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dol became a star writer by writing about himself RAW novel - Chapter 77
제77화
77화
SSB의 음악 방송에 서고 싶다는 꿈을 꾸지 않은 연습생이 없을 정도였는데 음악 방송은 아니라고 해도 그렇게 입성을 하는 것도 나름의 의미를 가질 것 같았다.
이재호 PD가 퍼펙트 올킬과 얘기를 나누는 동안 재훈이 이빈을 데려다 그들의 중간에 세웠다.
“2천 명이면 우와. 저희 아니었으면 장소 섭외도 어렵기는 했겠습니다. 이건 운명입니다. 제가 딱 그때 팬 카페에 간 것도 그렇고요. 이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앞으로 SSB와 더 많은 프로그램을 함께해 보도록 하시죠.”
이재호 PD는 열의를 보였다.
반드시 출연을 성사시키고야 말겠다는 굳은 의지가 엿보였다.
그는 퍼펙트 올킬의 다른 점도 높이 샀지만 사람들이 어지간해서는 그들을 미워하지 않는다는 점을 좋아했다.
솔직히 그는 이번에 퍼펙트 올킬이 벌인 일을 보고 놀라 자빠질 뻔했다.
팬들을 향해 그런 일을 벌인다는 것은 절대로 용서받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결과는 불을 보듯 뻔했고 그는 좋게 보던 아이돌 그룹 하나가 공중분해되는 걸 보게 되겠다고 생각하며 속으로 애도했다.
그런데 일은 전혀 뜻밖의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것은 그의 오판이 아니었다.
업계의 모든 사람들이 그와 같은 생각을 했던 것이다.
이번에는 퍼펙트 올킬이 너무 나갔어.
아무리 사람들이 퍼펙트 올킬에게 호의적이라고 해도 이번에는 완전히 등을 돌릴 거야.
그들은 순전히 이 바닥의 문법에 따라서 그렇게 예상하고 추측했다.
퍼펙트 올킬의 행동에 정당성이 있건 없건, 먼저 퍼펙트 올킬의 새 멤버를 공격한 게 팬이건 말건 사실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팬들은 수많은 문구, 수많은 서사 중에 단 한 줄의 문장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며 톱스타를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기도 했다.
퍼펙트 올킬이 아무리 정당하고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번 일은 극복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변이 일어났다.
기적이라고 해야 하는 건지도 모를 일이었다.
사람들은 퍼펙트 올킬에게 등을 돌리기는커녕 퍼펙트 올킬의 싸움에 친히 참전해 주었다.
그리고 퍼펙트 올킬을 공격하려고 한 이들에게 같이 인생의 교훈을 깨닫게 해주며 끝까지 퍼펙트 올킬에 대한 지지를 거두지 않았다.
퍼펙트 올킬에 대한 관심이 깊지 않은 사람이라면 그 지지 기반과 역사에 대해 쉽게 이해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걸 알지 못하는 그룹이 퍼펙트 올킬과 똑같은 일을 벌였다면 그들은 백이면 백, 그대로 매장당하고 말 것이다.
퍼펙트 올킬은 ‘역주행’ 시절부터 팬덤을 쌓아 왔고 그 팬덤은 퍼펙트 올킬을 거의 친척이나 친한 친구 정도로 친밀감과 충성도를 느끼고 있었다.
그들 스스로가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퍼펙트 올킬이 욕을 먹으면 자기가 욕을 먹은 것처럼 우울해했다.
특별히 기분 나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왜 우울하지? 하고 생각해 보면 퍼펙트 올킬에 대한 안 좋은 기사를 본 식이었다.
그들은 퍼펙트 올킬에게 일어난 일에 같이 영향을 보였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명해 주고 같이 싸웠다.
그런 팬을 보유하고 있는 퍼펙트 올킬.
그런 그룹이라면 어떤 투자를 해서라도 붙잡아야 했다.
이미 TNBC는 국장이 나서서 퍼펙트 올킬과 프로그램을 같이하기로 얘기를 해두었다고 하지 않던가.
이재호는 자기가 할 수 있는 건 전부 동원해서 퍼펙트 올킬을 SSB로 끌어오고 싶었다.
퍼펙트 올킬은 그 제안에 흥미를 느꼈다.
“사실은 저희가 생각해 놓은 게 있거든요.”
