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75
제75화
75화
조이빈은 멤버와 회사가 그렇게까지 해줄 거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가 큰 충격을 받았다.
감동만 받은 것이 아니었다.
어쩌려고 그런 건지 걱정이 됐고 자기 때문에 퍼펙트 올킬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쩌나 싶어 계속 불안했다.
그러나 정작 멤버들은 태연했다.
네가 아니라 다른 멤버에 대한 공격이 들어왔어도 똑같이 했을 테니 걱정할 게 없다고 했던 것이다.
“너는 운 나쁘게 걸린 것뿐이야. 새 멤버다 보니까 팬덤이 약할 수밖에 없고 새로 카페를 장악한 운영진이 시험 삼아 너를 공격해 본 것 같아. 거기에 우리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려고 그런 거겠지. 그리고 다른 사람들한테도 영향을 미치려고.”
“이미 지난 일이고 이제 와서 뒤집을 수도 없으면 우리는 실력으로 승부해 버리면 되는 거 아닌가?”
재훈과 우진의 말에 이빈은 깨달았다.
이 사람들은 자기들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앞으로 변할 일도 없을 거라는 것을.
그리고 ‘신화’의 마지막 편이 방송되었다.
멤버들은 마지막 장면이 어떻게 나왔을까 하면서 함께 방송을 지켜보았다.
바람이 부는 흐린 날씨는 편집 때문에 조금 더 우울해 보였고 멤버들이 그곳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슬로우 모션으로 나왔다.
OST가 흐르는 동안 어느새 멤버들의 모습은 완전히 사라지고 붉게 타오르던 석양은 푸른빛으로 변해 있었다.
음악은 절정으로 향하고 있었고 음악이 흐르는 것과 함께 드라마도, 삶도 계속되리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나무는 잎을 잃은 채 앙상한 나뭇가지를 드리우고 있었는데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한 그 모습이 지독히 아름답게 보였다.
사라진 퍼펙트 올킬의 멤버들은 마치 유년 시절의 찬란하고 소중한 추억처럼 영원히 마음속에 남아 있다가 삶의 순간순간 떠오를 듯했다.
드라마가 끝나자 감격을 감추지 못한 시청자들이 시청자 게시판과 각종 커뮤니티, 그리고 ‘역주행’ 댓글란과 퍼펙트 올킬의 새로 생긴 팬 카페로 달려왔다.
[이 사람들은 드라마를 찍으라고 했더니 웬 예술을 해놨어. 이거 진짜 내 인생작이다!] [아쉬우면서도 기대되는 건 이제 퍼펙트 올킬의 음악적 재능을 볼 수 있기 때문일 것임.] [길고 길었던 이 여정이 사실은 맛보기였다는 거네.] [맞음. 퍼펙트 올킬 아직 아무것도 안 했음. 이 재간둥이들!] [확실히 올라운드 아티스트네. 퍼펙트 올킬이 원래 가수였다는 걸 순간순간 정말 자주 잊어먹었을 정도로 연기가 물이 꽉 차올라 버렸어. 앞으로는 또 얼마나 놀라게 해줄까.]퍼펙트 올킬이 일으킨 일은 그렇지 않아도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있었는데 드라마의 완벽한 성공으로 인해 더 강한 지지를 받았다.
새 운영진에게는 악재가 겹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 * *
“새 운영진이 연락을 해왔어. 퍼펙트 올킬과 얘기를 하고 싶다고. 자기들이 횡령한 것처럼 말하는 바람에 명예가 훼손됐다면서 고소를 할 거라고 하더라.”
퍼펙트 올킬이 회사에 나갔을 때 대표실로 부른 대표가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조곤조곤한 말투로 말했다.
말투만 들으면 별것 아닌 얘기를 듣는 것 같았다.
“그러면 심각한 얘기인 거 아니에요?”
재훈이 묻자 대표가 놀란 듯이 물었다.
“심각한 얘기야?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하는 줄 알았는데. 그러니까 뻥뻥 터뜨리고 다니고 그런 거지. 아니야? 심각하다고 생각했어?”
이게 바로 그 유명한 돌려 까기인 건가 보다고 생각하며 멤버들은 고개를 숙였다.
조이빈은 말할 것도 없었다.
