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60
제60화
60화
촬영을 하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그들에게 우희가 다가왔다.
“국장님이 연락하셨는데 끝나고 잠시 볼 수 있겠냐고 하세요. 본부장님도 곧 여기로 오실 거라는데 그때 보면 되겠다고 하셨어요.”
“국장님이? 무슨 일이지? 천 작가랑 얘기가 잘됐나? 그런데 그렇다고 해도 그걸 우리한테 일일이 말씀하실 필요는 없을 텐데.”
재훈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수장이 자기들을 인정해 주고 작은 부분에 대해서까지 공유해 주려고 하는 것은 고마운 일이기는 했지만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도 일단 국장의 호출이 있었다는 말을 듣고 그들은 그렇게 알고 있었다.
제작진이나 배우진 할 것 없이 국장이 직접 퍼펙트 올킬을 챙긴다는 것을 알았다.
퍼펙트 올킬 자체는 그런 말을 하려고 하지 않는 편이지만 퍼펙트 올킬의 스태프들은 달랐다.
그들은 자기가 직접 그런 정보를 조금씩 흘렸다.
퍼펙트 올킬 스스로는 그런 좋은 정보가 있어도 자랑할 사람들이 절대 아니기에 그들이라도 나서서 말을 해주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우희는 전화 통화가 다 끝난 후에 소리도 안 나는 스마트폰을 귀에 대고 사람들 사이에 서서 국장과 통화하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예, 국장님. 잘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예. 그러면 퍼펙트 올킬이랑 함께 그곳에서 뵙겠습니다.”
그런 식이었다.
국장이 말단 매니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서 일정에 대한 얘기를 나눌까 하는 의문이 조금 들기는 했지만 그들 중 국장에게 연락을 받아 본 사람이 없었기에 그런가 보다고 여겼다.
촬영이 끝나고 퍼펙트 올킬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현장을 떠났다.
국장은 방송국이 아닌 외부의 다른 곳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가 반가운 얼굴로 퍼펙트 올킬을 맞았다.
“어서 와요. 바쁜 분들을 자꾸 오라 가라 해서 미안합니다.”
국장 정도면 얼마든지 더 귀찮게 해도 된다고 생각하며 퍼펙트 올킬은 해맑게 웃었다.
도중에 합류해서 같이 온 강하정은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이번 일에 대한 포상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지만 퍼펙트 올킬이 음악 방송 MC를 맡아 주면 어떨까 해서 먼저 의향을 물어보려고 불렀습니다. 자사의 음악 방송이 힘을 쓰지 못한다는 건 모두 알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달라질 겁니다.”
음악 방송 MC라는 말이 나온 그 순간부터 퍼펙트 올킬의 눈은 동그랗게 커졌다.
그러면서 서로를 보는 눈이, 한 사람이라도 반대하면 절대 안 된다는 말을 하는 듯했다.
우진도 멤버들의 얼굴을 보고 그들이 그것을 얼마나 좋게 생각하는지 알 것 같았다.
이렇게 속이 투명하게 다 들여다보이는 사람들이랑 같이 다니면서 은밀히 일을 도모한다는 것은 정말 극한 직업이라는 생각을 하며 우진은 속으로만 피식 웃었다.
국장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웃음을 짓고 있었다.
처음 만난 이후 몇 번의 만남이 이어지고 있었는데 그때마다 국장이 퍼펙트 올킬을 대하는 태도가 점점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그들도 느끼고 있었다.
형식적인 웃음은 처음에도 몇 번 보기는 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그런 것도 없었다.
퍼펙트 올킬이 너무 무방비로 자기들 속을 다 드러내자 자기만 계속 철벽처럼 감정을 감추는 것이 야비하고 불공정하게 느껴진 건지도 모를 일이었다.
“좋아해 줘서 다행이군요.”
국장이 말하자 강하정이 잠시 그 일을 보류했다.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이건 저희끼리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대표님과 상의를 해봐야 합니다. 멤버들이 이렇게까지 좋아하니 좋은 방향으로 얘기가 될 것 같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시간을 주셨으면 합니다.”
