비스만은 아니라는 걸 인정하고 있었다.
공연할 때의 화장과는 차별되는 자연스러운 화장이라 촬영할 때도 잘 어울릴 것 같았다.
그동안 촬영한 장면을 보면 화장이 튄다는 생각을 한 적이 간혹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좋을 듯했다.
“내 동생한테 이런 재능이 있다니.”
“그러게.”
재훈이 우진을 부러워하며 말했고 우희의 얼굴에서는 간만에 웃음이 오래오래 번졌다.
제레미가 내친김에 자기 사진을 찍어서 강하정에게 보내 주자 강하정에게서 곧 연락이 왔다.
-렘아, 그거 어디에서 했어? 잘 어울리는데? 원래 가던 샵 아니지?
그 말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이거 우희가 해줬어요, 본부장님.”
-우희가? 우희가 그렇게 감각이 있었다고? 그런데 자기 얼굴은 왜 그렇게……. 하긴, 우희는 화장 안 해도 예쁘니까 잘하려고 할 필요가 없었겠다.
“본부장님, 저는요?”
-우희가 잘하네. 너희도 마음에 들어?
강하정은 선별적 난청 능력을 과시하며 다른 소리를 했고 그 이야기는 그런 식으로 진행이 되어 갔다.
“잘됐다, 우희야. 우희는 못하는 게 없어서 더 힘들 수도 있겠다. 전에 우희가 코디해 준 거 반응 엄청 좋았잖아. 그걸로 기사도 났고.”
퍼펙트 올킬의 모든 멤버들이 화이트 반다나를 저마다 스타일링한 걸 두고 재훈이 말했다.
화려한 문양이 프린트된 커다란 손수건을 목과 팔에 두르기도 하고 벨트를 대신해 허리춤에 두르고 제레미는 헤어밴드로 사용했었는데 중성적인 코디로 그때 제레미가 사용한 방식은 여자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누구도 제레미처럼 그 멋을 살리지 못해 제레미의 압승으로 끝났다는 훈훈한 이야기가 전해졌다.
준비를 하는 동안 멤버들은 대본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그들은 천지연이 새로 넣은 이야기에 여러 복선이 투입됐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걸 회수하는 게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우진아, 그건 어떻게 할 거야? 천 작가 진짜 생각할수록 악질이잖아. 뭔가 의미가 있는 것처럼 장면마다 이상한 대사를 넣어 놓고 사람들에게 이상한 표정을 짓게 하고.”
“그래도 재미있던데? 제대로 된 악당을 일찌감치 만난 것 같아서 의욕이 생기기도 하고. 그 복선을 어떻게 회수할지 생각하는 것도 재미있어. 처음 만난 상대가 시시하지 않아서 나도 좋아.”
우진의 말에 멤버들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형도 정상은 아니라는 제레미의 말에 민이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그들은 최대한 복선을 열심히 찾아내려고 노력했다.
그 복선을 회수하는 것은 자기들의 능력으로 되지 않으니 우진에게 하라고 하기는 했지만 복선을 찾아 주는 것은 그들도 할 수가 있었다.
때로는 복선이 아닌 것도 들고 와서 아무래도 복선인 것 같다고 우기며 우진을 힘들게 하기도 했지만.
* * *
천지연이 확실히 하차했다는 소문이 인터넷에 퍼졌고 사람들은 관전 포인트를 제대로 잡았다.
천지연이 기자회견을 열고 자기가 그동안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했는데 제작진에서는 끄떡도 하지 않고 새 작가를 구해 교체해 버린 거라는 말에 이번 회차를 보면 답이 나오겠다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다.
천지연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생각한 것은 자기가 하차한다고 말했을 때 제작진과 방송사 중역들까지 나서서 그러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는 거였고 한 회차 정도는 모르는 척 그냥 버텨서 결방이 되게 하려고 했다.
그런데 상황은 천지연이 생각한 것과 다르게 흘러갔을 뿐만 아니라 관성으로 ‘신화’를 보던 사람에, 이 사태에 관심을 갖고 새로 유입된 사람까지 해서 시청률은 웬만하면 떨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
일단 한번 보고 나서 떡밥을 회수하지 못하고 텐션이 떨어진 것을 보면 그때부터는 시청률이 떨어질 테지만 이번 주는 소폭이라도 상승할 거라고 봐야 할 듯했다.
‘멍청한 시청자들은 작가가 바뀌어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는데.’
천지연은 짜증이 치밀었지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이제는 시간이 흘러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그것을 깨닫게 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 이유로 해서 천지연은 아주 역설적이게도 그 어떤 때보다 ‘신화’의 다음 회차를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작가가 교체된 후 첫 방송이 시작됐다.
원래 천지연이 하려고 했던 대로였다면 쉬어 가는 타임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그 회차에서는 일상의 잔잔한 풍경이 나왔을 터였다.