대표는 조금 더 긴장하게 만들고 싶었지만 정작 그런 마음을 느껴야 할 멤버들보다 조이빈만 더 주눅 드는 것 같아서 그냥 말을 이었다.
“일단 그래서 고소하라고 했어.”
“네에?”
퍼펙트 올킬은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서로를 보았다.
“내가 보니까 너희는 겁도 안 내고 세상 무서운 줄도 모르는 것 같아서. 앞으로는 너희가 어떤 행동을 할 때 그 일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더구나.”
“그래서 고소하라고 하셨다고요?”
재훈이 묻더니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랬더니 뭐래요? 놀라죠? 설마 정말 그 말을 믿은 건 아니죠? 뭐래요? 장난하지 마시라고 해요?”
민이 속사포로 쏘아 대자 대표가 그들을 보았다.
이제라도 놀란 얼굴을 하고 있는 걸 보니 마음이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
“겁은 나냐?”
“네? 그러면 혹시 지금 저희 겁주시려고 일부러 그러신 거예요?”
제레미가 묻자 대표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운영진이 너희를 명예훼손죄로 고소하겠다고 한 것도 맞고 내가 그렇게 하라고 한 것도 맞아.”
“대표님, 그러시면 안 되죠. 저희 이제부터 일해야 하잖아요. 앨범도 내야 되고요. 저희 버리시려고요?”
재훈이 꽤 구구절절 설명을 하자 대표가 멤버들을 보았다.
그러다가 그때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는 우진을 바라보았다.
“너는 왜 아무 말도 안 해?”
“대표님이 왜 그러셨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 그래서 왜 그랬는지 알겠어?”
“알 것도 같은데 아직 잘은 모르겠어요.”
대표는 재미없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 뭔데?”
재훈이 묻자 우진이 어깨를 으쓱였다.
“나는 말을 굉장히 조심하면서 썼어. 단정적인 표현은 안 썼고. 그리고 너희도 그런 부분에서 실수하지 않는지 계속 살폈고. 그런데 그런 건 없었어. 그러니까 어차피 걔들이 고소한다고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거야.”
대표가 움찔했다.
“그리고 이런 건으로 명예훼손 고소를 한다고 해도 실무에서는 거의 받아지지도 않아.”
실무 얘기까지 나오자 대표는 포기했다는 듯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정말이에요, 대표님? 그런데 대표님은 왜……. 아아…….”
민이 묻다가 깨달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희 겁주려고 그러신 거예요?”
“응. 그런데 왜 겁 안 먹냐?”
“와, 진짜 못되셨다. 저 방금 엄청 놀랐어요. 세상에, 아이돌이 고소를 당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것도 팬들한테요.”
“팬으로 생각도 안 했잖아.”
“아아, 그렇지. 그러면 상관없으려나?”
“상관이 없긴 왜 없어? 정신 차려, 인마!”
민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횡령은 어떻게 됐어요? 횡령한 것 맞죠? 그리고 팬 매니저는 어느 정도나 관련이 돼 있어요?”
우진이 묻자 대표가 작게 심호흡을 했다.
“우진아. 너, 제대로 말 좀 해봐. 다음에도 이럴 거냐?”
“……그래야 하지, 않을까요?”
우진은 아주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아…….”
말은 뻔뻔한데 태도는 그렇지 않은 것 때문에 대표는 더 기가 막혔다.
“차우진, 앞으로 그렇게 멋대로 행동을 할 거면 회사는 무슨 필요가 있지? 우리는 너희를 위해서 존재한다. 그 일을 처리할 방법이 그것밖에 없었다고 생각해?”
“…….”
그러자 뒤늦게 퍼펙트 올킬 멤버들도 대표의 눈치를 살폈다.
“이번 일은 정말 기적적으로 조용히 넘어간 거야. 아주 기적적이었다고. 다른 사람들이 그런 일을 했다고 생각해 봐. 그냥 넘어갔을까? 그 사람들이 계속 활동할 수 있었을까? 지금쯤 아마 다른 팬들까지 가세해서 신상 털이에 흑역사도 전부 찾아냈을걸? 자기 돌이 한 일이 아니라고 해도 팬들은 그런 경우에 팬에게 감정이입을 하니까.”
“와아…… 그래요?!!”
그런 말은 처음 들었다는 듯이 민이 말하자 대표가 민을 노려보았다.