“당연합니다. 본부장님을 당황하게 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습니다. 사실 이 이야기는 아직 정식으로 말이 나온 단계가 아니에요. 알고 있겠지만 그건 예능국에서 맡을 일이고요. 예능국장을 구워삶아 보려고 하는데 퍼펙트 올킬이 동의하지 않으면 나도 그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는 없는 거라 우선 의향만 알고 싶어서 말을 해본 겁니다.”
그러자 퍼펙트 올킬이 일제히 강하정을 바라보며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반드시 하게 해달라는 의지가 투명하게도 보였다.
“그런 거라면…… 저도 적극적으로 설득해서 일이 되는 방향으로 해보겠습니다. 국장님도 힘써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강하정의 말에 퍼펙트 올킬은 작게 탄성을 냈다.
“그리고 천지연 작가와 관련한 일은 퍼펙트 올킬과 P.A. 매니지먼트에서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말씀드립니다만 내용증명은 이미 보낸 상태입니다. 기간이 도래하면 소장을 접수할 거고 그 어떤 협상도 일절 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인터넷에서 퍼지는 얘기가 사실인지 알고 싶을 것 같아서 말하는 겁니다.”
국장은 그 말미에 덧붙였다.
“‘신화’가 생각하지 않은 부수입까지 안겨 줘서 아주 즐겁습니다.”
퍼펙트 올킬은 국장이 웃고 있다고 해서 마냥 착하기만 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으며 얌전해졌다.
국장도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는 듯 웃었다.
“P.A. 매니지먼트를 통해 전달받는 대본은 정말 흡족합니다. 사실 ‘역주행’을 미리 읽어 보고 이 부분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만약에 대본에 이 부분이 반영되면 이건 말을 해야겠다고 준비하는 게 있었거든요. 그런데 대본을 보면 그런 부분들이 귀신같이 다 삭제가 돼 있어서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작가님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필터링을 제대로 하시더군요.”
우진에게는 그런 말이 아주 유용했다.
“그게 초반에서는 대표적인 큰 사건이라 그 부분을 들어내고 나면 짜임새가 흩어지지는 않을지 그 걱정도 조금은 했는데 다른 이야기로 꽉 채워 넣는 걸 보면서 정말 경이로움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본부장님에게 제안하고 싶은 게 있는데 P.A. 매니지먼트의 작가님과 TNBC가 전속 계약을 하면 어떻겠습니까?”
강하정은 무척 신중한 사람이었고 그 순간에조차 우진을 바라보지 않았다.
우진은 놀라서 강하정을 봤는데도.
그래 놓고 나서 우진이 움찔했지만 다행히 다른 퍼펙트 올킬의 멤버들도 놀란 얼굴로 강하정을 같이 바라보고 있었다.
상상하기 어려운 이야기가 빠르게 들려와서 우진은 텐션을 낮출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건 신중하게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저희는 퍼펙트 올킬의 활동에 중점을 둘 생각이고 퍼펙트 올킬에게 앞으로 다른 드라마가 필요할지 충분히 생각한 다음에 결정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국장님께서 그렇게까지 말씀을 해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퍼펙트 올킬은 어떻게든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본사에서 할 수 있는 지원을 해줄 수 있다면 우리에게도 좋은 일이죠. 퍼펙트 올킬은 정말 넓은 무대에 서게 될 겁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국은 반드시 그런 자리에 서게 될 거예요. 가능하면 그 시간을 당기고 그 과정에서 상처를 최소화해 주는 게 어른들이 할 일이겠죠.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생기면 언제든 말해 주십시오, 본부장님.”
강하정은 국장이 뭔가 단단히 결심을 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것은 퍼펙트 올킬 역시 느낄 수가 있었다.
이야기를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퍼펙트 올킬은 소풍을 다녀온 유치원생들처럼 시끄러웠다.
음악 방송 MC 자리를 제안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아마 그들은 당분간 정신을 차리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리와쳐블의 인입니다, 여러분.”
민은 아예 멘트까지 하면서 좋아했다.
