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76
제76화
76화
“됐어, 이 녀석들아. 그건 우리가 하면 돼. 회사 일까지 너희가 하겠다고 나서지 말라고 방금 전에도 그걸로 혼나고 금방 또 그래?”
“그러면 회사에서 준비하는 거랑 별개로 저희가 선물을 따로 준비하는 건 괜찮아요?”
우진의 말에 대표는 고민이 되었다.
왠지 이 녀석들이 작정을 하고 준비를 하면 자기들이 준비한 게 초라하게 보일 것 같아서였다.
“그럼…… 그냥 도시락을 너희가 준비해.”
“감사합니다, 대표님!”
멤버들은 싱글벙글했다.
그러고는 얘기가 끝났다고도 안 했는데 자기들끼리 벌써 도시락에 대해 상의를 하면서 나가 버렸다.
그러다가 인사도 없이 나간 걸 뒤늦게 깨달았는지 다시 들어와서 인사를 했다.
“말씀…… 다 끝난 것 맞죠, 대표님?”
재훈의 말에 대표는 지친다는 듯이 그냥 손만 내저었다.
* * *
퍼펙트 올킬이 팬 미팅을 연다는 소문은 빠르게 번져 나갔다.
멤버들은 숫자에 제한을 두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그것은 그들이 자기들의 인기를 실감하지 못해서 한 현실감각 없는 소리였다.
신청을 받겠다고 하고 5분도 되지 않아 수백 명이 신청을 하는 걸 보고 멤버들은 이게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퀸스 워크의 사람들은 괜히 흐뭇했다.
이 애송이들이 이제야 세상 무서운 걸 좀 아는 것 같아서였다.
“2천 명으로 제한하는 걸로 할까?”
우희가 묻자 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2천 명도 다정하게 모여서 이야기를 하기는 이미 너무 큰 규모였지만 지금 상황에 그대로 닫아 버리면 그 원성을 감당할 방법이 없었다.
“이런 장소를 구하는 것도 쉽지는 않겠는데. 이만한 장소를 구할 거면 공연 준비도 많이 해야겠어.”
우희는 입만 벌리면 일을 어찌나 크게 만드는지 우진은 그 입을 틀어막았다.
“너는 그냥 조용히 하고 있어.”
그러나 우진의 손을 떼내는 것 정도는 우희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어차피 노래 몇 곡 부르는 건 일도 아니잖아? 안무도 연습 많이 해뒀고. 팬들 앞에서 미리 보여 준다고 생각하면 되겠네. 왜? 이제 와서 떨려?”
이빈은 우희가 우진을 놀리는 걸 보며 진심으로 존경스러워하며 눈을 빛냈다.
세상에 퍼펙트 올킬을 저렇게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 뭐. 우리 할 수 있잖아. 그렇지, 얘들아?”
우진의 말에 멤버들이 다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도시락을 얼마짜리로 생각하는지는 몰랐지만 도시락값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은 우진을 보면서 이빈은 속으로 조금 걱정이 됐다.
이빈도 뒤늦게 합류하면서 ‘신화’의 출연료를 받은 게 있지만 큰 액수는 아니었다.
도시락비를 어떤 비율로 나눌지는 모르겠지만 자기는 늦게 참여했으니 조금만 내겠다고 하기는 좀 그래 보였다.
그래도 일단 어느 정도나 있어야 하는지 알아야 돈을 빌려 보기라도 할 것 같아서 이빈은 기회를 노리다가 제레미에게 조용히 물었다.
“렘이 형, 그런데 도시락비 있잖아요. 그거 얼마씩 내야 돼요?”
“도시락비?”
제레미는 무슨 말이냐는 얼굴로 물었다.
“네. 팬들 주기로 한 도시락요. 그거 우리가 내기로 했잖아요.”
“아아. 그걸 막내한테 내라고 할까 봐? 너는 걱정 안 해도 돼.”
제레미는 자신의 순발력을 찬양했다.
그거 우진이 형이 낼 거라고 말을 할 뻔했는데 간신히 돌렸다.
우진이 형이 혼자 다 낼 거라고 말을 했다면 이빈은 분명히 이상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도시락의 수준을 어디에 맞출지는 몰라도 천만 원은 우습게 넘어갈 텐데 그런 비용을 혼자 부담한다는 건 아무래도 쉽게 이해되지 않을 터였다.
“그럼 누가 내는데요?”