그러나 새로 투입된 작가가 누구인지 몰라도 그 작가는 처음부터 휘몰아치듯 촘촘하게 사건을 구성했다.
게다가 천지연이 뿌려 두었던 복선으로 극을 전개해 나갈 생각은 전혀 없다는 듯이 그것들을 빠르게 회수해 나가 버렸다.
그렇다고 급전개를 하지는 않고 충분히 적당한 속도를 유지하면서 기가 막힐 정도로 개연성을 살리며 해나갔다.
드라마가 끝났을 때 시간을 확인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정신없이 몰입해서 보고 있는데 갑자기 극이 끝나자 무슨 일인가 했던 것이다.
그리고 벌써 끝날 시간이 되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하며 그들은 시청자 게시판으로 찾아갔다.
다른 사람들과 느낌을 공유하고 싶어서였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이미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먼저 와 있었다.
[미친 거 아님? 어떻게 이런 퀄리티가 나오냐고. ‘신화’ 첫 방송 볼 때도 퀄 보고 미친 줄 알았는데 이 사람들 이렇게 할 수 있으면서 힘을 숨기고 있었던 거잖아?] [휘몰아치는 사건 전개도 사건 전개지만 사건 풀어 나간다고 드라마의 중심을 잃지 않고 균형 딱 잡아 가는 것 보고 클래스가 다르다는 것 느낌. 퍼펙트 올킬 연습 장면 보고 레알 지리는 줄. 차우진 박자 세밀하게 쪼개면서 춤추는 거 봄? 세상에. 그거 정말 레전드더라. 편집은 또 어떻고.]그들이 말한 것은 우진이 혼자 연습실에서 춤추는 장면이, 사건이 파헤쳐지는 곳곳에 편집되어 들어간 거였다.
화면의 구성도 세련됐지만 물처럼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회색 니트에 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우진의 흠잡을 곳 없는 춤 실력이 드라마가 진행되는 동안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고 놔주질 않았다.
시간이 언제 그렇게 흘러 버린 건지 알지 못할 정도로 몰입시킨 데에는 그의 기여가 컸다.
그의 실력을 익히 알고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조차도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차우진은 이전의 자신을 한차례 뛰어넘어 있었다.
텅 빈 눈동자로 거울을 응시하는 시선은 수백 가지의 감정을 담고 있었고, 드라마 전반에 흐르는 OST와 함께 서정적인 분위기를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차우진의 춤은 당장 아이돌 대표 춤꾼들을 다 모아다 배틀을 한다고 해도 조금도 꿀리지 않을 것 같더라. 나는 퍼펙트 올킬 팬도 아니고 타 팬인데 양심상 내 돌이 더 잘 춘다고는 못 하겠다. 그런데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지난주만 해도 차우진이 이 정도는 아니었다는 것.] [나 한주미난데 그건 나도 인정. 우리 오빠 내가 언제나 부둥부둥해 주지만 지난주까지는 이 정도 아니었음. 나도 무슨 일인가 하면서 정말 열심히 봤잖아?]나중에는 전문가까지 등판해서 차우진의 댄스 실력에 대해 전문가적 소견으로 총평을 남겼고 그게 커뮤니티 곳곳을 떠돌았다.
우진은 그 모든 반응을 보면서 웃었다.
힘을 주고 시선을 끌어모을 장면이 필요하기는 했지만 이전 회차에서 퍼펙트 올킬의 공연이 펼쳐졌기에 그걸 다시 하기에는 부담스럽게 느껴질 것 같아 가볍게 자신의 안무 연습 영상을 넣기로 한 거였는데 그게 주효했다.
전과 다름없는 모습으로는 시선을 계속 붙잡을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안무 담당과 함께 몇 시간을 갈아 넣은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도 확실히 의미는 있었다.
박자를 쪼갠다는 말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있었고 우진 특유의 유연함을 살려 동작 몇 개는 획기적으로 바꾼 데다 고난도의 동작도 집어넣었는데 우진이 너무 능숙하게 그걸 소화하는 바람에 안무 담당이 의욕을 잃기도 했다.
바꾼 동작을 성공하기까지 몇십 분은 족히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가 하는 걸 보고 한번 따라 해보더니 그다음부터는 그대로 따라 했다.
일단 동작을 따라 하는 것은 바로 했고 춤선이 보기 좋게 나오도록 세세하게 튜닝을 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안무 팀장은 자기가 우진을 안다고 생각했다가 엄청난 혼란을 느꼈다.
활동을 하면서 실력이 비약적으로 느는 사람을 본 적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정도가 너무 심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신화’에 두루두루 남을 전설적인 장면이 만들어졌다.
[정말 웃기는 게 뭔지 앎? ‘역주행’이랑 다르게 천지연이 ‘신화’에서만 이상한 전개를 끼워 넣었는데 작가가 그거 다 회수해 버림.]누군가 눈썰미 좋은 시청자가 그 점을 지적하자 거기에 동의하는 댓글이 우르르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