재훈은 어차피 협상을 벌일 생각 같은 것은 없었다.
좋은 기회였고 제안해 준 것이 고마웠다.
그러면 그냥 고맙다고 하면 되는 게 아닌가 했다.
강하정은 그들에게 아직 사업적인 마인드가 없다는 것을 알고 피식 웃었지만 퍼펙트 올킬에게 일찍부터 그걸 가르치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게 순수하게 열정을 불태우며 달려가는 것도 좋은 거라고 생각하며 그녀는 옆에서 퍼펙트 올킬을 지켜 주었다.
PD는 그게 자신의 제안에 대한 허락이라는 것을 알고 뛸 듯이 기뻤다.
그는 어렵게 잡은 기회를 놓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퍼펙트 올킬은 자기들이 무대에서 구현하고 싶은 것을 말해 주었고 PD는 고개를 끄덕여 가며 열심히 들었다.
그들에게는 그들 사이에서 통하는 같은 언어가 있었다.
같은 언어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벽은 허물어져 있었고 서로 이해관계 따위는 따지지 않은 채 환상적인 무대를 꾸며 보자는 하나의 생각만 갖게 됐다.
“이때 조명을 쏴주시면 멋있을 것 같아요.”
“연기도 밑에서 솔솔 피워 주시고요.”
“드라이아이스요. 네. 네. 좋겠네요. 근사할 것 같아요.”
재훈과 민이 말하자 PD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다가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영상 하나를 찾아서 보여 주었다.
“무대를 이런 식으로 꾸며 보면 어떨까요? 퍼펙트 올킬이 부를 수 있는 노래가 몇 곡 정도인가요?”
영상을 본 퍼펙트 올킬의 입이 쩍 벌어졌다.
그것은 지난해의 레전드 영상이라고 불리며 누적 조회 수가 하루 만에 2천만 건을 넘었다는 전설적인 무대였다.
세트의 화려함은 말할 것도 없고 조명과 특수 효과까지 완전히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었다.
“이걸 해주시겠다는 건 아니죠?”
퍼펙트 올킬은 확인차 물었고 이재호는 순박하게 웃었다.
“왜 안 되는데요?”
“네……? 이건…….”
그 무대의 주인공은 경쟁자가 몇 없는 음원의 슈퍼강자였다.
자기들이 감히 비벼 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정말 이렇게 해주실 거라고요?”
강하정마저도 정신이 번쩍 들었다.
SSB가 제대로 독이 올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팬 미팅 무대를 연말 무대처럼 꾸며 주겠다고 하는 건가 해서 강하정은 슬그머니 이재호 PD에 대해 알아보았다.
얼마나 믿을 수 있는 사람인지 먼저 체크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가 연차는 비록 오래 쌓이지 않았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능력도 두루 인정받은 인재라는 것을 알게 됐다.
물의를 일으키고 갑자기 막을 내린 예능 프로그램의 후속을 맡아 기적적인 시청률을 내는 프로그램을 만들며 SSB의 새로운 유망주로 거론된다는 정보도 들어왔다.
그가 성공시킨 프로그램의 포맷이 영국에 수출된 적도 있다는 것까지 봤을 때는 강하정의 눈이 더욱 휘둥그레졌다.
“큼!”
저도 모르게 강하정이 헛기침을 하자 퍼펙트 올킬은 자기들이 또 폭주했나 보다고 생각하고 얌전해졌다.
“하시죠, PD님. 장기적으로 가도 될 것 같습니다. 처음은 팬 미팅이지만 다음에는 다른 포맷으로 여러 시도를 같이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 퍼펙트 올킬이 부를 수 있는 노래는 많지 않지만 그건 시간을 조금만 주면 금방 해결될 겁니다. 이미 곡도 많이 들어와 있고 이 친구들은 안무도 빨리 익혀요.”
“그게 정말입니까, 본부장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PD에게서 그런 말을 듣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해야 할 처지일 때조차도 그들은 고맙다는 말을 자주 생략했다.
기회를 주는 건 자기라는 인식이 있어서 그런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던 강하정은 그 모습에 마음이 확 열렸다.
“저희가 감사하죠.”
일단 저쪽에서 그렇게 나오자 강하정도 힘겨루기는 완전히 포기했다.
퍼펙트 올킬도 강하정이 이 PD를 좋게 봤다는 걸 알고 그들 역시 마음을 열었다.