“형 라인이 그동안 곡 만들어서 벌어 놓은 돈이 있어. 그래서 이럴 때는 형들이 다 내.”
하다 보니 거짓말이 술술 나왔다.
“정말요? 저는 몰랐어요. 형들이 작사 작곡을 다 하시는 거예요?”
조이빈이 놀라며 묻자 제레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형들 별거 다 해. 너는 상상도 못 할 거다.”
상상도 못 하겠지.
소설도 쓰는데.
제레미는 이빈의 표정이 밝아지는 것을 보고 그것 때문에 걱정을 했었던 거라는 걸 깨달았다.
“이빈아, 그런 돈은 너는 안 내도 되니까 앞으로도 걱정 안 해도 돼. 형들은 그래도 그동안 돈 많이 벌었잖아.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마. 혼자 걱정하지도 말고. 모르는 거 있으면 바로바로 이렇게 물어보고. 알았냐?”
“네, 형.”
이빈은 후련해진 표정으로 말했다.
제레미는 잊어버리기 전에 얘기를 먼저 해놔야겠다고 생각하고 퍼펙트 올킬의 다른 멤버들에게 자기가 해놓은 말을 들려주었다.
그러자 멤버들은 잘했다고 하며 앞으로도 그런 식으로 얘기를 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우진 혼자 부담하는 거라고 하면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형 라인이 작곡비나 저작권료를 받아서 부수입이 있다고 하면 그럭저럭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였다.
“이 상황을 모르는 이빈이한테는 부담스럽고 걱정되기도 했겠다. 앞으로 신경 써서 미리 알려 줘야겠어.”
재훈이 말하고 민을 바라보자 민이 거수경례하는 포즈를 했다.
“그건 내가 기억해 두고 있다가 잘할게.”
“그래. 제발 잘 좀 하자, 응? 형들이 그런 것까지 신경 못 쓰잖아. 날마다 뇌세포가 죽어 가는 나이라고.”
재훈의 앓는 소리에 우진이 그를 힐끔 쳐다보았다.
“너는 그러냐? 나는 매일 세포 증식을 다시 하는 것 같은데. 그래서 머리가 무거워.”
“의리 없는 자식. 같이 늙어 가는 처지에.”
그들이 얘기를 나누는 동안 이빈이 소리 없이 들어왔다.
“형들, 제가 좋은 생각이 났는데요.”
“그래, 쁨콩아. 뭔데?”
우진은 이빈이 그럴 때마다 좋았다.
퍼펙트 올킬 멤버들은 그동안 너무 오래 같이 지내서 그런지 이제 신선한 맛도 많이 사라졌고 그들에게서 나오는 아이디어는 자기 머리에서 나온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는데 이빈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이빈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기대가 됐다.
경우에 따라서 그게 ‘역주행’의 소재로 각색되어 쓰일 가능성이 아주 많았다.
“팬들 앞에서 보여 줄 공연요. 그거 팬들한테 먼저 물어보면 어떨까요? 어떤 걸 보고 싶은지 물어봐서 그걸 준비하면 좋을 것 같아서요. 팬들이 좋아하는 걸 보여 주면요. 우리가 입을 옷이라거나 콘셉트나 무대 분위기, 그런 것도요. 형들은 작곡이랑 작사도 가능하니까 편곡도 가능하신 거죠?”
“편곡?”
우리가? 라는 표정으로 우진과 재훈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제레미가 되는대로 던져 놓은 말 때문에 당장 편곡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게 생겼는데 하는 방법은 이미 배워 두긴 해서 아주 어렵게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래, 뭐. 해보자. 해보면 되지. 그게 뭐.”
의미 없는 말을 계속 나열하며 재훈이 말했다.
“그러면 그거…… 제가 올려 볼까요? 팬 카페에다가요. 감사하다는 말도 한번 올리고 싶었거든요. 그러니까 그 글 올리면서 겸사겸사…….”
그러고 싶었던 거구나 하면서 멤버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 해봐, 이빈아. 재미있겠다. 그런 건 그럼 이빈이가 맡으면 좋겠다. 팬 매니저 같은 거.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못 하겠지만 지금은 이빈이가 임시로 맡는 거야. 아니지. 이것도 우리끼리 마음대로 정하면 대표님한테 혼나니까 이빈이 네가 한번 말씀드려 봐.”
재훈의 말에 이빈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렇게까지 일을 크게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었던 것이다.
“형, 그건 아니고 그냥 글만 올릴게요.”