“‘리와쳐블’? 그거 좋은데? 새 프로그램 제목을 그걸로 하면 퍼펙트 올킬과 TNBC가 전속으로 무슨 계약 같은 걸 체결한 줄 알겠다.”
강하정이 말하자 우진도 괜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형, 그 이름도 형 거니까 형이 허락해 주면 되는 거잖아요. 그 이름을 사용하는 대가로 돈을 받을 수도 있으려나요? 와아. 소설 하나 뜨니까 돈이 그냥 사방에서 막 굴러오네요?”
제레미가 부러워하며 말하자 강하정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앞으로 우진이한테 정말 잘할 거야. 너희 중에 누가 우진이하고 싸운다는 얘기가 들리면 나는 무조건 우진이 편만 들 거니까 너희도 미리 알고 까불어라.”
“그럼요. 저희도 우진이한테 잘할 거예요. 저는 우진이한테 형이라고 부를 수도 있어요.”
재훈이 잔망을 떠는 모습에 강하정이 웃음을 터뜨렸다.
처음에 ‘다크서클’ 촬영을 위해 퍼펙트 올킬에 대해 알아봤을 때만 해도 이들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너무 잦은 좌절에 힘이 빠질 대로 빠진 것처럼 무력해 보이고 상처가 정말 많아 보였다.
웃을 때조차도, 그 웃음을 짓기 위해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의 그들은 따로 특별한 메이크업이라도 하는 건가 할 정도로 환하게 빛났다.
여유가 넘치고 표정은 환해졌다.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엄청난 변화였다.
그곳에 저절로 올라간 게 아니고, 지금도 그들이 얼마나 무섭고 집요할 정도로 연습에 매달리는지 알고 있는 강하정이었다.
그래서 더욱 그들을 지켜 주고 싶었다.
따져 보면 국장이 그러는 이유를 이해하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자기도 누군가에게 이렇게까지 인생을 올인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는데 지금 이러고 있지 않은가.
그것은 퀸스 워크의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퍼펙트 올킬은 자기들도 모르는 사이에 묘한 마력을 흘리고 다니면서 사람들을 홀려 버리는 것 같았다.
참으로 유해한 존재들.
그 생각을 하면서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웃었다.
그날 많은 이야기가 나와서 오히려 천지연이 어려움에 처하게 될 거라는 건 뒤로 밀린 감이 있었다.
그리고 극적으로 그 이야기를 다시 살린 사람이 민이었다.
“그런데 있잖아요. 천 작가님이 위약금을 물면 어떻게 되는 거예요? 그동안 모아 놓은 돈이 있으니까 그까짓 거 그냥 내고 만다 그런 마인드일까요?”
민이 묻자 강하정이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억대 고료 받은 게 아마 이전 작품뿐이었을걸? 그 전까지는 그 작가도 고생 많이 했어. 모아 놓은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 원래 집이 잘살았는지 그런 건 잘 모르지만 위약금이 부담되지 않을 정도의 재산 규모는 아닌 걸로 아는데?”
“아무리 돈이 많아도 그 정도면 그렇죠.”
멤버들은 말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계약의 무게가 새삼스럽게 묵직하게 다가오는 날이었다.
* * *
천지연은 깨질 것 같은 머리를 꾹 누르면서 눈을 떴다.
지난밤에는 오랜만에 스트레스를 모두 날려 버렸다.
이민우는 역시 이민우였다.
가끔 그가 전화를 걸어 속을 긁어 놓을 때마다 손절해 버릴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자신을 칭찬하고 싶을 정도로 어제는 함께 나온 아이들이 모두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처음에 계획했던 것보다 술을 더 많이 마셨다.
‘그래. 그동안 너무 긴장한 채로 살았어. 한 번씩 이렇게 스트레스도 풀면서 살아야지.’
하지만 기분이 다소 풀렸던 것도 잠시, 자리에서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천지연은 내용증명을 받았다.
그걸 받고 가장 먼저 생각한 건 받지 말았어야 했다는 거였다.
그러나 어쨌건 이미 받아 버렸고 천지연은 그동안 인터넷을 통해 떠돌던 소문이 사실이라는 것을 이제 확실히 알아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