마음을 여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영상을 본 순간 이미 녹아내렸던 것이다.
“그럼 여기에서 혹시 연습하는 걸 볼 수 있을까요?”
이 PD의 말에 퍼펙트 올킬은 그대로 대형을 이루었다.
“라이브로 할게요.”
재훈이 멤버들을 보며 말했다.
그러자 우진이 웃었다.
“지금 우리한테 말한 거 아니지?”
“너희한테 말한 거지. 라이브로 할 거라고.”
멤버들과 PD가 같이 웃었다.
장소가 약간 비좁은 감이 있었지만 그걸 감안하고 봐달라고 하며 퍼펙트 올킬은 3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이재호의 혼을 완전히 빼놔 버렸다.
“……!”
그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탄성조차도 나오지 않았다.
‘신화’를 통해서 본 것은 정말 맛보기에 불과했다는 것을 그는 생생히 깨달았다.
영웅의 어릴 적 모습을 본 것 같은 느낌.
몇 년만 시간이 지나면 이들과 마주하는 것이 어려워질 거라는 것을 그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단순한 스타가 아닌 슈퍼스타.
그 아우라가 그에게 느껴지는 듯했다.
“이재호 PD입니다.”
그는 다시 자기소개를 했다.
퍼펙트 올킬은 그가 왜 그러는지 알지 못한 채 자기들도 소개를 다시 했다.
이재호는 그 순간을 자신의 인생이 끝나는 그날까지 잊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 * *
‘원 트루 히로인’.
퍼펙트 올킬의 공개 방송 제목은 그렇게 정해졌다.
원 트루 히로인이 한주미나라는 것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었다.
팬들을 빨리 만나고 싶다는 생각에 처음에 날짜를 촉박하게 잡았었는데 그걸 방송으로 내보내기로 얘기가 되면서 팬 미팅이 2주 뒤로 미뤄졌다.
불평하는 사람은 없었고 오히려 잘됐다는 반응과 축하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퀸스 워크는 이번 기회가 퍼펙트 올킬의 음악적 면모를 과시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거라고 생각하며 그들이 가진 것들을 최대한 보여 주기 위해 애썼다.
그 결과 하루가 지날 때마다 안무의 난도가 점점 더 복잡해지는 기현상이 연출되었다.
한 곡의 안무 연습이 끝나고 나면 대부분의 멤버가 바닥에 쓰러졌다.
그 상황에서도 체력이 남아도는 우진은 앉아서 ‘역주행’의 원고를 쓴다는 예외가 있었는데 거기에 또 하나의 예외가 생겨났다.
바로 이빈이었다.
이빈은 남들과 똑같이 지치고도 다시 일어나서 잘 안 됐던 부분을 해보곤 했다.
근성 하나는 정말 무서울 정도였다.
“손가락 끝까지 힘을 줘야지. 다리도 곧게 펴고. 힘 안 주는 거 다 보여.”
우진은 안 보는 것 같으면서 그런 것을 알려 주었다.
“우진이 저 자식은 도대체 한 번에 몇 가지를 하는 거냐?”
재훈은 우진의 기행을 보면서 놀라는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빈을 보고 조언을 해주면서 손으로는 원고를 쓰고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고 물으면, 어차피 자기가 쓰려고 하는 문장은 머릿속에 이미 완성이 돼 있고 손가락으로 그걸 치기만 하면 되는 거라 쓰면서 말하는 게 가능하다고 했다.
새로 구상해야 할 때는 안 되지만 일단 구상이 끝난 부분을 쓸 때는 가능하다고 하며 너희는 그게 안 되냐는 말로 재훈의 가슴에 스크래치를 남겼다.
“이빈아, 너 연습할 때 누구 동작 보고 연습하냐?”
우진이 묻자 이빈이 우물우물하며 쉽게 대답을 하지 못했다.
“혼내려고 하는 거 아니니까 그냥 말해 봐.”
“형……을 따라 하고 싶은데 형이 하는 건 너무 어려워서 민이 형요…….”
그러자 민이 우쭐하며 좋아했다.
“민아, 저게 좋아할 말은 아니지 않냐? 네가 대충 한다는 소리지. 대충 하니까 네 동작은 쉽게 따라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거야.”
민은 그게 어떻게 그런 뜻이 되냐며 억울해했다.