이빈이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맹하고 순둥순둥해 보여도 그래도 함정은 제법 잘 피했다.
그 자리에 계속 있다가는 무슨 일을 당하게 될지 모를 것 같았는지 자리를 피한 이빈은 웅장해진 마음으로 팬 카페에 접속했다.
거기에는 이빈을 부둥부둥해 주는 수많은 글들이 있어서 보고만 있어도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이미 봤던 글도 있고 새 글도 있었는데 그 글들을 한참 더 읽고 그는 드디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조이빈입니다.진작 인사를 드리려고 했는데 늦어진 점 죄송합니다.
그리고 오늘 여러분께 몇 가지 여쭈어보려고 합니다.
여러분을 뵙게 되는 자리에서 공연을 하기로 되었는데 혹시 보고 싶은 콘셉트나 의상이 있다면 여러분의 취향을 반영해서 준비하기로 해서……. (생략)]
저희가 뭘 입으면 좋겠는지, 어떤 분위기의 곡을 좋아하시는지 알려 주면 그걸로 준비하겠다는 내용이었는데 주절주절 끝도 없었다.
게다가 맺음말은 그 앞의 말과 호응도 맞지 않아서 팬 카페 회원들은 한동안 자기들이 난독증인 건지, 이빈이 글을 못 쓰는 건지 헷갈려했다.
그래도 일단 해독에 성공한 이들을 중심으로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우리 킬이들은 다 몸 좋으니까 뭐를 입어도 찰떡으로 소화하겠지만 내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각자 파스텔 톤 색 니트에 무릎 찢어진 진에 워커 신으면 좋겠어요.] [저는 핏 딱 맞는 슈트요. 생각만 해도 아찔해요.] [니트에 슬랙스도 잘 어울릴 듯. 아니, 정말 선택지가 너무 많아서 고르기가 쉽지 않네요. 뭘 입어도 다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저 변태는 아닙니다만 제복 입고 채찍……. 큼. 아니, 꼭 그래 달라는 건 아니지만…….] [할로윈 콘셉트는 어떤가요? 파프리카 모양 탈 뒤집어쓰고 뒤뚱거리는 거 너무 귀여울 것 같아요.] [교복……. 쿨럭!]그래도 양심은 있었는지 과한 걸 부탁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땅굴을 파고 있었다.
이빈은 자기가 써놓은 글에 댓글이 줄줄 달리는 것이 흐뭇해서 입 동굴을 개장한 채 쓸 만한 것들을 추려 정리하고 있었는데 챙길 것이 그리 많지 않았다.
중복되는 것도 많았고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별로 없는 것도 있었다.
중세 귀족풍 의상이나 판타지 영화의 히로인 의상 같은 것들은 그냥 자기 마음에 안 들어서 이빈이 자체적으로 뺐다.
“좋네. 이 정도만 해도 많이 건졌어. 형들한테 물어봐야지.”
이빈이 퍼펙트 올킬에게 돌아갔을 때 그들은 손짓으로 그를 불렀다.
“안 그래도 부르려고 했는데 잘 찾아왔네.”
그곳에는 이빈이 잘 모르는 사람이 강하정과 함께 있었다.
그는 퍼펙트 올킬 팬 카페에 우연히 들어가 봤다가 팬 미팅 소식을 알았다고 강조하며 팬 미팅을 공개 방송으로 진행을 하면 어떻겠냐고 제의를 해온 예능국 PD 이재호였다.
그동안 퍼펙트 올킬과 같이 작업해 본 적 없는 SSB 방송국의 PD였는데 그는 ‘우연히’라는 말을 계속 강조했다.
방송국에서 제안했을 때 연락을 받은 사람이 바로 강하정에게 말했고 그녀는 따로 무대를 준비할 필요가 없다는 것에서 그 안이 마음에 들어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퍼펙트 올킬과 먼저 상의를 하려고 했는데 담당 PD가 적극적으로 굴면서 퍼펙트 올킬을 설득하는 자리에 자기도 함께 가면 어떻겠냐고 했고 얼떨결에 그 자리에 강하정이 그를 달고 왔던 것이다.
게다가 강하정이 그 설명을 하는 자리에도 PD가 같이 있었다.
퍼펙트 올킬은 그런 상황에서도 자기들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얼마든지 거절할 수 있는 사람들이기는 했지만, 장소 대여 문제가 쉽게 해결되고 무대와 세트 문제도 자연스럽게 처리되어서 오래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