“그런데 대표님, 그 말씀의 요점은 저희가 잘했다는…… 건가요?”
제레미가 헷갈린다는 듯이 말하자 대표도 자기가 한 말을 되짚어 보았다.
그렇게 해석할 여지가 있었다.
아니, 확실히 그렇게 들리도록 말을 한 것 같았다.
자기도 모르게 퍼펙트 올킬에 대한 자랑스러운 마음이 뿜어져 나온 건가 하면서 대표는 다시 정신을 차렸다.
“앞으로 내 말 명심해. 이런 비슷한 일이 다시 생기고 너희가 독단으로 문제를 처리하고 하면 그때는 너희에게 회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고 계약을 청산할 거다.”
“그런데…… 따지려고 하는 게 아니라요, 대표님. 본부장님도 그때 같이 계셨고 저희는 본부장님이랑 합동 작전을 펼친 건데요?”
“그게 문제야! 본부장이라는 녀석이 애들한테 편승이나 해서!!”
재훈이 한마디 하자 대표가 바로 화를 내며 소리쳤다.
“차우진, 네가 말해 봐.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일단 회사에 보고하고. 그런데 그건 그때도 그렇게 했는데. 일단 회사와 상의해서……. 그것도…….”
대표는 우진의 말을 들으면서 기가 막혔다.
우진의 말 중에 틀린 게 없어서였다.
“그래. 본부장이 문제야, 본부장이. 너희한테 이럴 게 아니야. 본부장을 잘라 버려야 할 것 같아. 이제 본부장은 너희를 케어하지 못할 거다. 다른 적당한 사람을 붙여 줄 테니까 그런 줄 알아!”
“그건 안 되는데요. 저희가 본부장님께 잘 가르쳐 드리면서 하면 어떨까요?”
퍼펙트 올킬은 대표의 걱정도 이해했고 너무 급발진했었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서 일단 대표를 잘 달래 보기로 했다.
“차우진, 앞으로는 이런 일 없을 거라고 생각해도 되는 거야?”
“네.”
‘이런 일’이라는 말에 어느 것까지 포함되는가 하는 것은 사람마다 해석이 다를 수 있으니 거짓말은 아니었다.
대표도 더 이상 길게 화를 내지는 않았다.
일이 잘못됐으면 어쨌을까 해서 걱정이 된 것뿐이고 그도 퍼펙트 올킬이 잘 대처해서 속이 뻥 뚫렸었다.
그러나 그들을 케어하는 입장에서 한 번은 확실하게 말을 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서 말을 한 것뿐이었다.
“선처를 베풀지 않겠다는 건 변함이 없는 거지?”
대표의 말에 조이빈을 제외한 퍼펙트 올킬의 모든 멤버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합니다, 대표님. 그리고 지금이 기회가 좋기도 해요. 공감대가 형성이 됐잖아요. 그런 짓은 나쁜 일이라는 것에 대해서요. 선례가 확실하게 남으면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진이 말하자 대표도 동의했다.
“그래. 퀸스 워크는 이전에도 쭉 그래 왔어. 사실 너희가 잘못했다는 건 아니야. 그래도 걱정은 되니까…….”
대표는 자기가 좀 더 단호하게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속마음이 다 나오고 있었다.
멤버들은 흐뭇하게 웃었다.
퀸스 워크를 택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멤버들은 일제히 이빈을 바라보았다.
이것이 퀸스 워크의 규격이라는 듯이.
이빈은 멤버들이 자기 때문에 혼이 날 줄 알았다가 전혀 그러지 않는 것을 보고 어리둥절해하는 것 같았다.
“공식 팬 카페도 생겼고 그동안 팬 서비스를 거의 못 했으니까 이번에 팬 미팅을 기획해 볼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좋죠. 숫자에 제한 두지 말고 오고 싶어 하는 사람은 전부 다 받았으면 좋겠어요. 도시락은 저희가 준비할게요.”
우진이 말하자 대표가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다.
“너는 몇 명이나 올 거라고 생각하는데? 한 서른 명 정도 생각해?”
“저희 돈 잘 벌잖아요. 삼천 명이 와도 도시락은 사드릴 수 있어요. 그렇게 하게 해주세요.”
‘저희’라고 말했지만 돈은 우진이 다 낼 거였다.
다른 멤버들도 일이 그렇게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